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마리카 롱 인터뷰
'자신의 SUNNY와 BLUE를 찾아내는 스토리'
- 이번에 이토 마리카상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SUNNY'와 'BLUE'라는 컨셉을 잡아 보았습니다. 저희가 마리카상을 나타내는 데 저 단어들을 선택한 이유가 왜인지 아시겠어요?
마리카 (이하 '마') : 음… 저를 한 마디로 나타내면 'SUNNY & BLUE'라는 말씀이죠…
- 마리카상은 한 사람의 '표현자'로서 밝고 천진난만한 일면을 갖고 있는 동시에 매우 멋지고 그늘 져 보이는 상반된 두 이미지를 한번에 갖고 계시다는 것이 매력이라 생각해요. 그런 양 면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SUNNY & BLUE'라는 말이고, 이번 인터뷰는 마리카상이 지금까지 활동을 하시면서 어떻게 자신의 'SUNNY & BLUE'를 찾아 오셨는 지를 짚어보는 인터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 : 그렇군요. 제 안에 있는 두 가지 측면이라… 사실 저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렇게 멋지게 저를 표현 해 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BLUE' 마리카의 걸작 '나이프'
- 마리카상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바로 노기자카의 데뷩 싱글 '구루구루 커튼'에 실렸던 야나기사와 쇼 감독의 '나이프'에서 보여주신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이프'는 'SUNNY & BLUE' 중에서는 'BLUE'측으로 분류할 수 있을텐데요, 데뷔 싱글임에도 이미 연기력이 눈에 띄었어요. '나이프'를 찍기 전에 연기 경험이 있었나요?
마 : 노기자카에 들어오기 전에는 워크샵에 갔을 때 약간 해 본 정도였어요. 정식으로 작품에 출연 한 적은 없어요. 워크샵에서 배웠던 것도 딱히 제가 연기를 잘 하나 못 하나 생각 해 본 적 없었고, 오히려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연기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들어 와, 처음으로 연기를 경험 한 게 바로 '나이프' 였어요.
- 그럼 촬영 직전까지 '내가 연기를 한다고?' 라는 느낌이셨겠네요.
마 : 그렇다고 그런 느낌도 아니었어요. 그냥 연기를 하느냐 마느냐에 앞서 콘티를 보고 '아, 이런 분위기 진짜 좋은데'라고 생각한 정도? 그게 이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었어요. 실제로 현장에 들어 가 보니 정말 즐겁더라고요. 사실 그 때 스태프분들께 드리려고 쿠키를 만들어 갔어요. 이런 거라도 준비해 두는 게 좋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기대가 많이 된 현장이었어요.
- 그럼 촬영 현장에서 가장 즐거웠던 건 어떤 점인가요?
마 : 촬영 현장이라는 공간은 정말 여러 가지 '소리'들로 가득 차 있거든요. 음향담당자분이나 조명 담당자분, 미술 담당자분 같은 스태프분들께서 분주하게 돌아다니시고. 하지만 그렇게 왁자지껄하던 현장도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쥐죽은 듯 조용해 져요. 그리고 그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저에게 쏠리게 되지요. 거기서 느껴지는 긴장감이라던가 촬영 현장 특유의 분위기, 향기 전부 정말 마음에 딱 들었지요.
- 그럼 지금 다시 한 번 '나이프'를 되돌아 보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으신가요?
마 : 그 당시 노기자카46로서 어떤 일을 했었는 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진 않아요. 하지만 같은 시기에 있었던 '나이프' 촬영 현장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낮'이라는 설정에 맞추어 조명을 꽤나 밝게 틀었었는데, 그 조명이 너무나도 따뜻했어요. 그 때문인지 뺨에 상처자국을 그리는 도중에 깜빡 잠들기도 했었지요. 반면 체육관에서 쓰러져 있는 장면을 찍을 땐 엄청 추워서 여기 저기에 손난로를 잔뜩 붙였었어요. 물론 카메라에는 안 보이게 잘 숨겨서… 정말 추억이 많네요. 이제 와 다시 떠올려 보면 아쉬운 것도, 마음에 걸리는 것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고, 지금 다시 봐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게 기뻐요.
- '나이프'에서 연기하신 역할은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역할이었나요?
