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9182의 경쟁률을 뚫고 선택받은 소녀들. 그 본래 모습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아이돌이 태어난 날
각자의 생각 각자의 인생
2018년 3월 9일, ‘노기자카46’, ‘케야키자카46(한자)’, ‘케야키자카46(히라가나)’ 총 3 그룹이 새로운 멤버를 뽑는 ‘사카미치 합동 오디션’ 개최 발표가 있었다. 오디션에 합격 하여도 최종적으로 어떤 그룹에 들어 갈 지는 미정인, 처음 보는 형식의 오디션이었다. 응모 수가 129,182명에 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를 뽐낸 이 오디션의 경쟁률은 약 3,400대 1. 참고로 세 그룹 중 ‘노기자카46’에 새로운 멤버가 가입하는 것은 약 2년만의 일이었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에게 있어 2018년은 변화가 많은 해였다. 이코마 리나, 카와고 히나, 카와무라 마히로, 사이토 치하루, 사가라 이오리, 노죠 아미, 와카츠키 유미가 그룹을 떠났으며, 에이스 멤버로 그룹을 견인 해 온 니시노 나나세 역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런 일대 변환기에 4기생 멤버 11명이 새롭게 그룹에 가세하게 된 것이다.
합격자 중 대부분은 ‘나도 TV에서 보던 노기자카의 멤버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응모 한 경우였다. 물론 엔도 사쿠라 역시 그런 멤버 중 한 명이었다.
엔도 : 작년(2017년) ‘레코드 대상’ 때, 노기자카46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대상을 탔잖아요. 그 때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정말 빛이 나는 것 같고 멋졌어요. 그리고 그 때를 계기로 조금씩 멤버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점점 더 빠져들었죠.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이쿠타 에리카상이나 무카이 하즈키상은 버라이어티 방송을 보면 그렇게 재미있는데도 사진이나 잡지에서 보면 엄청 예쁘시잖아요. 그 갭에 빠져버렸습니다. 재미있는데도 예쁜 사람, 엄청 동경하거든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디션에 응모하였지요.
TV나 잡지에서 활약하는 노기자카의 멤버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 오디션에 응모 한 것은 엔도 뿐만이 아니었다.
카키 하루카 : 제가 노기자카46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야마시타 미즈키상이었어요. TV에서 미즈키상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사실 유치원 다닐 때는 AKB48 여러분을 보고 아이돌이 되고자 했었습니다만, 커 가면서 점점 현실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안 될거야’ 라고 포기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어린 남자아이들이 ‘난 크면 파워레인저가 될거야’ 라는 식으로 카키 하루카 역시 ‘아이돌이 될 거야’라는 막연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꿈을 포기 한 지 10여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카키 하루카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 왔다.
카키 : 엄마가 ‘오디션이 열리는 모양인데’라고 이야기 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노기자카를 좋아하긴 했지만, 저 자신이 그 안에 들어 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응모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오디션 캐치프레이즈가 ‘올 여름, 당신의 인생이 바뀝니다’ 더라고요. 그 캐치프레이즈를 본 순간, 이대로 포기하면 반드시 후회 할 것이라 생각했지요.
카키처럼 큰 결심을 품고 오디션에 임한 멤버도 있는 반면, 우연한 계기로 아이돌의 길을 걷게 된 멤버도 있다. 바로 하야카와 세이라이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어 보니 싹싹하게, 가식 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멤버였다.
하야카와 : 사실 그냥 한 번 해 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응모한 거였어요. 그다지 아이돌에 대해 잘 아는 편도 아니었고요. 초등학생 때 반 장기자랑때 친한 친구가 ‘나 AKB48 춤 추고 싶어’라고 했거든요. 그때도 전 CD 재생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오디션을 통해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물론 예전부터 아이돌이 되기 위하여 노력 해 온 멤버도 있다. 바로 시바타 유나가 그런 케이스이다.
시바타 : 어릴 때부터 아이돌을 동경 해 왔고, 초등학교 2학년 때에 이미 ‘난 아이돌이 될 거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다녔을 정도예요. 그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그게 될 리가 있냐’며 무시했기에, 그 뒤로는 그 꿈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요.
아무도 자신의 꿈을 이해 해 주지 않아 포기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때, 우연찮게 TV를 통해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알게 되고, 아이돌이 되겠다고 하는 정열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는 그녀. 결국 노기자카의 악수회에도 꼬박꼬박 출석하게 되었다.
시바타 : 음반이 나올 때 마다 CD를 샀고, 작년 여름에는 메이지진구에서 열린 라이브에도 다녀 왔어요. 특히 요다상의 악수회에 자주 갔었는데, 오디션을 앞두고 ‘합격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올게요’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합격 한 뒤에 요다상을 만났을 때, 그 일을 기억 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카나가와 사야가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말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멤버들과는 조금 다른 계기로 그룹에 빠져들었다.
