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자카의 세번째 앨범이 근 1년여만에 발매되었습니다. 7년에 걸친 가고시마 생활을 뒤로하고 후쿠오카에 와서는 처음으로 발매 된 앨범이지요.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앨범을 샀습니다.
이번에 실시하는 스페셜 이벤트는 그 이름도 유명한 크루즈대회, 노기자카 검정대회 (퀴즈대회), 볼링대회, 게임대회, 양궁대회, 라이브 초대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검정대회는 솔직히 어떤 걸 할 지 (+멤버가 얼마나 참가를 할지) 감이 안 잡히고, 크루즈는 주변 아는 일본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배멀미가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해서 제끼고, 라이브야 뭐 어차피 언더라 갈 예정이니 패스... 한 결과, 볼링대회와 게임대회에 응모를 하였습니다.
사실 어차피 안 될거나 만에 하나 되면 운이 좋은거다 생각하며 잊고 있었지요.
그렇게 언제나 다를 것 없는 매일매일을 지내던 어느 날, 오보닷컴에서 갑자기 날아 온 메일.
처음 온 메일은 볼링대회 낙선 메일.
그걸 보면서 '역시 두 번은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또 한 통의 메일이 띠링하고 왔지요.
게임대회는 당선이라는 거…
부랴부랴 비행편을 알아 보았지만 저가항공의 경우, 3개월 이내의 편만 예매 할 수 있어서 구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3개월이 안 남은 시점에서 비행기편을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한 뒤 일상을 보냈지요.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9월…
중국쪽으로 나아가던 18호 태풍 탈림이 무슨 숨겨놓은 꿀단지라도 찾으러 가는 듯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규슈지역을 덮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이게 말이 되는 각도인가
그것도 후쿠오카가 태풍 영향권안에 드는 날이 다름아닌 제가 비행기를 타야 하는 17일...
두 번 가량 제트스타에 전화를 해서 항공편 정보를 확인했는데, 그 때마다 '현재로서는 정상운행한다'고 하여 일단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지요.
하지만 바로 전날 (16일) 가을옷 쇼핑을 위해 아울렛으로 간 사이에 메일로 결항 공지가 왔습니다.
당황해서 홈페이지에 들어 가 항공편 변경을 해 보려 했지만 안되었고, 결국 콜센터에 전화, 30분을 대기한 끝에 겨우 통화가 연결 되었습니다.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기 때문에 차액만 지불하면 항공편 변경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이어 항공사측이 제시한 게 18일에 가는 비행편....
17일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거라, 17일 오후 4시까지 요코하마에 도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18일이면 갈 이유가 없는데 오늘 (16일) 편 중에 자리가 남은 건 없냐. 라고 문의하니 19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편이 있다고 안내를 받고, 그 편으로 부랴부랴 변경을 하였습니다.
아울렛이 타 현 (사가현)에 있는 거라 열차를 타고 4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던 데다가, 이미 그 시간이 3시경이었기에 집에 들를 여유도 없이 그 날 산 옷들을 그대로 들고 하카타역으로 향했지요.
하카타역 도큐핸즈에서 가벼운 여행용 우산을 사고, 유니클로에서 속옷을 산 뒤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대기를 타는데, 이게 도쿄에서 오는 비행기가 연착하여 출발 시간이 8시 15분으로 늦춰지더군요.
어찌저찌 비행기가 뜨기는 떴는데, 계속 흔들리기도 하고 (옆자리 않은 여자분이 비행기 흔들릴 때 마다 엄청 긴장하면서 의자 팔걸이를 꽉 잡는게 뻘하게 웃기기도 했고) 착륙이 늦기도 하여 도쿄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10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대기 타면서 힘들게 힘들게 구한 숙소가 신주쿠였기에 케이세이선 -> 야마노테선을 갈아타며 신주쿠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12시가 지나 있고,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요.
무려 3000엔이나 주고 산 가볍고 튼튼하다는 여행용 우산을 펼쳤는데, 이게 '가볍다'는 점에 촛점을 맞춘 상품이라 펼치고 보니 어마무지하게 작더군요. (나중에 상품정보 찾아보니 직경이 50cm…)
몸은 어찌저찌 비를 피할 수 있었는데 백팩은 이미 다 젖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가방 맨 위에 넣어 둔 게 옷이라 옷만 조금 눅눅해지고 나머지 짐들은 세이프였던 게 다행이죠.
급하게 온 터라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피같은 돈을 주고 휴대폰 충전용 잭을 구입하고 숙소에 체크인, 씻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벤트 당일.
