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사야카 '모든 것의 이유' - 1장 3
3)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동시에 전부 알려지기는 싫다.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 13곡 중 제가 작사/작곡 한 곡이 6곡, 작곡 한 곡이 1곡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사를 할 때, 멜로디가 전부 완성된 뒤에 가사를 쓰는 '곡 우선' 방식으로 씁니다.
가사에 나오는 1인칭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쿠(※주로 남성들이 쓰는 인칭대명사)를 씁니다. 평소 이야기를 할 때는 '와타시'를 씁니다만, 노래를 할 때 '와타시'를 쓰면 왠지 노래 자체가 엄청 여성스럽게 느껴지거든요. '여성'으로서 노래를 하고 싶지는 않달까, 평소 제 모습이 그다지 여성스럽지 않기에 '여성 시선'인 노래를 하는 건 어떻게 보자면 저답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멀이지요. 그렇게 제 안에서 형상화 되는 흐름대로 곡을 썼더니 자연스레 인칭대명사는 '보쿠'가 되더군요.
가사를 쓰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저 자신이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그 사람의 감정을 써 내려가는 방법이지요.
어느 쪽이 되었건간에 출발점은 '저 자신'이라는 점에선 다를 게 없습니다. 저 스스로가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제 감정을 뒤흔들어 놓은 일들을 중심으로 가사를 써 나가지요.
예를 들어, 이번 앨범은 제게 있어 '새로운 출발점'이기에 지금까지 있었던 수 많은 것들은 일단 접어두고, '이 곳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을 담은 가사들이 중심을 이룹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첫 곡인 '레인보우 로즈'라고 할 수 있겠고요.
사실 이 곡은 유일하게 이전에 써 놓은 곡을 활용한 곡입니다. 원형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멜로디나 가사는 오래 전부터 제 안에 있었던 곡이지요. 앨범 제작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전체적인 앨범의 이미지가 잡혀 갈 때쯤, 용기를 내어 카메다상에게 '이 곡을 꼭 넣고 싶은데요'라고 부탁을 드렸을 정도로 제게 있어서 소중한 곡입니다.
후렴구 가사
'내일 이 세상이 끝난다해도 후회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어.
언제나 나는 생각해 내.
어제의 나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지.
가슴 속에 담겨진 무한한 가능성'
는 제 인생의 모토이기도 하고요.
언제나 저는 '매일매일을 후회 없이 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어요. '내일 당장 이 세상이 끝나 버릴지도 모르니까, 세상이 끝나가는 순간에 '아, 이거 어제 해 둘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한 걸음 내딛자'는 마음가짐이지요. 실제론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요.
NMB48라는 그룹은 멤버들의 생일을 전후하여 극장에서 '생탄제'라는 이벤트를 열어 줍니다. 그리고 저의 2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열린 생탄제 때 팬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꽃이 바로 '레인보우 로즈' 였어요. 그리고 그 때, '레인보우 로즈'의 꽃말 역시 알려 주셨지요. 그것이 바로 '무한한 가능성'이었습니다.
어쩌면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았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는데요, 때마침 그 때 '매사에 너무 깊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때였기에 더더욱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너무나도 단순한 단어가 가슴을 후벼파듯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제게 있어 그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은 정말로 소중하고 의미가 큰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에 대해서만큼은 '바로 이것이 야마모토 사야카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어요.
그 곡 외에 '이 곡은 저 자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곡은 '마음의 방패'라는 곡입니다. 후렴 마지막 가사인
'내 마음까지 지배하게 두진 않을거야. 방패를 들고'
가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아, 이 곡은 앞으로도 계속 불러야만 할 곡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MB48의 일원으로서 활동하다보면 주변에서 정한 큰 '흐름'을 따라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정말 그 길이 옳은 길인가요? 전 이 길이 옳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개인의 의견이 통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음 한 켠으로는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일일이 반발하는 것을 포기하고, 주변에서 만들어 놓은 흐름을 따르기만 하다보면, 언젠가 스스로가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변하지 않는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뭐라 해 봤자, 내 마음은 변함 없다'고나 할까요. '일은 일이고 내 마음은 내 마음이야'라고 생각하며 활동 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준이 없어지면 저 스스로가 중심을 잃게 될 것 같거든요.
저 자신의 이상, 목표를 그려보고 그 이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역시 그런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에 지금 제가 중심을 잃으면 미래의 저 자신이 갈 길을 잃게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란 사람, 정말 완고한 사람이라서요. 스스로도 '참 융통성 없다'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스로의 이상, 목표에 대해서만큼은 융통성 없이, 완고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제 마음을 곡에 반영하였지요.
앨범 제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내심 '마이너스 이미지인 건 안 쓰는 게 나으려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들어 가면서 가사의 세계관이 점점 어두워져만 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런 어두운 부분이 제 안에 많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아, 너무 비슷한 가사만 써서는 안되겠다 싶어 의식적으로 '와타시'를 화자로 하여 곡을 써 보기도 했는데, 그 곡들은 정말 엄청 여성스러운 곡들이 나오더라고요. 그 대표적인 곡이 바로 4번째 곡인 '너의 여자친구가 되고싶어' 입니다.
'와타시'로 표현되는 제가 주인공인 러브송이긴 합니다만, 사실 처음부터 러브송을 쓰려 한 것은 아니고, 출발점은 저 자신의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곡 도입부에 '이번에도 네게 이야기하지 못했어, '좋은 아침'이라는 단 네 글자를'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사실 그 가사는 '친구가 되고 싶은데도 말을 걸지 못 하는' 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가사였어요.
현실세계에선 그런 성격이 큰 문제점이지요. 그렇기에 그런 문제점을 그저 가사로 옮긴다면 엄청 우물쭈물거리는, 네거티브한 가사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선은 그대로 둔 채, 상황을 '연애'로 바꾸어 보면 그것이 '짝사랑', 혹은 '연애 초기'의 두근거림처럼 느껴지기에 저는 물론이고 들으시는 분들께서도 여러 가지 해석을 하실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지요. 그렇기에 이 곡은 어떻게 보자면 이번 앨범의 '키'를 쥐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가사를 썼기에, 곡을 들으신 팬분들께서 '이 곡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있지?'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가사에 담긴 감정들이 전부 제 솔직한 감정들이라고는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보자면 저 '자신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과 '그렇다고 전부 알려지기는 싫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성가신 성격이라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