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와기 유키, 와타나베 마유 '왕복서간' 네 번째 편지
네 번째 편지
팀 B
AKB의 '막내동생' 팀으로 발족한 팀 B가 극장에 데뷔하였다. 첫 공연은 2007년 4월 8일, 첫 세트리스트는 팀 K에게서 물려받은 '청춘걸즈' 공연이었다. 첫 공연부터 객석은 만원이었다.
하지만…
공연 이틀차에 와타나베 마유가 피로골절로 대열을 이탈하는 등, 수 많은 멤버들이 차례차례 부상, 컨디션 난조로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심한 때는 겨우 9명으로 공연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안은 항상 수 많은 팬들의 성원과 열기로 가득했다. 당사자들 조차 '그 때만 해도 너무 어렸기에 저희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지 알 수 없었어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상징하듯 쉬는 시간이면 온 대기실을 누비며 술래잡기를 하는 멤버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본격적으로 시련이 몰아 친 것은 어느 여름날, 하루에 세 번의 공연을 소화해야 했던 날의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한 선배들 대신 팀 B가 하루에 세 번이나 무대에 서야 했던 것이다.
팀 B의 두 번째 공연은 10월 2일부터였고, 세트리스트는 팀 A로부터 물려받은 '만나고 싶었어' 공연이었다.
그 때부터 조금씩이나마 객석에 빈 자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 할텐데'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으면 안 돼'
라는 위기감이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2008년 3월 1일, 팀 B의 첫 오리지널 공연 '파자마 드라이브'가 시작 된 것이다.
자신들만의 공연
자신들만을 위해 만들어 진 공연…
그리고 이 사건은 카시와기와 와타나베에게 큰 힘을 주었다.와타나베 마유 귀하.
어젯 밤, 꿈을 꾸었어요.
'이거 꿈이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저도 모르게 체온이 확 오르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습니다.
그 꿈은, 다름 아니라 저희 팀 B의 첫 오리지널 공연, '파자마 드라이브'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3월 1일에 시작되었지요. 아직 벚꽃 꽃망울이 조금씩 분홍빛을 띄기 시작 할 정도의 이른 봄이었는데,
어째서인지 꿈 속에서는 이 공연의 첫 곡, '첫날(쇼니치)'를 부를 때 활짝 핀 벚꽃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더군요.
자연스레 옮겨가던 제 시선은 무대 한가운데, 센터 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 곳에는 마유, 당신이 서 있었지요.
처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저희에게 이야기 해 주었는지
그런 상세한 상황까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다음 공연은 팀 B 오리지널 공연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나도 크게 놀라 3미터 정도는 뛰어 올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만큼 뛰어 올랐을 리는 없었겠지만, 그 정도로 기뻤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음. 뭐랄까요.
아! 사 두었던 복권이 당첨되어 3억엔을 받은 것 정도로 기뻤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정도로 기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뻤지요.
아니 과장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요.
AKB48라는 그룹을 좋아했었기에 선배님들이 하시던 공연을 물려받아 하는 데에 큰 불만이 없고, 오히려 기뻤습니다만
내심 모두들 '우리는 언제쯤 오리지널 공연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 할 때쯤 발표 된 일이었기에 그 기쁨은 2배, 3배… 아니네요 10배, 100배로 컸었던 것 같네요.
레코딩 스튜디오에 멤버 전원이 모였을 때, 오프닝곡인 '첫 날'의 가사 카드를 받았었지요.
그 가사는 누가 보아도 저희들 팀 B를 위한 노래…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는 가사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누구의 파트인지 표시 하는 가이드에도 선배들이 아닌 저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요.
1년 전만 해도 선배님들의 이름으로 파트 분배가 적혀 있는 가사 카드를 받아들고, 선배님들의 위대함을 실감했었는데, 그 때 저희가 손에 든 '첫 날' 가사 카드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카시와기 유키', '와타나베 마유'라는 자신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멎지를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 어린 10대 소녀였던 저는 다른 이를 배려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멤버들이 열심히 노력 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유의 노력이라는 것은 저 같은 사람이 감히 따라 갈 수조차 없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마유가 노력 했었는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솔직히 말해서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저희 엄마와 마유의 어머니 두 분이서 식사를 하러 가셔서는 이야기를 나누시다 예전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시더라고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마유는 매일 학교도 빼놓지 않고 나갔고, 학교가 끝나면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와 연습을 했었다고.
때로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의 기절하듯이 풀썩 쓰러져 버린 적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마유는 단 한 번도 약한 소리를 하지 않았었지요.
그건 마유가 약한 모습을 남들에게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너무 노력만 한 탓에 쓰러져 버린 것이었겠지요.
