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보다 ‘현재’에서 싸워 온 ‘둘쨋딸들’
지금, 그녀들의 속내를 알아보자.
노기자카46 2기생들의 진심
‘동기란 무엇인가?’
그룹의 중요한 변환기에 그녀들을 취재 한 이유는?
본지가 노기자카의 2기생들에 대한 특집을 싣는 것은 2017년 10월의 특집기사에 이어 두 번째이다.
2년 전, 그녀들을 다루게 된 데에는 사실 필연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해 여름, 메이지진구 야구장에서 열린 콘서트 ‘한여름의 전국투어 2017’는 멤버들이 각 기수별로 나뉘어 등장하는 구성으로 이루어 져 있었다. 그 중 불과 1년 전에 가입했던 3기생들의 등장은 진구 구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하였으며, 1기생들은 선배다운 관록을 뽐냈다. 그럼 2기생들은 어땠을까? 그녀들이 남긴 감정은 다름아닌 ‘애달픔’ 이었다. 오랜 기간 그룹 내에서 방치되어 오다시피한 그녀들 특유의 처연함이 회장에 흘러나오는 VTR, 그리고 그녀들에게 주어진 곡에서도 느껴졌다. 2기생들의 퍼포먼스에서는 1기생들이 선보인 퍼포먼스와도, 3기생들의 그것과도 다른 분위기가 느껴 진 것이다.
실제로 몇몇 멤버들의 증언에 따르면 진구 구장에서의 콘서트가 끝나고 열린 악수회에서도 수 없이 많은 팬들이 ‘진구 구장, 정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녀들의 퍼포먼스는 그 정도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애달픔’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2기생들만이 갖고 있는, 보는 이들을 홀리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2년 전, 본지가 2기생 특집을 한 이유는 바로 그 의문에 답을 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특집기사로부터 1년 반 이상이 흘렀다.
그렇다면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금 그녀들을 취재하기도 마음 먹은 계기는 무엇일까…
노기자카의 2기생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노기자카46라는 그룹의 현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략적으로 말 하자면 현재 그룹을 대표하는 멤버로는 역시 시라이시 마이, 사이토 아스카, 이쿠타 에리카, 마츠무라 사유리, 아키모토 마나츠, 사쿠라이 레이카, 다카야마 카즈미 등 1기생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멤버들의 졸업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1기생들이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싱글의 포지션, 인기, 외부 일, 지명도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1기생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3기생들은 어떠한가. 작년 11월에 발매 된 싱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빙 돌아가고 싶어져’에서 3기생 중 세 명이나 프론트 멤버로 발탁 된 바 있다. 야마시타 미즈키, 요다 유우키, 우메자와 미나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전술한 세 명 외에도 사토 카에데, 오오조노 모모코, 이토 리리아가 해당 싱글의 선발에 뽑힌 바 있으며, 직전 싱글인 ‘자기 중심적으로 가자!’ 때에도 이와모토 렌카, 우메자와, 오오조노, 야마시타, 요다가 선발에 들었으며, ‘싱크로니시티’ 때 역시 오오조노, 쿠보 시오리, 야마시타, 요다 네 명이 선발에 든 바 있다. 그 뿐 아니라 잡지 표지나 연극 무대, 드라마 출연 등 개개인의 활동도 눈에 띄게 늘어 나, 사실상 ‘노기자카의 차세대를 꾸려나갈 중심 축은 3기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또한 작년 12월에 첫 선을 보인 4기생들은 아직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여러 명이 함께, 심지어는 솔로로 잡지 표지를 장식하며 이후에 펼쳐질 밝은 미래를 시사 한 바 있다.
그렇다면 2기생들은 어떨까.
3기생들이 그룹에 가입 한 이후의 각 싱글별 선발 추이를 살펴보자.
‘신기루 (니게미즈)’
1기 14명, 2기 2명, 3기 2명
‘언젠가 할 수 있다면 오늘도 할 수 있어’
1기 16명, 2기 3명, 3기 0명
‘싱크로니시티’
1기 14명, 2기 3명, 3기 4명
‘자기 중심적으로 가자!’
1기 13명, 2기 3명, 3기 5명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은 빙 돌아가고 싶어져’
1기 13명, 2기 2명, 3기 6명
‘신기루’ 때를 기점으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일어 난 일들을 간단히 정리 해 보자면 1기생들을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연이은 졸업, 그리고 3기생들의 대두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위에 제시한 기수별 선발 인원수만 보아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선발 인원 뿐 아니라 그룹 활동 전반에 있어 ‘2기생’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멤버들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예전과 비교 하여 큰 변화는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모습만이 전부일까?
