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솔로
앨범에는 선배 뮤지션분들께서 제공 해 주신 곡들도 담겨 있습니다. GLAY의 TAKURO상께서 멋진 록넘버를 만들어 주셨고 (BAD DAYS), 카메다상께선
제가 만든 곡보다도 더 여성스럽고 귀여운 곡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지요. (스마일) CM을 통해 불렀었던 '숨을 돌려가며(ひといきつきながら)'를 풀 코러스로
부를 수 있었던 것도 기뻤습니다.
특히 제가
만든 곡에 다른 분들께서 가사를 붙여주시는 모습을 보며 '작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곡을 만들어 들려드릴 땐 저 나름대로 가사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곤 하는데, 실제로 선배님들께서 가사를 붙여 주신 것을 보면 좋은 의미로 제 이미지를 부숴버리는 작품이
완성되곤 했습니다. '와, 이 멜로디를 듣고 이런 세계관을
이끌어내시다니', '이 음에 이런 단어를 쓰시는구나'라는
식으로 새로운 발견이 뒤이었지요.
앨범의 마지막곡인 13번째 곡, '멜로디' 같은
경우가 그랬습니다. 이 곡은 스가 시카오상께서 작사, 작곡을
해 주셨는데요. 사실 이전까지는 음악방송에서 만나뵈게 될 때 인사를 드리는 정도였기에 제대로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없었고, 곡을 부탁드릴 때도 '이런 곡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씀 드린 적도 없는데, 완성 된 곡을
듣고 첫 가사
'모가 될
지 도가 될 지도 모르는 낙하산이라면 뛰어내릴 용기도 생기지 않아'
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가사 안에
저 자신이,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 했던 비유를 통해 '저
자신'의 모습이 그려 져 있었거든요. '나'라는 인간을 나타낼 때, 이런 표현을 쓸 수도 있구나… 라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자신이
갖고 있던 말들, 제가 써 오던 말들이 아닌 단어들로 저 자신을 노래하는 곡… 새로운 자신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에서도 '곡을 받는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와
직면하여 지금껏 몰랐던 자신과 만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9월 말쯤이 되어서야 13곡 전곡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26일, 퍼스트 앨범 'Rainbow'가 릴리스되었습니다.
솔로 데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기쁘기도 했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두려움이 더 앞섰습니다. 실제로
앨범을 만들어버리면 '아직 솔로 활동은 해 본 적 없지만, 시작하면
엄청 잘 할 지도 몰라'라는 '가능성'이 사라 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능성'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상품을로서 평가를 받게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작업이 시작되자 그런 불안은 점점 옅어져갔습니다. '잘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대로 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잘 해 내는' 자신보다
'잘 해내지 못하는' 통해 음악에 대해 더욱 더 가슴떨림을 느꼈고, 더욱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제 앨범을 들어주셨습니다. 물론 이 앨범에 대해 '이것이 야마모토 사야카입니다'라고 자신을 갖고 소개 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살아온 23년이라는 세월이
이 한 장의 앨범에 전부 담겨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번 앨범 제작기간동안 배운 것들을 발판삼아 다음번에는 또 다른 저의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합니다.
카메다상께서
프로듀스를 해 주셨기에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함께 앨범 제작에
참여한 입장에서 바로 그 점이 분한 점이라고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건방진 소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제 힘으로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경험이 저의 힘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시험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그룹으로 돌아 가, 이번 솔로 활동을 통해 얻은 것들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 하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룹에 좋은 방향을 제시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 '그룹에게서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 줄 것인가' 하는 마음이 더더욱
강해졌습니다.
저 같은
경우, 제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곡을 쓸 수 없습니다.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을 하기에 좋은 의미로건 나쁜 의미로건 감정이 흔들리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 '감정'들을 곡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룹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제 인생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보곤 합니다. 아마도 음악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 했겠지요.
물론 그룹에
들어오기 전에도 곡을 만들곤 하긴 했습니다만, 얼마 가지 않아 포기 했었으니까요. 이토록 사랑하고, 이토록 소중한 '음악'이라는 곳에서 스스로 멀어 져 버렸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