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의 이유는 그저 '집이 가난하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것이었지만, 그렇게 '원인을 알아도 개선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입는 옷이 다양하지 못 했다는 점. 단 세 벌 뿐이었던 트레이너는 프린트 된 그림이 벗겨지고, 색이 바랠 때 까지 대체 몇 년이나 입었던지...
학교 행사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 당시, 천엔 정도 범위에서 친구들과 선물을 교환하게 되었는데 당시 우리 어머니가 내게 주었던 돈은 200엔 뿐이었다. 결국 나는 UFO 크레인 게임에 그 돈을 투자해서 큰 것을 뽑아 선물로 하려 했지만 결과는 실패... 내 손에 남은 것은 100엔 뿐이었다. 별 수 없이 와타파치(솜사탕형태의 캔디. 불량식품의 일종)를 사서 파티에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이지메 주동자들에게 딱 찍혀버렸던 것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라며 등장하는 정의의 히어로같은 아이가 한 명 쯤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당시 나는 주변 아이들에 비해 잘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이였기에 결국 '아무 것도 못 하는 놈 + 가난하기까지 = 친구가 되기는 싫은 놈' 이라는 공식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다시 말 해, 내 편을 들어주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는 거다.
그렇기에 나의 '돈에 대한 집착'은 날이 흐를 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강해져만 갔다. 주변 아이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이지메의 강도 역시 심해졌기에, 결국 나는 완전히 세상에,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버렸다.
힘도 없고 머리도 나쁘지만 돈만 있다면... 돈만... 이 생각만을 끊임 없이 머릿 속에서 되풀이했다.
그런 지옥과도 같은 나날을 어찌저찌 견뎌낸 나는, 드디어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때를 맞이하였다.
그렇게 일을 시작 한 지 한 달이 경과 된 날, 집에 가기 위해 전철에 탄 나는, 전철 손잡이 부분에 시선을 빼앗겼다.
'신세대 점보 복권 (일본 복권협회에서 판매하는 복권 브랜드 이름). 1등 상금 100억엔! 지금 사시면 '감정'도 덤으로 드립니다.'
"백... 억엔이라..."
그 돈이 손에 들어 온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내 안에서 용솟음 치는 것은 어딘가 비틀어진 망상들 뿐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이지메 한 놈들에게 복수 할 거야... '그 쪽' 방면 프로들을 돈으로 사서 놈들의 행복을 철저히 짓밟아 주마... 전부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뜨려 주마...
그런 망상에 찬 나는 미소 지으며 복권 매장을 찾았다.
본디 복권이란 건 10장이 1세트로, 여러 장을 살 땐 '바라' 와 '연번' 중에서 고르는 게 보통이지만 (연번 : 복권을 순서대로 사는 것. 일련번호가 이어지기에 '연번'이라 함. '바라'는 그와 반대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사 들이는 것으로, 여기저기 퍼져 있다는 '바라바라'에서 따 옴) 이 복권은 특이하게도 한 장에 삼만엔이나 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가격인데, 이는 덤으로 준다는 '감정' 이라는 옵션이 그만한 가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장 한 장 각자 성격이 달라서 재미있다우~ 애완동물 산다고 생각하면 그닥 비싼 가격도 아니잖수~?"
복권 매장 판매원 아주머니는 복권을 사라고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머니의 온화한 미소를 보며 호감마저 느껴지는 분이셨다. 다행히도 내 가방 안에는 방금 전에 받은 첫 월급이 소중하게 보관 되어 있었기에, 복권 한 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선 발표까지 남은 시간은 약 3주. 기껏 '꿈'을 샀으니, 아낌 없이 꿔 봐야지.
하지만 대체 '감정'을 덤으로 준다는 건 무슨 의미였을까?
집에 도착한 나는 단순한 '종잇조각' 인 복권을 꺼내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종잇조각'이 벌떡 일어서는 게 아닌가.
"저를 사 줘서 고마워요."
"헐... 말을 하네?!"
그것이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다.
