안녕하세요, 비행기에 푹 빠진 스즈키 아야네입니다. 이번 회 연재를 위하여 무려! ANA의 기체 정비공장에 다녀왔습니다. 그 뿐 아니라, 여러분께서 평소 이용하시는 비행기를 정비하시는 정비사, 츠네요시
케이토씨께서 비행기 정비에 대하여 여러 모로 친절하게 설명 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전혀 몰랐던 것들
뿐이라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안전을 중시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비행기를 정비하는 이유가 ‘비행기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너무나도 철저하게 안전을 추구하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비사 여러분께서는 작은
실수도 저지르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의 작업을 철저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체크하십니다. 팀을 짜서 매사에 여러 명이 철저하게 체크하곤 하십니다. 출근 때, 일부러 손님들이 가득한 여객 터미널을 통하여 출근하신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공항 내에 가득한 탑승객들을 직접 보고, 본인들이 그 탑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작업에 임하자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함이라 합니다.
이번 취재에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정비사 여러분께서 정비공장 내부에서 이동하실 때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발 자전거가 아니라 세 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역시 안전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두 발 자전거는 아무래도 쓰러질 수 있기에, 자전거
짐칸에 넣어 둔 소중한 부품이나 기구를 고장 내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세 발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것이지요. 비행기 부품은 아무리 작은 것, 예를 들어 볼트 하나만 해도 수
만엔씩 합니다. 블랙박스 정도 되면 수천만엔 정도는 우스울 정도지요.
그런 고가의 부품들을 운반 한다니… 제가 그런 부품이 실려있는 세 발 자전거를 몬다는 생각만
해도 긴장이 될 정도네요. (웃음)
정비사 분께서 사용하시는 공구에 숨겨진 ‘안전을 고려한 비밀’
정비사 분들께서 쓰시는
공구에도 안전을 고려한 비밀들이 숨겨 져 있습니다.
공구함은 3단으로 나뉘어 져 있는데, 각 칸마다 우레탄 수지가 깔려있고, 그 우레탄 수지에는 각 공구에 딱 맞는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공구
모양대로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는 지금 어떤 공구를 꺼내서 쓰고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다시
말 해, 어떤 공구가 없는 지)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각 정비사 분마다 각각 관리번호가 주어 져 있어서, 다른 사람의 공구와 섞이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크기가 큰 비행기를 정비하다
보니, 정비 할 때는 각각 구획을 정한 뒤, 자신이 담당한
구획의 정비에 필요한 공구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런 체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여러 번 체크를 한다는 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체크를 게을리 하다
기체 내부에 공구를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만에 하나 공구 분실사건이 일어나거나
하면 전원이 비행기 전체를, 다시 말 해 비행기 내부는 물론이고 부품 하나하나, 각자의 주머니 속까지 전부 확인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비행기를 컴퓨터로
제어 가능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되었는데, 이런 고도화, 기계화는
정비 공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비사분들이 공장 내부로 들어 갈 때는 필요 최소한의 공구만 갖고 들어
가고, 작업 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공구실에서 빌린다고 합니다. 이
‘공구실’ 내부에 있는 것들은 전부 일일이 바코드가 붙어
있어, 누가 언제 어떤 것을 빌려 갔는지는 물론이고, 어떤
비행기의 정비에 쓰였는지 등 온갖 정보가 컴퓨터로 관리되고 있다 합니다.
정비 내용도 시대에 맞추어 항상 진화 해 가고 있다.
취재를 하다, 츠네요시상께서 남기신 명언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에 의지하지 않는 것’ 이라는 말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비사’라 하면 아무래도 ‘장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전통 공예에서는 ‘이 작업은 장인의 경험과 감에 의지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만, 비행기 정비는 그와는 정 반대였습니다.
기체에 트러블이 일어났을
경우, 경험이 많은 정비사라면 본인의 경험과 감으로 대충 어떤 부분이 문제이리라는 것은 짐작 할 수
있을 터인데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고 메이커에서 만든 정비 매뉴얼에 입각하여, 정해진 순서대로 철저히 정비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라고 하시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 한 것 같았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부터는 제가
이번 취재를 통해 직접 배운 비행기 정비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해 드리고자 합니다.