아침부터 비가 주륵주륵 쏟아졌습니다. 편의점 가서 큼지막한 비닐우산을 사고싶다는 충동과 싸우면서 (3처엔이나 주고 산 우산이 있으니)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거리로 나섰지요.
하다못해 비라도 안 왔으면 도쿄에서 놀다 가건, 요코하마로 일찌감치 가서 중화가에서 놀건 하겠는데 태풍이 관동쪽으로 달려오는 와중이라 그것도 못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파시피코에서 시간을 때우자 하며 파시피코로…
요코하마에 도착하고 나니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비는 오지, 시간은 4시간이 넘게 남았지 뭘 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로 가서 폰 충전도 시킬 겸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난 뒤, 3시 40분경에 파시피코 B 전시홀로.
평소같았으면 악수회 하느라 사람이 바글바글한 회장에 적은 인원수 (최대 멤버 수 X 10명)만 서 있으니 뭔가 좀 어색했습니다.
줄을 서 있으려니 '키타노 히나코상이랑 게임하러 오신 분 계시면 스태프에게 이야기 해 달라'고 애타게 외쳐대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거기서 처음 키타노가 스페이베 결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고, 악수회와 마찬가지로 짐 검사, 몸 검사를 거친 뒤, 당첨자 QR코드를 찍은 뒤 참가권을 받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저는 1번 번호표...
(선풍기 바람 때문에 사진 찍다 돌아갔네요)
넓은 회장을 양쪽으로 나누어 (입구를 등지고 서서) 오른쪽부터 10음도순으로 멤버들 이름이 적혀 있더군요.
당연히 50음도순으로 가장 마지막 (와다)인 마아야는 왼쪽 줄 가장 끝 (입구에서 가장 먼 곳) 자리.
(단, 마아야가 50음도상 가장 마지막이기에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입구랑 가장 가까워서 모든 멤버들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레인에 들어 가, 지정된 자리 (마아야 1번)에 앉아 이벤트 시작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스페이베때 자주 보는 아저씨를 또 만나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이 분은 마아야 게임대회에 5번 응모해서 되셨다는 듯) 얘기를 좀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안내 아나운스에 이어 멤버들 등장. 역시나 마아야 자리는 목이 좋아서 오늘 참가한 모든 멤버들을 볼 수 있었지요.
멤버들 나오는 거 보고 있는데, 마리카, 이오리, 아야네가 이 쪽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더군요. 멤버들이랑 눈이 마주치길래 저 자신을 손가락질 하며 '나?'라고 입모양을 하니까 마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특유의 표정 (씨익하고 웃는 표정)을 짓고, 아야네는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어?'라고 하고, 이오리 역시 눈 마주치니 '어?'라고 하더군요. 이거 기뻐해야 하나 미안해 해야하나...
곧이어 마아야 등장.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린 미리아를 제외하고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미리아는 시작 된 뒤 5분 정도 지나서 들어왔습니다.)
각 멤버별 1번 참가권을 가진 사람들이 멤버 앞에 앉아서 게임 시작 신호를 기다리며 잡담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앉는 걸 보자마자 마아야의 첫마디는 '염색했네?'
나 : '어. 염색했어. 알아 보네?'
마 : '당연하지. 머리 검은거보다 밝은 게 더 어울린다'
나 : '검은 색으로 다시 염색할까 싶은데'
마 : '어 그래? 왜?'
나 : '너무 빨갛지 않나?'
마 : '아니야. 이 쪽이 더 잘 어울려. 근데 오랜만에 보네? 잘 지냈어?'
나 : '회사 옮기고 바빠서 악수회 잘 못 왔어'
마 : '그렇지? 요즘 못 봤었지'
까지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 시작 사인이.
이 날 멤버들과 하는 게임은 '검은수염 위기일발' 게임. 한국에서는 일명 '통아저씨 게임'이라 불리는 것으로,
나무통 안에 해적이 들어 가 있으면 번갈아가며 칼을 꽂아, 해적이 튀어나오는 사람이 지는(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요 녀석)
참가자가 선공, 멤버가 후공으로 시작하며 해적이 튀어나오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고 참가자가 이기면 상품 (굿즈)를 받는 룰이었지요.
