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를 높여 준 라이벌과의 경쟁
오디션에 합격 한 3기생들은 곧바로 오리엔테이션과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3기생들과 1, 2기 선배들이 만나는 날이 찾아왔다. 11월 어느 날에 있었던 ‘노기자카 공사중’ 녹화장에서였다.
‘TV에서만 봐 오던 분들이었기에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땐 ‘정말로 이 세상에 계시는구나’라고 놀랐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받았어요.’, ‘선배님들에게 압도되었습니다’ 라는 감상을 남기는 멤버들이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야마시타는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하는 노기자카에 들어 왔다는 기쁨,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언젠가는 저 역시 저 줄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이전까지야 3기생들끼리 레슨을 받았기에 하나가 되어 ‘선배님들을 따라잡자’는 분위기였지만, 제가 선배님들과 함께 나란히 서게 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같은 곳에 있지만 뭔가 엄청 먼 곳에 있는 분들 같았어요.”
그룹에 갓 들어온 3기생들과 지금까지 활동 해 온 선배 멤버들 사이에 경험의 차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야마시타는 ‘선배들과 자신들간의 거리’를 통감하고 경악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는 것 만으로도 어쩌면 그녀는 선배들에게 한 걸음 다가 선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종심사로부터 수 개월이 지나, 레슨 삼매경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3기생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날아들었다. 노기자카46이라는 그룹의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는 무대, ‘프린시펄’이 개최된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프린시펄’에서는 2012년 9월에 개최 된 초창기 ‘16명의 프린시펄’ 공연때 이후로 행해지지 않았던 ‘자기PR’이 부활하기도 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되는 제 2막에서 선보이는 것은 노기자카에 맞추어 어레인지 한 미야자와 겐지의 명작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었다. 2015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눈물을 잊는 법’을 통해 프린시펄 공연의 가혹함을 잘 알고 있었던 3기생들은 ‘프린시펄’ 개최 소식에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2막에 나가건 못 나가건간에 일단 집에서 죽을만큼 연습했어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대본을 외웠지만, 그것만으로는 2막에 서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갈등이 마음 속에 있었지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 끌어들이는 매력이 없는걸까?’라던가 ‘내 장점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엄청 속도 상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내가 뭘 어떻게 더 해야 하지?’라는 갈등 속에서 내린 결론이 바로 ‘다음 무대에 서지 못한다면 죽어버리자’는 각오였지요. 정말 그 정도의 각오로 무대에 임했습니다. 어쩌면 그 정도의 각오로 임했기 때문에 오히려 속 편히 연기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야마시타와 함께 ‘3명의 프린시펄’공연을 견인한 멤버가 있다. 바로 쿠보 시오리다. 쿠보는 연기 미경험자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당당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차례차례 따 냈다.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내며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어필한 두 사람은 어느 사이엔가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함께 성장하는 라이벌이 된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당시의 야마시타에 대하여 쿠보는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무대 위에 오른 순간, 한 순간에 분위기가 확 변하는 미쨩의 모습을 보고 저 역시 저 자신을 더더욱 드러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거기서 ‘나 따위가…’라는 마음을 먹고 자신 안으로 파고들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 자신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미쨩 덕분입니다.’