작년 7월, 사가라 이오리가 그룹을 졸업하였다. 2기생 가운데에서 졸업자가 나온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올 해 3월에는 이토 카린이 졸업을 발표하였다.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 한 것이다. 그런 변혁기에 맞닥뜨리면 누구나 새로운 감정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본지는 현재 노기자카의 2기생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1기생들의 졸업이 잇따르고 있는 지금,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큰 변환기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큰 변환기에 ‘2기생’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또한, 후배인 3기생, 그리고 4기생들이 눈부시게 성장하며 대두하고 있는 지금, 2기생들은 어떤 시선으로 현재를 보고 있는 것일까.
어찌 보면 질문 하기가 조심스러운 내용들 뿐이지만, 허심탄회하게 물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녀들은 자신들이 ‘2기생’이라는 점을 얼마나 의식하며 그룹 활동에 임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현재의 동기들에 대해 동료 의식은 갖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의 속내를 알아야만 앞으로도 조금씩 형태를 바꾸어 가며 성장하게 될 그룹 전체를 조금 더 안정된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기생들만이 있었던 스테이지 아래서
2019년 2월 21일 교세라돔 오사카에서 ‘노기자카46 7TH birthday live’가 개최되었다.
4일에 걸쳐 지금까지 발표한 곡 총 177곡을 발매 순서대로 피로하는 세트리스트였다.
가장 먼저 공연의 막을 연 것은 역시나 1기생들이었다. 팬들 역시 우렁차게 ‘지금껏 그룹을 이만큼이나 성장시킨 공로자’들에게 함성을 보냈다.
2기생들은 6번째 곡인 ‘오이데 샴푸’부터 등장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센터 스테이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 그 때, 남들 모르게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있었던 멤버가 있었다. 바로 키타노 히나코다.
키타노 : 그 땐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얼마 뒤면 카린이 졸업을 하니까 카린과 함께 라이브를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라던지 예전에는 정말 힘들었었지 하는 생각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울컥하며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당시는 제가 7개월에 걸친 휴양을 끝내고 돌아 온 시점이기도 했기에,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팬 여러분께서 다시 걱정하시잖아요? 그렇기에 정말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어요. 눈물을 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있던 멤버들도 다 울고 있더라고요. 쥰나도, 카린도, 마이츙도. 그 멤버들이 어째서 눈물을 흘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마이츙은 다른 사람들이 우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울었던 것 같지만요. (웃음)
키타노가 센티멘털한 감상에 잠겨 있었던 그 때, 다른 멤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토 카린 : 저는 그 때 이미 졸업을 결심하고 있었기에, ‘내가 이 곡을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무대에 나서면 보시는 팬분들께서 ‘졸업 하니까 우는건가?’라 생각하실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무대에 나섰어요.
스즈키 아야네 : 저는 ‘오이데 샴푸’에서 센터를 맡게 되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센터에 서게 되었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와타나베 미리아 : 저는 스테이지 위에 서 있는 1기생 선배님들을 보며 ‘이젠 우리 2기생 10명이 저 무대를 띄워야지,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2기생들이 중심이 되어 3, 4기생들을 잘 이끌어줘야겠어’라 생각했어요.
물론 모두들 공통적으로 ‘무대를 성공시킨다’는 의식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대를 앞두고 각자가 가진 감정이 다 같을 리는 없는 법.
시간을 돌려 2년 전의 진구구장으로 돌아 가 보자. 기수별로 무대를 꾸몄던 그 날 말이다. 2기생들이 무대에 서기 전, 그녀들이 지금껏 걸어왔던 여정이 모니터에 비추어졌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위치에서 그 VTR을 본 2기생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 해 내고는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하나가 되어 무대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이 선보인 무대는 당연하게도 너무나 감동적인 것이었다.
물론 올 해의 버스데이 라이브와 2년 전의 라이브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2기생들의 ‘현재’를 비추어 본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올 초, 스테이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멤버들의 심경이라는 것은 그녀들의 지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기를 생각하는 마음, 그 무게는 각자 다르다.
사실 2기생들은 ‘깃수별 활동’이라 부를 만 한 것이 거의 없었다. 3기생 뿐 아니라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4기생들과 비교 해 보아도 그 차이가 역력하다. 3기생들은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어 3기생들을 위한 곡이 주어졌으며, 4기생들 역시 가입 직후부터 ‘노기자카46 4기생’으로서 단체로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깃수별 활동을 활발히 해 오고 있다. 2기생들은 사이가 좋은 멤버들끼리 개인적으로 놀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전원이 모이는 것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2기생회’ 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2기생’이라는 의식 역시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디션에 합격한 지 벌써 6년이나 지난 그녀들은 실제로 매일매일 어떤 생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임하는 것일까?