카나가와 : 이쿠타상이 핀란드 민요를 부르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한 결과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MV를 본다던지 하면서 점점 빠져들었고요. 저희 집 같은 경우, 제가 장녀고 제 아래에 15살짜리 쌍둥이 동생이 있고, 7살짜리 막내가 있는 네 자매인데요, 자매 넷이 모두 사카미치 그룹의 팬이에요. 그래서 제가 오디션에 붙었을 때, 동생들도 엄청 기뻐 해 줬어요.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랍니다. (웃음)
네 자매의 맏이인 그녀가 동기 중 유일하게 ‘언니’라 부르는 멤버가 있다. 4기생 중 최연장자인 타무라 마유가 바로 그 멤버이다. 얼핏 보기에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어릴 적에는 하루 종일 야구에 빠져 살았다는 타무라.
타무라 : 초등학교 2학년때 오빠와 같은 야구팀에 들어 가 야구를 했고, 중학생이 된 뒤로는 언니가 있던 소프트볼부에 들어갔어요. 중학생때까지는 매일매일 운동 삼매경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 간 뒤로는 아무런 부에도 들어가지 않고 평범한 여고생 생활을 보냈죠. 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사카미치 합동 오디션’을 알게 되고, 응모하게 된 것도 이 때 쯤이에요.
참고로 노기자카46 1기생 중에 타무라와 동갑이 멤버가 있다.
타무라 : 사실 사이토 아스카상과 같은 98년 생이거든요. 아스카상은 일찍이 노기자카46로서 활약 하셨기에, 동갑인데도 인생 경험이 전혀 다르지요. 제 동경의 대상이십니다.
그런 타무라와는 대조적으로 최연소 합격 멤버도 있다. 바로 츠츠이 아야메이다. 현재 14살, 중2 학생인 그녀.
츠츠이 : 오디션에 응모하게 된 계기는, 친구네 어머니가 저희 엄마에게 ‘이런 오디션이 열린다’고 알려 주셔서, 저희 엄마가 저에게 ‘응모 해 볼래?’라고 말씀 해 주신 것이었어요. 저 역시도 별로 주저하지 않고 ‘재미 있어 보이는데 한 번 해 볼까~’정도의 마음으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션을 받게 된 뒤에 노기자카46의 영상들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오오조노상의 독특한 세계관에 매료되었어요. 지금은 하루 종일 오오조노상 영상만 보라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푹 빠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4기생 멤버들의 소개를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크게 나누어 두 부류이다. 현재 자신의 생활을 바꾸고 ‘저 빛나는 아이돌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별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도전 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4기생 중 전자의 가장 궁극적인 예가 카케하시 사야카이다.
오디션을 받기 전에는 그저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홀로 기타를 치며 하루를 보냈다는 그녀.
카케하시 : 사는 곳이 오카야마현 중에서도 시골이거든요. 전철이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없을 정도로요. 지금껏 본 적 없는 세상을 보고 싶어 ‘합동 오디션’에 응모하였습니다.
합격자들 중에서는 항상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도 있다. 세이미야 레이다.
세이미야 : 학교에선 자주 ‘시끄럽다’고 핀잔을 듣곤 했어요. (웃음) 하지만 공부도 성실하게 했답니다. 초등학생 때는 아동회장도 했었고, 중학생 때 역시 학생회장을 했어요. 아, 그리고 5년 정도 미국에서 살았기에 영어도 할 줄 알아요.
그 정도로 교내 행사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좋았던 아이가 어째서 아이돌 오디션에 응모하게 된 것일까?
세이미야 : 예전부터 사카미치 그룹을 좋아하기도 했기에 분위기를 보러 세미나에 참가 했었어요. 회장에 귀여운 아이들이 많아서 ‘역시 오디션은 안 받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시드권을 얻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것도 좋은 기회다 싶어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4기생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가 있다. 미국 출신인 소녀는 필자의 질문에 ‘음…’ 이라며 잠시간 생각을 하더니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가며 인터뷰에 응했다.
키타가와 유리 : 제가 태어난 캘리포니아는 연중 따뜻하고 비도 얼마 안 내리는데다가 사람들도 여유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인지는 몰라도 빠릿빠릿한 맛이 없지요. 선생님께서도 제게 ‘넌 치유계(※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야’라고 말씀 해 주신 적도 있지요.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때에도 점심시간 내에 다 먹지 못 할 정도로 먹는 속도가 느리고, 말 하는 속도도 느리지요.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아 온 그녀가 어째서 일본의 아이돌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까?