자세히 보니 가운데 접힌 부분을 입처럼 써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아, '감정이 있다'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어릴 때 부터 '말을 한다'는 행위에 혐오감을 느껴왔던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어딘가 기분이 나빠졌다. 녀석도 그런 내 표정을 보더니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로부터 이틀 뒤, 깜빡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것을 잊은 나는 기상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저기... 아침인데요. 어제 일어 난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요. 괜한 얘기 하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일단 보고 드리는 거예요."
그 3만엔짜리 종잇조각이 엄청 주저하면서 나를 깨웠던 것이다. 그 덕분에 그 날, 어찌저찌 지각은 면할 수 있었다.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기를 살려주면 신나서 떠들어 댈 것 같아서 딱히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단은 '100억엔 예비군'이었기에, 밖에 나갈 땐 소중하게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개찰구에 스이카 (교통카드)를 댈 때마다 약하게 전기가 통하는 지, 매번 '앗!' 이라고 중얼거리는 게 시끄럽긴 했지만.
나는 정기적으로 인터넷에서 '신세대 점보 복권'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감정 같은 거 필요 없어~ 내가 산 복권은 너무 시끄러워서 확 찢어버렸어 ㅋㅋㅋ 아, 이거 당선되면 울고싶겠지 ㅋㅋㅋㅋ'
...3만엔이나 하는 걸 찢어버리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눈을 감으면 100억엔이라는 거금속에 파묻힌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엄청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내가 거금을 손에 넣는다면 그 냄새를 맡고 꼬여드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놈들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 보리라.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무시하는 기색을 보이는 순간, 잔인한 방법으로 처리 해 주리라... 후후후후
한동안 상상에 젖어 있다가 눈을 떠 보니 '100억엔 예비군'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네 편이야."
그런 말이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다시금 눈을 감아 보아도 다시는 그 환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복권을 산 지 2주가 되던 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세상에 단 한 명 뿐이던 가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예전부터 병에 걸려 계시던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에 치료를 받을 돈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 분명 어머니는 당신을 위해서 그 돈을 쓰려 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내 학비를 대기 위해, 집세와 식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갚기 위해 번 돈을 전부 들이 부었기에 병원에 갈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 주신 생활인데... 그 생활 때문에 '가난하다' 며 놀림받고, 이지메를 당하고, 때로는 폭행까지 당했던 나는 그저 '살아가는 데' 필사적이었기에 그런 어머니의 고생에 제대로 눈을 돌리지 못 했던 것이다.
돈만 있었다면... 구할 수 있는 목숨이었다.
돈이 없으면... 돈이 없다면..
어머니는 내 책상 맨 윗 서랍에 편지를 남겨 두셨다.
'아들 보아라.
풍족한 생활을 하게 해 주지 못 한 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단다. 많은 것들을 참아야만 했었지? 정말로 미안해. 엄마를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소중하게 대하렴. 상냥하게 대해주렴.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꼭 행복해 질 거란다.
이 엄마는 너와 함께 지낸 나날들이 행복했단다. 고마워.
엄마가'
나는 목 놓아 울었다. 어머니를 낫게 해 드리고 싶었다. 녀석은 그런 내 곁에 쭉 함께 있어 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 해서 정말로 미안해..."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끊임없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슬픔에 빠진 나는 어느 사이엔가 의식을 잃었다.
얼마만큼 잠이 들었던 것일까... 눈을 떠 보니 녀석은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계속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던 것 처럼.
"헤어질 때가 온 것 같아."
"응?"
"오늘, 신세대 점보 복권 당첨 발표날이었어. 그리고 축하해. 너, 100억엔 당첨되었어. 이제 나를 은행에 갖고 가서 바꾸면 돼.
아, 그리고 미안해... 당첨이 조금만 더 빨랐어도 어머니 병 나으셨을지도 모르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 넌 내 소중한 친구야. 앞으로도 잊지 않을게."
'친구' 라...
나는 지금까지 언제나 '돈'만을 갈구하며 살아왔다.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을 알지 못 했기에.
결국 나는 은행에 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내게 남은 '내 편'은 한 명도 없었기에.
하지만 녀석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사악한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있을 때, '즐거웠다'
돈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평범하게 일을 하고,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돈을 모아 행복 해 져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 생긴 '친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