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와기 유키, 와타나베 마유 '왕복서간' 여덟 번째 편지
여덟번째 편지
울음, 기쁨, 분노, 슬픔
와타나베 마유가 카시와기 유키가 기다리고 있던 팀 B로 돌아 간 것은 2014년 4월 28일의 일이었다. 이 날 첫 공연을 맞이한 팀 B 6th 스테이지 ‘파자마 드라이브’ 공연에서 팀 B로 복귀 한 것이다.
2013년에 발매 된 30th 싱글 ‘So long!’에서 처음으로 센터 자리에 서게 된 와타나베 마유는 팀 B로 복귀 한 뒤, 36th 싱글 ‘래브라도 리트리버’에서 통산 두 번째 단독 센터에 서게 되었다. 그 뒤에 행해진 총선거에서도 1위를 획득, 37th 싱글 ‘마음의 플래카드’에서도 센터자리에 서며 처음으로 2작품 연속 센터로서 활약 하였다.
순풍을 등에 업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나가기 시작한 와타나베 마유에 비해 카시와기 유키는 한 걸음 한 걸음… 때로는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착실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야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문득 돌아보면 언제나 그 곳에는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
운명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이 AKB라는 그룹에 들어 와,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재회 한 카시와기 유키와 와타나베 마유.
이 당시 한 잡지에 실린 두 사람의 대답에는 이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잠시 한눈을 팔기는 했지만, 결국 다시 화해한 연인처럼… 관계가 예전보다도 더 깊어 진 느낌이 들어요.’
그 두 사람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 하는 세계.
서로를 의식하며, 서로를 더 높은 경지로 이끌었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주머니에는 차마 다 담지 못 할 만큼 너무나도 많은 추억들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추억이.
참지 못 하고 눈물을 흘렸던 추억이.
숨이 막힐 정도로 외로웠던 추억이.
그리고 분노에 몸을 떨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상대방의 눈 앞에서 사라졌던 추억조차.
와타나베 마유 귀하
눈을 감으면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눈가에 선합니다.
데굴데굴 뒹굴며 웃어대던 마유의 모습이나
차가운 호수 물 보다도 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마유의 모습,
순진무구한 미소를 띄고 나에게 웃어주던 마유의 모습.
여기서 질 수 없다며 두 다리로 대지를 박차고 필사적으로 달리려 하는 마유의 모습.
그 모든 모습들이 제게 있어 전부 보물입니다.
제게 있어 마유란 어떤 존재일까요?
라이벌? 음… 절대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마유에겐 어느 것 하나도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는걸요. 전 세계의 모든 사람과 적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마유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럼 우리는 친구일까요? 음… 그래요. 그런 관계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자매’일까요?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마유는 제게 동생 같은 존재이지만, 친동생이었다면 이 정도로 무슨 일이건 허용 해 줄 것 같지 않은걸요.
마유의 좋은 점이 뭐냐고요?
얼마든지 댈 수 있어요. 차마 다 얘기를 못 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걸요.
그래요. 우선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귀엽다’는 점이겠지요.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금방 열중하는 점도 귀여워요.
UFO캐처에 몇 천엔씩 쏟아 붓고도 결국 인형을 못 뽑고는 삐져서 입을 삐죽이며 조용히 버튼만 누르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마유가 정말 좋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가라오케에서 노래 하는 모습도, 고기 먹으러 가서는 욕심 내서 잔뜩 주문 하고선 금세 배가 아파져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모습도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요.
물론 안된 일이긴 하지만… 그게 너무나도 귀여워서 말이지요.
정말, 정말, 정말로 좋아해요.
마유가 고쳤으면 하는 점이요?
음… 아, 그래, 메일을 보낼 때 오타가 많은 점이요.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많거든요.
메일 보낼 때 가만 보고 있으면, 메일 본문 쓰는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제대로 확인 하지 않고 그대로 보내는 점은 조금 주의 해 주었으면 해요.
마유유도 어엿한 어른이니까요.
마유에게 화가 나는 점이라…
준비하는 속도가 느린 점에 대해서는 때때로 화도 내고 주의 한 적도 있었지요.
마유는 화장을 할 때도, 옷을 갈아 입을 때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느리니까요.
‘준비 해 주세요’라고 스태프분이 말씀을 하실 때에도 준비가 끝나지 않을 때가 많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일부러 화 난 척 하며
‘빨리 해’
라던지
‘마유는 두고 가자’
라거나
‘시간 계산 하고 준비 하렴’
이라고 차갑게 대할 때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렇게 마유를 혼 낼수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답니다.
생각 해 봐요. 마유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저 말고 없잖아요.
선배들은 마유에게 별 말 안 하지, 후배들은 당연히 이야기 못 하지… 그런 마유를 혼 내는 것은 저 혼자 뿐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며 화난 척 하며 마유를 혼내면서 일종의 우월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유는 내가 그렇게 대할 때 조차도 딱히 내가 ‘화를 내고 있다’던가 ‘혼을 내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유는
‘아, 유키링이 또 옆에서 뭐라 말 하고 있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눈에 보였지요.
그런 모습이 마유 답다면 마유 다운 모습이겠지만, 한 편으로는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도 그럴 게, 저는 진심으로 화 낸 적도 있었는걸요.
