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그런 생각을 갖고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는 건데, 뭔가 그런 것을 실감 한 적은 없었어?
히 : 음… 뭐라 해야 하지… 코로나 자숙기간이 끝나기 1주일 전 쯤인 것 같은데요. Mrs. GREEN APPLE의 'WanteD! WanteD!'라는 곡의 MV에 출연 해 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들어 왔어요. 깜짝 놀라긴 했지만 예전부터 알고 있고, 좋아했던 곡이었거든요.
때마침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이나 입학식을 하지 못 한다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거나, 고시엔에 나가지 못 하는 등, 기분이 축 처진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그렇게 기분이 축 처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 하는 거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이야기 했어요. Mrs. GREEN APPLE쪽 뿐 아니라 저희 팀에도 말이죠. 그렇게 만들어진 MV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어떠셨어요?
- 엄청 좋았어.
히 : 생각 해 보니 감상을 들은 적이 없구나 싶어서요. (웃음)
-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치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걸. 히라테상에게서 이만큼이나 에너지를 이끌어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히 : 헤에~
-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히라테상의 퍼포먼스가 멋졌고, 순수하게 느껴졌다는 얘기야. 진심으로 히라테상은 일을 할 때 ‘이게 제 일인걸요’ 같은 마음으로 임하지 않는구나. 라고 느꼈어.
히 : 아하하하!
- ‘네... 네… 알겠어요. 이 옷 입고 이렇게 춤 추면 되죠?’ 라는 식이 아니라는 얘기야.
히 :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안무가 다 있었는데도 실제로 MV에 쓰인 건 제가 막 자유롭게 춤 춘 부분이었는걸요. (웃음)
- 그랬구나.
히 : 네. 정말 자유롭게 막 뛰어다니는 장면 같은 게 들어 가 있어서 내심 ‘어라? 나 분명 제대로 안무 소화 했을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없었을까?
히 : 음… 많은 분들께서… 특히 제가 이렇게 웃고 하니까 ‘케야키자카를 나오길 잘 했어’라던가 ‘케야키 나오고 나서야 웃는구나’라는 식으로 생각 하실 거라 보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 보다는 단순히 ‘그 곡이 그런 곡’이라서, ‘그 곡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이나 행동’이라 생각하기에 솔직히 ‘케야키를 나오고 말고는 크게 관계 없는데…’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지금까지 그 곡만큼 업템포의 곡을 해 본 적 자체가 거의 없었던데다가 외국 팝송같은 부분도 있는 곡이고, 약간 삐딱한 가사의 곡에 맞추어 퍼포먼스 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뭐라 할까요… 제게 있어 전부 처음 겪는 경험들 뿐이라 신선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모로 시도 해 볼 수 있었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고, 자연스레 여러가지 모습이 우러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정말 말 그대로 전부 ‘그 곡 덕분’이라 해야 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Mrs. GREEN APPLE을 좋아하기도 했고, 가급적 라이브도 찾아 갔고, 라이브 영상 같은 것도 꾸준히 봤거든요. 사실 보컬인 못쿤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만-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기에 저 역시 그런 목소리에 지지 않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 하겠다는 마음도 갖고 있었고요. 서로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기에 그 MV를 보신 분들께서 ‘MV를 보고 가사를 다시 한 번 읽었어’ 라던지 ‘MV를 보고 다시 한 번 찬찬히 곡을 들어 봤어’라고 말씀 해 주시는 것이 너무 기뻐요. 그 곡이 처음 나왔을 때 부터 즐겨 들었고, 저 자신도 힘들 때 그 곡을 듣고 힘을 받았거든요. 어느 정도냐면 가사를 읽으며 ‘어째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듣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 것 같고요.
실제로 못쿤도 ‘비웃듯이 삐딱하게 노래 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런 ‘삐딱함’을 숨기지 않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 오지 않았던 종류의 퍼포먼스였기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보여드린대로 퍼포먼스를 해서 ‘아 저건 히라테 유리나구나’라고 생각하시게 하는 건 싫었어요. 음… 단순히 ‘WanteD! WanteD!’라는 곡에 등장하는 한 여자아이’라고 받아들여 주시면 가장 좋겠네요.