마 : 음… 거기까진 별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네요. 하지만 '나이프'를 다른 멤버가 했더라면 아마 그 모습을 보고 '아, 뺏겼다'고 생각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어요.
- 그렇게 보면 '나이프'는 마리카상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 :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노기자카에 들어오기 전에도 그렇고 들어 온 직후에도 사실 '나는 어떤 것을 하고 싶어'라던지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하지만 처음으로 '나이프'라는 작품을 경험한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세계관이 어떤 세계관인지, 촬영현장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제게 있어 미래에 어떤 선택지를 택할 수 있을 것인가 등 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세계를 보는 눈이 확 넓어졌거든요.
'마리카'와 '마릿카'를 발견하다
- 이어진 두 번째 싱글 '오이데샴푸'에서는 후쿠시마 마키 감독과 함께 '마릿카 / 데이트 전날의 기분'이라는 작품을 하셨지요. 이 작품은 전작인 '나이프'와는 매우 대조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어떻게 보자면 마리카상의 또 다른 측면, 'SUNNY' 부분이 태어나게 된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마 : 사실 처음 콘티를 보았을 땐 '귀여운 작품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제가 그 작품을 하게 되었다, 노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엄청 싫었어요. 다른 데에서도 이야기 한 적 있지만 제 노래로 작품이 완성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완성된 노래를 듣고, 안무 영상을 본 뒤엔 '아 이런 방향성으로 가도 되는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작품은 뭔가 나사가 빠진 듯한 느낌도 들고, 어딘지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는 게 오히려 매력인 작품이라 할까요, 안무도 독특하죠. 제가 평소에 무심결에 하는 동작을 그대로 춤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런 걸 보고 '아, 여기선 이런 세계관도 인정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설퍼 보이고 조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근감이 느껴지고 어딘지 모르게 멋도 있고, 사랑스럽고… 콘티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기에 '아, 이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어'라 생각했습니다.
- 감독이신 후쿠시마 마키상의 세계관과 자신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마 : 네. 예를 들어 감독님께서 '여기선 이렇게 해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씀 하시는 것 마다 저 역시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라는 식으로 공감이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사실 잘 몰랐었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첫 작품이 '나이프'고 두 번째 작품이 '마릿카/데이트 전날의 기분'이었기에 지금 제 안에 상반 된 두 캐릭터가 정립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상반된 두 캐릭터, 말하자면 '마리카'와 '마릿카'를 마리카상 자신이 표현 해 본다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실 수 있나요?
마 : '마리카'는 말하자면 다크 사이드라 할까요, 어찌 보면 평소 저 자신의 모습과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표현이 잘 안 되긴 하지만…
- 그럼 '마릿카'는 어떤가요?
마 : '마릿카'는 그에 비해 밝은, 말하자면 '태양'과도 같은 존재예요. 쉽게 이야기 하자면 그 두 캐릭터는 '음'과 '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생각 해 보면 활동 초기부터 그런 두 가지 캐릭터를 부여 받았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이었던 것 같아요.
- 그리고 그 '마릿카'라는 캐릭터가 절정에 달했던 것이 바로 5번째 싱글 '너의 이름은 희망'에 실린 후쿠시마 감독의 '마릿카 17'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생각 하시나요?
마 :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요. 솔직히 당시에는 대체 이 작품의 어떤 면을 보고 칭찬을 해 주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이거 어떻게 보면 일종의 방송사고 같은 거 아닌가' 라고 걱정이 앞섰었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좋은 평가를 해 주시는 것을 들으며 '어? 이거 괜찮은 거야? 정말?' 이라고 의아 할 정도였지요. 아이돌답지 않은, 못생겨 보이는 장면도 많이 있었고, 표정도 이상한 장면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는 좀 창피하기도 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그 작품은 끝까지 보기 힘들고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다른 분들이 좋아 해 주시는 포인트가 그런 점일지도 모르지만.
- 그럼 본인은 그 작품이 '왜' 그토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마 : 왜일까요… 원컷으로 노래를 부른다던가, 자유롭게 춤을 추고 표정도 자유롭게 짓는다는 게 재미있었던 걸까요…
- 다른 멤버들이 했다면 이토록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마 : 아무래도 제 이름이랑 궁합이 잘 맞기는 하잖아요. '마릿카' 라는 이름.
