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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을 잃은 마음.
2018/03/20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란 어떤 걸까요.
생각 해 보면 10년간 거의 매일같이 만나 왔음에도
가족들 보다도 더 많이 얼굴을 마주 해 왔는데도
새삼스레 생각 해 보면 전화번호도 모르는걸요.
생각 해 보면 항상 만나러 와 줬지요.
10년 전, 처음으로 제 이벤트 예약을 하고 와 줬던 건 시부야에서 열린 ‘가희난무’라는 이벤트였어요. 당시 같은 사무소에 있었던 다른 아이의 팬이라 생각했었는데, 장난스럽게 웃으며 ‘2주일마다 오시를 바꾸고 있어’라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을 듣고는 ‘아, 그럼 나 응원 해 주는 건 지금 뿐이구나’라고 대답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 거의 모든 라이브에 와 주었지요. 10년이나.
함께 아오모리도 갔었고, 초라한 곳에서 열린 라이브, 큰 회장에서 열린 라이브,
꽃놀이 이벤트, 스트리트 라이브, 원맨 라이브에 이르기까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못 왔을 때를 빼고는 거의 모든 이벤트에 와 주었어요.
만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 같아서, 항상 그 곳에 있어 주는 게 당연한 것 같아서
수술을 받고 만나지도 못하고, SNS 갱신도 멈추었을 때부터
다른 팬분들과 함께 걱정을 하고, 때로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가 머릿속에서 지우기도 하며
다시금 회장에 불쑥 얼굴을 내 비추어 주기를 기다렸어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란 어떤 걸까요.
당신이 멀리 떠났다는 것도 알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나러 가는 것도 힘든 관계.
당신이 만나러 와 주지 않는다면…
‘혹시 돌아가신 건 아닐까(타계 : 세상을 뜨다, 탈덕하다)’라고 섣불리 농담삼아 이야기 할 수도 없었어요.
옷컁이 나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으니까.
‘다음 라이브는 오사카네’, ‘그럼 다음에 또 봐’라고 이야기 했으니까.
사무소에 소속 되어 있지도 않고, 내 멋대로 행동해서 피해를 입을 멤버도 없기에
집을 수소문해서 만나러 간 것은 제 선택이었습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요.
실제로 이 사회란 찾아 보려는 마음만 있다면 뭐든 찾아 낼 수 있지요.
옷컁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미움 받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고,
이번엔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별 수 없었지만
솔직히 약속도 하지 않고 멋대로 주소를 검색해서 찾아가는 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죠. 여러분은 절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
통판이나 연하장 등을 통해 팬분들의 개인정보를 알려면 알 수 있는 기회는 있지만,
옷컁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어디 어디 역이 집에서 가깝다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명이 뭐뭐라 했었지’ 라는 식으로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으고 모았습니다.
10년동안 쌓인 예약 메일 중 어딘가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진 않을까
예전에 쓰던 믹시에 오랜만에 들어가서 10년간 쌓인 메일들을 전부 읽는다는 터무니 없는 짓을 하다 보니, 새삼스레 ‘언제나 응원 해 주었구나’, ‘진짜 수 없이 나를 만나러 와 줬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SNS는 알아도 라인도, 전화번호조차도 알지 못하죠.
‘괜찮아?’라고 전화조차도 할 수 없어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 아니,
인간관계란 어떤 걸까요.
집에서 가족분들이 나오셔서, 집 안으로 안내를 받아, 어디에 입원 해 있는 지 알게 되어
선물을 들고 문병을 가서, 함께 제가 사 간 안미츠를 나눠 먹으며
‘빨리 나아요. 기다릴테니까’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 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런 건 규칙 위반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룰은 누가 정한 걸까요.
그런 행동으로 피해 보는 사람은 없는데.
어째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잠을 뒤척였던 어느 눈 오는 날 아침,
왜인지 ‘오늘은 꼭 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겁이 나서 계속 미뤄만 왔지만…
처음 가 보는 마을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
알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사실을 스스로 들춰내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하면서.
어찌저찌 겨우 집을 발견했지만
딱 보는 순간 ‘아, 여긴 아무도 살지 않는구나’라고 느꼈고,
결국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라고 다른 팬분들이 말씀 해 주셨는데, 그건 사실이에요.