테라다 란제 :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나는 몇 기생이다’ 라고 의식하며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라이브 연출로 깃수별 등장 같은 것들이 있을 때 새삼스레 의식하는 정도랄까요.
이토 쥰나 : 딱히 누가 몇 기생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랑 사이가 좋은 멤버가 동기인가 아닌가를 생각 할 때 정도 의식하는 것 같네요.
신우치 마이 : 저도 쥰나와 같은 의견이에요. 누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긴가에 따라 다른 것 같네요.
2기생들은 ‘기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그렇기에 사람에 따라서는 ‘2기생’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지워지다시피 한 멤버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상황이기에 더더욱 ‘2기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게 된 멤버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좌절을 맛보고 나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동기’라는 존재를 깨닫게 된 멤버도 있다. ‘2기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은 멤버마다 다르며, 어떻게 보자면 짙은 색에서 옅은 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시각에서 ‘2기생’이라는 구조를, 제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너무나도 독특한 ‘기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노기자카의 2기생들은 1기생들과 한 묶음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3기생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딱히 1기와 2기를 나누어서 보는 경우 자체도 매우 드문 일이다.
그렇게 2기생들과 함께 지금까지 걸어 온 1기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면, 최근 들어 급속도로 졸업자들이 늘고 있다. 작년부터 올 봄까지 벌써 8명이 그룹을 떠났다. 반면 2기생들 중에서는 같은 기간동안 졸업을 한/발표 한 멤버가 사가라 이오리와 이토 카린 둘 뿐이다.
작년 7월, 사가라가 그룹을 떠났다. 2기생들 중에서 졸업자가 나온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사가라의 졸업은 2기생들이 오랜 기간 쌓아 올려 온 것들이 오랜만에 조금씩이지만 무너지기 시작 한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사가라의 졸업에 대하여 동기인 2기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사키 코토코 : 졸업 한다는 말을 들은 건… 나고야에서 열린 언더 라이브 때였던 것 같은데, 일단 본인이 멤버들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키타노 : 이오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 확고하게 생각이 있는 아이기에 만류하려 해도 만류 할 수가 없었죠.
테라다 : 개인적으로 멤버들과 밥을 먹으러 가거나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진 않은데요, 제가 처음으로 언더 센터에 서게 되었을 때 저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가 준 것이 이오리였어요. 당시 저도 이오리도 카페 투어에 빠져 있었거든요. 함께 이런저런 카페에 가서 일 얘기를 자주 했어요. 제게 있어 이오리는 다정하고 함께 있어서 마음이 편한 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 졸업을 하는 마지막 라이브에서 함께 있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좀 더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후회가 남습니다.
야마자키 레나 : 동기 중에 유일하게 동갑인 멤버였어요. 그룹 활동에 합류 한 것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금새 선발에 뽑혔었기에 사실 한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감을 잡기 힘들기도 했어요. 성격도 저랑은 정반대고 말이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오리가 다른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는 정말 상냥한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호리 미오나 : 사실 이오리가 졸업하기 전에 2기생들만의 라이브를 하고 싶었어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졸업이었기에 실현 되지는 못 했지만요. 비록 그 이야기를 꺼낸 데 대해 이오리가 좋아했고, 제게 고맙다고 이야기 해 주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아쉬워요.
와타나베 : 제게 있어 이오리는 정말로 소중한 존재였어요. 제가 혼자 힘들어 할 때 항상 손을 내밀어 주었던 것이 이오리였죠.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찌 할 줄 몰라 하고 있을 때면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 봐 주었지요. 그런 믿음직한 존재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 쓸쓸했어요.
웃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이들에게 언제나 상냥했던 사가라는 7월에 열린 싱크로니시티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한여름의 추억’과 함께 노기자카를 떠났다.
노기자카46로서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사가라의 졸업에 이어 2기생들에게 큰 동요를 일으킨 사건은 올 해 3월 22일에 일어났다. 이토 카린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졸업을 발표 한 것이다.
블로그에 적힌 글은 카린의 성격을 반영하듯 밝은 어조로 적혀 있었다. 이는 팬들이 자신의 졸업을 알고 쓸쓸해 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동시에, 그녀 자신이 슬프고 축 처지는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카린이라는 멤버가 노기자카46에서, 조금 범위를 한정짓자면 ‘언더 라이브’에서 빠진다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멤버들간의 의견 조정은 물론이고 스태프들과 멤버들 사이에 서서 분위기를 주도했던 것이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 노기자카라는 둥지를 떠나 조용히 마이크를 내려 놓기로 결심 한 것이다.