곡조가 귀여운 톤으로 진행 될 때는 저도 귀여운 안무를 추기도 하고, 곡 진행에 맞추어 삐딱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다리 위에서 껑충 껑충 뛰는 장면도 있는데 그 모습을 보시고는 매니저님이 ‘얘, 바보니?’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웃음) 개인적으로 그 감상이 정말 좋았거든요. 보시는 분들께서 그 여자아이를 ‘바보’라고 생각 해 주신다면 좋겠어요. 애초에 이 곡의 주인공은 자기 앞에 펼쳐질 미래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필사적으로 도망 갈 뿐이죠. 도망가는 대상이 ‘어른’들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도망 가면서도 자신이 찾고 싶은 것은 확실히 알고 있는 아이라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 냈어!’라고 기뻐 할 정도의 일을, 이 아이는 ‘우와아아아아!! 해냈어!!!’ 정도로 기뻐하는거죠. (웃음) 기뻐서 방방 뛰면서, 표정도 엄청 기쁘게 웃고, 양 손을 힘껏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매니저님도 진심으로 ‘얘, 바보구나’라고 말씀 해 주신 것 같아요. (웃음) 그 말을 듣고 ‘아, 역시 그렇게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 그렇구나. 그거 대단한걸! 아, 그리고 주인공말인데 엄청 매력적이었어.
히 : 헤에~
- 분명 아까 말한대로 ‘바보’고, 제멋대로인 구석도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되려 매력적이었어. 그리고 그건 연기한 히라테상의 대단한 점이라고도 생각해. 물론 곡과 상성이 잘 맞은 것도 있을 지 모르지만, MV주인공의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모습을 표현 해 내고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은 히라테상의 연기가 얼마나 높은 해상도를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
히 : 어느 부분인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 나는데요, 가사 중에 갑자기 전부 카타가나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거기랑 가사 중에 ‘그 아이는 바보라서 인생을 거침없이 살고있지’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두 곳은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더 이야기하자면 후렴구중에 ‘서두르지 않아도 돼? 조금씩 깨달아 가면 돼?’라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노래만 들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조금씩 깨달아 가면 돼.’라고 들리거든요. 하지만 가사를 보면 물음표가 들어 가 있단 말이죠. 다시 말하자면 이 곡의 주인공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얘기에요. 그런 미묘한 부분도 표현 해 내고 싶었어요.
이런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좋은 의미로 서로가 서로를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같아요. 둘이서 이런 얘기를 4시간 가까이 했거든요. 그 정도로 저를 생각 해 주신달까, 배려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었어요. 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힘이 되는 말씀도 해 주셨고, 힌트가 될만한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어요. ‘미세스’ 여러분께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젠가 또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그랬구나. 내가 보기에 히라테상은 맡은 일을 하나 하나 해 나감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게 있는 것 같거든? 물론 주어진 안무를 틀리지 않고 선보인다던가, 받은 노래를 완벽하게 마스터한다던가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 말이야. 내가 느끼기에는 그것이 바로 ‘지금 맡은 일에 100%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전부 바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 자신이 생각하기엔 어때?
히 : 말씀하신대로라고 생각해요. (웃음) 어떤 일이건, 어떤 작품이건간에 저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고 할까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성격상 뭐든 어중간한 것을 싫어하는지라 할 거면 확실히 하고 아니면 아예 안 한다는 구분이 확실한 것 같기도 하네요.
- 그것이 바로 히라테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규칙이자, 매너 같은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
히 : 하하하하하. 하지만 그렇게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상대방 뿐 아니라 저희 팀 여러분, 그리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분들께 실례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각자 맞는 방식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렇기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편한 방법이 있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네요. (웃음)
- 하지만 히라테상은 솔직히 그런 편한 길을 누가 알려줘도 그 길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히 : 그런가요… 하긴 매사 적당적당한 사람들은 딱 보면 안다고 할까요… 알아채기가 쉽다고 할까요… 여하튼 ‘저렇게 살기는 싫어’라고 생각하곤 해요.
- 그럼 어떤 일에 ‘나 자신을 온전히 바치지 못 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어?
히 : 있었죠. 제가 불안함을 느끼는 요소 중에 그것도 꽤 크거든요. 하고자하는 마음도 있고, 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 해도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 내 정신과 육체가 버텨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크고요.
