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5. 16:10
4-1. 비선발 멤버란 대체 무엇인가?
AKB48라는 그룹의 인지도와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AKB48란 어떤 그룹인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팬들이,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론가, 그리고 매스컴이 AKB48란 그룹은 어떤 그룹인가를 이야기 하게 되기에 이른 것이다. 조금 더 지나서는 아키모토 선생님을 필두로 AKB48 스탭분들도 매스컴 전면에 나서서 AKB48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속되어 있는 현역멤버들마저도 각자 자신이 소속 된 AKB48이라는 그룹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에 이르렀다. 왜냐면 인터뷰 등을 하게 될 때 꼭 나오는 질문이 바로 'AKB48이란 그룹은 어떤 그룹인가요'라는 질문이니까.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기 마련. 그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발 멤버'들뿐이었다. 왜냐면 애초에 미디어에 노출되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선발멤버들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이유 뿐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AKB48'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들에게는 TV에 나오는 익숙한 선발멤버들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비선발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비선발멤버들의 존재조차도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그런 질문을 받을 이유도 없었던 것일지도...
내가 그 '비선발'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비선발'이라는 존재가 AKB48라는 그룹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 '비선발'이라는 것이 바로 다른 아이돌 그룹에는 없는, AKB48만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비선발멤버의 존재야말로 AKB48을 AKB48답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비선발멤버를 이야기 하지 않고 AKB48라는 그룹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4장에서는 '비선발 멤버란 어떤 존재인가'를 중심으로 'AKB48란 무엇인가'를 논해 보고자 한다. 나 자신이 비선발멤버로서 느껴 온 것, 비선발멤버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AKB48의 본질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4-2. AKB48란 무엇인가.
'비선발멤버란 무엇인가'를 논하기 전에 우선 'AKB48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 해 보고자 한다.
AKB48는 2005년 12월에 활동을 개시한 여성 아이돌그룹이다. AKB48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멤버 수가 많다'는 것, 그리고 '정형화 된 패턴이 없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형태를 바꾸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처음 활동을 개시하였을 당시, 멤버는 겨우 20명뿐이었다. 그 뒤로 2기생, 3기생이 들어오면서 'A', 'K', 'B'라는 팀으로 나뉘게 되고, 각 팀당 16명씩 배치가 되면서 48명짜리 그룹이 되었다. 그 뒤, 잠시간은 48명체재가 당분간 이어지다가 다시 오디션이 행해지고, '연구생'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외에도 SKE나 SDN, NMB, HKT 같은 자매그룹들도 차례차례로 생겨 났고, AKB48에도 새롭게 팀 4가 생겨났다. 그 뿐이랴. 해외 (인도네시아)에도 자매그룹인 JKT48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AKB48 그룹은 총원 200명을 넘는 대 집단이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더 늘어 나겠지... AKB그룹 전체인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 해 갈 것인지를 예상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으리라.
4-3. 오시(응원함)와 호시(무시함)
AKB48 그룹이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쳐 왔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멤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끝 없는 경쟁이다.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인기를 얻느냐'에 따라 그룹 내에서의 위치나 일 등에 부침이 생기기 때문에, 멤버들은 끝없이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쟁 시스템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 진 신조어가 있다.
예를 들어 '오시'와 '호시'를 들 수 있겠다. 처음에는 극장공연에서 좋은 자리를 받은 멤버들을 일컬어 팬들이 '운영 스탭들이 밀어주는(押す/推す오스 : 밀다/추천하다)' 멤버라는 의미로 사용하여 '오시멤버 (스탭들이 '밀어주는 멤버')'라는 말을 사용하였고, 반대로 좋지 않은 자리를 받은 멤버들을 '운영 스탭들로부터 방치되는 (干す,호스 : 말리다. 원래는 젖어 있는 것을 말리다. 라는 뜻인데 빨래를 '널어서 말리다'라는 뜻에서 '방치하다' / '무시하다'라는 속어로 전용) 멤버'라는 의미로 '호시멤버'라고 했었던 데에서 '오시'와 '호시'라는 말이 탄생하였다.
