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DY 1710 이쿠타 에리카 인터뷰
이쿠타 에리카 ‘귀환’
담백한 이쿠쨩, 드디어 인간에 가까워지다.
- 노기자카46가 결성 되었을 땐 아직 중학생이었던 이쿠타상도 어느 새 20살이 되셨네요.
이쿠타 (이하 ‘이’) : 그렇네요. 20살이 되었네요. 이제야 겨우 인간에 가까워졌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인간에 가까워졌다고요? 그럼 지금까진 뭐였길래 (웃음)
이 : 지금까지 솔직히 인간적인 면이 부족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가’를 판단하는 걸 인간성이라 하잖아요. 10대 땐 정말 그런 인식이 없었거든요.
- 뭐라 하죠? 정이 없다?
이 : 네. 그런 느낌이었어요.
- 하긴, 그러고 보면 이쿠타상이 주연으로 나오셨던 ‘초능력 연구부 세 사람’의 감독이신 야마시타 아츠히로 감독도 이쿠타상에 대해 ‘담백하다’고 표현 하셨었죠.
이 : 네. 엄청 담백했어요. 담백한 여자(웃음) 하지만 최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 이쿠타상이라 하면 왠지 자기 자신을 더욱 더 갈고 닦는 데에 열중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죠.
이 : 그게 말이죠, 요즘에는 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아 졌단 말이죠!
- 정말요? 뭔가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이 :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여러 가지는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게 계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2기생들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다지 교류를 활발히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요즘에는 2기생들이랑 엄청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물론 3기생들과도…
- 정말요? 상상도 안 되는데?!
이 : ‘쟤는 어떤 애일까?’라고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물론 3기생들도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제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고요.
- 그럼 3기생 중에 관심이 가는 멤버는 누구인가요?
이 : 관심이 간달까, 지금 (함께 선발 활동을 하며) 가장 가까운 건 모모쨩이랑 요다쨩이네요. 둘 다 귀여운데, 특히 모모쨩 같은 경우에는 선배라고 빼고 그러는 게 없어요. 근데 그게 또 좋은 점이고!!
- 천진난만한 타입이군요.
이 : 모모쨩이라 하면 뭔가 항상 우는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접하고 보니 엄청 심지가 굳은 아이더라고요. 그리고 요다쨩도 어딘지 모르게 좀 어설픈 게 정말 귀여워요. 아, 쿠보쨩도 귀엽죠. 정말 말도 안 되는 그 투명감!! 그리고 요염함!! 쿠보쨩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얼마나 프로의식이 높은 지 알 수 있어요! (마츠이) 레나상에게서 받았던 느낌이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팬분들과의 유대감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으니 그런 노력들을 쌓아서 결국은 위로 올라 올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건 3기생 전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지금 이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며 앞만 보고 달려 가 주었으면 해요.
- 이쿠타상이 이렇게 후배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 하시는 건 처음 봤네요.
이 : 아, 아까도 말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거든요.
- 아하하하. 이쿠타상의 ‘인간적인 면’을 길러 준 건 역시 뮤지컬 출연이 컸나요?
이 : 그렇죠. 무대를 겪으면서 다른 분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결과 자기 자신도 조금씩 바뀐 거라 생각해요.
- 현재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출연중이신데, 마지막 도쿄 공연 커튼 콜 때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 : 제극(제국극장) 때 말씀이지요?
-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가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시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이 : 초등학생 때부터 제국 극장 객석에서 ‘레 미제라블’을 보며 커 왔으니까요. 언젠간 저 무대에 서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생각 해 왔거든요. 그런 제가 지금 이렇게 그토록 동경 해 왔던 무대에 서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 감개무량했어요.
- 그 정도로 동경 해 왔던 무대였던 거네요.
이 : 네. 하지만 연습 때는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은 안 하려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가슴이 뛰어서 연기에 집중이 안 돼서… 우선은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자고 마음 먹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공연 커튼 콜 때는 지금까지 있었던 온갖 감정들이 한 번에 복받쳐 올라서 억누를 수가 없더라고요.
- 무대를 꿈꾸어 온 사람에게 있어 제국극장이라는 곳은 그 정도로 ‘성지’와도 같은 곳인가요?