몰랐더라면 ‘요즘 그 사람 안 보이네’라고 이야기 하다 곧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동시에 한 편으론 ‘알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웃 분들에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때 느낀 기분은 지금까지 활동 해 오면서 느낀 감정 중 가장 힘들었어요.
믿기지 않았지만, 동시에 ‘역시 그랬구나…’라는 기분도 들었지요.
이웃 분께서 자세히 알려 주셨어요.
우선 오렌지맨… 제 팬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그 때 정말 힘들었고,
지금 이 블로그를 쓰면서도 힘들다는 점.
집에서 홀로 돌아 가시고 난 뒤,
물론 회사 사람들이야 금새 알게 되었겠지만,
친구들도 모른 채, 장례식도 없이 떠나셨다는 건… 정말로 슬픈 일이라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여러분께 알려 드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 블로그 글이 그 분의 장례식이라 한다면,
상주는 제가 될까요?
두 번 다시 이런 글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
여러분, 다들 건강하세요.
라이브에 안 와 주셔도 돼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저를 만나러 와 주지 않아도 좋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 주세요.
잘 표현하기 힘들지만,
장례식이나 송별회라는 건, 어쩌면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정한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스님이 불경을 읽으시고, 꽃이나 향을 영전에 바치며
작별 인사를 하고,
특별히 가까운 사이라면 고인이 재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전에 이런 분이셨지’라며 좋았던 추억을 이야기 하며 함께 밥을 먹고,
기념일이면 성묘를 가고…
그런 것들은 어쩌면 살아 남은 사람들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걸요.
원맨 라이브가 끝나고 다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모아 동영상을 만들어 보아도,
326상에게 일러스트를 부탁 드려봐도
이렇게 추도 라이브 준비를 하면서도
솔직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이브, 전부 갈 테니까 앞으로는 내 거 전부 예약 넣어 놔’
라고 이야기 했었기에, 딱히 DM을 받지 않아도 항상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적어 뒀습니다.
그가 오지 않게 된 오사카 원정 공연도, 나고야 원정 공연 때도.
SNS 갱신이 멈춘 것은 8월 29일.
9월에 있었던 오사카 원맨 라이브도, 음반 발매 라이브도, 그가 오지 않을리가 없다 생각하며...
언제부터 그의 이름을 적지 않게 된 걸까요.
‘항상 와 주는 팬이 한 명 줄었을 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항상 그가 있어주던 플로어에 그가 없다는 상실감에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버린 것 같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팬분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괴롭네요.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게 이런 걸까요.
친구가 세상을 뜬 적이 없으니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매주, 아니 많으면 거의 매일같이 10년을 만나 온 사이니까요.
하지만, 몇 년을 만나 왔다던가 얼마나 자주 만나 왔다던가 한 게 중요 한 게 아니라
저를 지탱 해 주던 기둥이 없어 져 버린 기분입니다.
새삼 저 자신이 팬 여러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느끼기도 했어요.
실제로 만나러 가기도 했잖아요.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그 행동력 뭘까요.
음…
당신이 떠난 뒤에 CD를 두 장 냈어요. 두 장이나 냈다고요.
당신이 있었다면 분명 ‘노래 좋네!’라고 칭찬 해 주면 CD도 잔뜩 사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 줬겠지요.
당신을 위해 CD를 갖고 성묘를 갈까 했지만 묘가 어디 인 지도 모르고…
어떻게 전해 줘야 할까요.
하늘을 향헤 노래 부르면 들어 준다던가
천국에 노래 소리가 들린다던가
열심히 노력하면 당신이 지켜 봐 준다던가
그런 말들, 솔직히 얘기하면 전혀 와 닿지 않아요.
‘죽음’이란 이런 거겠지요.
‘만날 수 없’는 거..
이렇게 기껏해야 100명 들까말까 하는 작은 회장이 아니라
더 큰 회장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통판 뿐 아니라 가게에서 CD를 파는 모습도,
언젠가 TV에 나가는 모습도…
더욱 더 많은 것들을 함께 보고팠어요.
함께 보자고 얘기도 했잖아요.
그럼에도 10년이나 평행선을 그린 세계였네요.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빨라요.
그렇게 ‘과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제 겨우 55살이잖아요.
당신의 소식을 듣고 침울 해 져서,
요 전에 있었던 원맨 라이브 때, 당신이 와 주었으려나 하고 생각 하기도 했어요.
