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공연이 시작되면서 동기들이 두 부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정규멤버'와 '연구생' 말입니다.
2011년 7월, 첫 싱글 '절멸흑발소녀'로 메이저 데뷔를 하였을 때만 해도 팀N의 전 멤버가 '선발'에 뽑혔습니다만, 이후에 나온 싱글부터는 또 다른 부류가 추가되었습니다. '선발'과 '언더'… 좁디 좁은 문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지요.
물론 제가 선발에 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기뻤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함께 노력 해 온 동료들이 '선택 받은 이'와 '선택받지 못한 이'로 나뉘게 된다는 것이 정말 괴로웠습니다.
물론 '선택 받은'제가 '선택받지 못한'멤버들의 마음을 전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싶'은 마음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이전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멤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서프라이즈'라는 것에 익숙해지질 않더군요. 큰 라이브가 있을 때 마다 지배인이 무대로 올라 와 '서프라이즈'로 무언가를 발표한다는 게 정말 두려웠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걸까'라는 의문도 있었고, '대체 몇 번이나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걸까'라는 분노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생각 해 보면 '그래도 역시 그 때 그걸 한 건 잘 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라던가 '결국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식으로 납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당시에는 '아직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우리를 괴롭히는거지'라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당시 저 자신을 우선시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프라이즈'에서 아무리 실망스러운 발표가 있어도 '지금 이 일에 대해 충격을 받은 건 나만이 아니라 전원 같은 마음일거야.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다독여줘야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가 받은 충격을 상쇄시킬 수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벌써 예전에 한계를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충격을 받아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멤버들에게는 이런 말을 자주 해 주었습니다. '분하지? 그런 분한 마음을 숨기지 말고 털어 놓으렴'. 이건 아마도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분한 마음을 잘 정리해서 말로 옮기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자신의 '분한 마음'을 차분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본 팬분들께서 한 층 더 열렬히 응원 해 주시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스태프분들께서 '이 아이는 이토록 이 그룹을 생각하는구나'라고 알아 주시기도 하합니다. '분하다'는 감정을 단순히 네거티브한 감정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그토록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분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분하다'는 감정에 덧붙여 본인의 생각이나 감상을 덧붙여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이번 이런 결과는 지금의 제가 아직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다음번이야말로 더욱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분하다는 감정에 덧붙여 자신의 포부를 더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지요. 분해하는 멤버를 보면 항상 해 주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이해도 깊어지기 마련이지요.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 일이니 이렇게 중립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거겠지' 싶은 부분을 냉정하게 바라 볼 수도 있게 되어,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