- 정신과 육체가 버텨낸다니?
히 : 히 : 음… 뭐라고 할까요. WanteD! WanteD! 촬영은 사실 꽤 예전에 한 거거든요? 그리고 MV촬영이 끝나고 5일 뒤가 영화 촬영 재개일이었어요. 영화 촬영을 위해서는 거기에 맞춰서 머리 스타일도 바꿔야 했는데, 머리를 바꾼 바로 다음날이 촬영 재개일이었던데다가, 영화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를 찍어야 했지요. 그렇기에 'WanteD!' MV 촬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렇게 중요한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불안했어요. '이 영화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그게 뭔질 정확히 모르겠어'라며 매일 밤 매니저님께 전화로 하소연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웃음)
- ‘잘 모르겠다’니, 뭐를 잘 모르겠다는 얘기야?
히 : 무엇보다도 '내가 이 역할을 잘 해 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을까'라는 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렇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저찌 촬영이 무사히 끝난다고 한들, 결국 다른 분들께 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고민이랄까… '어쩌면 좋아'라는 생각이었지요.
- 그런 '불안'이나 '자신 없음'이란 거, 어떻게 보자면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히라테상의 룰이랄까 매너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히 : 아! 분명 '할 바에는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하자'라는 생각은 갖고 있으니까요… 음… 그렇게 생각하면 그 때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 바로 그 며칠이 중요한거지. 'WanteD!'의 MV를 찍고 '페이블' 현장으로 돌아갔던 그 4~5일 정도가 히라테상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 히라테상 자신의 생각을 듣고 싶은게 있는데, 'WanteD!' 촬영부터 '페이블' 현장으로 돌아갈 때 까지 히라테상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몸 상태로 임했는지 이야기 해 줄 수 있어? 우선 'WanteD!' 촬영부터.
히 : 촬영 당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걸요. (웃음) 정말로 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촬영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 MV를 통해 무언가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것 같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촬영에 앞서서 둘이 길게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Zoom을 톨해 미세스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어요. 그리고 촬영에 임할 때는 이 곡을 만든 사람, 그리고 이 곡을 부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어받아 표현해 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부담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타협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누구 하나 적당히 타협 할 생각은 없었던 거죠. 그렇게 촬영에 임하다 보니 어떻게 촬영을 했고, 어떻게 영화 촬영 현장으로 되돌아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정말로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하는 거구나.
히 : 촬영장 오프숏 사진 중에 제가 편하게 잠들어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거든요? 사실 잠든 기억도 없어서 그 사진을 보고는 '현장에 이런 침대가 있었나?'라며 깜짝 놀랐어요. (웃음) 아, 그리고 휴게소에서 라멘 먹는 사진을 보고 '아, 라멘 먹었었나보네'라고 생각 한 정도예요.
- 그렇구나. 기억을 못 하는구나.
히 : 네. 기억 안 나요. (웃음) 그러고 나서 어디 갔었지? ViVi 촬영이었나?
(매니저 : 그 다음날은 후시녹음 하러 갔지)
- 다음날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 하는구나?
히 : 아, 녹음날은 그래도 좀 기억 나요. 'WanteD!'가 끝나자마자 이번엔 '삼각창'의 히우라 에리카가 되어야만 했기에, 무엇보다 '몰입 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어요. (웃음) 하지만 저희 팀 분들은 저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계시는지라, 제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그 때 일은 그 때가 되면 생각하자 '라고 말씀을 해 주셨기에 그 말씀대로 따랐어요. 물론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도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요.
- 그런 조언을 받으면 따르는구나?
히 : 네. 사실 영화 후시녹음은 처음이었어요. 그렇기에 뭘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몰랐거든요. 현장에 가 보니 노래 녹음하는 스튜디오를 넓게 만든 버전? 같은 방에 들어갔는데, ‘이제 여기서 뭘 어떻게 하는거지?’라고 생각했지요. 꽤나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디렉션 해 주시는 분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경험하고, ‘삼각창’에 관여되신 모든 분들의 힘을 빌어서 어찌저찌 작품을 마무리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녹음이 끝나자마자 잡지 ViVi 촬영장으로 향했는데, 아무래도 그 일은 제가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옷'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이렇게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 해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현장 역시 ViVi 스태프 여러분과 저희 팀 코디분, 매니저님 등 여러 분들의 힘을 빌어 어떻게든 일을 끝낼 수 있었지요.
