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
'운명을 결정지은 그 날'
이미 한 번 포기했던 꿈.
몇 번이나 '나는 이미 포기했어'라고 스스로 다짐했던 그 꿈.
어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 하고 헤매던 그녀들에게 드리워 진 한 줄기 빛, 그것이 바로 '제 3기 AKB48 추가멤버 오디션'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한줄기 빛에 다다르기까지 두 소녀가 걸어 온 길은 신기하리만큼 닮은 길이었다.
'그냥 일개 팬으로 돌아 가서 AKB이벤트를 따라 다니곤 했어요. 팬레터를 쓰거나 후쿠오카에서 열린 악수회에 참가하기도 했지요.'라는 카시와기의 말에 '제가 떨어졌던 오디션에 합격했던 멤버들이 어떤 공연을 하는 지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선 당일권을 하서 공연을 보곤 했어요.'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수하는 와타나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그녀들의 표정에서는 질투나 시기, 동경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AKB48의 팬'의 모습만이 있었을 뿐.
그리고
추가 멤버 모집 소식을 접한 그 순간, 두 사람의 뇌리를 스친 생각도 같은 것이었다.
'AKB48에게 있어도, 나 자신에게 있어도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나중에 후회 할 것 같아.'
너무나도 단순한 열망 그것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래,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오디션 받아보렴'
그런 어머니의 응원에 힘을 얻은 카시와기 유키,
매일 아침 일어 나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대뜸 '오디션 받을래'라고 끈질기게 설득을 한 결과, 결국 어머니의 OK를 받아 낸 와타나베 마유.
가고시마와 사이타마, 태어 난 곳도 자라난 환경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은 좌우대칭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디션회장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과는 달리, 각오를 다진 채.
그리고 가슴 속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품고.
와타나베 마유 귀하.
당신과 처음 만났던 것은… 음…
늦가을 찬 바람이 잦아들고 오랜만에 따뜻한 햇살이 몸을 감싸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아요.
길가 꽃집에서는 화려한 시클라멘 화분이 늘어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멤버들이 레슨을 받던 도쿄 다카나와의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 3기 AKB48 추가멤버 오디션 최종 심사 장소였었지요.
'아메온나'라는 별명답게 그 날 가고시마에는 아침 일찍부터 비가 쏟아지듯 내렸었지요. 만약 그 날 제가 다른 항공회사에 예약을 했더라면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이 끝났을 거예요.
겨우겨우 탄 비행기 역시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비행기를 되돌리거나 다른 공항에 착륙할 수 있으니 양해 해 달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였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지요.
'태어나 비행기 처음 타 보는데, 이게 뭐지?'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저는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내심 저 자신의 운명을 탓했었어요.
마유도 알고 있겠지만, 할 때는 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잖아요.
간절히 바란다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도 하고요.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을 헤치고 겨우겨우 도착한 도쿄는 너무나도 맑고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좋은 날씨였어요.
'오오.. 어쩌면 합격한다는 전조일지도 몰라!'
비행기 안에서는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마음이 너무 작은 계기 하나로 금세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하지만 그런 근거 없는, 작디 작은 자신감은 스튜디오에 도착 한 순간,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 떨어지듯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죠.
1만 2828명이라는 응모자들 가운데 걸러지고, 1차적으로 선택을 받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게 화장을 하고, 가고시마에서는 본 적도 없는 예쁜 옷을 차려 입고 있었거든요.
화장을 하긴 했지만 여드름을 커버 할 정도로만 옅게 했던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쯤 손에 넣었던 것 처럼 느껴졌던 '꿈'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뿌려지고, 심지어 바닥에 닿는 순간 진눈깨비마냥 녹아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았어요.
그러던 때 제 눈에 들어 온 사람이 마유, 바로 당신이었어요.
'아 쟤 귀엽네, 아, 쟤도 귀여워!'
라고 시선을 여기 저기 옮기던 저는 그 때마다 풀이 죽었어요.
'나 같은게….'라며 의기소침해 졌던 그 때…
회장에 있던 누구보다도 귀엽고
회장에 있던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회장에 있던 누구보다도 아이돌다운 소녀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 아이 주위에만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듯 했지요.
'엄마 저기 좀 봐봐, 쟤 엄청 귀여워'
'정말 엄청 귀엽네'
'쟤는 무조건 붙을거야'
엄마와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그것이 그 아이… 마유, 당신과의 첫 만남이었지요.
믿기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순간 예감했어요.
만약 저 아이와 함께 합격 한다면, 3기생 에이스는, 3기생 센터는 바로 저 아이다… 라고.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오디션이 어땠는지는 사실 기억이 조금 애매하네요.
기억하고 있는 것은…
'첫 과제는 댄스입니다. 가창심사는 댄스 심사에서 합격하신 분들만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담당자분의 말입니다.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던 저에게 결정타를 날린 말씀이었거든요.
댄스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노래는 불러보지도 못 한 다는 얘기잖아요.