이 : 역사도 깊은 극장인데다가, 의미도 있는 곳이다 보니 대부분 ‘언젠간 제국극장에 서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그렇게 ‘뮤지컬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대에 서셨는데요, 노기자카46라는 그룹을 모르시는 관객분들께서는 ‘아이돌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이 : 솔직히 큰 부담이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니까’라는 식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으실테니까요. 그래서인지 프리뷰 공연이나 공연 초기에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기도 했어요. 연습 때는 문제 없었던 부분에서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거나. 하지만 다른 출연자 분들께서 항상 제 편이 되어 주셨어요. ‘어차피 아이돌이니까’ 같은 생각 안 해도 된다고,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고 말씀 해 주셨지요.
- 무대에 서 있는 지금은 뮤지컬 배우이지 아이돌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군요.
이 : 무대 위에서는 그렇죠. 그런 식으로 위로를 해 주시거나, 여러 모로 의지가 되어 주신 덕분에 끝까지 무대 위에 설 수 있었어요.
- 뮤지컬계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 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높았던 것 아닐까요?
이 : 어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 한참 부족한걸요.
- 집객력이 대단하시잖아요.
이 : 팬 여러분께서 얼마나 와 주셨는 지는 모르지만, 뮤지컬 공연에 이렇게 남자분들이 많이 와 주시는 건 드문 일이라는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남자 화장실에 줄 서 있는 거 처음 봤다’고 놀라시기도…
- 좋은 이야기네요. (웃음)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갑작스레 스타가 나타나고, 그 영향으로 그 장르 전반이 활성화 되는 경우도 있을테죠.
이 : 네. 물론 전 ‘스타’가 아니지만요. (웃음)
- 하지만 이쿠타상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적지 않을걸요.
이 :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 자체는 알고 계셨지만, 공연 자체는 저를 보러 처음 와 주신 팬 분들도 계셨고, 제 팬분은 아니지만 노기자카의 팬분들 중에 ‘나를 그 때 제국극장으로 이끌어 줘서 고맙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그 분야에 갓 발을 들여 놓은 것 뿐이라 지금은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고 있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더욱 더 자신을 갈고 닦아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어요.
어중간하고 말뿐인 사람이 되는 건 싫어
-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고 싶어졌던 적은 없나요?
이 : 없었어요. 하지만 노기자카에 갓 들어왔을 땐 잠시나마 ‘무대’의 존재를 잊었었지요. 아이돌 활동도 처음이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야 하는 나날이었기에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소화 해 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거든요.
- 무대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거군요.
이 : 네. 정말로 필사적으로 견뎌 냈던 매일매일이었기에 갑자기 ‘내가 갖고 있는 건 뭘까?’라고 깨달은 순간, 어찌해야 좋을 지 알 수 없어졌어요.
- 그런 이야기, 블로그에서 본 것 같네요. ‘2년쯤 전에 노기자카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명확히 어떤 부분을 힘 써야 할 지, 그 중심축이라는 게 알 수 없어졌던 때가 있었다’고 하셨지요?
이 : 그런 식으로 고민하던 그 때, 우연찮게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았거든요. 그리고 그 곳에서 ‘아, 역시 내가 하고 싶은 건 무대구나. 이건 어릴 때랑 변함이 없구나’라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돌이란 여러 가지 활동을 하잖아요. 여러 장르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이 바로 ‘난 노래를 하고 싶어’였어요.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무대에 전념하자’고 마음을 먹었지요.
- 그리고 그러기 위해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떠날 생각을 한 건가요?
이 : 뉘앙스가 좀 다르지만, 말하자면 그런 셈이죠. 그런 생각이 들어 스태프분들께 상담을 했더니 ‘노기자카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도 무대를 병행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을 해 주셨어요.
- 하지만 보통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 양립이라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요.
이 : 엄청 힘든 일이지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껏 응원 해 준 분들을 소중히 하자’는 마음과 ‘스스로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흔들렸었거든요. 그리고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아 이렇게 된 거 둘 다 전력을 다 해 해내야겠어!’라는 거였지요. 하지만 얘기만 하면 결국 ‘입만 산 사람’ 같잖아요. 그래서 우선 고민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옮기자고 생각했어요.
- 변명이나 정당화를 하지 않고?
이 : 사실 둘 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어중간한 주제에 입만 산 사람으로 비춰지기는 싫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 여러분께서 제 무대에 와 주시고, 변함없이 양 쪽 모두 응원 해 주시거나 무대를 통해 절 좋아하게 되신 분들께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식으로 두 가지 일들이 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하지만 아무래도 양립을 하다 보면 스케줄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많지 않나요?