뭐, 그런 모습도 귀여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제가 진심으로 마유에게 화를 내는 것은 1년에 한 두번 정도.
마유가 도가 지나친 농담을 하거나 할 때지요.
평소 같으면 마유의 말에 하나 하나 츳코미를 넣고는 하고, 그런 모습이 평소 우리의 일상입니다만, 정말 가끔씩 마유가 도가 지나칠 때에는 진심으로 화를 내며 마유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곤 하지요. 네. 정말 철저하게 반응을 안 하곤 하지요.
아무리 마유가 귀엽게 미소를 지어도,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아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반응도 하지 않지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마유가
‘…미안해…’
라고 고개를 숙일 때 까지 말이지요.
시간을 재 본 적은 없지만 보통 3분 정도 걸리는 것 같네요.
물론 그런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요.
유키링에게
유키링과 나누는 대화는… 99% 정도 진짜 별 내용 없는 잡담이지요. 100마디를 나눈다면 진지한 이야기는 한 두번 정도일까요?
잡담 내용은… 정말로 아무 내용도 없는 ‘아무 말’이라 그 내용을 알면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랄 정도지요.
유키링이 나의 잡담에 장단을 맞추어 주고 있는 것 뿐인지, 아니면 유키링도 그런 잡담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물론 개인적으로는 유키링도 즐기고 있다고 확신하지만요) 그렇게 다정하고 속이 깊은 유키링이 정말 좋습니다.
유키링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특이하다’고 해야 하겠네요.
행동이나 말하는 방식도 솔직히 평범하진 않고요.
아, 물론 제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어요.
유키링을 보며 부러워 지는 점이라…
그렇네요.
비록 초창기에 선배들과의 사이에는 벽이 있었지만, 후배들에게는 벽이 없이 열려 있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아니, 부럽다기 보다는 ‘나라면 할 수 없는’ 면이라 해야 하겠네요.
저 같은 경우,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주지 않는 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는 걸요…
물론 저 역시도 그런 점에 불편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만은 잘 되지 않더라고요.
…타고 나길 그런 성격이라서…
유키링과 보낸 즐거운 추억은 엄청 많지요.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기도 했고,
제가 ‘가자! 가자!’라고 조르면 가라오케도 함께 가 주었지요.
다만, 노래는 저만 불렀어요. 아무리 부탁 해도 함께 불러 주지 않았지요.
유키링은 가만히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지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요 전에 처음으로 함께 노래 해 주었지요.
후렴구 뿐이긴 했지만… 정말 기뻤답니다.
아!
둘이서 함께 디즈니 갔던 거, 기억 하나요?
19th 싱글 ‘찬스의 순서’ 커플링곡 ‘러브 점프’ MV 촬영 다음날… 잠도 거의 안 잔 채 아침 8시 40분에 마이하마역 개찰구에서 만났지요.
둘 다 잔뜩 신이 나서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결국 완전 지쳐버려서 도중에 벤치에 앉아 치킨을 뜯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었지요. 유키링은 놀이기구 줄에 서서 선 채로 잠 들기도 했고요.
제가 신나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 미아가 되었을 때, 유키링은 여고생 그룹에게 붙들려 ‘사진 찍어 주세요’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요. 물론 ‘팬이니 함께 사진 찍어 주세요’가 아니라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사가 필요 했던 것 뿐이었지만요.
그러고 나서 다시 만났을 때, 유키링은 ‘마유가 갑자기 없어져서 그래!’라고 화 냈었지요.
…정말 즐거웠어요.
유키링을 보며 화가 났던 적이라…
‘없다’고 하고 싶지만, 있었어요. 정말 사소한 일 뿐이고,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지만요.
그 중에서 정말 진심으로 화 났던 적은… 둘 다 10대였을 때의 일이지요.
일이 끝나고 도쿄로 돌아오는 마이크로버스 안에서 피곤에 절어 꾸벅꾸벅 졸고 있으려니, 갑자기 뒷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오더군요. 잠에서 깨서 뒤를 돌아 보니 유키링이 스태프분과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시끄럽게 웃고 있었어요.
‘무슨 얘기를 하길래 저렇게 즐거워할까’ 싶어, 졸린 것을 참고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정말 너무나도 별 내용 없는 얘기에 시끄럽게 꺄꺄 거리고 있을 뿐이었어요.
뭐, 지금 유키링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유키링은 조용한 ‘아가씨’ 타입이었기에 속으로 적잖게 놀랐었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어요.
마음 같아서는 자리에서 일어 나, 유키링 곁에 가서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지금 피곤하니까 좀 조용히 해 줘!’라고 소리 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럴 용기가 없었거든요…
지금 저였다면… 음… 아, 지금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네요.
유키링, 그 일 기억 하나요?
아마 잊어버렸을 것 같지만…
내심 ‘조용히 해 줘’라고 말 하고 싶었지만, 말 하지 못 한 채, 결국 가방에서 아이팟을 꺼내 볼륨을 최대로 하고 귀에 꽃은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답니다.
‘조용한 분노’…
나의 그 ‘조용한 분노’를 유키링은 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