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재팬(QJ) vol.135 아키모토 야스시 인터뷰
- 작년 특집 취재 때는 첫 홍백가합전 출장이 확정되고, 세 번째 싱글인 ‘후타리세종’이 발매 된 직후였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약 1년간은 응원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의 매력을 더욱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종합 프로듀서이신 아키모토상께서 지난 1년간 새롭게 발견하신 것이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아키모토 (이하 ‘아’) :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다른 아이돌들에 비교 해 보자면 가장 ‘고민을 하며 전진 해 나가는 그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AKB나 노기자카 역시 멤버 각자가 고민을 하고, 때로는 갈 길을 헤매어 가며 길을 나아가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보자면 AKB는 ‘체육계’답게 땀과 눈물로 그런 고민을 극복하며 길을 열어가는 타입이고, 노기자카는 특유의 평온함과 팀워크를 통해 고민을 극복 해 나가는 타입이라 할 수 있겠지요. 반면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좀 더 제각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각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난반사 하는 그 대로 하나의 집단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보통은 시간이 지나며 각자가 지닌 색들이 결국은 하나의 색으로 물들기 마련이지만, 케야키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 쉽게 이야기 하자면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오히려 섞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각자가 서로를 너무 존중하기 때문인지 결론적으로 협조성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런 신선함이야말로 이 그룹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 초기에는 아무래도 센터인 히라테상에게 주목이 모였습니다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멤버들 역시 히라테상 못지않은 매력과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 프로듀스라는 일은 말입니다, 0을 1로 만드는 일이 아니에요. 0.1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크게 부풀릴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직업이라 할까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그룹의 멤버들은 뭐라고 규정짓기가 힘든 신기한 아이들인지라 정말 재미 있습니다.
- 그럼 아키모토상께서는 그런 멤버들의 목소리나 개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가요?
아 : 멤버들과 직접적으로 라인으로 의견 교환을 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매니저들을 통하여 보고를 듣기도 하며 ‘아 지금 이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군, 이런 고민이 있군’하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중고등학생 때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떠올려 보면 멤버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이 그 당시의 제가 하던 고민과 겹치는 경우도 있고, 전혀 상상도 못 한 일들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남자고 아이들이 여자아이라서 성별의 차이라는 것도 있을 거고,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세대차이라는 것도 분명 있을테지요. 그렇기에 사실 제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적잖게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또 재미 있는 겁니다. 케야키자카의 노래 가사는 어떻게 보자면 제가 그녀들을 보고 적은, 관찰일기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친척 아저씨’이자 ‘통역가’
- 올 해 4월에 발매 된 4번째 싱글 ‘불협화음’의 타이틀곡의 가사를 보면 ‘나는 Yes라고 말 하지 않아’라던가 ‘마지막까지 저항 할 거야’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런 가사들도 아까 말씀하신대로 ‘멤버들을 관찰 한 결과’ 골라 낸 것들이신가요?
아 : ‘볼협화음’ 뿐 아니라 ‘사이마조’나 ‘어른들은 믿어주지 않아’ 같은 곡들이 말하자면 케야키의 기본 이념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들은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불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와 ‘자신들의 세계’가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여기서 말하는 ‘어른’들은 결국 그녀들을 직접적으로 지도해야 하고, 매니지먼트 해야 하는 소니 뮤직 관계자들을 상정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예를 들어 멤버들이 라인을 통해 제게 상담하는 ‘고민’중 은근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은데, 혹은 염색을 해 보고 싶은데 소니 뮤직 레코즈측에서 안 된다고 했다’는 일입니다. 이런 상담을 받으면 저는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라는 정도로 대답을 해 주곤 해요. 뭐, 그렇게 보자면 저 역시 여기서 말하는 ‘어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뭐라 해야 할까요… 무슨 소리를 들어도 허허 웃어 주는 ‘친척 아저씨’에 가까운 포지션이라 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아니면 손주가 무슨 장난을 쳐도 ‘그래, 그래’라고 웃어 넘겨주는 할아버지라던가.