키타가와 : 유치원생때 가족들과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갔었기에, 보고 있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되었지요. 물론 그런 계기라면 보통은 연극배우를 꿈꾸게 될 지도 모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돌을 보며 힘을 많이 얻었거든요.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야쿠보 미오에게 있어 ‘아이돌’이란 수 없이 도전하고, 수 없이 좌절 한 끝에 겨우 손에 넣은 꿈에 다름 아니었다.
야쿠보 : 중학교 2학년 때, 쌍둥이 언니가 노기자카46의 MV를 자주 봤었기에 저 역시 자연스레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악수회나 라이브에도 다니게 되었지요. 사실 이전에도 몇 번인가 아이돌 오디션을 받았었는데 결과적으로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잘 되지 않았어요. 이번 오디션은 ‘이번이 마지막 찬스’라고 부모님과 약속을 하고 임했습니다. 그렇기에 ‘노기자카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강했다고 생각해요.
웃음을 부른 쇼쿠레포, 고난이도 댄스의 세례
이렇듯 나이도, 출신지도, 자라 온 환경도 제각각인 응모자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슴에 품은 채 ‘사카미치 합동 오디션’에 임했다. 1차 심사 (서류), 2차 심사 (카메라 테스트) 순으로 심사가 진행됨에 따라 응모자들의 심경도 크게 변해갔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선에 선 순간 그녀들의 마음 속에서는 지금껏 경험 해 보지 못 했던 갈등과 중압감, 각오가 생겨났던 것이다.
하야카와 : 심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러다 떨어지면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무서워졌어요. 떨어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최종심사 직전즈음에 ‘이대로는 안돼. 변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는 한 번도 생각 해 본 적 없는 감정, ‘예뻐지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타무라 : 쇼룸으로 심사를 하던 도중에 ‘매번 긴장이 되는데 이 이상은 무리야’라고 자신을 잃고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저희 집 강아지가 제 얼굴을 핥아주더라고요. 강아지가 눈물을 핥아 주는 모습을 보며 ‘아,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지’라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처음 겪어보는 오디션에 어찌 할 줄 모르고 자신을 잃는 아이도 있는 반면, 시종일관 밝게 행동하는 아이도 있었다.
시바타 : 3차 심사때부터 쇼룸 심사까지 계속 레이 다음 번호라 항상 같이 있었는데요, 레이는 항상 활기차고,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아이었어요. 오디션 때, 한번은 마이센(※돈카츠, 카츠 샌드위치로 유명한 식당 체인) 도시락이 나왔거든요. 아직도 그 때 찍은 동영상이 핸드폰에 남아 있는데요, 레이가 회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갑자기 도시락을 먹으면서 쇼쿠레포(※먹거리 리포트. 음식을 먹고 맛이나 분위기 등을 설명하는 것)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밝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 쉬이 추측 할 수 있을 오디션 회장에서 쇼쿠레포… 세이미야 레이는 그 때 뿐만 아니라 최종심사 때도 자기 앞 순서 후보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자기PR을 하는 것을 보며 시종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세이미야 : 다른 멤버들이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듣다 보니 절로 웃게 되더라고요. 물론 긴장은 했지만 번호가 빠른 편이었기에 딱히 ‘아, 어떻게 하지?’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고요.
8월 19일, 드디어 최종 심사가 끝났다.
얼마 뒤, 노기자카에 들어가게 될 멤버들이 결정되어 11월 30일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4기생 오미타테회’ 개최가 공지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레슨이 시작 된 것은 공연을 약 1달여 앞둔 때였다.
카키 : 시간이 너무나도 없었기에 하루만에 후렴구를 전부 외워야 하는 날도 있었어요. 생각대로 외워지지가 않아 다 함께 모여 울기도 했고요. 그 중에서도 ‘인플루언서’는 특히 힘들었지요. …레슨은 정말 힘들었어요.
중압감과 싸워가며, 서로 서로 격려 해 가며 눈 앞에 솟아 난 높은 벽에 맞서 싸운 11명의 멤버들. 특히 댄스 경험자인 카나가와는 솔선하여 다른 멤버들을 리드하며 레슨에 임했다.
카나가와 : 레슨 도중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분명 있었어요. 댄스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레슨을 받으면 힘들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도와줘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키타가와 : ‘인플루언서’ 같은 경우에는 안무 동작이 빠른데요, 저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행동을 빠르게 가져 간 적이 별로 없어서 불안했어요… 그런 저를 도와 준 것이 다른 멤버들과 안무 선생님이셨습니다. 이토록 축복받은 환경에 들어 올 수 있어 정말 감사 할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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