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N 총력특집 - 12 (크리에이터 인터뷰)
크리에이터 인터뷰
제복의상을 중심으로 노기자카46의 스타일링을 담당
스타일리스트 요네무라 히로미츠 (Birthday 소속)
노기자카46의 의상은 매 싱글마다 제복과 표제곡용 무대의상이 만들어진다. 이벤트나 TV 방송 등 노기자카의 공식활동 대부분은 제복의상으로 참가하게 되며, 이런 ‘제복’은 노기자카46의 브랜드 구축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1st 싱글때부터 지금까지 노기자카46의 제복의상을 만들어 왔으며, 6th 싱글에서는 무대 의상도 담당하였던 스타일리스트, 요네무라 히로미츠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노기자카46의 스타일링에 참가하게 되신 것은 언제쯤부터인가요?
요 : 노기자카가 데뷔하기 전, 잡지 기획을 하던 때 부터였네요. 그 당시에는 편집부를 통해 발주를 받았습니다만, 그 기획이 끝나고 얼마 지나 연락이 왔어요. ‘다른 잡지 촬영이 있는데, 거기서 쓸 공식 제복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아예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 ‘평범한 교복같은 제복’을 만들어 달라, 그것도 멤버 전원분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일을 끝내고 나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다음 싱글 제복 의뢰 연락이 왔지요. 데뷔 뒤 얼마동안은 무대의상을 호리코시 키누에씨가 담당하시고 저는 제복 디자인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1st 싱글 제복을 만들 당시에는 호리코시상이 노기자카46의 매니저분을 통해 메세지를 주셨어요. ‘너무 평범한 것도 좀 그렇지 않아?’ 라고. 그래서 블레이저에 선을 넣는다던가 체크무늬를 도입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었습니다. 다만, 0부터 디자인을 하고 만드는 데에는 시간적인 문제가 있었기에 일반적인 교복 디자인에 변화를 약간 가한 정도였지만요. 이 시기는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시기네요.
[세세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 그럼 2nd 싱글인 ‘이리 와, 샴푸’는 어땠나요?
요 : 셔츠 빼고는 전부 만들었어요. 스커트 길이도 소위 말하는 ‘노기자카타케(※1)’를 의식하기 시작, 조금 길게 만들었고요. 첫번째 싱글 때는 ‘기존 제복에 뭔가 조금 변화를 주면 되지 않을까?’라는 느낌이었지만, 이 작품부터는 ‘본격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무대의상이 이치마츠 체크(※2)였기에 그에 맞추어 치도리고시(※3)로 정했습니다. 처음에는 타탄 체크(※4)도 고려했었는데, 타탄체크를 사용하면 AKB48의 색이 강하게 느껴지게 되기 때문에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AKB의 의상팀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타탄 체크’라고 하는 한 종류의 패턴을 온갖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상 하나하나에 존경심을 담아 만들고 계신다는 느낌이랄까요. 운영측으로부터 ‘AKB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고요. 엠블럼이 완성 된 것도 이 시기였는데, 이 싱글에서 처음 제복에 엠블럼을 단 뒤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쭈욱 제복에 엠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AKB와의 차별화가 일종의 지상목표 같은 것이었다고 봐도 되겠네요.
요 : ‘이 제복은 누가 봐도 노기자카 제복’이라고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식하며 만들었습니다. 3rd 싱글인 ‘달려라! Bicycle’ 때부터는 아예 ‘기성복은 쓰지 않고 전부 제작’ 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게 되었지요. 디자인도 도안부터 그렸고요. 하얀 부분이 많으면 속이 비쳐보이기때문에 얇은 스트라이프를 넣었고, 소매 부분도 퍼프슬리브(※5)로 처리하여 ‘아가씨 학교’ 느낌을 냈습니다. 일반적인 제복 중에 이런 디자인은 없을 것이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종의 집착이기도 합니다. 뭐라고 할까요… 디자인의 기반이 ‘제복’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여지’ 역시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과감하게 나가면 코스프레가 되어버리고… 그 경계를 찾고, 지켜낸다는 게 참으로 힘든 법이지요. 물론 이런 건 어디까지나 ‘만드는 사람’이 집착하는 부분이라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확 느껴지지는 않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웃음)
- 4th 싱글인 ‘제복 마네킹’은 체크무늬 원피스타입이었지요.
요 : 아무래도 ‘체크’무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AKB의 이미지가 강하지요. 이리저리 뭔가 좋은 무늬가 없을까 모색하고 있었는데, 노기자카46 매니저분께서 ‘그러고보니 요 전에 하시모토가 입었던 치마 무늬가 좋았다’고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하시모토에게 ‘다음번에 올 때 그 치마 입고 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시모토의 치마를 보고 그 무늬 옷감을 찾아다녔는데, 이미 시즌이 지나서 더 이상 팔지 않더라고요. 혹시나 싶어서 시부야에 있는 ‘마루난’이라는 옷감가게 –얼마 전에 가게를 닫으셨습니다만-에 그 옷감에 대해 물어보니 갖고 계셨던 겁니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하고 물어보기도 했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루난에 남아 있던 것이지요. 사실 겉으로는 크게 티를 안 냈지만 내심 엄청 조마조마했었어요.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애착이 있는 의상이라 할 수 있지요.