'어?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가창심사에 모든 힘을 쏟을 생각이었기에, 춤에서 까먹은 점수를 노래로 만회 하려 생각했던 제게 있어서 그 말은 정말 청천벽력이었어요. 생각도 못 했던 전개였던 것이지요.
겨우겨우 댄스심사를 통과하고 가창심사를 기다리면서
'아, 어쩌면 기다리는 동안에도 보고 있을 지 몰라' 라고
드라마나 만화에서 보았던 상황을 떠 올리며 자세를 곧게 한 채
'힘 내라 나'
'지지 마!'
라고 스스로를 북돋곤 했지요.
내가… 카시와기 유키라는 인간이 이 곳에 있다! 고 속으로 외쳤지요.
그 이후, 기억에 남는 것은 심사의 마지막 순간… 응모자들이 플로어에 모여있는 가운데, 합격자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그 중에서도 '카시와기 유키!'라고 제 이름이 불리던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아요.
'해 냈다!'는 달성감과
'말도 안 돼'라는 의심이 동시에 들었거든요.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고, 마치 뭔가 붕 뜬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지요.
네, 제 인생에 '기적'이 일어 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을 크게 바꾼 2006년 12월 3일…
마유, 당신은 그 '운명의
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유키링에게
그 날에 대해서는 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
회장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
팽배한 긴장감,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들…
1년 전에 보았던 광경과 똑같았어요. 데자부라 하던가요.
단 한가지 달랐던 것은…
네, 저 자신의 마음이었어요.
'이번에는 붙을 것 같아'
어째선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있었어요.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요.
사실 아직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12년간 살아 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감을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뭐라고 할까요… 처음 맛보는 신기한 감정이었어요.
'잘 될지도 몰라… 아니, 꼭 잘될 것 같아… 아니야.. 잘 될거야!'
'무조건 잘 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평생 단 두 번… 그 날과 한참 뒤, 총선거에서 1위를 했던 그 날 뿐이었어요.
댄스 심사를 먼저 받고, 댄스 심사에 통과 해야만 가창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1년 전…2기생 오디션 최종 심사때와 마찬가지였어요.
여유는 없었지만, 어째선지 마음은 침착했어요.
잘은 못 하지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의 힘을 빌어 어찌저찌 제 1차관문을 돌파!
가창심사는 오디션을 앞두고 엄마와 함께 계속 연습을 했던 키타데 나나상의 'KISS or KISS'를 불렀어요. 드라마 '아네고'의 주제곡이었지요.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 고동소리가 제 귀에 들려왔어요.
하지만 '잘 안 될 거야'라는 약한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잘 될거야'라는 자신감이
점점 더 커지며, 확신으로 변해갔지요.
'좋아! 해 보자!!'
심사위원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 점수는 몇점일까?
사실을 알게 되는게 무섭기는 합니다만, 사실 그 당시의 저는 120% AKB의 멤버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합격자 발표 때도 자신만만 했어요.
그렇기에 나중에 자신의 번호가 불렸을 때도 '해 냈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었어요.
물론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 이름이 불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네!'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오른손을 힘껏 들어 올렸지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요.
유키링에 대해서라… 유키링이 그 곳에 있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쉬는 시간이나 연습 시간이나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과 그룹을 이루고 있었기에…
저는 어린애 그룹, 유키링은 언니 그룹이었지요.
그렇기에 유키링이 있었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정작 대화를 했던 것은 3기생들의 첫 레슨때였던 것 같네요.
점심시간에 도시락이 나왔는데, 종류가 많다 보니 뭘 먹어야 할 지 고민하던 저에게
'뭐 먹을거니?'라고 말을 걸어 준 게 유키링이었지요.
'우와! 엄청 귀여워!'
저는 유키링에게 순식간에 빠져버렸어요.
유키링은 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보였어요.
제가 지금껏 살아오며 보았던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 갑자기 '안녕'이라고 말을 건 듯한 느낌이었어요.
만약 제가 남자아이고 유키링이 같은 반 여자아이라 치면, 자리 바꿀 때 옆자리가 되었을 때 엄청나게 긴장 했겠지요.
왠지는 몰라도 그렇게, 남자아이가 되기라도 한 듯 생각을 했었어요.
그 정도로 유키링은 귀엽고, 지켜주고 싶었고, 동시에 불면 꺼질것만 같았어요.
유키링, 기억하나요? 그 때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를.
'출판물 > 출판물-AKB'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시와기 유키, 와타나베 마유 '왕복서간' 네 번째 편지 (0) | 2018.01.16 |
---|---|
카시와기 유키, 와타나베 마유 '왕복서간' 세 번째 편지 (0) | 2018.01.14 |
카시와기 유키 - 와타나베 마유 왕복서간 첫 번째 편지 (0) | 2018.01.07 |
미야자와 사에 '이것만 있다면' 1장 (0) | 2017.05.14 |
AKB48 공식 10년사 - 눈물은 구둣점 '팀 8' (0) | 2016.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