이런 용어는 사실, 초창기 공연에서 각 멤버별로 출연하는 포지션에 격차가 있었기에 발생 한 용어였다. 그것을 본 팬들이 '왜 저 멤버는 푸시를 받고 (오시), 저 아이는 무시 당하는 (호시) 거지?'라고 의문을 갖고, 팬들 사이에서 그런 의문에 대한 토론이 활발 해 졌기 때문에, 그것이 일반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이 바뀌어, 점점'내가 응원하는 멤버'를 '오시멘'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AKB48은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쟁'을 유도하는 체제였다. 처음부터 멤버들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4-4. 선발과 비선발
그 다음으로 생겨 난 단어가 바로 '선발 멤버'라는 단어이다. 그것은 AKB48이 메이저 데뷔를 할 때 생겨 난 개념으로, 처음 CD 데뷔 당시, 전원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선택받은 멤버들 (다시 말해 선발 된 멤버들)만이 노래를 부른 데에서 생겨 난 개념이었다.
선발과 비선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녹음에 참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킷 사진에 등장 할 수 있는 것도, PV에 등장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선발 멤버'들 뿐이었다.
그 뿐 아니다. 선발멤버 내부에도 서열이 따로 있어서, TV 등의 미디어에 출연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미디어 선발'이라고 불리는 그 중에서도 일부의 선택받은 멤버들 뿐이었다. 그 뿐인가, 노래를 할 때 중심부분에 오는 것은 '센터'라고 하는 멤버로, 말 그대로 그 '센터'는 AKB48의 수 많은 멤버들 중에서도 최고봉에 선 멤버라고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선발에 뽑혔다고 해도 미디어 선발에 뽑히지 못하면 방송에 나갈 수 없고, PV에 나오더라도 정말로 순간적으로밖에 찍히지 못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발에 들어간다고 전부가 아닌 것이다. 자신이 어떤 포지션에 있다고 해도 '경쟁'은 끊임없이 위협 해 오는 것이다. 일종의 '의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런 선발에조차 들지 못 한 나머지 멤버들은 전부 '비선발 멤버'로 분류되어버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쉽게 말해, AKB48에는 선발보다 비선발멤버가 많다는 얘기다. 200명이 넘어가는 대집단에서 선발에 들어 갈 수 있는 것은 겨우 20명 내외... 단순계산으로도 90%는 비선발이라는 말이 된다. 그냥 선발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최소 10대 1의 경쟁에서 이겨 내야 하는데, 그게 미디어 선발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20배 이상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다.
4-5. 총선거
그런 AKB내의 인기 경쟁이라는 것은 이윽고 그룹의 개성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개성을 알기 쉽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2009년부터 시작 된 '총선거'라는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는 이전까지는 운영 스탭들이 임의로 정했던 '선발'과 '비선발'을 팬들에게 맡겨, 팬들이 직접 선발과 비선발을 정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총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는 '선발'과 '비선발'이 인기를 기준으로 나뉜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항상 팬들 사이에서는 '왜 그 아이가 선발이야?' '왜 그 아이는 선발이 아냐?'라는 식으로 논쟁이 일어나곤 했었다. 특히나 선발의 기준이나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팬분들은 '운영스탭들은 자기들이 편애하는 아이들만 뽑는다.', '운영진의 취향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불공평하다'라는 지적이 항상 있어왔던 것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팬분들이 적극적으로 '밀실정치 타파'를 위해 의견을 내 주시곤 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의견에 대한 운영측의 답이 바로 총선거였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멤버들 간의 경쟁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발 선정 과정을 조금 더 공개적으로 하려는 의도였다고 평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정작 실제로 시작되고 나니 이게 큰일이었다. '그룹 내의 인기경쟁'이 한층 더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멤버들간에서 막연하게 '저 아이가 되겠거니'라고 생각만 해 왔던 것이, 실제로 팬들의 투표로서 '수치화'되어,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런 부담감은 선발멤버들 뿐 아니라 비선발멤버들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운영 스탭들이 선발을 정하던 당시에는 비록 선발에서 제외가 되더라도 '이번 노래 이미지는 나랑 안 어울리니까'라며 스스로를 위로 할 수 있었는데, 투표로 결정이 된다면 득표 수가 한눈에 보이게 되어, 그런 변명조차 할 수 없어지고, '나는 인기가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 역시도 총선거를 하게 되었다는 예기를 듣고는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애써 시선을 돌리고, 피해 왔던 '인기'라는 현실이 눈 앞에 들이닥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기를 일정부분 포기하고 '쓰기 쉬운 멤버'가 되어 '비록 선발은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필요한 멤버가 되면 돼', '공연을 열심히 하면 돼'라고 생각했었고, 또 그렇게 노력 해 왔었다. 하지만 총선거라는 것이 실제로 시작되게 되면, 나 역시도 '인기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즉, '인기 얻기는 포기했다'던지 '나는 다른 의미로 팀에 필요한 사람이예요'라는 등의 변명을 할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예로 든 것이 부적절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말하자면 '지금껏 애써 도망 쳐 왔던 현실이 갑자기 닥쳐 왔'다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는 현실과 타협하며 도망 칠 수 없었다. 진지하게 현실과 대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4-6. 선거, 그 후