그러고나서 '페이블' 준비를 위해 미용실로 갔던 것 같은데…
-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히라테상의 '마음'이나 '고민'은 어떤 상태였을까?
히 : 정확힌 모르겠지만 정말 '너덜너덜한 상태' 아니었을까요. (웃음) 그렇다고는 해도 싫어하는 일도 아니었고, 뭐니뭐니해도 '해내야만 한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ViVi' 표지 촬영때가 때마침 'WanteD!' MV가 공개 된 때이기도 했기에 촬영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프로모션도 되었고 말이죠. 분명 저도 그런 점을 의식해서 '머리 스타일은 MV 촬영때와 같은 게 낫지 않을까요?' 같은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많은 사람들이 'WanteD!' MV를 봐 주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움직이지 못 했을거라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마음 한 구석에서 진심으로 '전달하고싶다'고 생각했기에 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내가 왜 아까부터 그 '며칠간'에 집착하냐면 말이지, 음… 아까 히라테상이 '너덜너덜한 상태'였다고 했잖아? 그렇게 '너덜너덜한' 채로 달려나가는 것 자체가 히라테상에게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말이야.
히 : 아뇨. 의외로 지금까지 항상 '너덜너덜한' 상태로 달려온 것 같은데요. (웃음)
- 음… 지금까지도 그랬다곤 하지만, 생각 해 보면 지금까지는 '너덜너덜한' 상태면 사람들 앞에 설 때도 숨김 없이 '너덜너덜한 채'로 나섰던것 같거든. 하지만 지금은 '너덜너덜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달려 왔다는 느낌이 들어.
히 : 아… 그건 그런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받아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지요. 그렇기에 저 '자신'이 변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이 변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헤쳐나올 수 있던 건 전부 환경… 그러니까 주변에 있는 스탭분이라던가… 덕분인것 같아요.
- 히라테상 본인이 예전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기도 해.
히 : 음… 뭐라 해야하지… 예전에 비해 저를 이해 해 주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것같아요.
- 그럼 그 사람들이 히라테상의 어떤 부분을 이해해주고, 긍정해준다고 생각해?
히 :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음… 어떤 부분이려나… 음… 저란 인간이 이렇게 되어먹은 인간이다보니 아무래도 첫인상을 안 좋게 보시거나, 무섭다고 생각하시거나 등등 좀 안 좋게 비치기 쉽거든요. 물론 저 스스로 적극적으로 말을 걸거나 하지 않는 점도 문제겠지만요. 뭐, 어쨌든 인상이야 어쨌건 '그래도 얘는 이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하는 점은 확실해'라고 생각해 주시는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딱히 누군가와 사이가 좋아지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것 보다는 저의 행동이나 말을 보시고 '이 아이는 정말로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구나'라고 생각 해 주시면 기쁠것같고요.
- 그렇구나.
히 : 저라는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물론 그 시간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서 금방 열 수 있는 사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있지만요.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엄청 말 많아지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관계라는 게 참 힘드네요. 그리고 저란 사람이 참 상대하기 귀찮은 타입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 물론 주변 사람들이 히라테상을 이해하게 된 것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히라테상 자신도 여러모로 변했다고 생각한단말이지. 말하자면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게되었달까.
히 : 아니에요. 지금은 그저 단순히 주변 사람들을 잘 만난 것 뿐이에요. 정말로 (웃음) 그 뿐이에요.
- 그렇구나. (웃음) '이 사람이 나를 이해 해 주는구나', '이 사람은 나를 알아주는구나' 라는 거,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일까?
히 : 음 '이해한다'라고 해도 좋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아 주는구나' 라고는 느껴요. (웃음)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 해 줄 수 있을까?
히 :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냥 평범하게… 이렇게 말 하니 저 자신이 무슨 외계인이라도 된 것 같은데요… (웃음) 평범하게 말을 걸어주시거나, 이름을 불러 주시거나 대화를 해 주시는것만으로도 저는 기쁘고 감사하거든요.
- '아,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 라고 느끼는거야?
