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카도카와 히라테 유리나 X 키타가와 케이코 대담 3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감, 생각을 공유 할 수 있는 관계성
- 히라테는 불과 14살에 불과한 나이에 싱글 ‘사일런트 마조리티’를 통해 아이돌로 데뷔하였으며 키타가와는 17살의 나이로 잡지, 드라마 등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하였다. 아직 어린 10대에 연예계라는 가혹한 환경에 뛰어들게 된 두 사람. 그런 공통점이 있기에 키타가와는 히라테의 현재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이, 히라테는 키타가와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이 각각 있다고 한다.
키 : 생각 해 보니까 사적으로 이렇게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건 히쨩밖에 없는 것 같아.
히 : 정말? 생각 해 보니 나도 그래.
키 : 뭐 딱히 말을 안 나누고 서로 스티커만 주고 받는 경우도 있잖아? 딱히 대화를 안 해도 그렇게 서로서로가 잘 지내는 지 확인하는 경우. 뭐, 말하자면 생존보고 같은 느낌? (웃음)
히 : 응. 그거! 그거! ‘후미도 열심히 일 하고 있구나!’라고 안심하면서 매일매일 일 하러 가곤 해.
키 : 나도 그래. ‘아, 히쨩은 이런 늦은 시간에도 깨어 있구나’라던지 말이야. 어쩌면 다른 누구보다도 서로의 일상 생활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히 : 응.
키 : 우리들은 정말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지.
히 : 응. (웃음) 후미랑 이야기 나누는 건 즐겁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고. 정말이지 이런 관계성 너무 좋아.
키 : 히쨩은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한마디씩 하는 말이 때때로 굉장히 핵심을 꿰뚫곤 하거든. 조언을 해 줄 때도 적확한 조언을 해 주고. 그런 히쨩을 보고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이 ‘특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어쩌면 나도 특이한 사람이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히 : 결론이 그렇게 나? (웃음) 하지만 난 내가 되게 평범하다 생각하는걸.
키 : 나도 나 자신이 평범하다 생각해. 하지만 우리 둘,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꽤나 특이한 사람들일거야. (웃음)
히 : 그럴까?
키 : 히쨩은 예의도 바르고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상식도 갖고 있지만 어디라고 콕 찝어서 이야기 하긴 힘들어도 분명 특이한 부분이 있어.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런 면도 이해 해 줄 사람은 어딘가에 분명히 있기 마련이고, 그런 ‘이해자’들이 응원 해 주시는 것 아닐까?
히 : 그럴지도 모르겠네.
키 : 자신의 감성을 믿어야 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잖니. 뭐, 그렇게 생각하면 특이한 부분이 있다 해도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히 : 그건 그렇지.
키 : 얘기하다보면 이런 식으로 점점 깊은 이야기로 발전하곤 하잖아.
히 : 후미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10대였을 때 있었던 이야기들을 종종 해 주잖아? 그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정말로 안심이 돼.
키 : 내가 처음 데뷔 한 건 잡지 ‘세븐틴’이었지. 그리고 거의 같은 타이밍에 ‘세일러 문’의 TV드라마를 통해 드라마도 데뷔 했었고. 하지만 두 가지 일 모두 어린 여자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어. 함께 같은 잡지를, 작품을 만들어 가는 동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두가 라이벌이었지. 그런 사람들이 잔뜩 있는 복잡한 환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래저래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
단체 행동을 할 땐 서로서로 협조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법인데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남들보다 더 빛을 내서 스포트라이트를 내 쪽으로 끌고 오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니까. 그런 환경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랑 허물 없이 친해지는 것도 힘들었고, 내 생각보다도 더 치열한 전장 같은 곳이었어. 주변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항상 고독했다는 것이 내 10대 시절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야. 정말 언제나 외톨이었거든. 주변에 사람이 많건 적건.