동기인 2기생들은 카린의 졸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키타노 : 저는 계속 말렸어요. ‘다시 한 번 생각 해 봐’라고. 버스데이 라이브서 동기들끼리 기다리고 있었을 때에도 설득을 했을 정도였지요. 그 때 카린은 엄청 분해보이는 표정으로 울면서 이렇게 말 하더라고요. ‘정말이지 나이 먹고 싶지 않아~’라고. 저도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나서…
테라다 : 딱히 2기생들 뿐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카린쨩에게 큰 신세를 지고 있다 생각해요. 사유링고 군단 활동만 해도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 해 줬고 말이죠. 기분 좋게 보내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야마자키 : 카린은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남긴 것들이 많으니까요. 일반적인 ‘멤버 한 명의 졸업’이라기엔 부족합니다. 모두를 구원 해 준 숨은 공로자인걸요.
신우치 : 카린은 ‘2기생’으로 구분 지을 것이 아니라, ‘노기자카46이라는 그룹 입장에서’ 보아도 잃고 싶지 않은 멤버예요.
와타나베 : 오디션 합격한 직후 한동안 카린이 제게 장난을 많이 쳤어요. 사실 그 때만 해도 어렸고 그렇게 장난치는 데 익숙치 않았기에 솔직히 카린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 했죠. 하지만 서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카린이란 존재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존재지요.
스즈키 : 멤버 중에 소극적인 아이가 많습니다만, 카린은 그런 아이들을 대신하여 하고싶은 말을 스태프분들께 해 주곤 합니다.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을 잘 챙겨 줘요.
카린 본인도 지난 1년동안 의식 해 온 것들이 있다고 한다. 바로 ‘내가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카린 :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라이브에서 내뿜는 열량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었어요.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에게 ‘선배들하고 똑같이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자 할 수 있는 대로 해 버리면 스테이지 위에서 융화가 되지 않고 격차가 발생하기 마련이고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안 될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멤버들 사이에서도 온도차를 느낀 적도 있어요. 물론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요. 실제로 3기생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간다’는 의식 보다는 ‘필사적으로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의식이 강했고요. 지난 1년동안 그런 면에 있어서 이야기 해 줘야 할 것들은 대부분 전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마이크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라이브에 임하는 자세, 안무를 맞추는 점 까지… 그렇기에 더 이상 제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불안한 마음 없이 졸업 할 수 있는 거고요. 그 뿐 아니라 제가 졸업을 한다 해도 언더 라이브에는 ‘와다 마아야’라는 리더가 있으니까요. 사실 3기생들의 안무를 다져 준 것은 다름아닌 마아야였거든요.
어쩌면 카린이 남긴 유산들은 팬들이 쉽게 눈으로 찾아내긴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선발에 단 한 번도 들지 못 한 채 그룹을 떠나려 하는 그녀이지만, 라이브에 대한 애착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언더 라이브에 걸었고, 그룹에 남을 후배들에게 라이브의 진수를 전해주며 그룹에 큰 선물을 남겨 준 것이다.
카린이 졸업하기 전에 그녀의 공적에 대하여 이렇게 지면에 글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본지가 그녀에게 보내는 소소한 ‘졸업 선물’이다.
스즈키 : 올 해 버스데이 라이브 때 카린이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 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카린이 졸업을 하더라도 그녀가 흔적은 노기자카라는 그룹 안에 수 없이 남아 있을 거예요. 팬 여러분께서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 ‘분위기를 느꼈으면’
서장에도 이미 적은 바 있지만, 현재의 노기자카는 3기생들을 조금씩이나마 전면에 내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니게미즈’에서 오오조노와 요다를 더블 센터로 세운 것을 시작으로 3기생들의 전방위적인 활약이 시작되었다. 올 해 4월에 시작된 드라마 ‘전영소녀 ~Video Girl MAI 2019~’에서도 야마시타 미즈키가 주연에 발탁 된 바 있으며, 버스데이 라이브에서는 졸업생들의 빈 자리에 2기생들 뿐 아니라 3기생들이 서기도 했다.
호리 : 대만 라이브 때나 버스데이 라이브 때에도 3기생들이 프론트에 서고, 2기생들은 그 뒤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솔직히 퍼포먼스 면에서는 저희가 더 잘 할 자신이 있기에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저 역시도 선배들의 포지션에 서서 1기생들의 위대함을 실감했고, 저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기도 했거든요. 그렇기에 비록 100% 자신을 갖고 그 자리에 서지는 못 하더라도, 3기생들이 그 자리에 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 자신도 ‘힘 내’라고 응원 할 수 있었어요.