히 : 음… 그냥 '아, 지금 내 이름을 불러줬어', '아, 지금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어' 뭐 그런 느낌이에요. 그냥 말 걸어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 그렇구나.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쭉 듣다보니 머릿속에서 대충 정리가 되는 것 같아. 히라테상은 항상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히라테상 본인이 '자기긍정'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 그런 '자기 자신을 긍정한다'는 것이야말로 히라테 유리나라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아닐까싶거든. 자, 이 의견에 대해 히라테상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
히 :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실 칭찬을 듣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만, 칭찬해 주시는 분이나, '그거 좋았어', '히라테의 이 부분이 좋았어'라는 식으로 말씀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사실 그런 칭찬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있을까?' 라는 식으로 생각하곤 해요. 기껏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돼요. 사실 아키모토상도 제 그런 점에 대해 화 내신 적이 있거든요. 그것도 꽤 최근... 올 해 들어서요. 그 때도 '말씀하신대로예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드렸음에도 이런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네요. (웃음)
- 본인이 생각하기엔 이유가 뭐같아?
히 : 음… 제 자신의 '표현'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언제나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하고싶다'는 마음은 갖고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저 스스로가 만족하는 결과가 안나오더라고요.
- 음… 그런데말이지 정말로 자신의 퍼포먼스에 '납득' 해 버리면 그 이상 퍼포먼스를 해 나갈 수 없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히 : 아… 그건 그렇네요. 생각 해 보니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결과물을 납득해버리면 끝이네요. 그래서인지 자주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돼'라던가 '100점이란 건 없어'라는 말을 듣곤 하는것같아요. 물론 그렇다고해서 언젠간 스스로도 납득하할만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지만요.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나는 정말 열심히 했어.' '이만큼 노력했으면 결과는 어찌되건 상관없어'라는 식으로 자신과 자신이 낸 결과물을 긍정하곤하거든.
히 : 아… 그런가요. 저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는것같아요. (웃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결론이 나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해가 안 된다'기보다는 '이해하고싶지 않다' 쪽이 아닐까. 히라테상은.
히 : 그러게요. 그런 방식을 알아버리면 매사가 재미없어질것 같기도 하고. 물론 알아버리면 또 그 나름대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요. 저는 한가지를 두고 몇 번이나 반성하는 타입이지만, 만약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지않고 금방 다음 과제로 시선을 옮기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분명 있겠지만요… 그런 사람들은 바로바로 '그럼 다음번엔 이런 걸 해 보자'라는 식으로 새로운 비전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 그런 식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시야에 넣고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에 흥미가 생겼어? (웃음)
히 : 아뇨. 사실 그렇게까지 흥미는 안 생겨요. (웃음) 그저 예전부터 감사하게도 여러분들과 협업을 한다던가, 일을 한다던가 하는 기회가 많았기에, 연예인분들 뿐 아니라 스태프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을 봐 오면서 느낀 점이라 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 작품의 감독님이 세세한 실수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안되잖아요. 그런 분들은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다음! 다음!'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맡고 계시니까요.
물론 개중에는 한장면 한장면 애정을 쏟아가며 천천히 연출하고 싶어하는 감독님도 계실지모르지요. 하지만 제반 사정, 예를 들어 일몰시간 같은 사정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 하는 분들도 계실거고, 일정 등을 생각하며 조금더 거시적으로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 생각하거든요
- 결국 감독이란 그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히라테상 본인은 아직 그런 '책임'을 지기는 힘들까?
히 : 음… 아직 그런것같아요.
- 사실 이 얘기는 요컨대 아까 내가 '자기긍정을 못한다'는 식으로 얘기했잖아? 하지만 그건 히라테상을 공격하려는게 아니고, 그런 점이 히라테상의 '개성'중 하나라는 점을 얘기하고싶었어. 다만, 그런 개성을 얻는대신 세상살이가 많이 힘들어질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히라테상이 그런 '힘듦'을 일정부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까부터 내가 '변했다'고 하는 건 그런 뜻이었어.
히 : 사실 아주 예전부터 아키모토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는데요, '고독해져라', '고독에 익숙해져라'라고. 예전부터 그런 말을 들으며 지내왔으니 어쩔수 없나 싶기도 하고요.
- 하지만 지금은 그 '고독해져라', '고독에 익숙해져라'라는 말이 예전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지않아?