하지만, 그 때 까지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애써 무심했던 나였었기에 뒤늦게 노력을 해 봤자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아둥바둥하는 사이에 1차 총선거 당일이 찾아왔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순위도, 득표 수도 발표되지 못한 채 '권외'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나 자신이 '비선발'이라는 것을 재확인 한 결과였다.
그것을 알게 되고, 기분이 굉장히 가라앉았었다. 그런 결과가 나오고, 나 자신이 빼도박도 못 할 '비선발'이라고 하는 냉정한 현실이 눈 앞에 펼쳐 져 버린 이상, 더 이상 AKB48 내에 나 같은 사람의 자리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 이상 내가 설 자리는 없고, 오히려 다른 멤버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을 뒤엎듯이 총선 뒤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일상이었다. 총선거가 끝난 뒤에도 딱히 큰 변화가 없이, 지금까지처럼 그저 공연을 하고, 연습을 하는 나날만이 이어졌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총선 이전보다도 더 안정되고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기까지 했다. 뭐랄까.. 총선 이전까지의 빡빡한 분위기가 완화되고, 나처럼 비선발이 되어버린 멤버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해졌다고나할까...
많은 분들께서 위로를 해 주시고 격려를 해 주셨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라고 해 주시기도, '이런 부분을 좀 더 힘 내면 좋을거야'라고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너무나도 의외였다. 나는 그 때 까지만 해도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 해 왔었다. 패자는 그 존재마저도 부정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해 왔다. 아이돌 업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기가 있는 선발멤버들 뿐이고, 인기가 없는 나같은 비선발멤버들은 당연히 도태되어야 하는 떨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선거가 끝난 뒤, AKB48 내에서 비선발멤버들은 오히여 이전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들로서 다루어졌다. 이전보다도 자신의 있을 자리가 더더욱 확실히 주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난 느꼈다. 승부라는 것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패자들에게도 자기 나름의 '존재의의'를 명확히 해 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패자에게도 존재의의가 있다는 것을... 특히 AKB 총선거에서 '권외'로 전락 해 버린 멤버들이라고 해도 '비선발 멤버'라는 존재의의가 부여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4-7. 존재를 인정받는 비선발 멤버들.
나는 '대체 비선발 멤버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윽고 '어째서 비선발인데도 그 존재를 인정 해 주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다다른 결론은 '비선발 멤버들이 있기에, 선발 멤버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 해 보자면, 경쟁의 결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상황에서, 패자 없이는 승자 역시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뭐랄까... '경쟁' 없이는 '승자'도 탄생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리고, 승자가 아닌 부류들에게 '승자들의 아우라'와 '가치'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경쟁'을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승자의 아우라'와 '가치'를 손에 넣기 위한 것이다. 물론 평등이라는 가치도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는 생각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쟁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인간으로서 더욱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기에 경쟁 역시도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경쟁에서 이긴 '승자'들이 아까도 말했던 '아우라'와 '가치'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인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돌로서의 '아우라'와 '가치'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승자들이 빛나기 위해서는 그 승자들에게 패배하는 역할을 할 사람도 필요 한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경쟁 하고, 그 결과 패배해서 사라 져 가는 경쟁 상대가 필요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패자라고 해도 중요한 존재이며,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패자에게도 패자로서의 위치, 장소, 입지가 있기 마련인 것이다.
