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개시 불과 2시간만에 매진이 된
프리미엄 티켓을 손에 쥐고 부도칸으로 몰려든 1만여명의 관객들. 이윽고 공연 개시시각이 되고, 회장의
불이 꺼져 어두워지자 객석 전체가 펜라이트의 불빛으로 가득 찼다. 한 명씩 이름이 불리며
등장한 멤버들. 그 중에서도 하야카와는 스테이지 위에 선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야카와 : 사실 그 때까지 라이브에도
간 적이 없거든요. 처음으로 경험하는 ‘무대’가, 보는 쪽이 아니라 그
위에 서는 쪽이라니! 애초에 ‘라이브’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지도 몰랐어요. 왜 우는 지도 모른 채 눈물만 흐르더라고요.
타무라 : 사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스테이지 틈새로 객석을 훔쳐 봤거든요. 정말로 ‘와! 사람 엄청 많아!’라는 생각이 들어,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어요.
그녀들이 동요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애초에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계와는 관계 없는 평범한 소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노기자카46의 일원이
된 데다, 처음으로 겪는 무대가 1만명이 가득 들어 찬 부도칸이니 말이다. 마음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다들
동요를 감추지 못 하는 가운데 홀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멤버도 있었다.
세이미야 : 학생회장 때, 전교생 800명을 앞에 두고 이야기
한 적도 많았어요. 그것도 체육관이 밝아서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였거든요. 그 때와 비교하면 부도칸은 객석이 어두워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기에 그렇게까지 긴장하지는 않았어요.
츠츠이는 자기소개를 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츠츠이 : 분명 목소리가 엄청
떨렸어요. 하지만 그건 긴장해서 떨린 게 아니었습니다. 객석에 와 주신 분들의 ‘힘 내!’라고 격려 해 주시는 목소리를 듣고 감동을 받아서 떨린 거죠. 엄청난 일이잖아요! 4기생으로 들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나 따뜻하게 맞아 주신 거니까요!
하야카와는 자기 PR 도중, 5살 때부터 익혀 온 클래식 발레 경험을 살려 10바퀴
정도 턴을 선보였다. 카키는 특기인 일러스트를, 엔도는 중/고교 시절동안 취주악부에서
갈고닦은 클라리넷 실력을 선보였다. 카나가와는 1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농구 롱 슛을 한 방에 성공시켰으며 시바타는 수구와 리본을 이용하여 리듬체조 실력을 뽐냈다. 세이미야는 앞구르기, 뒷구르기, 옆구르기, 브릿지를 순서대로 피로하였으며
츠츠이는 직접 짠 니트 모자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가운데 타무라는 자신이 갖고 온 야구 배트를 있는 힘껏 휘두른 뒤, 웃으며 ‘지금 보신대로 저는
만년 후보였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타무라 : 그 날 이야기 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 실제로 8년동안
야구를 해 왔지만 정말로 ‘아주 가끔 한 번씩 시합에 나가는’ 정도의 선수였거든요. (웃음) 아마도 실력이 없었던 거겠죠?
항상 후보였던 그녀가 ‘노기자카46의 4기생’이라는, 말 하자면 주역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인생 최대의 역전 홈런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카케하시는 어쿠스틱 기타를 가져 와, ‘니게미즈’를 반주와 함께 불렀다. 언제나 집에서 홀로
벽을 보며 기타를 치던 소녀가 어느 사이엔가 1만명이 넘는 관객들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에 이른 것이다. 드라마 보다도 더 꿈만
같은 스토리가 아닌가.
카케하시 : 사실 긴장은 전혀 안
됐어요. 정말 순수하게 기분이 좋았지요. 아, 그리고 기뻤어요…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부 활동을 통해 배운 춤, 스포츠, 악기 등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독특하게도
‘하늘’을 주제로 한 자작시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뽐낸 멤버도 있었다. 키타가와다.
키타가와 : 예전부터 하늘을 좋아했어요.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요. 배짱이
있는 편이냐고요? 어쩌면 있는 편일지도 모르겠네요.
쇼룸 심사때만 해도 언제나 보는 이들에게 사과하기만 해서 ‘사죄쨩’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야쿠보는 ‘예전부터 아이돌을 좋아했어요. 그렇기에 남들처럼 뭔가를 배우러 다니거나 공부를 한다던가 운동을 한다던가 하지 않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여기서
여러분께 보여드릴만한 특기가 없어요. 그 대신 제가 노기자카의 라이브에 갔을 때의 모습을 재현 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곤 ‘오이데 샴푸’의 콜을 선보였다. 콜이 끝난 뒤에는 ‘…아, 틀렸네요. 죄송합니다!’라며 변함 없는 ‘사죄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언젠가 찾아 올 꿈 같은 날을 기다리며 변하기 시작하다.