키타노 : 저 역시도 리허설 때만해도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더 컸어요. 하지만 무대에 선 야마시타 미즈키쨩을 보니, 1기생 선배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우라를 뿜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순간 ‘아, 이건 3기생들 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2기생이 아닌 3기생의 역할이라는 것을 자각 한 것이지요.
테라다 :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컬러 자체가 1기생, 2기생, 3기생, 4기생이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베이스는 전부 같지만, 각자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어요.
야마자키 : 1기생과 2기생은 ‘개성’이라는 데 대한 열의가 대단하거든요. 탐구심이라 해야 할까요? 하지만 3기생, 4기생들은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별 수 없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아직 각자의 ‘색’을 찾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한다면 더욱 더 강해질 것이고, 활동도 편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자각을 갖기 시작한 멤버들도 적지 않다.
호리 : 버스데이 라이브 리허설을 하다 느낀 것이 있어요. 언더 곡의 연습을 하던 중에 제게 있어 소중한 곡을 연습하게 되었거든요? 역시나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곡이라 오리지널 퍼포먼스와 비교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싫었어요. 그 때, ‘아, 앞으로는 지금까지 이야기 하지 않았던 쓴소리들도 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쥰나 같은 경우에는 이미 3기생들에게 ‘여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했었기에, 그런 모습을 보며 ‘2기생들 중에서 저렇게 이미 자각하고 있는 아이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저희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사실 1기생 선배님들이 저희를 그렇게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런 1기생들이 점점 그룹을 떠나게 되고, 3, 4기생들이 점점 눈에 띄게 활약을 해 나가는 지금, 2기생들만이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저희들의 존재가치 자체가 알 수 없게 되잖아요. 그렇기에 저희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와타나베 : 저희들에게는 주의를 해 주는 선배님들이 계셨어요. 특히 이코마상이나 미사선배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셨지요. 물론 엄하게 혼내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을 했기에 지금 이렇게 활동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후배들에게 주의를 해 주시는 선배님들이 졸업을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저희 2기생들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즈키 : 미리아의 말대로예요. 저희 2기생들도 벌써 6년째 활동을 하고 있는걸요. 물론 후배들 입장에서는 ‘왜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것 까지 전부 고려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 것들까지 전부 생각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는 언젠가 1, 2기가 전부 졸업했을 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그룹이 되어 버릴 지도 모르니까요.
그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녀들의 의지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특히 ‘저희들도 이미 6년이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스즈키의 말은 거짓 한 점 없는 본심이었으리라.
물론 그렇게 악역을 자처한다 해도 3, 4기생들이 ‘그룹의 희망’이라는 점만은 잊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신우치 : 제가 이 그룹에 2기생으로 들어 올 수 있어 행복하다 생각하는 점은 다름 아닌 ‘1기생들을 가장 가까이서, 그것도 가장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렇기에 지금 들어 온 4기생들이 ‘1기생들이 전부 졸업하기 전에 최대한 많이 보아주기’를 바라고요.
쥰나 :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기초부터 쌓아 온 것은 1기생들이잖아요. 선배들이 만들어 온 그룹의 분위기와 무드를 후배들이 느껴 주었으면 해요. 가입 직후부터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아 온 3, 4기생들이기에 지금의 ‘후배다운’ 반짝임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후배들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 할 수 있는 것은 선배들이 만들어 준 따뜻한 그룹의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 안주하지 말고 ‘노기자카46’이라는 그룹의 분위기를 자신 안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 쥰나의 말에 담긴 속 뜻은 이런 것이리라.
호리 미오나는 ‘무지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2기생에 대한 사랑은 잊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호리 미오나와 키타노 히나코를 설명하는 문장일 것이다.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도 누구보다 동기애가 강한 것이 바로 그 둘이다.
묻기에는 너무 늦은 새삼스러운 질문일 지는 모르지만, 그녀들에게 ‘어째서 그렇게 동기애가 강한 지’를 물어 보았다.
호리 : 동기들이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얼마나 강하게 애착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진지하게 활동 하고 있는 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봐 왔기에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책임감이랄까요. 제가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선발에 들어 갔고, 그 다음에 히나코가 들어 왔으니까요. 16살 때부터 저희 둘이 다른 동기들을 이끌어 줘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키타노 : 미오나와 제가 선발에 들어 간 뒤, 한동안은 다른 동기들이 선발에 들어 오지 못했어요. 상황이 잘 변하지 않았기에 항상 ‘다 함께 힘을 모아서 노력하자’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2기생들은 ‘2기생’으로서 함께 일을 한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런 환경이었기에 동기애가 더더욱 강해진 것 같아요.
