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출판물-AKB
AKB 히스토리 - 10장
hemod
2013. 11. 6. 16:17
10-1. '분신술 투어'때엔 지방 공연도 만원!!
장마가 걷혔다. 일본 전국은 AKB48이 발하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8월 1일에는 AKB48의 자매그룹으로서 '살짝 어른스러운 여성'을 모토로 한 SDN48이 데뷔하였다.
나고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매그룹, SKE48는 드디어 결성 1주년을 맞이하였고, 8월 5일에는 '강한 자여 (쯔요키 모노요)'로 CD데뷔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 '쯔요키 모노요'는 오리콘 위클리 최고순위 2위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8월 중순에는 2007년 4월 이후 약 2년만에 AKB48의 전국투어가 감행되게 되었다.
이 투어는 2년 전과는 달리, 팀 A가 후쿠오카 (8월 15일), 팀 K가 오사카 (8월 11일), 그리고 팀 B가 아이치 (8월 12일)가 팀별로 공연을 하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투어의 명칭도 'AKB48 분신술 투어'로 결정되었다.
이에대해 카사이 토모미가 이얼게 이야기한다. "2007년에 있었던 전국투어때에도 도쿄, 아이치, 오사카, 후쿠오카에서 공연은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인생 첫 투어여서 모두들 엄청 열심히 연습했어요. 연습중에 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2층쪽도 확실히 시선을 줘야 해! 1층에 계신 분들! 2층에 계신분들! 이라고 말을 거는거야'라고요. 그래서 그런 면을 굉장히 신경써서 연습했었는데... 도쿄이외의 공연에서는 2층까지 관객여러분들이 들지 않았어요. 무대위에 서서 2층석쪽을 봤는데, 관객분들이 안 계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2층에 계신 여러분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되었어요. 사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노래하는 것 조차 힘들었어요. 그래서 '분신술 투어'때 무대위에 오르니 그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아.. 팀 K만으로도 이렇게 회장 가득 팬 여러분들이 모여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사이의 이 말대로, 오사카, 아이치, 후쿠오카에서 열린 전국투어 전반은 대 성공이었다. 그리고 전국에 흩어 져 있던 멤버들이 다시 도쿄에 모여 마지막 스테이지에 임했다. 그 마지막 스테이지는 지금껏 그녀들이 돌아왔던 전국의 라이브회장들보다 훨씬 큰 회장이었다.
'일본 무도관'...
많은 아티스트들이 '성지'라고 부르는 그 무도관에 AKB48가 서게 된 것이다.
총선거에서 팬들의 힘으로 선정된 21명 선발멤버들의 신곡, '이이와케 Maybe'를 손에 들고, AKB48, SKE48, 연구생들을 합쳐 100명 가까운 소녀들이 쿠단시타(九段下) 언덕을 올랐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그 100명 중, 언덕 위의 무도관에서 힘든 미래가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10-2. 첫 무도관 라이브. 마지막에 일어난 대 반전이란?!
8월 22일 23일.. AKB48의 전국투어 마지막 공연인 도쿄 무도관 공연이 열렸다. 공연 제목은 'AKB 104 선발멤버 재편성 축제 (조각마츠리)'.
콘서트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일본 무도관에 설치 된 굿즈 판매소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그 긴 줄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은 중/고등학생 팬들이었으며, 예상 외로 여성팬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이는 더 이상 AKB48가 '아키하바라의 오타쿠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이 아닌 '일반 팬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3년하고도 반년 전, 극장을 오픈하였을 때, 관객이 겨우 7명밖에 들지 않아 눈물 흘렸던 소녀들은 어느 사이엔가 '무도관'에 8천명이 넘는 팬들을 모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이틀에 걸쳐 3회나 공연을 했음에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매미소리가 울려퍼졌다. 초기멤버인 사토 유카리는 그 날의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3회에 걸친 공연에 오신 팬분들을 전부 합치면 무려 2만 5천명이나 되는 분들이 와 주셨어요!! 믿을 수가 없었지요. 마지막 공연때 오프닝곡이 저희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쿠라노 하나비라다치'였어요. 무대에 올라 불 꺼진 객석을 바라보니 노란색, 그리고 핑크색 펜라이트와 사이리움 (야광봉) 빛이 많이 보였어요. 너무나도 기뻤지요.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AKB48의 원점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곡, '사쿠라노 하나비라다치'를 멤버들이 함께 합창을 했다. 그 뒤로는 대형 화면에서 그녀들의 데뷔 당시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진지한 눈빛이, 땀범벅이 되어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레슨이, 첫 공연날이, 대기실에서 함께 울고 있던 멤버들의 모습이... 그런 추억의 영상들에 함께 눈물짓는 팬들도 있었다.