단, 특수 룰로서 참가자가 한 방에 걸리거나 (한방상), 마지막까지 버티거나 (라스트상) 하면 굿즈에 멤버가 사인을 해 주는 특수 룰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평소에는 운이 별로 없지만 이 때다 싶을 땐 운이 좋은 편이었기에 (지난번 스페이베 볼링 때도 꼭 필요할 때 스트라이크를 해서 멤버와 하이터치 했고...) 질 거라는 생각은 안했고, 특수 룰 충족시켜서 사인을 받고 싶었던 게 솔직한 감상입니다만... 첫 방은 실패, 그리고 라스트도 실패… 불과 3번만에 마아야가 걸려서 그래도 상품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명 물병, 비치샌들, 모자, 접이식 부채 중에 투명 물병을 골라서 마아야에게 건네받고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 있으려니 '다른 팀 다 끝날 때 까지는 멤버랑 대화해도 된다'는 아나운스가 나와서 부랴부랴 다시 마아야 앞자리로 돌아 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가시(진행요원) 이 놈이 초보라 얘가 안내를 잘못 했던 거라 30초 가량을 손해 본 셈이죠 ㅂㄷㅂㄷㅂㄷㅂㄷ
(상품으로 받은 물병)
마아야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2번 사람이랑 교대하고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옆자리 미리아도 이미 와 있었고, 그 옆 와카츠키나 그 옆 요다, 크리스티 같은 애들 구경하고 있으려니 마아야가 또 해적을 날렸지요.
사실 이 날 마아야의 전적은 10전 9패 (…) 대 혜자 마아야느님의 위엄을 뽐냈다고 해야 할까요. 반면에 와카츠키, 요다쨩은 꽤 많은 덕후들을 좌절케 하는 모습을 보였지요(ㅎㅎㅎ)
마아야 9연패 이후에 마지막 참가자가 남았을 때, 마아야레인 사람들이 '오타 전승 기대한다'고 독려를 해 주었고, 심지어 이 친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만…
한 번만 더 버티면 라스트상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해적을 날리는 바람에 상품도 못 받고, 오타 전승기록도 날아 가 버린 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마아야는 10명이 다 왔기에 끝까지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다 오지 않은 멤버들은 모든 참가자들이 게임을 끝낸 시점에서 대기실로 돌아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대기실 앞에 위치한 저희 레인 앞을 지나갔고요.
가장 먼저 돌아 간 건 요다쨩이었는데, 아마도 2~3명 정도가 안 온 듯 (아마도 요다쨩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응모해서 된 뒤, 태풍때문에 못 온 것으로 추정..) 싶더군요.
그리고 하나씩 둘씩 멤버들이 들어 가는데, 시라이시도 한 명이 참가를 안 할 정도였으니 이번 태풍 피해는 단순히 홍수나 강풍피해만이 아니라 오타쿠들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기기도 했다는것을 절감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들 (3기생 일부)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도 있어서 느긋하게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우리 레인쪽을 지나가던 카와고가 다 들릴만한 목소리로 '어? 자주 보던 사람이 여기 있네?'라고 웃으며 발언하더군요.
순간적으로 나랑 내 대각선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응?!'이라고 반응하고 카와고가 그거 보면서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들어 갔습니다. 이 아가씨 진짜 조련질 ㅋㅋㅋ
전체적으로 1기생, 2기생, 3기생 할 거 없이 서로 어부바를 하질 않나, 손을 잡고 끌질 않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이코마는 녹색빛 도는 회색 머리가 엄청 잘 어울렸습니다. 아야네는 1기생, 3기생에게 각각 한 쪽 팔을 붙들려서 휘청휘청거리는데 엄청 귀여웠고, 아야노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엄청 예쁘게 생겼더군요. TV가 죽일놈이더라고요.
조금 일찍 끝난 히나치마가 마아야 뒤 지나가면서 마아야 백허그를 하며 우리쪽 보며 손을 흔들어 줬고, 내 뒷쪽에서는 '카미이벤트다'라는 탄식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멤버가 대기실로 돌아 간 뒤, 이벤트가 끝이 났습니다.
비 오는 요코하마를 뒤로 하고 도쿄로 돌아 와, 출출했기에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씻고 게임을 하다 깜빡 졸고 일어 나 보니 11시 30분이었기에 노기중, 케야카케를 보고서 다시 잠이 들었지요.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날, 어제까지 비바람 휘몰아치던 건 무슨 다른 나라였던 듯 너무나도 맑고 쾌청한 날씨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더군요. 그렇게 후쿠오카로 돌아 와, 히로시마에서 온 친구랑 만나 밤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 와 케야빙고를 보고 뻗었다가 출근을 하고 나니 너무너무너무 일이 하기 싫더라고요.
뭐, 결국 적당히 배 좀 째 주다가(...) 퇴근해서 집에 와 후기를 쓰는 중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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