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라테 유리나의 첫 출연작인
동시에 처음으로 주연에 발탁된 영화 ‘히비키’가 개봉한 지 10개월여가 지났다. 본작에서 주인공인 아쿠이 히비키를
연기한 히라테는 아이돌로서 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일약 큰 주목을 받으며 ‘제 42회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 배우상 및 ‘제 28회 일본 영화 비평가 대상’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성과를 내는 동시에 스스로도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 뿐 아니라 히라테는 이 작품에서 만난 동료 배우와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동료배우는 다름 아닌 극중에서 히비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편집자 하나이 후미 역할을 맡은
키타가와 케이코이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서로를
부를 땐 영화 캐릭터의 애칭을 딴 ‘히쨩’, ‘후미’라고 부른다고 하는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거의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고, 시간이 될 때면 만나서 시간을 보낼 정도라고.
본지는 그런 두 사람에게 ‘히비키’ 프로모션이 끝난 뒤 처음으로 대담 특집을 제의하였다. 공적인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10달만이라 하는 두 사람에게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서로의 첫인상’부터 ‘사적인 자리에선 어떤 사람인지’, ‘일을 대하는 자세’, ‘앞으로 함께 도전 해 보고 싶은 일’, 그리고 ‘서로에게서 받은 영향’ 등에 대하여 질문을 해 보았다.
키타가와와 히라테가 개인적으로 단둘이 만났을 때 처럼 편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이번 대담동안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이해
할 수 있는’ 일종의 ‘운명적인 관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키타가와 케이코 (이하 ‘키’) :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취재를 받는 건 10달만인가…
히라테 유리나 (이하 ‘히’) : 사실 개인적으로는 자주 만나니까 이렇게 새삼스럽게 대하는 게 좀 어색한데. 당장 전에 만난 게 지난주였고.
키 : 아까 전에 사진 촬영 할 때도 뭔가 좀 어색했지?
히 : 응. (웃음) 그래서 오늘 취재는 어떻게 응해야 할 지 갈피가 안 잡히더라고.
키 : 사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친해졌다는 거, 생각 해 보면 좀 신기하지 않아?
히 : 응. 신기해.
키 : 물론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있으니 그 영향도 있겠지만 말이야. 히쨩이 천재 소설가 아쿠이 히비키
역할이었고, 나는 담당 편집자 하나이 후미
역할이었으니까. 후미는 히비키가 천재라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오래 전부터 주목 해 왔고, 그만큼 히비키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잖아. 촬영이 시작 된 이후로는 히쨩 본인이 내게 있어 그런 존재로 느껴지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역할에 몰입이
잘 되었지.
히 :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 역할이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네.
키 :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았기에 함께 시간 보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을거고.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로 좋은
추억이야.
히 : 응. 후미가 없었더라면 나는 촬영 끝까지 버티지 못 했을거야.
키 : 그렇게 보면 처음에 친해지게 된 계기는 역할 때문이라 생각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그 후로도 계속
친하게 지낸다는 게 좀 신기해. 사실 나만해도 여러 작품을 찍었지만 함께 나온 동료들과 이렇게까지 친해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니거든. 작품이 끝날 때면 서로 친해져서
‘또 만나자’고 이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 바쁘다 보니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거든. 하지만 히쨩은 좀 달라. 실제로 시간을 내서 만나고 있잖아.
히 : 응.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네. 연락은 매일 주고받고.
키 :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다음 날이 되어 있고, 그 뒤로도 계속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경우가 많지.
히 : 그렇지. 정말로 끝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아. 신기할 정도로.
- 처음엔 극중 히비키’와 ‘후미’의 관계에 영향을 받아 가까워
진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어느 사이엔가
특수한 것이 되어 있었고, 그 관계의 특수성은 본인들 스스로도
말로 다 옮기지 못 할 정도로 특별한 것이었다.