호리와 키타노는 서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키타노 : 사실 저는 미오나가 처음으로 선발에 들어갔을 때의 영상을 지금도 가끔씩 꺼내 보곤 해요.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데요, 덜덜 떨면서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 들어 가, 무슨 일이 있어도 묵묵히 견뎌 온 것이 미오나잖아요. 말하자면 ‘2기생의 개척자’ 랄까요. 언젠가 한 번은 스태프분께서 ‘솔직하게 얘기 해 봐, 미오나랑 히나코는 사이가 어때?’라고 물으셨는데요,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오나를 부정해도 저만은 미오나의 편이 되어 줄 거예요’라고 이야기 했어요.
호리 : 히나코와 저는 성격도 정반대고, 처해있는 처지도 달라요. 하지만 나이도 같고, 동기에다가 웃음 포인트도 같죠. 그룹 활동에 대한 생각도 비슷합니다. ‘라이벌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항상 ‘저 자신’이라고 대답하지만, ‘그룹 멤버중에서 고르라’고 하신다면 언제나 ‘히나코’라고 대답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히나코의 적이 된다면요? 그럼 제가 지켜 줄 거예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마치 프로포즈처럼도 들렸다. 서로를 인정하는 두 사람의 마음, 그 근간에 깔려 있는 것은 다름아닌 ‘동기애’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기들은 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사키 : 둘 다 2기생을 위해 열심히 노력 해 주고 있다 생각해요. 그런 점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카린 : 히나코가 갖고 있는 동기애는 최근 들어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 생각하는데요. 이전까지는 자기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찼지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기도 했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결과, 그 빈자리에 2기생들을 채워넣는달까요. (웃음) 뭐, 그런 부분이 귀엽습니다만.
와타나베 : 그 중에서도 미오나는 특히 어떻게 해서건 2기생들을 밀어주려 하기에, 굉장히 고맙죠. 사실 동기 중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선발에 꾸준히 들어 온 미오나 외엔 없거든요. 물론 저희가 ‘2기생’이라는 카테고리로 항상 함께 움직이는 건 아니기에 ‘엄청 고마워!’라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좀 오버 같긴 하지만요.
멤버들의 말마따나 2기생들이 자신들의 기수를 강하게 의식 할만한 순간은 지금껏 그리 많지 않았다. 기수별로 묶여서 함께 활동한 경험이 적다는 것도 그 이유일테지만 1기생들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 해 오며 1, 2기가 융화되어 기수를 의식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도 큰 이유일 것이다.
테라다 : 다들 사이는 좋지만 그게 딱히 동기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야마자키 : 물론 다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이들은 좋아요. 저 같은 경우는 동기들을 믿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2기생’이라고 묶어서 생각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요. 딱히 묶여서 활동하지 않아도 각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건 잘 아니까요.
어떻게 보자면 2기생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단순한 ‘동기애’가 아니라, ‘동기애’와 ‘노기자카에 대한 애정’이 섞인 감정이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지난 ‘2기생 특집’ 때 와타나베는 이런 말을 남긴 바 있다.
‘2기생들의 색은 전부 제각각이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로 섞이거나, 한 색으로 물들지 않아요. 하지만 굳이 섞거나 한 색깔로 물들이지 않아도 무지개라 생각하면 그 자체로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녀가 말한 ‘무지개’는 어떻게 변했을까?
와타나베 :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사실 저 그 표현, 꽤 좋아하거든요. (웃음)
호리 : ‘무지개’라는 비유, 정말 마음에 드네요. 각자 색이 다르지만 하나가 되었을 때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의미잖아요. 하지만 무지개는 정말 가끔씩밖에 볼 수 없잖아요. 그렇기에 전 무지개도 좋지만 항상 볼 수 있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사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라면 더더욱.