- 그런가요. (웃음)
아 : 아마도 소니 뮤직 관계자들 중에 ‘아이돌이라 함은 모름지기 검은 생머리를 길게 길러야만 해’라고 이상한 이상형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자기 생각대로 살고 싶은 거고, 그런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게 ‘나는 싫어’ (불협화음)라는 외침이지요. ‘어른’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정말 삐걱거리며 ‘불협화음’이 연출 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직접 제 눈으로 보아 왔기에 ‘불협화음’이라는 곡을 쓴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제가 본 것을 그대로 옮겨적기만 해서는 그냥 등신대의 세계관에서 끝나버리기에, 제가 직접 본 ‘현실’적인 면에 데포르메(※과장, 변형, 축소 왜곡 등을 통해 묘사하는 회화 기법)를 가하거나 캐리커처(※대상의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하는 등 여러 가지 변형을 주어 가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출발점’은 그녀들 안에 있는 무엇인가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고요.
-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자 하니 아키모토상은 멤버들의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 ‘사이’에 서 계시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아 : 개인적으로 ‘이 그룹은 이런 색을 갖고 있으니 무조건 이런 식으로 나아가야만 해’라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멤버들에 대한 스탠스도 마찬가지예요.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일 외에는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 두려하고 있지요. 물론 그런 저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시를 해야만 할 때도 있을 거고, 때로는 지도를 해야만 할 때도 있겠지요. 그렇기에 멤버들과 충돌하게 되는 거고, 결과적으로 ‘어른’ 대 ‘멤버’ 구도가 연출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대치하고 있기만 해선 될 일도 안 되게 되니까, 양 측이 각각 생각하고 있는 점을 대변하기 위해 제가 개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멤버들의 편이 되어 ‘이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대변하는 가사를 써 주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라인을 통해 ‘어른들이 너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이런 이유가 있어서야’라고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지요. 이 그룹의 프로듀서로서 제가 하는 일은 결국 멤버와 ‘어른’들 사이에 서 있는 ‘통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마도 케야키자카는 멤버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학교 축제 실행위원들 같은 느낌으로.
-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라이브 구성 같은 것 말씀이시죠?
아 : 라이브를 예로 들자면, 요즘 라이브 세트리스트를 짜거나 연출을 생각하는 중심에는 히라테가 있어요. 라이브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그런 부분이 있고요. 다시 말 해 소니 뮤직이 ‘이렇게 해라’고 명령을 한다 해도 이 멤버들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학교 축제를 ‘여는’ 것은 결국 선생 등 ‘어른’들이지만, 그 내용을 정하고 축제를 굴리는 것은 학생들… 뭐 그런 느낌이에요. 멤버들도 그룹을 운영하는 건 자신들이라는 의식이 강하고요. 그런 부분이 정말 재미 있습니다.
‘결별’은 결국 ‘재생’이다.
- 올 7월, 첫 앨범인 ‘새하얀 것은 더럽히고 싶어져’가 발표되었지요. 그리고 그 활동의 일환으로 전국 6개 도시를 도는 첫 투어도 개최되었습니다. 어떤 이미지를 갖고 앨범을 제작 하셨는 지 궁금한데요.
아 : 케야키자카는 라이브가 엄청 빛나는 그룹이라 생각해요. ‘새하얀 것은 더럽히고 싶어져’에 신곡이 많이 실린 것은 사실 라이브를 하기 위해 오리지널 악곡들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위태위태한 계획’처럼 업템포의 신나는 곡을 넣은 것은, 지금까지 그런 곡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고요.
- 솔로곡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으셨던 건가요? 히라테상에게 주어 진 신곡 ‘자신의 관’ 후렴구를 보면 ‘나 자신의 관을 준비하자’라던가 ‘나의 끝, 사라져 버릴 것 같아’라는, 너무나도 아이돌답지 않은 가사가 들어 가 있기도 한데요.
