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이 나온 직후, 베이스를 치던 멤버가 밴드를 그만두었습니다. 얼마 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긴 했지만, 그 땐 레코드회사와의 계약이 끊긴 뒤였지요. 그 때 저는 고 1이었습니다.
…자세히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지금 생각 해 보면 바로 메이저부터 데뷔를 했었다는 점만 봐도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레코드 회사가 메이저에서 인디즈 레이블로 바뀐 뒤로는 밴드 자체도 인디즈를 전전했지요. 결국 마지막 동앗줄로 생각하고 찾아갔던 레코드 회사에서는 '여고생들이 밴드를 한다고? 그게 뭐? 이 바닥이 그렇게 만만한 바닥이 아냐'라는 소리를 들었지요.
분하게도 전혀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어른'들 입장에선 '여고생들이 밴드를 한다'는 점을 '상품'으로 팔고 싶었을 겁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었고,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을 잘 살려가며 활동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 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음악이 좋냐 나쁘냐'는 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그 음반회사 관계자분 말씀처럼 '그게 뭐?'인 것이죠. '여고생'이라는 점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겁니다.
그런 냉정한 평가를 들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주변에선 항상 응원만 해 주고, '이렇게 어린데도 밴드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말만 들어 왔으며, 저희 또한 그런 말들을 사실로 믿고 활동 해 왔으니까요. 그렇기에 그 때 처음으로 '프로'라는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그 레코드회사 관계자분의 마지막 말씀은 이랬습니다. '그럼 1주일 시간을 줄테니 곡을 10곡 만들어 와 봐. 그거 들어보고 정할테니'
그 말을 들은 순간, 분하기는 했지만, 그 '분함'을 디딤대 삼아 성장 하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 한 채 '아, 무리야…'라고 낙담 해 버렸습니다. 말로는 '이대로 끝낼 순 없어'라고 이야기 했지만, 멤버들 모두 마음속으로는 '아 전부 끝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낀 채, 밴드를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제 마음은 그 순간, 한 차례 끊어져버렸습니다.
'내가 해야만할 일'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는 허무감이 가슴속을 가득 채워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