사가라의 졸업으로 ‘무지개’를 구성하는 색이 하나 빠졌다. 그리고 곧 다가올 카린의 졸업을 통해 색이 하나 더 줄어 들 것이다. 사실 이 ‘무지개’는 앞으로도 색이 줄어 들 수는 있어도 늘어 날 수는 없는 무지개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반동안의 활약을 통해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뿜는 색은 더욱 더 선명해졌다. 각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우치로 예를 들어보자. 올 4월에는 3년 전부터 진행 해 온 라디오 방송 ‘올 나이트 닛폰 0’가 2부에서 1부로 승격, 방송 시간이 새벽 1시부터로 앞당겨졌다. 3월에는 여성 패션잡지인 ‘andGIRL’에서, 4월에는 ‘Oggi,jp’에서 레귤러 모델로 발탁이 되었고, 재작년 11월에는 솔로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신우치 : 라디오 승격 소식은 믿을 수 없었어요. 3년간 해 온 것들에 대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맡겨주신 이상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항상 머릿속 한 구석에선 청취율을 신경쓰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방송을 만들고자 고민 한 결과입니다. 모델 일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어요. 사실 모델일을 하고 싶다는 꿈에 대해서 블로그 등에 쓴 적은 없었지만, 인터뷰에서는 이야기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했던 말들이 실현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어찌 보자면 지금껏 쌓아 온 것에 대한 결과겠지요. 직선 거리로 빠르게 달려 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해 온 모든 것들이 헛된 것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사키 역시 4월부터 라디오에서 자신의 방송 ‘노기자카46 사사키 코토코의 톱기어’가 시작된다.
사사키 : 방송이 결정되었을 때, 엄청 기뻤어요.
이토 쥰나의 경우에는 역시 연극 무대가 주를 이룬다. 지난 1년 반동안 ‘MIDSUMMER CAROL’이나 ‘가로’, ‘3자매’, ‘일곱색 잉꼬’, ‘GIRL’S REVUE’ 등에 출연하였으면 그 중 ‘일곱색 잉꼬’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기도 하였다.
쥰나 : 저 자신의 무기가 하나 생겼다는 점에서 보자면 조금은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처음으로 주연을 하게 되었을 때, 연출가 분께서 아무런 지시를 안 해 주셨거든요. 나중에 여쭤 보니 ‘주연이잖아. 딱히 여기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판단하고 연기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일부러 아무 말도 안 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보아 주셨다는 건, 제가 그래도 성장 했다는 의미겠지요?
야마자키는 오랜만에 골든타임 퀴즈방송인 ‘Q사마!!’에 출연하였다.
야마자키 : 현재 멤버 중에 대학생은 저 혼자거든요. 그런 점을 살려 활동한다는 것이 제게 있어서는 하나의 사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어진 기회를 제 것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 할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녹화날짜 이틀 전부터 밤을 새워서 공부를 했을 정도죠. 물론 공부한다 해서 어떤 문제가 나올 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껏 손에 넣은 기회를 헛되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밤을 새울 수 밖에 없더군요. 사실 처음 방송에 불러 주셨을 때 보다 두 번째 불러 주셨을 때가 더 기뻤습니다. 아무래도 첫 출연 때 어떤 형태로든 인상을 남겼으니 두 번째 오퍼가 있었다는 것일 테니까요. 그 뿐 아니라 아무리 언더에 있어도 시점을 바꾸어 보면 얼마든지 변화 해 갈 수 있다는 점을 실감 할 수 있었기에 활동하는 것이 더 즐거워 지기도 했어요.
멤버들 스스로도 각자가 발하는 빛이 더 강해졌다고 자각하고 있을까.
테라다 : 그런 것 같아요. 버스데이 라이브때 아야네가 ‘오이샨’ 센터에 서게 되었을 때,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해’라고 응원 해 주는 분위기였거든요. 저도 그 모습을 보며 기뻤습니다.
한 여름, 전원이 수영장에 모여 MV를 찍는 상상
최근 들어 2기생 오시들에게 기쁜 일이 있었다. 23번째 싱글 발표 말이다. 이번 싱글에서 선발에 뽑힌 2기생들은 사상 최대인 5명 (호리, 키타노, 신우치, 스즈키, 와타나베)이었다.
테라다 : 평가 기준이 ‘선발’이냐 아니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선발이라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2기생들이 선발에 많이 뽑힌 것은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물론 2기생들이 선발에 몇 명이나 드는 지 가장 신경쓰는 것은 다름 아닌 미오나지만요.
키타노 : 미오나가 엄청 기뻐했어요. ‘이거야 이거! 내가 지금까지 기다려 왔던 건 이거야!’라 하더군요. (웃음)
카린 : 누가 뭐라 해도 동기란 건 특별한 존재다 보니 엄청 기뻤어요. 뭐, 선발이나 기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제가 이런 말 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웃음)
야마자키 : 처음으로 선발에 뽑힌 미리아에겐 연락 했어요. 엄청 기뻤거든요. 특히 미리아는 언더 라이브 때 포지션이 가깝기도 했고요. 그런 아이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본인들의 말 그대로 ‘신경쓰지 않’지만 내심 신경이 쓰이는 관계, 혹여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신경쓰이는 그런 관계가 바로 2기생들 사이의 독특한 관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절묘한 균형이 맞춰 져 있는 그런 관계성 말이다.