- 반면 5th 싱글인 ‘너의 이름은 희망’은 제복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인데요.
요 : 제가 운영측에 ‘길이를 길게 하고 감색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어요. 별다른 무늬가 없는 원단을 써 보고 싶었고, 정말로 교복에 가까운 느낌을 내고 싶었기에, 가장 교복다운 ‘감색’을 골랐지요. 당시에 유행하던 플레어 원피스(※6)의 형태를 오마쥬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허리부분이 조금 타이트하게 디자인 되어 있어요. 그런데 역시나 여자아이들이란 조금이라도 더 스타일 좋아보이기를 원하는지라, 제게 ‘허리를 좀 더 조르고, 치마도 조금만 올려 달라’ 고 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러면 그거 입고 춤 못 추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 했고요. 멤버들과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않게 있는 편입니다. (웃음)
- 싱글마다 제복에 종류가 두 가지씩 있는데, 멤버간의 구분은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요?
요 : 기본적으로 고등학생보다 위를 ‘어른조’, 고등학생 이하를 ‘아이조’로 적당히 나누는 편이지요. 주로 ‘어른조’ 복장은 넥타이, ‘아이조’ 복장에는 리본을 쓴다던가, 옷깃부분의 모양을 바꾸거나 해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20살인 멤버라 해도 니시노 같은 경우에는 ‘아이조’의 옷을 입히지요. 바로 양 옆에 서는 시라이시와 하시모토가 어른조의 옷을 입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 해서, 기본적인 원칙은 있으나 전체적인 균형을 보며 조절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6th 싱글인 ‘걸즈 룰’ 때는 제복 뿐 아니라 무대의상도 담당 하셨지요?
요 : 무대의상을 만드는 데 있어 매니저분께서 강조하셨던 것은 ‘AKB와의 차별화’ 와 ‘제복스러움을 남겨달라’는 점이었습니다. 동시에 아이돌스러운 부분도 어필을 할 수 있어야 했지요. 그렇기에 어느 정도 노출을 하는 디자인을 택하면서도 동시에 옷 소매나 넥타이, 옷깃 같은 것들을 남겨두는 식으로 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유행하던 ‘네온 컬러’ 역시 도입 해 보았지요. 색을 배정하는 데 있어 고려 한 것은 ‘이 멤버 곁에서는 누가 춤을 추느냐’ 와 ‘멤버 개개인이 좋아하는 색상’이었습니다. 다만, 센터인 시라이시는 아무런 색도 쓰지 않고 흰 색 단색으로 디자인하였고, 같은 맥락으로 제복 역시 흰색을 기조로 하였습니다. 단, 흰색만 사용하면 코스프레같아지기에 포인트로 감색을 이용하여 마무리를 지었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흰 옷이다보니 쉽게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바로 눈에 띄기 때문에, 빨래하기 쉽고 튼튼한 어번 튀르라고 하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제복을 만드는 데 있어 ‘기능성’과 ‘갈아입기 쉬운 점’을 중시하게 된 것이 이쯤이었던것 같아요. 라이브 등지에서 재빠르게 갈아입을 수 있도록 등쪽에 지퍼를 달기 시작했고, 디자인 역시 통짜 원피스 형태로 만들고 있지요. 리본이나 루프타이 등도 묶고 풀 필요 없이 만들어서 부착을 해 놓았고요. 아, 소매 둘레 역시 넓게 만들어, 라이브에 지쳐서 팔에 힘이 잘 안 들어가도 입고 벗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 7th 싱글인 ‘바렛타’의 제복은 갈색이라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입니다.
요 : 의외로 내부적으로는 가장 인기가 좋은 의상이예요. 운영측도 ‘이 제복이 가장 노기자카답다’ 고 하시더군요. 사실 이 복장은 볼레로가 붙어있어요. 볼레로가 있으면 귀엽게 보이긴 해도 좀 수수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는 거의 입지 않습니다만. 이 복장도 원단은 어번 튀르입니다. 이 옷감, 주름도 안 져서 좋아요.
[멤버들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 가장 만들기 힘들었던 제복은 어떤 작품의 제복인가요?