3회에 걸쳐 진행 된 무도관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각각 다른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과거를 돌아 볼 수 있는 선곡'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각 팀으로 나뉘어 자신의 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 팀 A는 'Dear my teacher'를, 팀 K는 '구르는 돌이 되어라', 팀 B는 '쇼니치'를 각각 불렀다.
이 곡들은 각 팀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곡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이후에 이루어 질 '특별 발표'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잔혹한 카운트다운이기도 하였다.
무대 위에서는 공연이 진행되었고, 본편 마지막곡으로 '오오고에 다이아몬드'가 흘러나왔다. 앵콜곡으로는 신곡 '이이와케 메이비'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으로 '히코키 쿠모 (비행운, ※1)'이 흘러나온 뒤, 공연이 끝났다. 무대 위에 서 있던 모든 멤버들이 '일본 무도관에서 공연을 해 냈다'는 달성감에 뿌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순간...
스테이지 위에 AKB48 극장 지배인, 토가사키씨가 등장 한 것이었다.
10-3. 회장내에 울려퍼지는 "AKB48, 해체"
"새로운 AKB48 새 조직을 발표하겠습니다."
토가사키 지배인의 말에 객석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멤버들은 마치 여우에라도 홀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앞으로는 각 팀에 캡틴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캡틴은 각 팀의 중심으로서 팀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그럼, 각 팀의 캡틴들을 발표하겠습니다. 팀 A캡틴, 다카하시 미나미!!"
발표와 동시에 무대 뒷편에 설치 된 대형 스크린에 다카하시 미나미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되었다. 그 표정은 이 갑작스러운 전개에 대해 살짝 화가 난 듯 한 표정이었다. 두 눈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
사토 유카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제서야 얘기하는 거지만, 저랑 우라노는 SDN으로의 이적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마지막 공연때에 뭔가 발표가 있긴 있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두들 콘서트를 앞두고 모여서 '이번 투어 타이틀이 조각 (組閣. 내각을 다시 만듦. 재 편성)인데.. 대체 왜 저런 단어를 쓴 거지?'라고 이야기 할 떄에도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당일,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도중에 복도에서 다카미나를 만났는데... 펑펑 울고 있더라고요. 스탭분이 다카미나를 달래려고 다가오니 다카미나가 '재편성이 다 뭐예요!!'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 아마도 그 '재 편성'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 챈 것이었겠지요. 필사적으로 달래는 스탭에게 다카미나가 말을 이었어요. '그래요. 어른들은 항상 그렇게 거짓말을 하지요.'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다른 멤버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다카미나에게만 SDN이적에 대해 귀띔을 할 생각이었는데, 다카미나가 먼저 제게 '유카링, 설마 우리 곁을 떠나버리거나 하는 거 아니지?'라고 물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사실을 말 할 수 없어서... '떠나지 않아. 괜찮아'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어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토가사키 지배인이 무대로 올라 왔을 때, 다카미나는 모든 것을 알아버렸던 것 같아요..."
팀 A에 이어 팀 K의 캡틴 (아키모토 사야카), 팀 B의 캡틴 (카시와기 유키), SDN48의 캡틴 (노로 카요)가 발표되었다.
캡틴 발표가 끝난 뒤, 토가사키 지배인이 말을 이었다.
"팀 A, 카타야마 하루카"
회장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팀 B 멤버인 카타야마의 이름이 '팀 A'에 붙어서 불렸던 것이다.
"팀 K, 후지에 레이나"
"팀 B, 키타하라 리에"
원래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팀에 이름이 불리는 멤버들이 뒤를 이어 나타났다. 키타하라까지 3명의 이름이 불린 시점에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재편성'의 의미는 다름아닌 '현재 팀 체제의 해체'였다는 것을...
관객이 없는 극장에서 눈물을 닦아가며 함께 춤을 춰 왔던 같은 팀의 동료들이 (A), 선배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단결력을 무기로 함께 달려 온 동료들이 (K), 자기 자신만의 쇼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함께 울며 노래 해 왔던 동료들 (B)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연을 쌓아 온 동료들이 자신의 눈 앞에서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10-4. 오열에 가득 찬 백스테이지.
무대 위에서, 토가사키 지배인의 말 한 마디에 각 팀들은 차례차례 해체되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멤버들은 하나같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다리가 풀려 스탭들에게 실려가는 멤버들도 있었다.
사토 아미나는 그 날의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 저는 이대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하쨩 (카타야마 하루카)의 이름이 불린 순간,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어요. 마리코사마 (시노다)가 제 옆에 서서 '괜찮아'라고 이야기 해 주었지만... 그 마리코 사마마저 이름이 불려 앞으로 나가 버렸어요. 제 주변에 있던 멤버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을 뻔 했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의무실이었지요."