호리 : 사실 저, 망상 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MV를 찍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망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어떤 스토리로 찍을 지, 어떤 식으로 캐릭터 설정을 넣을 지, 카메라 앵글은 어떤 각도에서 찍을 지 같은 것들을 자주 상상하곤 해요. 얼마 전에는 2기생 전원… 가능하면 졸업한 동기들도 전부 불러서 2기생만의 MV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었어요. 시기는 한 여름, 무대는 수영장으로요. MV 촬영 자체도 추억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거든요.
스즈키 : 사실 딱히 제가 2기생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편은 아닙니다만, 함께 있는 것은 역시 동기들일 경우가 많아요. 왜냐고요? ….역시 동기들을 좋아하니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거든요. 가족 같은 관계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와타나베 : 버스데이 라이브 리허설 당시, 자연스럽게 동기들끼리 뭉쳐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때 새삼스럽게 ‘동기들 참 귀엽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벌써 6년이나 함께 활동을 해 왔지만, 그렇게 느낀 건 처음이었거든요.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어째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라이브 때 2기생 곡에 맞추어 춤 출 때도 정말 즐거웠고요. 딱히 카린의 졸업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해요. ‘이 멤버들과 함께 이렇게 활동 할 수 있다니. 내 인생 정말 좋은 인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사키 : 요 전에 쥰나랑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2기생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딱 좋다’라고.
카린 : 사실 동기들끼리 자주 이런 말을 해요 ‘2기생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딱 좋다’라고 말이죠. 이 말을 할 땐 반드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라는 말이 붙는데요,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의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다 알고 있고,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 대해 짜증이 날 때도 있는 거죠. (웃음)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전부 감안해도 ‘딱 좋은’ 관계라 생각해요.
하는 말을 들어보면 영락없는 ‘가족’이 아닌가. 서로의 좋은 점을 알고 있는 동시에 서로의 ‘이런 점은 바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함께 놀러 다니기도 하고… 말 그대로 ‘가족’ 인 것이다. 아무리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이 그녀들 사이에 싹 터 있는 것이다.
카린 : 저는 노기자카46의 2기생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카린은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을 맺었다.
앞으로도 계속 될 연례행사
그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교세라돔 오사카으로 돌려보자. 그 날은 2019년 버스데이 라이브가 시작 된 날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1기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고, 다음 차례인 2기생들은 무대 뒤에서 대기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카린 : 사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 건 저였어요. 제가 이 콘서트 이후에 졸업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다들 금방 모여 주었지요. 평소 같았으면 단체 사진 찍자고 모이라 하면 ‘에~?!’라 하며 모이지만 이번에는 별 말 없이 금방 와 주더라고요.
테라다 : 뭐, 다들 귀찮은 척 ‘나 참…’이라 말 하면서도 결국은 모여 주죠. 2기생들 중에는 정말이지 츤데레들이 많아요.
사사키 : 도쿄돔 때도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찾아 보면 2기생 단체사진은 꽤 많을걸요.
야마자키 : 단체 사진 찍을 때면 항상 누군가 저에게 ‘팔이 제일 기니까 사진 찍어 달라’고 하거든요. 그 때마다 제가 ‘싫어’라고 하면 다들 웃음이 터지고요. 2기생들끼리 사진 찍을 때면 항상 여기부터 시작합니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나네요. (웃음)
모두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면 솔직히 찍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 될 것을, 다들 그런 면에서는 감정 표현이 서툴다. 누군가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의 마음과 휴대폰 앨범에 단체 사진을 간직하고 다시 꺼내 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시간이 오래 지난 뒤, 문득 기억 해 내고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을 때,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그 사진들은 변함없이 선명할 테지만 멤버들의 눈에는 마치 오래 된 흑백사진처럼 비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진을 보며 ‘아, 이런 때도 있었지. 그 때 내 동기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딱 좋았’어’ 라고 미소 지으며 회상할 그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4월 모일, 올 해
역시 어김없이 ‘2기생회’가 열렸다. 그녀들이 오디션에 합격한 기념일, 3월 28일에 개최하지는 못 했지만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들 모여주었다고 한다. 아마 그 날도 다들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을 테지만, 그 때
역시 다들 솔직해 지지 못 하고 짐짓 싫은 척 하며 누군가의 카메라 앞에 모여 들었을 테다. 그런 솔직하지
못 한 그녀들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이어 져 있다면 뭐,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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