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촬영 현장을 떠나 개인적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히라테와 키타가와의 관계는 유일무이한 관계로 승화되었다. 그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은 어떠하였는 지가 궁금해졌다.
키 : 처음 만났을 땐 ‘뭔가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어.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고. 처음 만난 게 캐스팅 된 배우들 대면식이었잖아?
히 : 응. 그랬지.
키 : 그 때 히쨩 머리 금발이었지. 일 관계로 염색했다고 했어.
히 : 응. 그 때 마침 금발이었어.
키 : 그래서 ‘쟤 성격 좀 세 보이네’라고 생각했어. (웃음) 하지만 이야기 해 보니 그냥 평범한 10대 소녀더라고. 금전감각도 그냥 평범했고. 하지만 일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프로로 돌변하더라고. 자기 의견을 적확하게 표출하며 의견 교환을 한다던지. 그 두 모습 사이의 갭이 정말 너무 귀엽더라고. (웃음) 어른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함께 사진 찍자’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그냥 그 나이대의 소녀이기도 하고 말이지.
히 : 갭모에라니… 그럼 이번엔 내가 후미의 첫인상을 이야기 해 볼게. 음… 어떤 이미지였더라… 사실 아마도 너무 긴장해서 후미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했던 것 같아. 나 낯가림이 엄청 심하거든.
키 : 응. 실제로 눈이 마주친 게 2~3번 뿐이었으니까. 계속 자기 무릎만 보고 있었어.
히 : 응. (웃음) 시선은 아래로 떨어뜨린 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몰라서 헤맸어. 일단 인사 하고 자기 소개를
한 뒤에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는 것 만으로도 벅찼거든. 뭔가 미안한데…
키 : (웃음) 결국 내가 엄청 질문을 해 댔었지? 원작은 읽었니? 만화 좋아하니? 라는 식으로 되게 귀찮게 굴었을거야.
히 : 귀찮게 굴다니. (웃음)
키 : 그 때 성심성의껏 대답 해 줬잖아. 사실 나도 10대 때 이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히쨩이랑 비슷했거든. 회의실 같은 데에 들어가서 선배님들께 인사를 하는 것만 해도 엄청 긴장이 됐고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 지도 몰랐고 말이야. 그래서 히쨩을 보며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구나’라는 건 금방 알겠더라고. 나도 낯가림이 심하다보니 히쨩이
이 분위기를 얼마나 어색하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이해가 됐고. 그래서 역시 내가 언니니까 분위기를 바꾸어 보자 싶었어.
히 : 응. 나도 후미가 낯가림이 심하다는 얘기는 들었어.
키 : 그렇지. 그러니까 나도 꽤 용기 내서 말 건 거라고. (웃음) 내가 언니인데 여기서 낯가림이 심하네 뭐네 핑계 대면 안되겠다 싶었지. 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둘
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는 점도 친해진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둘 다 들이대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까 자연스레 마음이 맞았던 것 같아. 사실 누구라도 금방 친해지는
타입도 아닌데다가, 심지어 알게 된 계기가 일 관계면
그 뒤로도 일 관계로만 엮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히쨩이랑은 정말이지 기적적인 타이밍에 만나 좋은 관계를 맺은 것 같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법, 그리고 함께 해 보고 싶은 것
- 키타가와와 히라테는 상대방에
대해 나이 차이, 몸 담고있는 장르의 차이 등을
넘어 서로를 존경하고 있고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존재라 이야기 해 주었다. 각자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에도 서로를 만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쥐어짜 낼 정도라는 두 사람. 함께 해 보고 싶은 일도 잔뜩
있다고 한다.
키 :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자주 만나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이 잠깐 만나서 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라는 게 좀 아쉬워.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말이야.
히 : 그렇지.
키 : 헤어질 때가 되면 ‘지금까지 무슨 얘기를 나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하지만 그렇게 만나서 금방 시간이 간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잘 맞는다는 얘기겠지.
