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꿈이 이뤄졌구나'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 때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조금 망설이게 되지요.
2016년 10월에 퍼스트 앨범인 'Rainbow'를
통해 솔로 데뷔를 하였습니다. NMB48 가입 당시부터 제가 '꿈'이라 이야기 해 온 것은 다름아닌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분들 말씀대로 '꿈이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편으로는 '꿈이 이루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꿈이 끝나버린 느낌도 들어 사실 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자기 명의의 앨범을 냈다',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가 발매되었다'는 의미로 보자면 제가 갖고 있던 목표 중 한 가지가 달성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목적지'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오히려 진정한 승부처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자면 '이제서야 겨우 꿈을 향해 가는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지요.
첫 앨범을 내기까지 기나긴
도움닫기 기간이 있었습니다. 앨범을 내기 이전에도 NMB48 극장에서의
극장 공연은 물론이고 48그룹의 라이브에서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거의 매일 기타 연습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곡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지요.
저는 매사에 하나씩 하나씩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이것을 하고, 이것이
끝나면 다음엔 저것을 하고…'라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주어진 허들을 뛰어넘어가는
사람입니다. 사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해 두고, 제 앞에 놓인
돌다리를 '엄청나게 두드려 보고'나서 건너는 타입인 것이지요.
물론 이런 제 자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첫 걸음을 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그 사이에 주어졌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되어 이후에 '아쉽다'고 후회 한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두고 '저런 일은 어차피 내가 못 해낼테니 단념하자'라며 도전도 하기 전에
포기 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지요.
NMB48을 프로듀스 해 주시는 아키모토 야스시 선생님께서는 그런 저를 보고 답답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인가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된 SNS에 이런 글을 쓰실
정도였으니까요.
'야마모토 사야카에게 '곡을 만들라'고
예전부터 이야기 하고 있는데, 좀처럼 만들질 않네요. 곡을
만드는 게 부끄러운 걸까요? 야마모토 사야카가 작사 작곡한 곡, 여러분도
듣고 싶으시죠?' 라고. (토크 어플 '755', 2015년 9월)
처음 그 글을 본 순간, 굉장히 초조해졌습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어', '이젠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아키모토 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부끄러워 말고 한 걸음 걸어나가보렴'이라고 제 등을
강하게 밀어주신 것이라는 것 역시 느껴졌습니다.
아키모토 선생님은 저와
정반대의 타입이십니다. 아키모토 선생님은 '예상 밖'의 일을 좋아하시고 '예정대로 되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시는 분이시지요. 그렇기에 저 뿐 아니라 모든 멤버들에
대해 사전에 예고를 해 주시거나 설명 해 주시지 않고 막무가내로 여러 가지 일을 시키시지요. 처음에는
마음속 한 켠에 반발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키모토 선생님의 그런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중에 가서 생각
해 보면 '그 말을 듣길 잘 했어'라는 생각이 드는 말씀들
뿐입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행동을 해라'
'우선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하라'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배워 왔기에,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집에서 기타를 치며 실제로
곡을 만들기 시작 해 보니, 어느 사이엔가 이미지가 점점 구체화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곡인가 만들고 난 뒤, '곡을 만들었습니다. 들어 봐 주세요'라고 아키모토 선생님께 음원을 드렸습니다. 그 뒤, 곡을 들으신 아키모토 선생님께서 '솔로 데뷔는 싱글이 아니라 앨범으로 가자'고 말씀 해 주시어 2016년 5월부터 본격적인 앨범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만약 솔로 데뷔가 싱글이었다면, 그 안에 실린 한두곡만으로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의 '일부'밖에는 보여드릴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데뷔가 '앨범'이었기에 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여러 부분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기왕 한다면 '이것이 바로 야마모토 사야카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