히 : 고독이요? 음… (웃음)
- '어차피 너는 그런 사람이잖아' 뭐 그런 느낌?
히 : 아하하하! 뭐, 분명 예전부터 '내겐 누구누구가 있어' 라던가 '나를 위해 누구누구가 있어줄거야', '그 사람만 있다면 괜찮아' 같은 생각 해 본 적은 없네요. 생각 해 보면 어느 사이엔가 고독해져 있었고요. (웃음) 뭐, 때때로 '언제부터 이렇게 된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요.
- 지금 히라테상이 이야기한 '고독'은 모두들 흔히 겪는 종류의 고독이라 생각해.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같은 생각도 그렇고. 당장 나만해도 그런 생각 많이 하는걸. 하지만 히라테상이 느끼는 고독은 조금 더 본질적인 면이 있는것 같단 말이지.
히 : 에… 잘 모르겠는데요. (웃음) 방금 코야나기상 말씀대로 인간은 모두 고독한 존재라 생각해요. 진심으로. 그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더 본질적인 고독'이란 건 뭘까요? (웃음)
- 굳이 말하자면 '나 자신조차 스스로를 지켜주지 않는다'라 해야하나. 어쩌면 '자기애'가 없는 것 같다고도 할 수 있을것 같아.
히 : '자기애'요?
- 응.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지.
히 : 자신을 사랑한다라… (웃음) 아,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분명 '자신을 사랑하라'였던가. 에… 그거,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말인가요?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는 얘기지. 뭐, 히라테상은 그런 식으로 편해지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웃음)
히 : 아하하하하하하!
-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선 '고독해하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법이거든. 아까 말했던 '왜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까?'라는 말은 결국 다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내 마음을 아는 건 나 뿐이야'라고 포기해버리는 말이기도 하잖아. 하지만 히라테상은 그렇게 편한 길로 가지 않고 '남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건 당연해. 당장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걸'이라 이야기하는 타입이라는 거야.
히 : 아, 그렇게 보면 분명 '이해받기를 포기한'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요. 저. (웃음) '결국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는 건 아닌걸'라며 셔터를 굳게 잠그고 있다고 할까요.
-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 히라테상은 노력을 하잖아. 자신에게 요구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히 : 음… 이야기가 조금 주제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저라는 사람이 뭔가를 표현하는 데 서툰 인간이라 생각하거든요. 당장 말만해도 잘 못하는 편이고. 눈 앞에 계신 코야나기상이라던가 제가 신뢰하는 일부의 사람들 앞에서야 곧잘 말을 하지만, 사실 그 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요. 알 수도 없고.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제가 나온 작품을 통해 저의 메시지를 느껴주셨으면하는 마음이 강한것 같아요. 저는 블로그나 SNS를 잘 쓰는 타입도 아니기에, 역시 아무래도 '작품'을 통해 제가 하고싶은 말을 전하고 싶어요.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말로 할 필요는 없다고, 작품을 보시는 분들께서 제가 보내는 메시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주시면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 만화 '붓타'(※부처의 일생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한 노인이 굶주려서 쓰러지는데 그 모습을 본 동물들이 각자 먹을거리를 들고 노인 곁에 모여들거든? 예를 들어 여우는 나무 열매를 갖고오고, 곰은 물고기를 잡아오는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토끼는 아무 것도 들고 오지 않았어. 그 토끼는 먹을거리대신 장작을 모아 불을 피운다음에 스스로 그 불 속으로 뛰어들지. '내 몸을 먹어달라'며.
히 : 에…
- 나는 히라테상에게서 그 '토끼'의 모습이 겹쳐보일 때가 있어.
히 : 아하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도 같은데요. (웃음)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별 수 없다'고도 생각해요. 그렇기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일단 '작품을 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분명 있지만요.
- 자, 그럼 질문을 바꿔서 '19살이 된 히라테 유리나에게 있어 '표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히 : …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존재여야만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제게 '표현'은 해야만 하는 것… 이랄까요.
- '자기만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이 있기에 '표현'을 한다는 얘기네.
히 : 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잔뜩 있어요. 잔뜩 있긴 한데… 쉽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제가 잘 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편이, 어쩌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제 마음마저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그런 이유로 한 발 물러서서 관조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저 자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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