이 : 그렇기에 매번 고민을 하게 되지요. 어느 한 쪽에 힘을 더 쓰려 하면 필연적으로 한 쪽은 놓치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떠나시는 분도 생기고, 이해를 받지 못 하는 경우도 필연적으로 생깁니다. 어찌 보자면 별 수 없는 일이니 그 점에 대해서는 각오를 하고 활동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 스스로의 길을 걸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노기자카46의 멤버 이쿠타 에리카’의 팬분들께서 (뮤지컬에 전념하는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나요?
이 : 있습니다. 네.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의 새로운 길을 보고 새롭게 저를 응원 해 주시는 분이 찾아 와 주시거나, 혹은 이런 저를 그래도 쫓아 와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분들을 더욱 더 소중히 여기며 활동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건 여담인데요, 요 전에 이코마 리나상과의 인터뷰 때 이코마상이 ‘이쿠쨩은 아무리 무대일이 바빠도 절대 노기자카 활동을 설렁설렁 하지 않는다’고 칭찬 하시더라고요.
이 : 별 말씀을요! 제 욕심으로 정한 양립이라는 선택을 다른 멤버들이 이해 해 주고 도와주고 있는만큼 저 역시 양 쪽 모두 전력으로 임해야만 한다는 마음은 갖고 있어요.
- 한 가지 묻고 싶은데요. 이쿠타상, 왜 ‘꿈’에서 도망치지 않나요?
이 : 네? 도망요?
- 세상을 살다보면 결국 자기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한 줌도 안 되잖아요.
이 : 음… 왜일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도중에 포기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도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더 많을걸요. 하지만 이쿠타상은 초등학생 때부터 꾸어왔던 꿈을 결국 실현 해 내신 거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 별 말씀을요. 하지만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나요?
이 :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노력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힘들어요.
- 매일 꾸준히 같은 것들을 해 나가는 거, 질리거나 지겹지 않나요?
이 : 아하하하. 질리지 않네요. 같은 걸 한다고 해도 단순한 반복은 아니니까요. 조금씩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새로운 과제가 고개를 들고, 다시 그 새로운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거든요. 정말 끝이 없답니다.
-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에서 좌절하지요 보통. 물론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경우에 말이에요. (웃음)
이 : 언제나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더 잘 하고 싶어지는 거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워낙에 대단한 사람들이시기에 ‘아 나도 저런 존재가 되고 싶어’라던가 ‘더 강해져야 해’라는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요. 가까운 곳에서 선배님들을 보다 보면 저 자신이 얼마나 하찰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제가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있으니 많은 분들께서 저를 보아 주시는 거지, 그룹의 간판이 사라지는 순간 저란 존재는 참 보잘 것 없거든요.
- 하지만 노기자카 멤버라 해도 본인의 실력이 없었다면 ‘레 미제라블’ 같은 큰 무대에 서지는 못 했을 것 같은데요.
이 : 그건 그렇지만…
- 그건 모두 이쿠타상이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계시니까…
이 : 아뇨.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배우는 널리고 널린 세계예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 와도 무대는 얼마든지 성립되지요. 그렇기에 더더욱 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빨리 찾아내고 싶어요.
- 그럼 그 ‘무언가’는 얼마나 찾아내신 것 같나요?
이 : 사실 지금은 그 세계에 갓 발을 들였을 뿐이니까요. 아직 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이른 것 같아요. 그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욱 더 힘을 기른 훗날에 지금을 되돌아 보다가 문득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지금은 그저 필사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나아가는 데 집중하려 해요.
- 그럼 반대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는 이런 부분에는 센스가 있다’ 싶은 건 뭐가 있나요?
이 : 음… 뭐가 있을까요. 아! 기세만으로 일을 진행 하는 능력!
- 무슨 뜻인가요?
이 : 요리로 예를 들어 볼게요.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소금을 얼만큼 넣고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지?’라는 식으로 고민하지 않고 ‘아 이런 식으로 만들면 되겠다’라고 직감으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요리 순서나 과정은 전부 틀리지만 ‘뭐, 날것도 아니고 익혔으니 먹을 순 있겠지’라는 식이랄까요.
- 쓸 데 없이 호쾌하네요 (웃음) 기세를 타고 행동 하는 타입이라는 얘기죠?
이 : 그렇게 보면 ‘센스’랑은 좀 동떨어 진 것 같긴 한데, 그런 성향은 있어요.
- 다르게 말하자면 ‘결단력’이 있고 ‘행동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 그렇게도 말 할 수 있겠네요.
- 그런 타입들은 기분 전환도 잘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안 되는 일에 구질구질하게 미련을 갖지 않고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확실하게 맺고 끊는 걸 잘 하던데.