히 : 응. 무조건 그렇지.
키 : 생각 해 보면 15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니까, 일반적으로는 세대차이도 느껴질 법 한데.
히 : 세대차이라… 있으려나? 사실 나 같은 경우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대부분 30대인걸.
키 :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그런 게 아닐까?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여고생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엔 흥미 없어 보이는걸.
히 : 그건 그래. 하지만 ‘가급적 지금 이 순간을 살자’라는 생각은 갖고 있어.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타피오카 밀크티 (※버블티)에 대해 큰 흥미는 없어도 일단 한 번은 마셔 본다던가. 그렇게 하는 건 좋아해.
키 : 나 같은 경우에는 버블티 하나 마시겠다고 몇십분씩 줄 설 엄두조차 못 내는데 말이야. 그러다 보니 편의점에서 파는
것 말고는 마셔 본 적도 없어.
히 : 에! 정말? 그럼 안돼! 얼마나 맛있는데. 꼭 마셔봐. 아, 그래. 다음에 만날 때 사 갈게.
키 : 그렇다면 차라리 함께 줄 서서 사 마시자.
히 : 응! 함께 줄 서서 마시자!
키 : 그러고 보니 요 전에 만났을 땐 나 때문에 미술관에 줄 섰었네.
히 : 그랬지. (웃음)
키 : 우에노에 있는 도쿄도립 미술관이었지? 클림트(※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의 상징주의 화가)전 보러 갔던거.
히 : 응. 클림트. 그 땐 입장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 줄 서서 기다렸지.
키 : 심지어 비까지 왔었잖아! 사실 그 때 둘이서 이틀 휴일을 받아서 온천여행 가자고 했었는데 둘이 동시에 이틀씩이나 휴가를 맞출
수 없었지. 하지만 하루 정도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어서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클림트전에 끌고 갔었잖아.
히 : 끌고 갔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미술관 좋아하는 걸!
키 : 응.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흥미를 가져 줘서 고마웠어. 미술관에 함께 간 건 그 때가 처음이지?
히 : 같이 식사하는 것 외에 어딘가를 함께 간 것 자체가 그 때가 처음이잖아. 하지만 같이 가자고 해 줘서
정말 좋았어. 정말 멋진 그림도 많았고.
키 : 정말 대단했지. 특히 누다 베리타스(※벌거벗은 진실이라는 뜻으로 클림트의 대표작 중 하나)라는, 전라의 여성이 그려진 작품이 좋았어. 위아래로 긴 캔버스에 중성적인 여성이 그려져 있고, 여성의 발부분을 뱀이 휘감고 있는 작품 말이야. 우리 둘이 다 좋다고 했던건 ‘언덕이 보이는 정원’이라는 꽃밭 그림이었던가?
히 : 응. 그거 정말 좋았어. 그것 말고도 출입문 근처에 걸려 있었던 ‘헬레네 클림트의 초상’이 좋았어.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아이의 옆모습 그림. 정말 좋아서 엽서와 굿즈까지 샀을 정도.
키 : 나도 마음에 드는 것들을 여러 종류 샀는데 알고 보니 둘이 산 게 거의 겹쳤지.
히 : 응. (웃음)
키 : 정말 좋은 자극이었어. 일 면에서도 여러 모로 참고가 되었고. 둘이 서로 ‘이런 세계관으로 MV 찍어보고 싶다’던가 ‘이런 의상 입어보면 어떨까?’같은 얘기를 했잖아.
히 : 응. 했었지.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어.
키 : 그러니까 정말 언젠가 시간 넉넉하게 잡고 온천에서 하루 묵으면서 진득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
히 : 응. 가고 싶어.
키 :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까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역시 ‘18살짜리가 이런 여행 계획에 찬성하다니, 역시 좀 애늙은이 같은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 (웃음)
히 : 애늙은이 같다? 그런 부분도 있을 지 모르겠네. 하지만 후미랑 둘이서 느긋하게 있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