총선거가 끝난 뒤, 비선발 멤버들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 준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비록 패배 할 지언정, 최선을 다 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적으로 승자들을 더욱 더 빛나게 해 주는 비선발멤버들의 건투를 인정 해 주고, 그 존재를 인정 해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패자'들이 전부 그 존재를 인정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패자'는,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한 자들뿐이라고 생각한다. '패자의 책임'이란 것은, 포기하지 않고 경쟁에 임할 것,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경쟁 할 것, 비록 패배하더라도 가능한 한 화려하게 패배해서 승자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줄 것을 말한다. 표현을 바꾸어보자면 '승리의 가치를 더더욱 빛나 보이게 해 주는' 패자만이 그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패배를 통해 승자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패자 자신 역시도 상당한 레벨에 달해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말이 조금 이상 할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가 '빛나는 패자'여야만 승자들을 더욱 더 '빛 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패자들 역시도 부단히 레벨 업을 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레벨이 낮은 패자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듯 이겨봤자, 승리가 빛 바래고, 가치가 떨어 질 뿐이니까.
4-8. 패자의 책임
그렇다는 것은, 패자들 역시도 쉴 틈 없이 자신을 단련 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그런 단련을 통해 자신을 이긴 멤버들에게 '승자로서의 아우라'와 '가치'를 부여 해 주어야만 하는 중요한 책임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기에 '진정한 패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패자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한 자들 뿐이라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지 못 한 자는 '패자'로서조차도 실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한다면 자신이 제 아무리 '비선발'이라고 해도 AKB48의 멤버로서의 자격은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렇게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며 승자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패자'들의 존재가 AKB48의 성장, 그리고 인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AKB48 멤버들 중 90%가량은 '비선발' 멤버들이지만, 그런 '비선발'들이 '패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며 스스로를 갈고닦아 레벨을 올리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화려한 패자'가 되어 선발멤버들을 더더욱 빛나게 만들기에 그룹 전체로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선발 총선거를 통해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총선거는 내게 있어 큰 전환의 계기였던 것이다. 솔직히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는 '내 AKB 생활도 여기서 끝이구나'라는 불안감과 절망감만이 가득했었지만, 실제로 끝나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이 내게 보여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반응'은 너무나도 예상 외의 일이었고, 그것을 겪으면서 '비선발에게는 비선발로서의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쓰기 편한 멤버'라는 작전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면 이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었듯이 AKB48에게 있어 극장 공연이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 '기본'을 열심히 해 나가는 것은 AKB48이라는 그룹에 있어서는 적지않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인기를 얻는 것을 반쯤 포기하고 택한 길이었기에, '아이돌'로서는 실격이었을 지는 모르지만, 다른 방법이 없던 내가 택한 그 길은 아무래도 그렇게 틀리기만 한 길은 아니었었던 것이다.
4-9. 관용적인 AKB48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택한 전략이 모든 아이돌 그룹에서 통용되는 전략인가 하면 그건 꼭 그렇다고 하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전략은 'AKB48이기에 사용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AKB48이라는 그룹이 '승자 뿐 아니라 패자도 받아들여지는 관용적인 그룹'이었기에 인기 획득을 포기하고 '써 먹기 좋은 멤버'로 노선을 잡아도 받아들여 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
생각 해 보면, AKB48가 갖고 있는 수 많은 매력 중 이런 '관용'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듯 '관용적'인 그룹이기에 나같은 '비선발 멤버'들마저도 자신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데에서 나온 여유가 멤버들의 개성을 길러주고, 다양성을 길러 주기에 AKB48이 가진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드라마'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 해 보면 AKB48라는 그룹은 참으로 다양한 드라마를 갖고 있다. '드라마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하게 쓰겠지만, 나 자신만 해도 여러 드라마에 '조역'으로서 함께 해 온 바 있었고, 그 수가 적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런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적도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AKB48라는 그룹 자체의 목표가 애초에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는 점과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AKB48의 멤버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이돌'로서 완성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까지나 AKB48을 통하여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모습, 다시 말해 '미완성'체로서 있을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성우가 된다'는 궁극적인 꿈을 가지고 있고, AKB48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통과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AKB48의 오디션을 받은 것이고, 그 뒤로도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 해 봐도 참으로 신기 한 것이, 참으로 '소극적'이고 '귀차니즘'이 심각한, 그것도 '아이돌'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내가 어째서 AKB48이라는 아이돌 그룹 안에서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 '올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AKB48에 들어 온 뒤, 지금껏 경험 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을 수 없이 경험 해 왔고, 수 많은 시련과 곤란에 직면 하게 되었지만, 그런 것들을 '내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노력으로 극복 해 왔던 것이다.