키 : 가끔 ‘키타가와상에게 있어 히라테상은 어떤 존재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
히 : 그렇지. 나도 같은 질문을 가끔 받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키 : 절친이라 하기엔 역시 나이 차이가 꽤 나니까 조금 이상해 보일 것 같고, ‘가장 친한 사람’이냐 하면 그렇게 표현하기는
좀 안 맞는 것 같고 말이야. ‘가장 친하다’라고 하면 사실 거기서 끝이잖아. 뭔가 굉장히 가볍게 느껴지거든.
히 : 그러고 보니 아키모토(야스시)상은 ‘미녀 자매’라고 하시던데.
키 : 아, 그거 괜찮네!
히 : 그래? (웃음) 하지만 사실 난 ‘미녀’ 소리 들어 본 적 거의 없는데.
키 : 그럴리가. 히쨩같은 아이 좀처럼 없는걸.
히 : 음… 아무래도 ‘자매’는 좀 안 맞는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딱 맞는 단어가 안 떠오르는데.
키 :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는 존재인데다가 숨기는 것도 없고. 무슨 일이 생길 때면 ‘상담’이라 하기엔 좀 안 맞을 지는 모르지만 누구보다 먼저 이야기를 해 주는 그런 관계지.
히 : 평소에도 근황보고 같은 거 자주 하고.
키 : 그렇지. 그 뿐 아니라 서로 마음 속 이야기도 터놓고 얘기 하잖아. 히쨩같은 경우 나보다 어리긴
한데 솔직히 이야기 하고 있으면 나보다 어린 사람이랑 이야기 나눈다는 생각이 안 들어. 히쨩이나 나나 ‘표현 하는 일’에 연관된 사람들이잖아? 그런 점에서 보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때때로 히쨩이 아직 18살이라는 사실을 잊곤 해.
히 : 우후후
키 : 사실 나 히쨩을 존경하거든. 사실 서로 본업은 다른 분야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고 생각하고.
히 : 분명 그런 점은 있네. 우리 둘의 본업이 같은 분야였다면 지금 같은 관계는 쌓지 못 했을 지도 몰라.
키 : 나 같은 경우는 히쨩을 보며 엄청 자극을 받아. 한 번 만날 때 마다 최소 한두번은 깜짝 놀라게 되거든. ‘아, 이 아이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라며 감탄하게 돼.
히 : 어? 정말?
키 : 그래. 히쨩 같은 경우 주관이 뚜렷하잖아. ‘이 부분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던가 ‘이 곡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라던가. 이야기를 하다보면 히쨩 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전하려 한다는 점이 잘 느껴져. 나같은 경우 연기가 본업이잔아? 그런데 ‘이 역할은 이렇게 연기해야지’라고 나 스스로 생각해 둔 게 있다 해도 감독님이 ‘이 역할은 이렇게 연기 해 달라’고 하면 감독님 지시에 맞추어 연기를 바꾸곤 하거든. 물론 이렇게 상황에 맞추어 연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면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생각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는 점 역시
중요하다 생각하거든. 최근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게
있는데, 다름 아니라 ‘나도 내일부터는 히쨩같은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하자’라는 거야.
히 : 그래?
키 : 요 전에 히쨩을 만나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 했던가? 어쩌면 그 직전에 만났을 때
였을지도 모르겠다. 왜, 함께 토마토 스키야키 먹었던
때.
히 : 아,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을 때구나.
키 : 히쨩이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자면 나 자신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나 역시도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열정이 넘쳤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정해진 규칙에 익숙해지고 하다보니 그런 열정을 잊고 있었거든. 히쨩은 그런 초심을 일깨워 줘.
히 : 나도 후미랑 이야기 하다보면 여러 모로 자극을 받아. 안심이 되기도 하고. 후미 같은 경우엔 일과 관계된 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면에서 말이 잘 통하거든. 특히 연기라는 부분에서는 후미의
프로페셔널한 면에 느끼는 점도 많고. 나 역시 후미가 존경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