악수회가 걸린 추첨 다음 순서는 멤버들이 지난 한 달간 준비 해 온 라이브였다. ‘구루구루 커튼’은 세이미야, ‘제복 마네킨’은 시바타, ‘인플루언서’는 엔도가 각각 센터
자리에 섰다.
세이미야 : ‘구루구루 커튼’의 센터 자리에 서게 되었는데요, 긴장감이나
부담감 보다는 즐거움이 컸어요.
씩씩하게 감상을 말하는 세이미야와는 달리 시바타에게 있어 첫 센터 무대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시바타 : 제게 있어 첫 목표는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었고, 그룹에 들어 온 뒤의 목표는 ‘오미타테회에서 센터에 선다’는 것이었어요. 목표가 있을 때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그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 불안감과
동시에 기쁜 마음도 있었어요. 사실 당일에 안무 동작 중 하나를 빼먹었거든요. 무대 위에 서 있는 동안은 꾹 참고 있었지만 무대 뒤로 들어 가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른 멤버들보다도 더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그럼에도
틀렸으니까요. 정말이지 죄송한 마음 뿐이었어요.
엔도가 센터에 서게 된 ‘인플루언서’는 다름 아닌 그녀가 노기자카에 빠지게 된 계기를 제공 해 준 곡이었다. 그런 의미 깊은 곡의 센터에 서게 된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엔도 : ‘인플루언서’를 공연하게 될 줄도 몰랐고, 하물며
제가 그 센터에 서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세이미야와 시바타) 둘이야 이미 춤이나 체조를 했던 아이들이지만 저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에 불안했죠. 하지만 정작 부도칸에서 춤을 추고 나니, 작년까지는
TV에서만 보아왔던 선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다가 선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오디션을 받기 전의 자신과는 조금 달라졌구나, 나도
아이돌이… 되었구나. 라고
말이죠.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처음으로 부도칸 무대에 선 그날, 그녀들의 ‘아이돌 인생’은 말 그대로 ‘시작’ 된 것이다. ‘오미타테회’로부터 며칠 지난 뒤, 그녀들의 심경을 들어
보았다.
카키 : 사실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영화인 ‘눈물을 잊는 법’을 봤거든요. 니시노상의 어머님께서 ‘조금 더 나나세와 함께
있고 싶었다’고 말씀 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지요. ‘아, 이거 지금 내 얘기구나’ 싶었어요. 지금껏 키워 주셨는데
갑자기 집을 떠나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에요.
그 말을 듣고 ‘그럼 당신이 지금 부모님을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라고 질문 해 보았다.
카키 : 저희 부모님은 간사이
사람이다 보니 재미 있으면 기뻐 하셔요. 그러니 언젠간 TV에 나와 큰 웃음을 드려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우리
딸 윽수로 재미지네!’라고 말씀 하시도록 말이죠.
하야카와 : 지금 심경이요? 사실 아직 아이돌이 되었다는 실감이 안 나긴 하지만, 사실
저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미래의 저 자신이 후회하는 것은 싫으니까 우선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 해 살아가고자 합니다.
카나가와 : 예전에 니시노상께서
‘졸업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아,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했었어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았을 때,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그렇기에 저 역시 노기자카46로서의
자신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전부 해 보려 합니다.
카케하시 : 이번 ‘오미타테회’는 지금까지 1기생, 2기생, 3기생 선배님들이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신 덕분에 저희 4기생들에게 있어선 첫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도칸이라는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잖아요. 그렇기에, 저희가 그 곳에 선
것이 저희들의 인기라고 착각하면 더 이상 성장 할 수 없다고 할까요? 저희 4기생들도 지금까지 선배님들이 해 오셨던 것 이상으로 고생하고 성장 해 나가고 싶습니다.
현재 노기자카는 1기생들이 서서히 졸업을
선택하는 시기이다. 그 결과 지난 7년여간에
걸쳐 만들어 온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색깔 뿐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색이 덧칠해져야 하는 타이밍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2기생, 3기생들은 물론이고 4기생들에게도 매우 무거운
사명이 주어 져 있는 것이다.
그녀들이 그 날, 부도칸 무대에서 부른
인플루언서의 가사,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영향을 주’는 아이돌이 될 수만 있다면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더더욱 재미 있어지지 않을까? 12만 9182명 중에서 선택을 받은
이 11명이라면 분명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