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SWEET 하부 미즈호 인터뷰
친구들과 함께 섰을 때 홀로 머리 하나 정도 튀어 나와있는 것이 싫었던 소녀는 어느 사이엔가 스스로의 기척을 죽이고 눈에 띄지 않도록 허리를 푹 숙이고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녀도 깨닫게 되리라, 지금껏 그녀를 괴롭혔던 '콤플렉스'야말로 그녀가 지닌 가장 큰 잠재력이라는 것을.
- 촬영을 하는 내내 굉장히 즐거워 보이시더군요.
하부 (이하 '하') : 핫케이지마 시 파라다이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수족관)에 꼭 와 보고 싶었거든요. 그것도 후리소데를 입고 오다니, 너무나도 의외의 상황이라 뭔가 재미있더라고요. (웃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후리소데는 어른스러운 진녹색 후리소데인데, 이번에는 고풍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꽃무늬 기모노였기에 평소와는 다른 제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어요.
- 그럼 곧바로 '20살이 된 하부 미즈호'에 대해 여쭤보고자 합니다. 어릴 적에 꿈꾸시던 '20살의 자신'은 어떤 이미지셨나요?
하 : 사실 초등학생 때 '20살이 된 자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지금 어떻게 지내시나요? 꿈은 이루셨나요?'라는 식으로. 편지를 쓴 것도 불과 며칠 전 얘기 같은데 어느 사이엔가 저도 20살이 되었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초조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장래 희망 중에 '아이돌'도 있었기에, 그 꿈이 이루어 져 기쁘네요..
- 참고로 아이돌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하 : 디자이너요. 지금도 디자인을 해 본다던가, 방 인테리어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저 자신의 오리지널 물건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 20살이 된 순간, 그러니까 20번째 생일은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하 : 엄청 기뻤어요. 이전까지는 사실 매사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20살이라는 기념비적인 시기를 맞이 한 것도 좋은 전환점이라고 생각 했어요. 생일을 맞이 한 순간은, 신기하게도 마음이 후련했어요.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노력 해보자'라고 생각했지요.
-10대 마지막 날은 긍정적으로 보내신 것이군요.
하 : 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0대를 맞이하고자 방 인테리어를 확 바꾸기도 하는 등, 환경에도 변화를 주었거든요. 머리를 자른 것 역시 기분을 바꾸기 위해서였는데, 머리를 자른 뒤로는 정말 매일매일 즐겁더라고요. 매일매일 새로운 자신이 되고자 마음 먹었기에 가급적 옷을 입을 때도 조합을 바꾸어 가며 입는다던가, 머리 모양도 여러 모로 어레인지 해 본다던가 했지요. 그렇게 함으로 하여 저 나름대로는 '매일 새로운 자신과 만난다'는 느낌을 연출하려 하고 있어요.
- 방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얘기는 좀 의외네요.
하 : 혼자서 책상이라던가 소품들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시간이 있을 때, 취미삼아 이것 저것 만들곤 합니다. 옷장에 옷을 넣을 때에도 구김 없이 깨끗하게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고요. (웃음) 타고 난 성격이 그런건지, 정리정돈 하는 걸 좋아해요.
- 그렇군요. 지금까지 인생에서 전환점이 있었다면 어떤 일들을 들 수 있으신가요?
하 : 음… 뭐가 있을까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가지 못 했던 것 아닐까 싶네요. 그 때 그런 경험을 했었기에 '매사에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나 '매사 쉽게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배운 거죠. 좌절을 통해… 그렇게 보자면 '좋은 실패'였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 실패는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 라는 얘기군요.
하 : 분한 경험을 한 뒤엔 '좀 더 열심히 할걸'이라 생각하게 되기 마련입니다만, 그런 것도 전부 수험에 실패한 경험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 했을 일이지요. 물론 케야키 활동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텐데요, 방송에 나가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 하거나, 스스로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 하거든요. 사실 고등학교 수험을 앞두고 공부도 안 한 주제에 묘하게 자신감만 있어서 붙을 거라 생각 했었거든요. (웃음) 그렇기에 그 때 그 고등학교에 붙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많지 않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았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동시에 그 덕분에 제 모교에 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 지금 학교에 가신 덕분에 그 정도로 소중한 친구와 만났다는 얘긴가요?
하 : 네. '케야카케'에서 제 고교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요, 그 기획을 위하여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앙케이트를 부탁했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자세히 써 주었지요. 그 때, 나를 정말 잘 지켜 봐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어요. 요즘도 가끔 만나 놀러가곤 하는데, 그 때 마다 '좀 더 자신 갖고 드러내'라고 이야기해 주거든요. 앙케이트에도 제가 더욱 더 드러내면 좋을 모습들을 적어 조언을 해 주었을 정도로 응원 해 주는 친구랍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 앙케이트를 부탁 한 것 역시 제가 그 친구를 믿기 때문이고요.
- 어떻게 보면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세상 만사 전부 일어나는 의미가 있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하 : 그럴지도 모르죠. (5번째 싱글 특전영상에서) 번지점프를 제가 뛰게 된 것도, 다 의미가 있는 거겠죠. (웃음) 사실 이전까지는 케야키라는 그룹 내에서도 금새 혼자 있곤 했었는데, 프론트에 서고, 그 곳에서 본 광경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아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내 모습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 최근 하부상의 표정만 봐도 그런 결의가 느껴지더군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보죠. 이번 취재는 '사랑에 빠진 소녀'라는 테마를 두고, 각자가 가진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하부상은 어떻게생각하시나요?