팬분들 중에 영감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이 오셨는 지 알려 주세요.
이럴 때는 항상 달려 와 주신 분이기에
그 때도 그 자리에 계셨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요.
그렇기에,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추모 라이브를 열고자 합니다.
비록 돌아가신 분들이 이 세상으로 찾아 와 주신다는 오봉도, 오히간도 아니지만 이 날만은 만나러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교우관계는 넓은 분이셨다고 생각합니다.
디어 스테이지(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지하돌 공연장) 관계로도 그렇고, 걸스밴드, 아이돌 관계로도 그렇고요.
제가 이렇게 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그를 잊지 않아 주시기를,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 해 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팬의 메시지가 적힌 체키 사진)
‘항상 응원할게’
당신은 자신이 적은 그 말대로 제가 데뷔 한 뒤로 10년… 아니 11년인가요.
항상 응원 해 주셨어요.
옷컁의 존재는 이렇게 ‘영원’이 되었으니
저 말대로 ‘항상’은 정말로 ‘항상’이 되었네요.
그거, ‘평생 아리사카 오시’라는 건가요. 말 그대로 죽는 순간까지 아리사카를 응원 해 준 남자.
전설적이네요.
정말 재미있고, 멋진 얘기군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울리지도 않는 초인종을 누르며
그 집 안을 상상 해 봤어요.
10년동안 찍어 온 체키나 CD, 역대 T셔츠 같은
제 굿즈가 흘러 넘칠 정도로 있었을텐데…
저는 정작 그의 유품이라던가 그와의 추억이 될만한 건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아요.
받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례식이라도 열렸더라면 가족분들께 부탁드려 뭐라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고요.
그가 항상 갖고 다니던 ‘에미쨩’이라 적힌 노란 키 홀더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함께 태워 버린 건 아닐까 생각 해 봤어요.
팬 분들께서는 ‘천국에 가져 갔을거’라고 이야기 해 주셨는데
정말로 천국에 가셨다면, 갖고 계신 CD 중 몇 장만 저희 할머니께 전해 주시겠어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란, 일방통행이라 슬퍼지네요.
뭐라도 추억이 될만한 걸 갖고 싶다… 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걸까요.
평소 선물을 보내주거나 하는 분도 아니셨기에, 그런 것도 없고요.
그나마 저렇게 체키에 메시지를 받아 두길 잘 했어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란 알기가 어렵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제가 가장 소중한 여성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저 역시 그 분은 정말 소중한 존재였어요. 아니, 지금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팬과 아티스트라 해 봤자 결국 기껏해야… 라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남길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생각하고, 꼭 하고 싶어졌습니다.
장례식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는 거,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제가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오래된 팬에 대한 특별취급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특별취급,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두 번째 ‘특별취급’은 없을 테니,
여러분, 고독사 하지 않게 조심 해 주세요. 진심으로.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병명이나 그런 건 자세히 듣지는 못 하고 건너건너 들은 것 뿐이지만…
대동맥 해리였나… 심장에 관계 된 병이라 하더군요.
추모 공연이 열리는 4월 11일은 딱히 누군가의 생일이라거나 그의 기일이라거나 한 건 아니지만
도어즈(공연장)이 빈 때가 그 때가 가장 빠르더라고요.
그 날 하루는 모두 모여 함께 울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4월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능하다면 그분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도 모으고 싶어요. 부조금을 들고 오실 필요는 없지만, 부조금 대신 예약 때는 옷컁 명의로 예약을 해 주셨으면 해요.
하실 수 있는 분은 일러스트나 조화, 메시지 카드 같은 것을 가져 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묘도 없으니 달에 묘라도 마련 할까요?
때마침 칠월 칠석 생이잖아요.
(옷컁상을 그린 일러스트)
닮았죠?
326군이 귀엽게 그려 줬어요. 엄청 바쁜데도 말이죠.
네. 이런 느낌입니다.
‘아리사카, 넌 괜찮니?’라고 물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실제로 알게 된 직후에는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도 했고, 연속 송신도 그만 두기도 했습니다만 그나마 요즘에는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언제 발표해야 하나 고민하다 이제서야 발표 하네요. 죄송합니다.
제 기분은 여기 적은 대로예요. 정리가 되지 않아 길어졌는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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