-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닐거라 생각하는데요 (웃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본인이 그 작품을 과소평가 하신다고 생각 할 수 밖에…
마 : 과소평가가 아니라, 정말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납득이 가지 않거든요. 안무도 틀렸고,… 뭐, 그런 어설픈 점이 평가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그럼 '마릿카 17'이 다른 작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을 때, 많이 놀라셨나요?
마 : 엣?!? 하고 놀라긴 했어요. 물론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토록 좋아 해 주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 작품, 여러모로 꽤 독특한 작품이잖아요. 아이돌 팬분들이라면 좀 더 러블리하고 귀여운, 소위 '왕도' 작품을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기에 '이런 독특한 작품도 좋아 해 주시는구나. 다행이다' 라는 게 솔직한 감상이었어요.
-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게 된 이후로 '마릿카'의 분위기를 강요받거나해서 고민하거나 하신 적은 없나요?
마 : 있긴 하지만… 한참 뒤의 얘기네요.
다시금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 '마릿카 17'로 주목을 받게 된 뒤, 본인에게 있어 '개인 PV'란 하나의 큰 무기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해 보았나요?
마 : 사실 그런 생각을 한 건 초창기 때 부터였어요. 물론 '무기'가 될 거라는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 개인 PV가 있다면 이 그룹 내에서 살아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요.
- 그 다음 작품은 7번째 싱글 '바렛타'에 실렸는데요, '바렛타'는 개인 PV뿐 아니라 타이틀 곡의 MV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셨었지요.
마 : 정말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이 기회 감사히 받겠습니다. 라는 느낌이었지요.
- 개인 PV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그런 기회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마 :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영상작품에는 마리카지'라는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생겼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실제로 어떻게 생각 해 주시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이 MV에서 중요한 역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시 한 번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기뻤어요. 작품 콘셉트도 좋았고.
- 그룹 타이틀곡 MV에서 중요한 역을 맡게 되었다는 점도 의미 깊었었으리라 보는데요.
마 : 물론이죠. 그런 귀중한 기회를 받아 설렁설렁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른 프로 연기자분들도 함께 촬영을 하시고 하니 '저희는 연기도 할 줄 알아요'라고 어필도 하고 싶었고요. 아무래도 아이돌이라 하면 '어차피 어설픈 연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싫었고요. 기껏 중요한 역할을 받았으니 최선을 다 해 제대로 해 내고 싶었어요.
- 그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짐을 지우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는 타입인가요?
마 : 음… 예를 들어 '네가 알아서 적당히 얘기 해 봐'라고 하실 경우에는 잘 대처하기 힘들지만, 뭐가 되었든 제게 던져주시면 완전 달라요. 제게 뭔가 던져주시는 데는 전부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 '지금 당신을 주목해서 보고있다'는 시선이 느껴질 때랑 그렇지 않을 때도 다르죠?
마 : 그렇죠. 아무래도 시선이 느껴질 땐 '지금 내가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물론 버라이어티 방송에선 주목을 받아도 말을 잘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주목을 받고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MV나 개인 PV같은 영상 작품을 찍을 때네요. (웃음)
- '바렛타'의 개인 PV, '마리카' 땐 드라마 형식에 정평이 나 있는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과 호흡을맞추셨지요.
마 : 드라마 형식의 '제대로 된' 연기를 하는 건 사실 '나이프' 이후 처음이었던 데다가, 고민 해 가며 연기를 하고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금 부여 받았다는 게 정말 기뻤어요. 그렇기에 '마리카'는 지금도 자주 보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 마리카상의 'BLUE' 적인 면이라 하면 앞서 이야기 한 '나이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만, 이 '마리카'라는 작품 역시 마음에 남는 섬세한 작품이었지요.
마 : 그렇지요. 유아사 감독님과 호흡을 맞춘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는데, 이 인연이 '그 날 나는 갑작스레 거짓말을 했다' MV로 이어졌지요. 그러니까 '그 날~'의 MV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마리카'도 보아 주셨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바렛타' 때는 타이틀곡 MV에서도 개인 PV '마리카'에서도 연기를 했기에, 어찌 보면 '연기를 할 수 있어 만족한' 시기였고, 그 덕분에 저 자신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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