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사운드 프로듀서로
누가 좋냐는 질문에 '만약 그 분이 해 주신다면 좋겠네요'라는
식으로 지나가듯 카메다 세이지상의 이름을 이야기 했더니, 실제로 수락을 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제가 '와, 이거
진짜야? 어떻게 한다…' 라고 긴장하게 되었지요.
카메다상은 시이나 링고상, 히라이 켄상, JUJU상, Do
As Infinity상 등 수많은 아티스트분들의 프로듀스를 하신 분으로, 도쿄지헨에선 베이시스트로서도
활동하셨습니다. 저 역시 연차를 쌓아가며 조금씩 음악적 지식이 늘어나면서 '아, 이 곡도 카메다상이 만드신 곡이구나'라고 새롭게 발견 하는 경우가 많아 져, 정말로 그 폭넓은 음악적
능력에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분이십니다.
지금까지 기타를 배운 적은
있지만, 작곡이라는 것은 정식으로 배워 본 적이 없었던 저에게, 카메다상은
흔쾌히 '작곡 선생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정말로 다정하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셨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스파르타식 선생님이셨습니다. 사실
이번 앨범에는 제가 이전에 만들었던 곡들도 실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곡도 일곱곡인가 여덟곡 만들어
둔 것이 있었지요. 하지만 처음 카메다상과 만나 회의를 하게 된 날,
카메다상께서 '이 앨범에는 나와 만난 이후에 만든 곡들을 메인으로 넣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뒤이어 '무조건
좋은 앨범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바로 받아들였습니다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 제로상태부터 시작해야하는구나'라고
쇼크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작기간도 빡빡했었기에
집에서 기타를 쳐 보거나, 키보드를 쳐 보거나 하면서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곡으로 만들어 카메다상의
스튜디오로 가져 갔습니다. 마감기간은 매 주 1회, 한 번에 1~2곡 정도를 가져 가는 페이스였습니다. 그렇게 몇 곡인가가 완성 된 뒤, 카메다상께서 '업템포에 빠른 곡이 없으니까 다음 만날 때 까지 빠른 곡을 만들어 볼래?'라고
과제를 주셨습니다. 순순히 '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아, 이거
무리겠는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어찌저찌
과제를 해결 해 나가면서 한 곡씩 한 곡씩 새로운 곡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앨범의 이미지가 확고해졌습니다.
비록 곡을 만들어 오는
마감에 있어서는 매우 깐깐하셨지만, 스튜디오에서 만나 뵈는 카메다상은 언제나 다정한 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만들어 온 곡에 대해 '이 곡은 이렇게 전개 해 나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라던가 '이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 라인은
어떨까?'라는 식으로 말씀 해 주셨지요. 선생님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이시기보다는 저의 시점을 일깨워 주시는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투박한 곡 안에서 수 많은 '가능성'들을 찾아 내시고, 그
가능성들을 키워 내 주셨지요. 카메다상의 편곡 덕분에 '완전히
똑같은 멜로디'임에도 곡의 인상이 확 변한 곡도 있습니다. 저
역시 카메다상의 편곡에 자극을 받아 가사를 전부 다시 쓴 경우도 있을 정도지요.
동시에 스튜디오에서 겪은
일들은 지난 6년간 NMB48의 활동을 통해 실감한 수 많은
교훈들과 겹쳐 느껴졌습니다. 애초에 저는 스스로가 '아이돌은
무리'라 생각한 타입이었지만, 실제로 아이돌이 되고, 활동을 하고, 프로듀스를 받으면서 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 자신을 '좋아' 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런 흐름 말입니다.
스스로의 매력은 알기 힘든
법입니다. 누군가가 그런 매력을 이끌어 줘야만 알게 되는 매력도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을 저 혼자서
만들었더라면 그다지 매력도 없고, 매우 단조로운 앨범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쓰고 싶은 곡, 제가 생각하는 것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앨범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요. 카메다상에게 프로듀스를 부탁드린 것은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