이 : 이도 저도 못 하게 되었을 땐 오히려 아예 그 일을 신경 안 쓴다거나 한 발 물러서서 여유를 갖는 게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 이쿠타상은 이도 저도 못 하게 되었을 때, 일단 다른 일을 시작하곤 하나요?
이 : 항상 갈등해요. 보통 이도 저도 못 하게 되면 ‘일단 한 숨 자자’고 생각하곤 하지만 때론 신경이 흥분 된 상태라 잠이 안 오기도 하거든요. 저도 인간이다 보니 그러 단순하게 되지만은 않거든요. 앞으로 그렇게 맺고 끊는 게 확실해 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힘들 때 ‘랄랄랄라~’라고 소리 내어 즐겁게 노래 하면 기분이 바뀌기도 하나요?
이 : 아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걸요. (웃음)
- 미안해요. 생각 해 보니 그건 너무 낙천적인 것 같네요. (웃음) 하지만 이쿠타상이 얼굴을 찌푸리고 고민하시는 걸 본 기억이 없는걸요.
이 : 저도 의기소침해 지는 때는 있는걸요.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더더욱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 하게 되곤 하거든요.
-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얘긴가요?
이 : 그렇죠. 지금은 ‘행복함(幸)’과 ‘괴로움(辛)’ 한 가운데에 있다고 할까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연습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괴롭기도 하거든요. 사람이란 여유가 없어지면 표현도 그에 따라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극한까지 몰렸을 땐 그저 ‘바빠! 더 이상은 못 해!’라고 부정적인 모드로 돌입하곤 해요. 하지만 그럴 때에도 항상 ‘이렇게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는 데 대한 감사’와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같은 행복한, 플러스적인 감정들을 더욱 더 소중히 해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 것도 숨기지 않은 ‘아이돌’로서의 자신
- 뮤지컬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을 하다 보면 ‘아이돌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지 않나요?
이 : 아무래도 저 자신을 가장 많이 드러 낼 수 있는 것이 아이돌이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노기자카에서는 숨김 없는 ‘본 모습’을 드러내고, 그런 부분을 팬분들께서 좋아 해 주시고 응원 해 주시고 계시다는 감각이 있거든요. 저 역시도 6년이나 활동을 하다 보니 더 이상 숨기는 건 없고요. 어떻게 보자면 팬 여러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큰 가족과도 같은 관계성을 맺고 있기에,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게 아이돌 특유의, 아니 노기자카라는 그룹 특유의 좋은 점이라 생각해요.
- 이쿠타상은 ‘본 모습’ 조차도 매력적인 분이시니까요.
이 : 지금까지 사실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걸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어요. 노기자카에 있을 때는 어디까지나 ‘집에 있을 때의 저 자신’을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와 멤버들과 이야기를 할 때가 차이가 전혀 없어요. 아무리 TV 카메라가 찍고 있다 해도 그런 점은 변화가 없고요.
- 언제나 자연스러운 거네요. ‘아이돌이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지’라는 의식이 없는 거지요?
이 : 그다지 의식하지 않아요. 물론 이게 ‘일’이라는 의식은 있지만, 그 때문에 저 자신의 모습을 꾸미거나 하지는 않아요. 무리를 하거나 꾸미거나 하다 보면 얼마 안 가 참지 못 하고 폭발 해 버리는 성격이다 보니.
- 그렇게 보면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너무나도 딱 맞는 재능이 있는 것 아닌가요?
이 : 제가요? 하나도 없다고 보는데요. 없어요 없어.
-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이쿠타상은 어마무시하게 아이돌성이 높은 사람인걸요.
이 : 아이돌성이요? 에?! 생각도 해 본 적 없는데요.
- 그룹 전체에서 봐도 손꼽히는 수준이라 보는데요.
이 : 설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웃음)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 아니 그렇게까지 부정 할 건 없잖아요. (웃음)
이 : 아니 사실 지금까지 저 개인적으로는 ‘나는 아이돌이랑 맞지 않는다’고 고민 해 왔는걸요. 그리고 지금도 아이돌에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 애초에 엄청 재미 없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노기자카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정말 심했지요.
- 재미 없고 융통성 없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진지하고 진중하다는 말 아닌가요? 아이돌 이쿠타 에리카가 제 맛을 내는 건 ‘규정된 연기’ 보다는 ‘자유 연기’를 할 때라 보거든요.
이 : 에? 정말인가요?