비행기 정비는 각 비행기의
비행 시간에 따라 A체크와 C체크로 구분됩니다. 비행 시간이 500~600시간에 달할 때 마다 행하는 A체크는 정비사 10명 내외가 정비를 행하며, 비행 전날 밤을 새워 하는 정비입니다. 주요 내용은 비행기 내부
계기와 장비들이 제대로 동작하는가를 확인하며, 가동부분에 급유를 한다고.
C 체크는 비행시간이 6,000시간에 달했을 때 행하는 정비이며, A체크보다 훨씬 더 본격적인 정비를 행합니다. 정비사 30~40명이 두 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비하는 팀과 오후 3시부터 심야 0시까지 정비하는 팀)으로 나뉘어
2주일이나 되는 긴 시간을 들여 철저하게 체크하는 정비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왜 B체크는 없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사실 예전에는 B체크, 그리고 D체크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B체크와 D체크는 각각 A체크와 C체크에
통합되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예전에 비하여 정비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비행기가 ‘귀엽다’니!
정비사분들 역시 비행기를 사랑해 마지않는 분들!!
책임이 중대하면서 힘이
드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비사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정비사분들께서도 비행기를 좋아하는
분들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번에 취재에 응해주신 츠네요시상 역시 어릴 때부터 정비사를 꿈꾸던 분이시며, ‘내가 몇 주일이나 고생해서 정비 한 비행기가 격납고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고 하십니다. 심지어 츠네요시상은 비행기가 ‘귀엽다’고도 하시더군요. (웃음) 예전 기체들은 최신 기종들에 비해 정비하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그런 면 조차도 ‘귀여운 점’이라고 이야기 하신 뒤,
‘물론 최신 기종들도 귀엽지만’이라 덧붙이시는 츠네요시상.
(웃음)
그런 ‘귀여운’ 비행기들 역시 언젠간 이별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만들어 진 지 50년이 넘은 비행기들이 현역으로 활약 중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 된 기체일수록 정비가 복잡하고, 더 철저하게 정비를 해야 하므로 막대한 금액과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ANA는 약 20년을 주기로 비행기들을 바꾸어 주고 있다 합니다. 물론 쓸쓸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그렇게 은퇴한 비행기들이 어딘가 다른 나라에서 하늘을 날거나, 다른 비행기의 부품으로서 새 생명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츠네요시상이 좋아하는
비행기는 저와 같은 ‘대형기종’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잉 777 – 300ER을 특별히 좋아하신다고 하더군요. ‘동체가 가장 긴 기종이고, 엔진도 크기 때문에 박력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역시 비행기라 하면 박력이 있는 대형기종이
멋진 법이지요. (웃음)
비행기의 취향은 같았습니다만, 역시 프로인 츠네요시상과 아마추어인 저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부품’이었습니다. 제가 차마 상상도 못 했던 부품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츠네요시상이
좋아하시는 부품은 다름 아닌 ‘콕핏 창문’ 이었습니다.
덴노나 총리대신이 해외
순방을 다닐 때, 정부 전용기 콕핏 외부에 히노마루(일장기의
빨간 원, 태양을 상징)가 붙어 있는 것을 보신 분도 계실
지 모르겠네요.
보잉 767이나 777 같은 경우, 콕핏
창문을 열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만, 창문을 바꿔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라 합니다. 현장에서 그런 일이 들어 올 경우, 대부분의 경우 츠네요시상께서
담당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츠네요시상에게 있어 콕핏 창문을 바꾸어 다는 작업이야 말로 본인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무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다른 정비사들이
자신의 실력을 믿고 맡겨 줄 때, 정비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는 츠네요시상의 모습을 보며, 저만의 ‘콕핏 창문’, 다시
말 해 ‘이건 스즈키 아야네에게 맡기면 틀림 없어’라고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더더욱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