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멤버가 한 명 뿐인 아이돌그룹
2015년 8월 21일. 도쿄 도내의 한 회장에서는 후일 '케야키자카46'이라는 이름으로 데뷔 하게 될 멤버들의 최종 오디션이 열리고 있었다.
심사를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기 위하여 무대 위에 줄지어 선 후보자들. 하지만 '후보자 번호 17번'의 자리에는 어째서인가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사실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할 소녀는 최종심사 당일, 나가사키에서 상경 해 오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나가사키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나가하마 네루.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 줄여서 '히라가나 케야키'라 불리는 아이돌 그룹이 걸어 온 기구하면서도 농밀한 스토리는 다름아닌 그녀의 개인적인 사정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충동적으로 참가 한 오디션
1998년 나가사키 시내에서 태어 난 나가하마 네루.
'네루'라는 독특한 이름은 '심사숙고하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이름이다. 그런 이름 덕분일까, 어릴 대부터 총명하고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역시 현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명문 진학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공부 자체는 싫어하지 않았기에 고등학교에 들어 간 이후로는 시험을 앞 둔 때엔 하루에 16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곤 했다. 하지만 마음 안은 언제나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고.
이 당시에 겪었던 일 중 그녀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는 풍경이 있다.
그녀가 고 1이던 어느 겨울날, 학교가 끝나고 평소와는 다른 길로 집에 돌아가기 위하여 자주 타지 않는 전철을 탔을 때 보았던 풍경이다. 해안가를 따라 깔린 선로를 달리는 전철에서 보이는 나가사키의 바다가 저녁놀에 물들어 오렌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에서 때 마침 흘러나온 노기자카46의 앨범, '투명한 색'을 듣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기 자신도 크게 놀랐지만, 흘러 내리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진학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세상 물정을 모를 어릴 때부터 해외 여행을 여러 번 경험했고, 나가사키의 국제 교류단체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기도 했던 나가하마는 막연하게 장래 희망으로 공항의 그라운드 스태프 (지상근무직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학교에 진학 할 생각이었지만 학교측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런 그녀의 생각에 반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라고 그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대해 그녀는 '결국 난 누군가가 깔아 놓은 레일 위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학교가 원하는 대로 진학하겠지'라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의 미래조차도 어떻게 흘러 갈 지 상상이 되지 않고 흐릿하게만 느껴졌다. 그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극도로 신경 쓰는 그녀 자신의 성격 탓에 교실 안에서도 어찌 해 볼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이 눈물이 되어 흘러 나온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노기자카의 뒤를 이을 새로운 프로젝트의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왔던 때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부활동으로 PC부에 소속되어, PC로 AKB의 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곤 했던 그녀는 'AKB의 공식 라이벌'로 결성 된 노기자카를 초창기부터 응원 해 왔다. 당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졌던 노기자카를 '나만의 아이돌'이라 부를 정도였다고.
물론 그녀의 마음은 어디까지나 팬으로서의 마음일 뿐, 딱히 자신이 멤버가 되고 싶다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에 노기자카의 2기생 오디션이 열렸을 때에도 응모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노기자카의 곡들을 들으며 좋아하고 행복해 했을 뿐.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매일매일 갈등에 시달리면서 결국 그녀는 충동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응모하게 된다.
물론 응모 당시만 해도 자신이 아이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기에, 응모서류의 '지원동기'란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채 제출 했던 것이다.
'S' 평가를 받은 소녀
현재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를 운영하는 스태프들은 그녀의 응모서류를 지금까지도 잘 기억하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 '네루'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길을 끌었고, 그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매우 유명한 명문 진학고라는 점도 특이했다. 그리고 응모서류에 붙어 있는 그녀의 사진 속 큰 눈동자에서는 '아이돌성'이 느껴졌다. 수 없이 보내져 온 수 많은 응모서류 중에서도 그녀의 서류는 특별하게 빛을 발하는 것 처럼 보였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나가하마는 후쿠오카에서 열린 2차 심사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특기인 '원숭이 팔 (팔 관절을 역으로 꺾는 것)'을 선보인 뒤, 노기자카의 멤버인 이토 마리카의 '마릿카 '17'을 불렀다.
''우등생'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밝고, 말도 잘 하는데다가 서류 사진보다도 훨씬 귀여운 아이' 이 시점에서 그녀의 오디션 서류에는 'S' 평가가 내려졌다. S는 말할 것도 없이 Special의 머릿글자. '합격' 수준을 나타내는 A보다도 더 뛰어난 경우에만 주어지는 특별한 평가였다. 이 오디션에 참가한 2만명 이상의 소녀들 중에서 S평가를 받은 것은 불과 수 명에 지나지 않았다.