그리고 야마시타 본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도 무엇을 하더라도 저보다 위에 있는 것이 쿠보쨩이에요.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노래, 춤,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쿠보쨩처럼 완벽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프린시펄’에 그 정도로 열의와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해도 될 정도입니다. 쿠보쨩이 이 정도로 완벽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저 자신도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하진 못 했을 거예요. 사실 ‘프린시펄’ 당시 2공연 연속해서 2막에 가지 못 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때문에 ‘마지막 공연에도 뽑히지 못 할 거야’라고 낙담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대기실에서 쿠보쨩이 ‘오늘 미쨩이 어떤 배역에 입후보 할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둘이 같은 무대에 섰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 해 줬어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무조건 2막 무대에 설 거야’라는 마음이 생겼지요.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 ‘2막에 서고 싶다’는 마음과는 확연히 다른 마음이었지요. 이전에는 ‘이토록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도 노력 했으니까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면 그 때 부터는 ‘연기를 즐기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쿠보쨩 덕분에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명의 프린시펄’ 기간동안 가족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제가 ‘프린시펄’ 때문에 고민하다 한밤중에 울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어째선지 엄마가 그런 제 맘을 알기라도 하신 듯이 전화를 해 주셨어요. 전화를 받으며 위로를 해 주려나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정작 돌아오는 말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웃음) ‘너는 쿠보쨩에 비해 가창력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노력하렴’ 라던가 ‘너는 매사에 너무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요다쨩처럼 귀여운 맛이 없어.’ 라는 식으로 뭐라 하시더라고요. 물론 다 저를 걱정해서 해 주시는 말씀인 것을 아니까 도움은 됩니다만… 역시나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속상해서 ‘엄마 정말 싫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리곤 했어요. (웃음)”
열등감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뛰어넘은 뒤에는
야마시타 미즈키는 오해를 사기 쉬운 타입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가서기 힘든 아이’, ‘차가운 아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고, 성장하여 아이돌이 된 지금도 그런 오해와 편견은 여전하다.
“요즘이야 조금씩이나마 저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편견 섞인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영향이 있겠지만, ‘자존심 세 보인다’던가 ‘성격 깐깐해 보인다’ 라는 식의, 어떻게 보자면 힐 (악역)적인 면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통파 아이돌 노선으로 가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웃음) 아, 그리고 자주 ‘노기자카랑 안 어울린다’는 말도 듣는데요, 아마도 ‘프린시펄’ 때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쿠보쨩이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 낸 데 반해 저는 ‘의욕!’ ‘열의!’ ‘근성!’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웃음) 뭐랄까요, 기백만으로 배역을 따 내려고 하는 열혈한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멘탈이 그리 강하지 않은데다가, 자존심도 그리 세지 않아요. 사실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여러 모로 뒤떨어져 있다는 점 역시 다른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야마시타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동기 멤버들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누구는 노래를 잘 하고, 누구는 춤을 잘 추고, 누구는 캐릭터가 확실하고… 그런 동기들에 비해 ‘내게는 아무 것도 없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시타 미즈키’라는 아이돌을 이야기 할 때 자주 나오는 표현은 ‘완성형’이라는 단어이다.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3기생 오디션 최종심사 단계에서 이미 야마시타에 대해 ‘완성되어 있다’는 평가를 내린 사람도 적지 않다.
“당시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성장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라던지 ‘프로 같아서 재미 없다’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솔직히 그런 말을 듣는 게 정말 속도 상했고, 이제 막 그룹에 들어 와 시작하려고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수 많은 후보들 가운데에서 노기자카의 멤버로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제게서 무언가 가능성이나 장래성을 느끼셨기에 뽑아 주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뽑힌 데 만족하고 안주 해 버리면 정말 거기에서 끝일 뿐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저는 이 정도로 끝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더욱 더 높은 경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낙인이 찍혀버린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그녀. 남들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여야만하는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지내 왔을까.
“요즘들어 ‘야마시타, 알고보니 그렇게까지 완성 된 아이는 아니다’라는 점을 알아 주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아직 모자란 부분도 많고 최근에는 어떤 캐릭터로 가야 할 지도 헤매고 있고 말이죠. (웃음) 그저 막연하게 ‘야마시타라면 이 정도는 해 내겠지’라는 기대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솔직히 그런 과제들을 해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훨씬 더 높은 경지에 다다라야만 다른 멤버들처럼 ‘성장했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좀 힘들었어요. 혹시나 제가 틀리거나 하면 ‘프로의식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제가 실패 했을 때 위로 해 주는 사람도 없곤 했거든요. (웃음) 사소한 실수는 애교로 봐줄만한 ‘아이돌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그런 천부적인 소질이 없다는 얘기겠지만요. 물론 그런 점이 한 편으로는 ‘심지가 굳다’는 평가의 다른 이면이라는 점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점을 알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지만요. 올 해 버스데이 라이브 진구구장때, 노기자카46판 뮤지컬 세라문 연습 관계로 리허설에 별로 참가를 못 했거든요. 그럼에도 이코마상이나 마리카상의 포지션에 들어 가거나, ‘인플루언서’에선 니시노상의 포지션에 들어가야 했었지요. 결국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안무 전부 못 외워!’라고 반쯤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다르게 생각 해 보니 결국 이런 역할을 맡게 해 주신 것은 스태프분들께서 ‘야마시타라면 할 수 있다’고 믿어 주신 결과라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를 평가 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역시 최근 들어서인데, 그 점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로 기뻤습니다.”