요 : 8th 싱글인 ‘깨닫고 보니 짝사랑’ 이네요. 이전까지는 ‘아가씨’ 느낌이 잔뜩 묻어나는 제복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매니저분이 ‘시부야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느낌으로 가 보죠’라고 제안을 해 주셨거든요. 셔츠와 스커트가 일체화 된 ‘로 웨스트 원피스’를 만들어 갔더니 ‘허리 위치가 너무 낮아서 몸매가 안 예뻐보인다’ 면서 허리 라인을 위로 올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허리 위치를 위로 올리면 더 이상 ‘로 웨스트’라 부를 수도 없고, 그렇게 했다간 그냥 평범한 교복이랑 다를 게 없어지는 거였지요. 심지어 당시에 이미 아티스트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었음에도 결국 그 제복은 없던 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보고있던 와카츠키가 ‘이런 건 어떨까요?’ 라면서 사진을 한 장 보여주더군요. 사실 와카츠키, 때때로 의상 회의 할 때 참가해서 얘기를 듣고는 하거든요. (웃음) 결국 와카츠키가 보여 준 사진을 보고 다들 ‘이거 괜찮네’ 라고 동의를 해서 급하게 새로 의상을 만들었습니다. 엄청 힘들었죠.
- 9th 싱글인 ‘여름의 Free & Easy’ 제복은 상쾌한 청색 스트라이프가 인상적인데요.
요 : 일단 체크를 그만 쓰고 스트라이프를 써 보자고 생각했지요.
- 10th 싱글 ‘몇 번째 보는 푸른 하늘인가?’ 에서는 다시 체크를 사용하셨지요.
요 : 그 때는 시라이시가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컨셉을 잡고 디자인 도안을 그리면서 운영측에 ‘녹색은 어떨까요?’ 라고 제안을 해 보았는데, 운영측에서는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곁에 있던 시라이시가 ‘올 해 유행하는 색이 녹색이니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한 마디 거들어 주었는데, 그 한마디에 운영측도 ‘역시 녹색이죠’ 라고 돌변했지요. 시라이시! 나이스! (웃음) 아무래도 모델로서도 활약하고 있고, 여러 옷들을 입고 있는 시라이시의 말이니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요. 나중에 시라이시랑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멤버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을 주곤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CD 자켓을 찍을 때는 기성품 제복 + 리본만 직접 만든 것이었어요.
-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거쳐오셨는데, 앞으로 노기자카46의 의상이 어떤 방향성을 띄게 될 것이라 보시나요?
요 : 이쯤되면 앞으로는 밀어붙이는 수 밖에 없지요. ‘아가씨 노선’ 말입니다. ‘사립 학교에 다니는 부잣집 아가씨’라는 이미지는 이젠 노기자카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교복류를 그대로 입히면 TV나 무대에 나갔을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제복을 입은 채로도 춤 추고 노래 할 수 있으며, 사립 학교 아가씨 느낌이 나고, 더해서 코스프레 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일정한 선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지요. 이런저런 제약이 있는 가운데 얼마나 ‘노기자카’의 특성을 내 보일 수 있는가. 저 역시도 가능한 한 함께 추구 해 나가고 싶어요.
요네무라 히로미츠
1962년 쿠마모토현 출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기자카46의 제복 디자인을 담당. 이외에도 AKB48 등 수 많은 아이돌들의 의상이나 영화, 드라마, 잡지, CM 등의 의상도 다수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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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기자카타케 : 타케(丈)는 길이나 의복 등의 기장을 뜻하는 말. ‘노기자카타케’는 노기자카 + 타케로 ‘노기자카의 길이’라는 뜻. 노기자카의 의상(특히 치마)의 경우 너무 짧지 않고 너무 길지 않은 길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치마 등의 길이를 소위 ‘노기자카타케’라고 함.
※2 이치마츠 체크 : 이치마츠문양을 한 체크무늬. 이치마츠 문양은 (물론 배리에이션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흰색과 검은색 정사각형들을 번갈아가며 배치한 ‘흑백 체크무늬’를 뜻함. ‘이치마츠’라는 이름은 에도시대의 가부키배우 사노가와 이치마츠에서 왔으며, 이치마츠가 이 무늬의 옷을 즐겨 입었던 데에서 유래.
※3 치도리고시 : 새 발자국 무늬를 교차시킨 격자무늬. 체크의 변형 중 하나.
※4 타탄 체크 : 스코틀랜드풍 큰 격자무늬 체크. 주로 스코틀랜드의 킬트 등에 주로 이용되는 체크무늬. ‘스코티시 체크’라고도 불림.
※5 퍼프슬리브 : 소매 부분에 개더(옷감을 여러 겹으로 겹쳐 성기게 꿰맨 장식용 주름)를 넣어 둥글게 부풀린 소매. 주로 반소매. 멜론슬리브라고도 함.
※6 플레어 원피스 : ‘원단을 통짜로, 혹은 바이어스형식으로 여러 장을 이어붙인 뒤, 나팔꽃 모양으로 옷단을 펼치는’ 플레어 형식으로 된 원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