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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선발 아이돌 - 서장
hemod
2014. 3. 5. 15:48
2011년 6월 9일. 그 날은 도쿄 쿠단시타에 위치한 일본 무도관에는 약 8500명이 넘는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리나 최 전열에는 200명이 넘는 여성 아이돌들이 열을 맞추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순위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머릿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AKB48 선발 총선거. 그 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 일대 이벤트는 '국민적인 여성 아이돌 그룹'인 AKB48의 연례행사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앉아있었던 것이다.
이쯤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보고자한다. 내 이름은 나카야 사야카. 1991년 10월 15일 생, 20세. AKB48에 소속되어 있는 현역 아이돌이다.
나는 AKB48에서도 팀 A에 소속되어 있으며, AKB에는 2007년에 들어 왔기에 (기수로 말하자면 3기에 해당된다) 벌써 활동을 시작 한 지 5년차에 해당하는 비교적 고참 멤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2009년에 시작 된 총선거는 1회째부터 3회째에 이르기까지 전부 참가 하고있다.
그리고 나는 지난 두 번의 선거동안 단 한 번도 '순위'를 부여받지 못했었다.
AKB의 총선거는 투표결과 1위부터 40위까지의 멤버들에게만 득표수와 함께 순위를 발표 해 준다. 41위 이하의 멤버들은 순위도, 득표 수조차도 발표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 해, 41위 이하의 멤버들은 선발에 들어가지 못하는 '비선발 멤버'로서 분류되는 것인데, 나는 2년 연속으로 이 '비선발 멤버'였던 것이다.
단, AKB48 그룹의 경우에는 총 인원수가 200명이 넘는 대인원이다보니, 선발로서 발표되는 멤버보다는 발표되지 않는 '비선발 멤버'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AKB48'이라 하면 떠오르는 멤버들의 뒤에는 그 수십배에 해당하는 수의 멤버들이 '얼굴'도,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채, 미디어에도 거의 노출되지 못 하는 '비선발 그룹'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그런 '비선발 멤버' 중 한 명이었다. AKB48에 들어 가 5년이나 지났지만 그 '비선발'에서 단 한번도 벗어 난 적이 없었다. 지난 5년간 나는 단 한번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 지는 곳에 있지 못 했던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지 않는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발'멤버들의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 해 (2011년)의 총선거는 이런 '비선발'로서 살아 온 나의 입장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결과로 끝이 났다. 이벤트의 클라이막스인 1위 발표의 순간, 승자에게 비추어지는 스포트라이트는 바로 내 옆자리에 비추어졌다. 스포트라이트는 나를 지나,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같은 팀 멤버, 마에다 아츠코에게 비추어 진 것이다. 나는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는 곳 바로 '옆'에서,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마에다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그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카양, 1위가 된 마에다 아츠코를 볼 때, 어떤 느낌이었어?" 라고...
아마 물어보시는 분들 역시도 그 때의 내 마음이 매우 복잡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내가 당시에 느꼈던 느낌을 솔직하게 말 하자면... 첫 번째로 '안심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이 해, 마에다상은 1위 자리를 되 찾기 위해 노력한 해였고, 그렇기에 당시 마에다상의 긴장감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순위 발표가 진행 되면 진행 될 수록 마에다상의 긴장은 점점 커 져 갔고, 그에 따라 마에다상은 몸을 덜덜 떨고, 점점 앞으로 몸을 숙이게 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바로 옆자리였던 내게는 그 긴장잠이 너무나도 일목요연하게 느껴지고, 보였다.
2위 발표의 순간, 마에다상의 긴장감은 절정에 달했다. 왜냐면 1, 2위를 남기고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유력 멤버는 마에다 아츠코상, 오오시마 유코상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2위가 발표되는 순간, 1위도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위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오오시마상. 동시에 마에다상의 1위 역시 거의 확정되었기에 나 역시 크게 안도하였던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에는 마에다상과 오오시마상, 둘 중에 누구를 응원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발표가 진행되어 가면서 옆자리에 앉은 마에다상이 긴장하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녀가 내뿜는 엄청난 '기운'으로 인해 옆자리에 앉은 나의 가슴마저도 긴장감으로 졸아드는 것만 같았기에, 마에다상이 1위가 되었을 때, 나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런 긴장감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안도가 되었고, 동시에 기쁨으로 우는 마에다상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나 역시 기뻐졌던 것이다.
위에 적은 내 심경을 보고 느낀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는데, 당시 나는 옆자리에 앉은 마에다상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총선거 발표를 '보고'있었던 것이다. 사실 1위 발표는 나랑은 관계 없는 '남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 나랑 상관 없는 일이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 '비선발 멤버가 되어버린 (=선발에 뽑히지 못한) 분함'은 없었던 것일까?
음... 물론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 '분함'이라는 것이 1차 총선때, 2차 총선때, 3차 총선때 전부 다른 종류의 '분함'이었다. 말하자면 '분함이 진화'해 왔다고나 할까.
첫 번째 총선때는 한동안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의기소침 해 졌었던 것이, 2차 총선때엔 뭐랄까... 그냥 일반적인 '분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묘한 감정을 뭐라고 표현 해야 할 지 모르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 거꾸로 나를 고민하게했다. 그리고 3회째... 언제나처럼 선발에 들지 못 한 나는 1, 2회째와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재미있네.'
뭐랄까,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3회째에도 어김없이 '비선발'이 되어 버린 상황에 대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어째서 그 순간 '재미있다'고 느낀 것인가에 대해 이유를 적은 책이다. 음... 다시 말하자면 내가 지금껏 닦아 온 '비선발 아이돌'로서의 삶의 방식을 적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표현이 이상 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랑 받는 것도, 받지 않는 것도 아닌 '비선발 아이돌'이다. 물론 이런 '비선발 아이돌'이 되고싶어 된 것은 아니다. 이런 나도 처음에는 '선발'이 되기 위해서, 비선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노력하고, 괴로워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그 결과 비선발로서 살아가는 방식을 체득하거나, 비선발 나름의 보람이나 즐거움을 발견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찌보자면 '비선발 아이돌'이라는 데에 대해 묘한 긍지조차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긍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마저 갖고있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이돌 세계에 들어왔기에, 아이돌 업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떤 세계건간에 경쟁이라는 것이 있고, 승자가 있으며, 동시에 패자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있다. 그리고 어느 세계건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위 '선발'들과,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소위 '비선발'들이 나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 하면 실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서 '비선발'인 분들 중, 아직 '비선발 나름의 보람'이나 '즐거움'을 찾지 못 한 분들에게 이 책을 바치는 바이다. 그런 분들께 나의 '비선발 아이돌로서의 삶의 방식'을 전해드리고, 나의 삶의 방식을 참고로하여 그분들께서 '나름의 보람'이나 '즐거움'을 발견 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혹시나 그런 '비선발'로서의 인생을 보내시는 분들께서 내 책을 읽으시고 용기를 얻으실 수 있다면 그것 이상으로 보람있는 일은 없으리라.
서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