성실하고, 매사에 전력을 다 하며, 열정적이다. 야마시타에 대한 그런 이미지는 크게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평상시의 그녀가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녀의 동기, 이토 리리아는 야마시타의 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바 있다.
‘무대 위에 서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인데다가 외모도 도쿄의 세련된 JK(여고생) 같아요. 하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꽤나 특이한 아이랍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뇌 구조부터가 특이해요. (웃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나 오늘은 게로게로파~야’ 라며 의미 모를 말을 한다던가… 초창기 때 스스로는 정통파 아이돌 노선을 가려고 했었던 모양인데, 사실 동기들은 ‘다른 건 몰라도 그 노선은 절대로 무리’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었지요. (웃음) 그냥 겉보기에는 요조숙녀같지만 사실 대기실에서는 마른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고 있을 때도 있을 정도로 털털한 아재 같은 부분도 있어요.’
이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안주 종류를 즐겨 먹는 건 사실이에요. 사실 저 때문에 ‘3기생 대기실은 냄새가 별로’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아 물론 선배님들 계실 땐 슈크림이나 딸기 같은 걸 주로 먹어요. (웃음) 그리고 라멘이나 규동(소고기 덮밥)도 좋아해요. 혼자 먹으러 가곤 합니다.”
이외에도 ‘평소에는 목소리가 엄청 작다’, ‘벽에 대고 말을 건다’, ‘누에고치를 30개 정도 가져와선 대기실에서 쭉 세워두고 하나하나 얼굴 그리면서 논다’ 등등 TV나 무대에서 보는 야마시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의외의 일면 역시 알 수 있었다.
관찰력이 있고 사람 보는 눈이 예리한 것으로 정평이 난 1기생 와카츠키 유미는 이런 야마시타의 개성적인 캐릭터에 대하여 ‘얼굴은 매우 예쁘지만 하는 짓이 특이한 것이 야마시타. 비주얼과 내면 사이의 갭이 마치 이쿠타 에리카를 연상하게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제 방에 있을 때의 저와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의 저, 그리고 무대 위에 서 있을 때의 저 이렇게 세 명의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제 방에 있을 때는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풀 죽어 있지만 대기실에서는 개그를 치며 즐겁게 떠들어 대죠. 그리고 무대 위에 섰을 때는 최선을 다 해 아이돌로서 행동하려 하고요. 하지만 그 중 어떤 것이 진정한 제 모습이라거나 한 게 아니라 전부 저 자신인 것이죠. 아이돌은 개성이 중요하잖아요. 개성이 없으면 아이돌로서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며,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며 살아 왔기에 진정한 제 개성이 무엇인 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아마 이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나는 이런 아이돌이 되고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상을 갖고, 그 이상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저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기어 오르는 모습이 나답다.
2017년 8월, 노기자카46의 18번째 싱글 ‘니게미즈(신기루)’가 발매되었다. 이 곡의 센터 자리에 선 것은 오오조노 모모코와 요다 유우키. 처음으로 3기생 멤버들이 센터 포지션에 섰다는 소식은 일약 화제를 일으켰다.
야마시타 역시 이전부터 '3기생의 중심에는 요다와 오오조노가 서야만 한다'고 이야기 해 왔는데, 그런 그녀의 예언이 적중이라도 한 듯 현실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1년 전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두 사람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한 바 있다.