한 곳에 수 많은 개성들이 모여 있는데 그 개성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어. 물론 그렇게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도움이 된 점도 있었지만 말이야. 물론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었지만 이해를 하고 있다 해도 그런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 자체가 상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
20대가 된 뒤로는 나 개인에게 여러 일들이 주어졌는데,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혼자 모든 것을 해 나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일이라는 거, 사실상 자기 자신을 축내면서 해야 하는 일이잖아? 자신이 힘들다고 설렁설렁 하면 작품이 어중간해지고, 그게 싫어서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전력투구하면 결국 남는 건 너덜너덜해 진 자신의 모습이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매번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어도 상관없어’라는 각오로 전력을 다 해야만하는 일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이 업계의 가장 큰 난관은 수십년간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대가로 팬분들께서 ‘이번 작품 정말 좋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말씀 해 주시는 것을 들으면 역시 ‘다음 작품에도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이 들지.
히 : 그건 그래.
키 : 얼핏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일일지 모르지만, 사실 심신 모두 곤죽이 될 정도로 쥐어 짜 내면서 일 하고 있잖아.
히 : 응. 정말 너덜너덜해지곤 해.
키 : 그러니까 꼭 같이 온천 가자는 얘기야.
히 : 그러자. (웃음) 뭐라 해야하지, 방금 전 얘기 같은 것들 듣다 보면 후미랑 나는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나와 공감이 될 사람, 공감 해 주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키 : 히쨩의 모든 것이 공감할 곳 투성이인걸. 나는.
히 : 정말?
키 : 팬 여러분께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면 결국 나 자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야 하잖아. 나도 촬영하면서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자세를 취하거나 무모한 액션 연기에 도전하거나 하거든 (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 내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막 뿜어져 나오지.
히 : 응. 그래서 결국 어떻게든 해 내고 마는거고. 이렇게 이 일을 하면 결국 나 자신이 만신창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키 : 사실 아이돌 그룹같은 경우, 아무리 다들 서로 사이가 좋다고 해도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프로’인 집단이다 보면 의견 충돌은 있을 수 밖에 없잖아. 그냥 ‘우리 사이 좋아요’라는 미사여구로 포장 할 수만은 없는 세계니까.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부딪히는 것도 결국 언젠가는 ‘그렇게 살길 잘 했다’고 되돌아 보는 날이 오기 마련이야.
히 : 응. 나야 아직 데뷔한지 4년차 밖에 안 되었지만 매일매일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키 : 그렇지. 어찌저찌 오늘을 버텨내면 내일이 오고, 내일을 버텨내면 모레가 온다는 느낌. 우리들 정말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지.
히 : 응.
키 : 때때로 ‘내일 잘 일어날 수 있으려나’라는 걱정이 될 정도로 녹초가 되기도 하지만.
히 : 그렇지.
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 나간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 해 보면 내가 데뷔 한 건 17살 때였던 데 비해 히쨩은 겨우 14살에 데뷔 했잖아. 그거,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중학생에 불과한 소녀가 이 힘든 환경에서 싸워 왔다는 게. 그렇기에 좀 더 많은 분들께서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아니 그것보다도 더 노력하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말이야.
히 : 고마워. 후미랑 이야기 하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고, 나를 너무 잘 알아줘서 안심하곤 해.
키 : 아이돌의 센터처럼 남들 앞에 서서 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거, 한 시즌내내 방영되는 드라마의 주연을 할 때의 기분과 비슷 할 것 같아. 자신이 메인이 되어서 일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출연자들과도 보조를 잘 맞추어 가며 일을 해야 하지. 의견을 내야 할 땐 확실히 의견을 내야 하지만 그 의견이 자신만 생각하는 고집이 되어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작품 전체가 잘 되기 위하여 내는 의견이어야 하고. 그렇게 의견을 내다 보면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 느끼는 내 마음을 히쨩은 잘 알아 주고, 반대로 나 역시 ‘히쨩은 이럴 때 이런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북돋고 용기를 얻기도 해.
히 : 나도 마찬가지야. ‘후미도 이런 식으로 노력해 왔겠구나’라고 생각하곤 하는걸.
키 : 히쨩은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걸.
히 : 에이, 아직 멀었어.
키 : 자신이 놓인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해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 둘 다 조금 서툰 부분이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전력을 다 하고 있다’는 점.
히 : 응. 그런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나.