- 이쿠타상은 그렇게 자유롭게 활동을 할 때, 전신에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귀여움’이나 ‘독특함’이 절로 드러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이 :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 그러니까 이쿠타상은 정말로 아이돌에 걸맞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이 : 아니 정말로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웃음)
- 물론 뮤지컬 배우로서 활약하시는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께서 아이돌로서 활약하는 이쿠타상의 모습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하실 것 같네요.
이 : 네. 감사한 일이지요. 노기자카에 대한 사랑, 그리고 노기자카 덕분에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게 말이에요. 제게 있어 노기자카란 안심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 뮤지컬쪽 인터뷰를 하실 때는 아무래도 ‘제국극장이라는 큰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좀 더 의식을 가져야지’라고 생각 하실 것 같은데요.
이 : 네. 그런 면은 있어요. (웃음)
- ‘배우’ 입장에서 질문에 답하거나 하지요?
이 : 네. ‘오피셜’ 모드에 들어가죠. (웃음)
- 오피셜 에리카가 되는군요. (웃음)
이 : 아하하하하. 하지만 다들 그렇지 않나요?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랑 회사 회의에서 이야기 할 때는 다르잖아요.
- 아니 사실 어떻게 보자면 이것도 오피셜이긴 합니다만.
이 : 아! 그런가요. (웃음)
오피셜 에리카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
- 내년에도 제국극장에서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에 서게 되셨는데요, 앞으로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 : 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 잠시동안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떨어 져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이 동안은 노기자카 팬분들과 좀 더 많이, 깊이 교류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저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 해 묵묵히 해 나갈 뿐이죠. 바라는 게 있다면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주었으면 하는 거고요. 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뭔지 이야기 하고 있었죠? 지금은 응원 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더 많이, 깊이 교류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 아이돌로서 최선을 다 해 활동하겠다는 얘기네요.
이 : 그렇죠. 그리고 무대를 하며 배운 것들을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위해 활용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라이브가 하고 싶네요. 뮤지컬곡이나 노기자카의 곡, 여러 곡들을 불러 보고 싶거든요.
- 오! 솔로 라이브 선언인가요.
이 : 네. 정말 작은 회장이라도 상관 없으니까요.
- 디너 쇼 형식은 어떤가요?
이 : 음.. 디너쇼는 아무래도 노기자카를 졸업 한 뒤에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오피셜’일 때, ‘오피셜 에리카’가 할 일인 것 같아요.
- 아하하하
이 : 그런 뭔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함께 펜라이트를 흔들면서 신나게 공연을 할 수 있는, ‘뭘 해도 되’는 그런 자유로운 라이브를 해 보고 싶어요.
- 부디 그 꿈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느낀 건데, 좋은 의미로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심했습니다.
이 : 변하지 않았다고요?
- 아, 20살이 되셔서 인간적인 면은 발전하신 것 같지만요. (웃음) 근본적으로는 변함이 없다고 느꼈거든요.
이 : 그거 다행이네요. 초등학생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하나도 안 변했다’는 말을 듣곤 하거든요. (웃음) 예전부터 변함 없이 이런 느낌이랍니다.
-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쿠타상만큼 활약하게 되면 기고만장해지기 마련인데 말이죠.
이 : 어휴 그럴리가요! 전 진짜 별볼일 없는 사람인걸요. 범인이라 해야하나… 아무런 특별할 거 없는 여자아이에요.
- 그럴리가요. (웃음) 아니 주변 환경이 이렇게나 정신없이 변하는 가운데에서도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이 : 엄마가 엄하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항상 혼만 나고 좀처럼 칭찬을 받지 못 하고, 오히려 주의를 받는 적이 더 많았어요. 제가 조금만 기고만장 해 지면 엄마가 제 코를 바로 납작하게 만드세요.
- 집에 있을 땐 기고만장해지기도 하나 봐요?
이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거리가 많을 때, 이래저래 귀찮아져서 게으름을 좀 피웠거든요.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가 ‘내가 니 심부름꾼이니?’라고 화를 내셨어요.
- 어머니의 일갈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건가요? (웃음)
이 : 네. (웃음)
- 이쿠타상은 어머님이랑 닮았나요?
이 : 저를 2배 정도 레벨업 시키면 저희 엄마가 돼요.
- 어떤 부분을요?
이 : 밝은 부분도 그렇고 특이한 부분도 그렇고. 참고로 할머니는 저를 3배 레벨업 시킨 사람이랍니다.
- 결국 족보에서 아래 대로 오면 올수록 특이함이 점점 옅어진다는 얘기네요?
이 : 네! 저만 해도 엄청 옅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