2차심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그녀의 귀에 들어 간 것은 그녀가 런던에 살고 있는 숙모의 집에 홈스테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사실 본인이 알기 전에 나가사키의 양친들에게는 연락이 갔었지만, 그녀의 부모님들은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오디션을 받았다는 것은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기념삼아 응모' 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오디션에 합격 한 뒤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학교에 다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때 이미 '사건'의 씨는 뿌려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때만해도 나가하마 본인은 '어차피 최종심사에선 떨어질거야'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도쿄에서 열린 3차 심사는 어디까지나 도쿄 구경을 간다는 느낌으로 참가했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3차심사 역시 아무 문제 없이 통과, 오기 전에 예약 해 두었던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급하게 취소하고 운영측이 잡아 둔 호텔에 묵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이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 한 것 역시 이 때가 처음이었다.
영상통화를 받은 모친의 표정에서는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느껴졌다.
다음날 개최 될 예정이던 최종 오디션에 참가하는 후보자의 수는 나가하마를 포함하여 46명.
나가하마의 모친은 '어쩌고46이니까 저 46명이 전부 합격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물론 전원이 다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자신의 딸이 합격이라도 해 버린다면 이름과 얼굴이 대중에게 팔리게 된다. 기껏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 간 명문 고등학교를 그만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친과 언니가 모여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는 '네루의 결정을 응원 해 주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가하마의 모친은 다음 날 아침, 딸을 도와 최종심사에 함께 참여하기 위하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신을 데리고 가기 위해 온 어머니에게 내뱉은 한 마디
오디션 당일 아침, 오디션 담당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호텔에 있던 스태프가 건 긴급 전화였다.
'나가하마 네루상이 최종심사를 사퇴, 어머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요.'
갑작스런 소식에 깜짝 놀란 담당자는 급히 네루의 모친에게 연락을 취해, 겨우겨우 이야기 나눌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양측의 대화는 냉랭한 분위기에 금세 끝나 버렸다. 네루의 모친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본인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저 울고만 있었다.
이 이상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어 진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주제넘은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라 생각합니다. 네루쨩, 아이돌이 되고 싶다면 자기 마음을 어머님께 확실히 말씀 드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머님, 따님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시고 다시 한 번 생각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후보자번호 17번'의 자리는 공석인 채, 최종심사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어째서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가족회의를 통해 '응원하자'고 이야기 했던 모친이 갑자기 네루를 데리고 돌아 가겠다고 이야기 하게 된 것일까?
사실 네루의 양친은 두 분 모두 나가사키의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다.
견실하게 세 명의 아이들을 길러 온 양친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군 적도 없었다.
나가하마 본인도 부모님으로부터 '공부 해'라던지 '그거 하지 마' 라는 식으로 주의를 받은 기억이 없다.
오디션을 받는다고 했을 때 역시 걱정하며 '응원 해 주겠다'고 해 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고46'이라는 그룹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모친에게 있어 연예계라는 세계는 자신들이 알지 못 하는 미지의 세계였다.
나가사키를 떠나 하네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홀로 가만히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음 속에는 불안만이 커져갔다.
그리고 도쿄에 내릴 때 즈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루를 데리고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어머니가 '자신을 응원하러 와 준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가하마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돌아가자'고 말을 꺼내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보았지만, 지금껏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반항이라 할 것도 해 보지 않은 그녀는 결국 이번에도 부모님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전, 고등학교에서 진로 문제로 고민 했던 때 처럼 다시 한 번 '다른 사람이 정한 레일 위를 걸어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느낀 그녀의 마음 속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그토록 다정했던 어머니가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미래를, 가능성을 빼앗으려 든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어머니에게 단 한 마디를 남겼다.
독기가 가득 서린 한 마디였다.
"엄마, 이제
만족해?"
'출판물 > 출판물-히나타자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2화 (0) | 2018.06.26 |
---|---|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화 2 (0) | 2018.06.25 |
EX 대중 1804 - 다카모토 X 카토 X 히가시무라 인터뷰 (0) | 2018.03.19 |
퀵 재팬 vol. 135 카키자키, 이구치, 카토 인터뷰 (0) | 2018.03.14 |
BUBKA 1804 사사키 미레이 X 카키자키 메미 대담 (0) | 2018.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