키 : 세세하게 모든 것을 보고하진 않아도 ‘아, 히쨩은 알아 주는구나’라고 느껴지는 경우는 꽤 있지.
히 : 진짜?
키 : 응. 특히 ‘나를 배려 해 주는구나’라는 점은 정말 잘 느껴져.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관계, 정말 좋은 관계네!
히 : 응. 좋은 관계야.
다음에 함께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 비록 서로 활약하는 분야가 다르지만 ‘표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욱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남들 앞에 서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두 사람이기에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하고, 각자가 끌어안고 있는 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이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만약 다음에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해 보고 싶은 지’라는 주제를 중심 축으로 하여 두 사람이 그리는 상상과 희망에 대하여 들어 보기로 했다.
키 : 다시 한 번 함께 일 해 보고 싶어. 만약 히쨩이 다시 영화에 출연한다면 나도 꼭 같은 작품에 나가고 싶어.
히 : 나도 내가 영화에 나갈 일이 있다면 후미가 함께 나와줬으면 해. 어떤 역이든 좋으니까.
키 : 한 장면만 나오는 단역이라도 좋으니 부디 나가고 싶어. ‘히비키’처럼 우리 둘이 중심이 되는 건 힘들지도 모르지만 함께 연기를 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후미’가 되고 싶어.
히 : 응. 꼭 나와줬으면 해.
키 : 그리고 자주 ‘함께 버라이어티에 나가고 싶다’는 말도 하잖아.
히 : 응.
키 : 지난번처럼 영화 선전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저희 잠깐 나왔어요~’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나가 보고 싶어. 아무래도 영화 선전으로 나가면 무엇보다도 ‘영화를 PR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서니까.
히 : 응. 나도 그런 의무감 없이 함께 나가보고 싶어. 후미와 함께라면 어떤 일이건 괜찮아.
키 : 여행 방송 같은 것도 좋겠다. 그러면 일부러 쉬는 날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함께 온천여행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여자 단 둘이 가는 여행’ 느낌으로.
히 : 그거 좋다!
키 : 온천 들어 가 있는 부분은 촬영 안 하고. (웃음) 아침 먹을 때 정도는 괜찮지만.
히 : 정말 좋은 생각이야!
키 : 일이라 해도 그런 일이면 즐거울 것 같고.
히 : 일이 그런 식이면 괜찮을 지 모르겠는데. (웃음) 하지만 정말로 둘이 함께 뭔가 하고싶어. 이렇게까지 사이가 좋아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함께 일을 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알고싶기도 하고.
키 : 아, 내가 케야키자카46 MV에 출연하는 것도 괜찮겠다!
히 : 에에에?!? 정말이야? 대박…
키 : 뭐 이렇게 케야키자카 특집 잡지에 내 인터뷰가 실린다는 것만 봐도 내가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
히 : 그렇네.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 (웃음)
키 : 정말로 다음 MV에 배경으로라도 잠깐 나올 지 몰라!
히 : 아니 아예 후미가 센터에 선다던지.
키 : 에? 둘이서 센터에 딱 서?
히 : 딱 서 버려? (웃음)
키 : 사실은 이렇게 사이 좋으면서도 일부러 외부적으로는 ‘우리 엄청 사이 나빠요’라고 어필 해 본다던지?
히 : 거꾸로 말이지.
키 : 서로 흘긋흘긋 째려본다던지 말이야.
히 : 촬영장 분위기 엄청 살벌하게.
키 : 메이킹 비디오에서도 엄청 살벌하게 연기 해 보는거야. ‘야, 왜 오늘 메이크업 받는 자리가 얘 옆인데.’ 라고 짜증 낸다던지 (웃음)
히 : 그거 엄청 무서운데! (웃음)
키 : 아, 인터뷰에서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 해도 되는건가 모르겠네. (웃음) 뭐, 인터뷰라고 일부러 격식 차리면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좀 웃기고 하니 그냥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네.
히 : 응. 정말로 평소같아.
키 : 수다가 끊기질 않지.
히 : 응. 끊기질 않아.
키 : 하지만 오늘은 이쯤 해 둘까? 쌓인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계속 하자.
히 : 응.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