하 : 음… 함께 수족관에 가고 싶어요. 딱 오늘 취재 같은 시추에이션이 이상이네요. 크레이프를 사서 '한 입 먹을래?'라고 물으며 데이트를 하고 싶어요.
- 하부상이라 하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동경하는 연애 시추에이션 같은 것은 없나요?
하 : 음.. 두 명이 저 하나를 두고 싸우는데, 정작 저는 그 둘에게 관심이 없는 거예요. 하지만 일부러 '누구를 선택할까~'라며 애타게 해 보고싶어요.
- 그거 완전 마성의 여인인데요. (웃음) 그럼 고백을 받는다면 어떤 식으로 받아 보고 싶나요?
하 : 음… 사람이 많은 데에서 고백하는 건 싫어요. (오리배를 가리키며) 저런 데에 단둘이 탔을 때, 슬쩍 고백 해 줬으면 해요. 너무 무겁지 않게요… 가능하다면 은근슬쩍 지나가듯 이야기 해 주었으면 해요.
- 하지만 그런 고백을 하려면 고백 하는 사람 입장에선 엄청 용기가 필요할텐데요.
하 : 뭐 딱히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그저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것 만으로도 기쁠 것 같아요. (웃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야기 해주기만 한다면.
- 최근 들어서는 메신저나 메일로 고백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하 : 아… 전화나 메신저로 고백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은데요. 중요한 얘기를 할 때는 꼭 상대방 얼굴을 보며 해야만 믿을 수 있잖아요. 저 뿐 아니라 누구나 그럴걸요. 얼굴을 보며 마음을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요… 친구가 되는 거야 메신저라도 상관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할 때는 직접 전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 잘 알겠어요. 그럼 하부상은 요즘 어떤 것과 사랑에 빠져 있으신가요?
하 : …신발 같네요. 요즘 신발을 모으고 있거든요. 특히 닥터 마틴의 부츠를 좋아하는데요, '케야카케'의 5번째 싱글 의상 신발이 '닥터 마틴' 이라 엄청 기뻤어요. 할 수만 있다면 갖고 가서 평소에 신고 싶을 정도예요. (웃음) 그 외에는 컨버스의 스니커라던가… 옷 보다도 신발을 더 많이 살 정도로 신발 모으는 데 푹 빠져 있어요.
- 닥터 마틴이라 하면 좀 투박한 느낌인데요.
하 : 그렇죠. 예전에는 귀여운 신발들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좀 투박한 신발이 더 좋아요. 아무래도 어떤 옷에건 잘 맞으니까요.
- 어른이 됨에 따라 '귀여움'을 탈피하여 '멋짐'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네요. 자 그럼 하부상은 어떤 사람이 '어른'이라 생각하시나요?
하 : 저희 매니저분들이요. 평소에 자주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그런 모습들까지 싫은 내색 없이 받아들여 주시거든요. 그리고 저희들 보다 힘든 일이 많으실텐데 힘들 때도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고 저희를 배려 해 주시거든요. 그렇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항상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에 그만큼 의지도 많이 되고요.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어른들은 그 누구라 해도 멋있어 보여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 참고로 부모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하 : 저희 엄마 아빠는 혼 내야 할 때는 혼을 내시는 분들이거든요. 어릴 적부터 혼나는 일이 많아 당시에는 그게 굉장히 싫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혼을 내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부끄러워서 그런 감사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 했어요. 아직 직접 이야기는 하지 못 하거든요. 하지만…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고, 20년이나 키워 주신 데 대해 감사하고, 할 수 있는 한 그 은혜에 보답 해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응원 해 주는 건 가족이잖아요. 가까운 시일 내로 '지금까지 키워줘서 고마워요'라고 말씀 드릴 생각이에요.
- 그 얘기를 들으시면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시겠네요.
하 : 저희 부모님이라면 우실지도 몰라요. (웃음) 하지만 20살이 된 뒤, 정말 절감하고 있어요. 나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고. 주변 분들… 특히 라디오에서 함께 일을 하시는 하카세 마이상이나 아사히나 아야상과 함께 있을 때면 저 역시 그 분들처럼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요 전에 하카세상과 함께 아사히나상의 생일 선물을 을 사러 갔었는데요, 그 때 대화도 많이 나누고, 세련된 가게도 많이 데려 가 주셔서 그 모습을 보며 '와! 어른이다! 멋져!'라고 실감했어요.
-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나요?
하 : 음… 지금까지 주변 어른들의 흉내를 낸다고 할까요,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던지, '저 사람이 입은 옷, 예쁘네'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 왔기에, 저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는 사람, '저 다운 모습'을 내세울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 본 것들을 저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 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네요.
자금의 자신이 있는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 이야기하는 그녀. 아직 어린 나이에도 겸허하게 상황을 파악 할 줄 아는 능력은 그녀의 말대로 '좌절을
경험 한 덕분'이리라. 더 이상 자신의 키를 숨기기 위하여
허리를 숙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매력을 갈고 닦는 나날이 시작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