물론 그런 노력의 배경에는 '그렇게 해야만 성우가 될 수 있다'는, '성우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자신 할 수 있다. 이유가 그것 뿐이었다면 애초에 '포기가 빠른' 내 성격상 이미 예전에 포기하고, 좌절 해 버렷을 것이기 때문이다.
AKB48에는 그런 개개인의 계산을 넘어 선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토록 귀차니스트에 포기가 빠른 나 조차도 '무아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매력에 빠져 버린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AKB48의 멤버들 (심지어는 '그' 앗쨩 마저도!!)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AKB48에 들어 와 겪은 수많은 좌절과 고난, 그리고 들어 와서 지금껏 쌓아 온 수많은 노력들... AKB48에 들어 오기 전에 이미 그런 경험을 해 본 멤버가 몇이나 될까?
모두들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 나, 유토리 교육 (※ 여유있는 교육. 경쟁을 줄이는 것이 그 1차적인 목표였으며 일본 내에서는 실패한 교육정책으로 평가받음)을 받은 세대이기에, -물론 개인 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아 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멤버들이 AKB48에 들어 와, 지금껏 경험조차 해 보지 못 한 가혹한 세계를 경험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냉정한 현실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멤버가 200명 이상이나 있는 것이다. AKB48에 '불가사의한 매력'이 없다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4-10. AKB48의 불가사의한 매력
내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자면, 그 '불가사의한 매력'에는 3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번째로, AKB48의 멤버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지난 번에도 말 했듯 별다른 고난 없이 살아지는대로 살아 오는 동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AKB48의 멤버들은 '그런 일상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뭐라고 할까. '이대로 그냥 살아도 될까?'라는 의문을,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받아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냥 살아간다는 그런 삶의 방식 자체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그렇기에 AKB48가 지금껏 경험 해 온, 일반적인 삶에서는 겪을 일이 없는 가혹한 시련에도 꺾이지 않고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이유를 들자면, 너무나도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기에, 오히려 쓸 데 없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AKB48에 들어 와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항상 바쁘다'는 것. 오디션에 붙은 그 순간부터 펼쳐졌던 지옥같은 3주간의 레슨시기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AKB48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 선발'이라고 칭해지는 최고 인기멤버 뿐 아니라, 나 같은 비선발 멤버들조차도 항상 '바쁘'다.
쉽게 말해서, AKB48의 멤버라면 그 누구라도 극장에서 공연을 해야 하고, 공연이 있건 없건 레슨을 받아야 한다. 때로는 극장 밖에서의 일도 있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인기가 없는 멤버라고 해도 '여유로움'이나 '한가함'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매우 먼 생활을 보내왔고,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바쁜 생활'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생활이 싫어서, 혹은 견디지 못 하고 그만 둬 버린 멤버들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생활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을 때라 하더라도 매일매일을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좋건싫건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나의 성격과 결부되어 더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깊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원래부터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을 해서 잊고는 했는데, 그게 AKB48에 들어와서는 이젠 '일'로서 잊을 수 있게 된 것이니 말이다. 어떻게 말 하자면 '일을 하는 것이 곧 기분 전환이 된' 다고나 할까? 말 그대로 '일석이조'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렇게 계속해서 일거리가 들어오다보면 나처럼 게으르고 쉬이 포기하는 사람들은 계속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뭔가를 하라하면 금세 그만 둬 버리는 나같은 사람은, '일'이 계속 들어 와 버리면 그것에 저항하는 것 마저도 귀찮기에 그냥 주어 진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시련이 아닌 한, 계속해서 바쁜 것이 내겐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요인을 들어보자. 바로 '동료'의 존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AKB48는 모두가 알다시피 '경쟁이 격심'한 그룹이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께서 '멤버들 사이가 안 좋을 것 같다',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울 것 같다'는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 실제로 나 역시도 '실제로는 다들 사이 안 좋지?'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들은 적 있었고.