"요다모모 둘은 3기생 중에서 가장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에요. 가입 전에는 노기자카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둘 다 규슈 출신이다보니 'TV에서 노기자카를 별로 못 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생각 해 보면 여러 의미로 새로운 것들을 해 낼 수 있는 멤버들이라 생각해요. 저와는 정반대 타입이라 그런 부분이 참 부럽습니다. 그 둘과 쿠보쨩은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존재들이라 생각해요. 곁에서 보고 있으면 아이돌성이나 어떻게 하면 빛나는 지 안다던가... 저와는 다른 것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게 잘 느껴져요."
이 당시 야마시타는 '나는 아이돌 활동 내내 오오조노 모모코, 요다 유우키, 쿠보 시오리의 뒤를 쫓기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다.
"니게미즈 활동당시는 말하자면 좌절했던 시기라고 할까요... 힘든 시기였어요. 엄청 열등감에 빠져 있었던 시기였거든요. 세 명 모두 말하자면 천재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당시, 감사하게도 여러 모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다지 눈에 띄는 결과를 남겼냐 하면 그렇지 못 했고, 저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재미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매사에 무난하다 햐야 할까요... '딱히 내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들어 오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와중에 동기인 요다와 오오조노는 그룹의 센터에 서서도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고, 쿠보쨩 역시 센다이의 PR이나 잡지 '세븐틴'의 모델이 되었으니까요. 그런 시기에 저까지 해서 넷이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야마시타도 나름 결과를 내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임했지만... 필사적으로 하면 할 수록 나는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힘들었어요."
동기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좌절하는 때가 많았던 야마시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팬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제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가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재미있으실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초기부터 선발에 들고, 센터에 서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저를 앞서가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불안함, 초조함을 느끼면서 얻고 성장 할 수 있었던 부분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물론 '안심'한 것은 아니지만 요다모모 두 사람이 센터에 섰다는 데 대해 분한 마음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것도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앞으로 얼마나 '요다모모'에 다가서느냐에 따라 주변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자포자기 해 버리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고, 처음부터 포기 해 버리면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비록 보답받지 못 할 지도 모르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만은 앞으로도 기억 해 주실 것이라 생각했지요."
오오조노와 요다가 센터에 선 '니게미즈'가 처음으로 '뮤직 스테이션' 무대에 서게 되었던 날. 야마시타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데뷔 후부터 함께 활동을 해 왔던 동기들이 한 발 앞서 선발에 들어 선배들과 함께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활약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TV에 비추는 '요다모모'의 모습을 녹화해서 몇 번이고 돌려봤어요.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것 이상으로 더 의욕을 불태우고 싶었고, 더 열심히 하고 싶었거든요. 매사에 순서라는 게 있고,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다가 사실 제 실력으로 18번째 싱글에서 센터 자리에 설 수 있었냐 하면 절대로 아니거든요. '니게미즈'는 '요다모모'의 대표곡이 되었으니, 저 역시 제가 선발에 들었을 때 그 곡을 제 곡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습해서 누구보다도 빛을 발하고 싶고요. 단 한 순간이라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멈출 수 있는 표정,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때, '뮤직 스테이션'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내 순서가 아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 하다 보면 오오조노와 요다처럼 언젠간 자신에게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장소가 주어 질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우선은 힘을 모으자. 그리고 자신이 충분히 존재감과 매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위로 올라가고 싶다. 야마시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1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야마시타는 이런 말을 남겼었다.
"18번째 싱글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18번째 싱글 하나만으로 제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요. 앞으로 몇 년이고 활동을 계속 하게 될텐데, 그 동안 싱글을 여러 장 낼 것이고, 제게 있어 그 기간 전부가 중요하거든요. 지금 당장은 위로 올라 갈 계기가 없지만, 그런 계기는 앞으로 활동을 하다 보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요다모모'는 말하자면 시골에서 홀로 상경한, 지금까지 연예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톱 아이돌 그룹의 센터에 서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제게는 그런 스토리가 없지만요... 하지만 최선을 다 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팬 여러분들도 응원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졸업 할 때 까지의 기간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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