아 : 히라테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여기서 사라져 버리고 싶어요’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우 순수한 아이이기에 인간관계라는 것에 지쳐버리기도 할 거고, 계속해서 센터자리를 짊어져야만 하는 중압감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그녀가 갖고 있는 자기 자신에의 나르시시즘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간에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매일매일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아이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절망하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희망을 찾아 내며, 무언가를 버리고 또 습득 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게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한다는 것은 조금 각도를 바꾸어 생각 해 보면 매일매일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나듯이 말입니다. ‘결별’이라는 것은 결국 ‘재생’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 곡을 썼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비단 히라테 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 더 나아가 이 곡을 듣고 있는 수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곡을 통해 제가 해 주고 싶었던 말은 그것입니다.
-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의 곡들은 분위기가 완전히 차이가 나는데요, 그런 차이는 역시나 각 그룹이 갖고 있는 질감의 차이에 따른 것인가요?
아 : 히라가나쪽이 ‘동생’에 해당하기에 좀 더 밝은 느낌이랄까요. 언니들이 헤매고 고뇌하는 모습을 근처에서 보고 자란 동생들은 보통 그런 고뇌와는 거리를 두려 하잖습니까. 그렇기에 히라가나 곡들 중에는 그런 고민들은 일부러 외면하는 듯한 곡들이 많아요. 물론 그런 언니와 거리를 두면서도 동시에 언니를 뛰어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그런 그녀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켜 주고 싶어서 쓴 곡이 ‘그럼에도 걸어간다’ 였습니다.
- 10월에 발매된 5번째 싱글 ‘바람을 맞아도’의 타이틀곡 도입부는 ‘That’s the way’ (어떻게든 될거야)인데요, 이건 어떻게 보자면 전작인 ‘불협화음’의 세계관과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아 : 싱글을 제작 할 땐 우선 음악의 세계관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무수하게 많은 후보들 중에서 곡을 먼저 고르고, 어떻게 편곡을 할 지를 정합니다. ‘바람을 맞아도’는 사실 곡을 듣자마자 ‘아 다음 싱글은 이 곡이다’라고 정했었고, ‘의상은 바지에 넥타이’라는 이미지도 처음부터 있었지요. 그리고 그 이후는 사실 다카히로상 등 현장 스태프들에게 위임하면 곡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하고 맡겼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가사였는데, 곡을 몇 번이고 듣다 보니 ‘아 이건 좀 아닌데’라는 부분이 계속 눈에 띄어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전부 작사를 했지요. 그 덕분에 그 다음날 새 가사를 받아 들고는 멤버나 스태프들이나 다들 엄청 패닉이었지요.
- 그럼 바뀌기 전의 가사는 ‘불협화음’과 가까운 느낌이었나요?
아 : 사실 그다지 기억이 안 나긴 합니다만, 좀 더 러브송에 가까운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그랬던 게 결국 ‘바람 부는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자’는 테마로 바뀌어 현재 방향성이 정해졌지요. 그런 결정을 내리는 기준은 뭐랄까요… 크리에이터로서의 ‘감’이라고밖에 말씀 드리지 못 할 것 같은데요, 굳이 말하자면 ‘불협화음’의 다음 싱글인데다가, 그녀들이 앞으로 걸어 가야 할 길을 생각했을 때, 지금은 이런 분위기의 곡을 부르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생각지도 못 했던 한 수가 두어지는 건, 결국 나중에 효과를 나타내는 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 머리를 굴려서 논리적으로 생각 해 봤자 결국 다들 생각하는 건 비슷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순간을 어떻게 파악 할 것이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내년 여름 싱글 오퍼가 지금 들어 온다 해도 좋은 작품을 만들 자신이 없어요. 특히나 케야키라는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서 예측이 불가능한 그룹이기에, 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 나갈 지 저로서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녀들의 만들어 내는 수 많은 것들을 제가 ‘통역’하여 작품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녀들이 갖고 있는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가다듬어 언어화 시키는 것, 그것이 이 그룹의 프로듀서인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