팀 B의 첫 공연, '청춘 걸즈' 두 번째 공연날에 마유가 피로골절을 당한 것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마유가 부상을 당했을 때도 '불쌍하다'는 생각 밖에는 하지 못 했어요.
'내가 다쳤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엄청 탓했을 것 같아' 라던지 '나라면 극복 해 내지 못 할 것 같아' 같은 생각밖에는 하지 못 했어요.
마유가 어떤 마음이었을 지를 헤아릴 줄 알았다면 생판 남인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주제가 아님에도…
그 때, 마유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못 한 저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지금이었다면
마유를 꼭 안아주며
'힘들었지?'라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었을텐데 말이지요…
마유…
당신은 제게 있어 영원한 '센터'이자
때로는 귀여운 여동생이며
때로는 딸이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한 친구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제게 있어 큰 '자랑거리' 입니다. 그게 언제 어떤 때라 해도.
유키링에게
저는…
저는…
아무런 힘도 없고, 내세울것도 없는데다가 재능도 없고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노력하고 노력하고… 어쨌든 그저 노력 해야만 남들이 하는 만큼이라도 따라 갈 수 있어요.
때로는 그런 저를 보고 '스토익하다'고 말씀 해 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당연히 하는 것 뿐인걸요.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조금 이상한 사람인 것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 너무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뭐, 혈액형이 AB형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 '이상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좀 배배꼬인 사람이라 해야 할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 하는 것도 좀 웃기고…
뭐, 그냥 저는 평범한 사람인 것으로 해 두지요. (웃음)
이런 제가 보기에 유키링 역시 꽤나 특이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배배꼬인 저를 보고 항상 '귀엽다'고 해 주는걸요.
저 스스로는 제가 귀엽다고 생각 해 본 적도 없고, 오히려 어느 쪽이냐 하면 얼굴이고 성격이고 못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매번 쉽게 낙담하고 반성 할 일 투성이고…
이런 저를 항상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다정하게 봐 주며 '귀엽다'고 이야기 해 주는 건 유키링이랑 삿시 정도 뿐인걸요.
물론 그런 것들이 유키링과 삿시의 배려라는 것 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한 사람의 여자아이인지라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뻐요.
항상 고마워요.
AKB48에 들어 와 겪은 일들 중 기쁜 일들은 참 많았어요. 애초에 들어 온 것 부터가 기뻤고, 총선거 1위를 했었을 때도 기뻤고요. 그렇기에 언제가 가장 기뻤느냐고 골라 보라면 고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아마도 유키링과 함께, 같은 팀 일원으로서 처음으로 오리지널 공연 '파자마 드라이브'를 받았을 때 역시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이거 내 얘기네…'
오프닝곡 '첫 날' 가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코 끝이 찡했었지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이거구나.
내가 원했던 것이 이거구나..
나는 이 것을 하기 위해 지금 이 곳에 있는 거구나.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곡, '첫 날'이라는 곡은 팬 여러분의 투표로 제 2회 AKB48리퀘스트 아워에서 1위를 차지 한 적도 있었지요.
매사 뒤쳐지기만 했던 팀 B가, 모든 이들에게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신나하기도 했고, 티도 얼마 안 날 정도로 약간이긴 했지만 평소보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키링, 당신도 그랬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제게 있어서나 유키링에게 있어서나, 그 외 초대 팀 B멤버들에게 있어서나 너무나도 소중한 곡이기에 더더욱 사이타마 수퍼 아리나에서 열린 졸업 콘서트 때는 좀 더 제대로 부르고 싶었어요.
오프닝부터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주겠어. 라는 마음으로
처음 선보이는 40인 오케스트라 버전에 평소보다 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무대에 임했는데도…
회장을 가득 메운 1만 7천개의 푸른 펜라이트가 눈에 들어 오는 순간 목이 메어 노래라 나오질 않더라고요.
아 이걸 어쩌지… 어쩌지…
노래를 할 수 없잖아. 어쩌지…
그렇게 많이 연습을 했는데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나란 애, 정말 못 써먹겠다…
최악이야…
저 스스로를 채찍질 해 가며 어떻게든 노래를 이어 갔지만… 2코러스때쯤부터 결국 노래를 이어 갈 수가 없었어요.
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울어도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들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아침에 일어 났을 때부터 뭔가 하루종일 현실감이 없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오늘 뭔가 좀 이상하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첫 곡부터 눈물을 흘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참아도 참아도 못 참아내서 눈물을 흘렀던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 날 그 눈물은…
AKB48에 대한 제 마음이라던가…
항상 저를 응원 해 주셨던 팬분들에 대한 마음처럼
저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했던 수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말 그대로 '봇물이 터지듯' 터져나온
눈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