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기타 갖고싶어'라고 이야기해서 부모님과 함께 악기를 사러갔을 때, 저 역시 따라가서 제 기타를 얻은 것이 시작이었지요. 미디엄 스케일의
작고 싼 기타를 발견해서 '난 이거 갖고싶어'라고 이야기했지요. 펜더의 스트라트였습니다.
때 마침
에이브릴 라빈에 푹 빠져있을 때였습니다. 에이브릴 라빈이 없었다면 '여성이
기타를 치며 록을 부르는 모습'을 저 자신에게 겹쳐보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작은 손으로 기타를 치며 엉터리 영어로 에이브릴의 'Sk8er Boi'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요즘도 곡을
만들어나 할 땐 에이브릴을 떠올려 보곤 해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귀엽고 스피디한 록사운드곡을 써야겠다
싶을 때는 에이브릴을 떠올리며 곡을 씁니다.
기타를 좀
제대로 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때마침 제가 다니던 음악 스쿨에 악기 코스가 생겼기에 자연스레
기타 레슨을 신청하였습니다. 여전히 춤 추는 것은 좋아했지만, 평일에
다니던 댄스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기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연습을 하면 실력이 늘어 칠 수 있는 곡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일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습니다.
집에 오면
춤 연습에 매진하던 일상이 점차 기타 연습과 노래 연습으로 메워져갔습니다. 이불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기타를 치거나, 서서 기타를 칠 땐 어떤 자세가 좋을 지 연구하기 위하여 전신거울 앞에 서서
기타를 쳐 보거나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겉모습부터 시작한다'는 것 역시 의외로 중요한 일일지
모르겠네요.
아까 전에
'노래는 자신이 없었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목소리가 걸걸해서 마치
도라에몽에 나오는 쟈이안(퉁퉁이)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타고 난 목소리도 그렇지, 음치였지… 그랬기에 부모님도 노래 면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으셨지요. 뭐, 말하자면 '춤은 자주 칭찬 해 주지만 노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일종의 침묵의 디스'랄까요.
하지만 기타를
시작하기 직전즈음에 제 목소리가 바뀌었습니다. 분명 성별이 여성임에도 확연한 '변성기'를 겪었던 것이지요. 그
덕분에 제가 부를 수 있는 노래랄까요, 저에게 어울리는 노래의 폭이 넓어졌지요. 그 때부터 급격히 탐구심이 생겨나고, 노래 하는 것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한다는 스타일이 제 마음에 확 와 닿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쿨 학생들끼리 발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타를 치며 에이브릴 라빈의 곡을 부르게
되었지요. 스튜디오에서 기타 연습을 하고 있으려니 댄스 클래스에서 함께 춤을 배웠던 친구들이 놀러 왔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연습하는 것을 보며 놓여있던 베이스나 드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신 악기 코스 선생님께서 '너희들 밴드라도 해
보지 그러니?'라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정말 별다른 의미
없이 장난식으로 시작 된 3인조 걸즈 록밴드. 그 때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