하지만, 정말이지 솔직하게 말 해서, AKB48의 멤버들은 다들 '놀랄 정도'로 사이들이 좋다. 내가 활동을 해 온 지난 몇년간, 누구누구가 싸웠다던가, 정말 안 맞는다던가 하는 얘기조차 들어 본 적이 없었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멤버는 없다.
물론 모두가 '친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서로서로를 '동료'로서 인정하고, 기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멤버들에게는 정말이지 당연한 감각이다. 왜냐하면 AKB48의 오디션에 붙어서, 멤버가 되는 순간부터 의무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기에, 그런 '의무적인 경쟁' 이외에 멤버들 개개인간에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뭐랄까, 서로서로 경쟁에 지쳐있기에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곳, 일과는 관계 없는 곳에서까지 서로 경쟁하려 들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니, 그럴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하는 게 맞을 지 모르겠다.
또, '총선거'라고 하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이벤트를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서로 묘한 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 역시 한 이유로 들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멤버들간의 경쟁과는 별개로 팬들의 투표로 순위가 정해지는, '긴장하며 선택을 기다리는' 멤버들 외에는 알 수 없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감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정서는 팬분들이건 스탭들이건 이해 할 수 없는, 멤버들만이 공유하는 정서라고 단언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멤버들은 자연스레 동료의식을 갖게 된다. '사이가 좋아지고 싶거든 공통의 적을 만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AKB48에서는 그 '공통의 적'이 바로 AKB48의 멤버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닥쳐드는 여러 시련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멤버들간의 연대감, 동료의식은 강해 질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조금 호들갑스러운 말일지는 모르겠는데, AKB48의 멤버들은 (그것이 선발이건 비선발이건 관계 없이) 모두 '동지'이다. 같은 전장에서 싸우고, 스러져 가는 말 그대로 '전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멤버들간의 경쟁 뿐 아니라 '연예계'내부에서의 경쟁 역시 매우 힘이 드는 경쟁이기에 그런 것이 더 큰 지상목표로서 주어 져 있다는 것도 멤버들간의 동료의식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내가 처음 AKB48에 들어 갔을 때에는 AKB48라는 그룹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하루하루가 '생존경쟁'을 해 나가던 때였다. 선발에 드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연예계에서 살아남느냐 묻혀버리느냐가 문제였기에, 그룹 내에서 경쟁을 하기에 앞서 연예계에서 살아 남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였었다.
그런상황에서 멤버들간에 서로 반목하고 경쟁 할 여유가 있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그룹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남들의 발목을 잡아 끌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AKB48의 멤버들은, 특히 동기끼리는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다. '한 솥 밥을 먹었다'고 흔히들 이야기 하는데, 우리는 정말로 '한 솥 밥'을 먹은 관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총선거를 통해 '순위가 정해 질 때'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슬픔을 뛰어 넘음으로 하여 멤버들간의 결속력과 인연은 더더욱 깊어 졌던 것이다.
4-11. AKB48은 '배움의 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속 멤버들에게 있어 AKB48이라는 그룹은 항상 '즐겁기만' 한 그룹은 아니다.오히려 괴롭고 힘든 일이 더 많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까지 맛 보지 못했던 큰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성우'라는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더더욱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게 성우라는 확고한 목표가 없었다면 예전에 AKB를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꿈이 있었기때문에, 아무리 힘든 시련이 닥치더라도 이겨 낼 수 있었고, 노력 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사에 포기가 빠른 한 편 의외로 완고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이돌'로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기를 얻는다'는 면을 빨리 포기 해 버렸음에도 '성우가 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AKB48에 소속되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내게 있어 '어린 시절의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AKB48 활동을 하면서 그 말을 절실히 실감했던 것이다.
꿈이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내게 있어 AKB48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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