미네기시 미나미는 이렇게 말한다. "발표가 모두 끝난다음, 멤버들이 아리나 가운데 난 하나미치 (가운데로 뻗어 있는 무대로의 길)를 걸으면서 관객분들께 손을 흔들게 되었지요. 손을 흔들고 나서 돌아들어가려는데, 앗쨩(마에다 아츠코)이 저와 함께 돌아가게 되었어요. 앗쨩과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갔지요. 그리고 백스테이지에 들어간 순간, 다카미나가 합류해서 앗쨩과 다카미나, 저까지 셋이서 꼭 껴안고 큰 소리로 엉엉 울었어요. '팀 A가 정말 좋았어.' '어째서 중요한 것은 잃고나서야 알게되는 걸까' 같은 얘기를 하면서요... 그 얘기를 듣고 팀 A 멤버 전원이 다 함께 울기 시작했어요. 저와 토모찡이 팀 K로 가게 되었는데, 팀 A 멤버들이 모두 저희를 위해 눈물을 흘려 준 거예요. 언제나 울음을 보이지 않는 마리코조차도 '이런 거 싫어'라면서 울기 시작했었어요."
당시, 백스테이지는 엄청난 상황이었다고 한다. 웅크리고 앉아 울기만 하는 멤버, 너무 큰 쇼크로 복도에서 쓰러 져 버린 멤버, 거의 착란상태에 빠져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멤버까지...
카사이 토모미는 이 때의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있다. "모두들 패닉상태였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AKB48에 들어오기 전에는 냉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었어요. '쓸 데 없이 열을 내는 건 꼴사나워'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팀 K에 들어 간 뒤로는 '그렇게 쿨한 척 하는 자신이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모두들 진심으로 최선을 다 하고,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고, 모두가 '난 팀K가 너무 좋아'라고 이야기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팀 K라는 팀은 제게 있어 버팀목이었던 겁니다. 제가 팀 K에 들어가지 못햇더라면 지금의 저 자신은 없었을테니까요. 그런 소중한 팀 K가 해체되어버린다니... 너무나도 큰 쇼크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위로 해 주기위해 다가왔지만 저도 모르게 '내 몸에 손 대지 말아요!', '날 좀 내버려둬요!'라고 소리 질러버리고 말았지요."
새롭게 팀 K의 캡틴이 된 아키모토 사야카는 이렇게 말한다. "대기실 바닥이라던가 통로 좌우에 멤버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여기저기서 절규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지요. 저는 백스테이지로 오자마자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그대로 화장실까지 달려 가 화장실 문을 잠그고 틀어 박혔어요. '결국 이런 날이 와 버렸어.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게 팀 K의 일원으로서 공연을 해 왔고,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구나...' 라던가 '내가 캡틴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아서, 잘 해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생각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어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멤버들에게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가 설명과 동시에 질타를 가했다.
미네기시 미나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키모토 선생님께서 오셔서는 '왜 울고 있는거야? 스탭들이 너희들을 생각해서, 너희들이 더 빛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고심하고 고심해서 이번 결단을 내린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나서는 각각의 멤버들에게 '너는 이러이러해서 이 팀에 들어가게 된 거야'라고 설명을 해 주셨어요. 그 뒤, '이제 이해가 되었니? 울 필요가 없어. 정신 차리렴'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서야 저희도 조금 진정이 되어서 '힘들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AKB48의 첫 무도관 공연은 멤버들뿐 아니라 수 많은 팬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어째서 이제겨우 인기가 좀 생겼는데... 우리가 계속 응원 해 온 팀을 해체하는 거야!'라며,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팬들 또한 탄식하였다.
하지만, 신규 팬들의 대거 유입으로 '대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이야말로 큰 변혁이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AKB48라는 그룹은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시련을 뛰어넘으면서 강해 져 온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무도관에서의 라이브로부터 3일이 지난 날, 신곡 '이이와케 Maybe'가 발표되었다.
오리콘 위클리 랭크는 '나미다 서프라이즈'와 마찬가지로 2위에 멈추었지만, 데일리 랭크에서는 그룹 결성 이후 최초로 1위를 손에 쥐게 되었다.
'오리콘 1위'.
소녀들이 걸어 온 험한 길이, 드디어 그 빛을 더하고 있었다.
제 10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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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코키 쿠모(飛行機雲. 비행운) : 사랑하던 연인들의 이별을 묘사한 곡으로, 후렴부분에서 멤버들과 팬들이 하나 되어 스카프, 혹은 수건 등을 빙빙 돌리는 구성이다. 보통 콘서트 마지막에 부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