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테 유리나
1년 4개월만의 롱 인터뷰
본지가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1년 4개월만의 일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작년 6월, 영화 잡지 ‘CUT’에 실린 ‘히비키’ 인터뷰 기사를 위해 그녀와 인터뷰를 한 바 있으나, 그녀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이미 본지에서는 그녀와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콘셉트로 인터뷰를 한 바 있으나, 이번 인터뷰는 과거 두 차례의 인터뷰보다 조금 더 농도가 짙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2018년 1년간 그녀가 느낀 갈등과 염원, 그녀 자신이 그룹에서 떨어 져 있는 동안 느꼈던 점, 그녀가 갖고 있던 고민들, 케야키자카의 멤버로서 자신의 의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런 고민들에도 불구하고 케야키자카46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찾아 내었는가, 멤버들에 대한 마음은 어떤가, 전국 투어는 어떠하였는가, ‘엠비벌런트’와 ‘검은 양’이라는 곡을 지금 부르게 된 의미와 지금 불러야 하는 이유까지 우리가 평소 묻고 싶었던 거의 모든 것들을 질문하고 정리 하였다.
가능한 한 정중하게, 하나 하나 순서대로 질문을 이어갔다.
2시간 18분에 걸친 긴 인터뷰를 끝낸 뒤, 그녀에게 ‘말 한 것 중에 잡지에 실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 있니?’라고 물었다. 그녀는 ‘없어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히라테라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그런 사람이었지만,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고 나서 느낀 것은 그녀가 ‘변화’ 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무언가 거대한 하나의 순환을 거친 듯 한, 계절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가만히 지켜 보기라도 한 듯한, 너무나도 작지만 ‘본질적’인 변화였다. 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무언가 달관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히라테라는 사람은 코 앞의 미래마저도 읽어내기 힘든 사람이지만.
이제 와서 그녀를 ‘이 왜곡되어버린 시대’의 상징이라느니 ‘시대가 낳은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아이콘’이라느니 떠받들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느낄 법 한 뒤틀림이나 개개인들이 발산하는 비명과도 같은 읊조림들과 공명하며 대변하는, 꽃을 피우지 못 하는 덧없는 무성화와 같은 존재가 누구인가를 거론한다면 아마 히라테 유리나라는 존재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크나큰 기대를 견뎌내며, 퍼포먼스를 위해 자신의 생명력마저 불태워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존재 역시 히라테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하기 힘들다.
오늘 하루도 매 분 매 초, ‘잘못 된’ 순간들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히로인, 히라테 유리나의 생생한 목소리를 찬찬히 읽어 주시기 바란다.
- 잘 지냈니?
히라테 (이하 ‘히’) : 네. 잘 지냈어요.
- 요즘 보기 좋더라.
히 : 아하하하
-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
히 : 아, 정말요? 왜일까요… 올 해 들어서 마음이 좀 후련해졌는데, 그 영향도 있을 것 같네요.
- 새 해가 밝으면서 기분이 확 바뀐거야?
히 : 아무래도 연말에는 부상 때문에 일을 못 했잖아요. 그게 좀 힘들었거든요. 그랬던 것이 일단 좀 진정이 되었으니까요. 아, 요즘은 ‘검은 양’ 프로모션 기간이라 안무를 숙지하는 시기예요.
- ‘검은 양’ 엄청난 곡이더라고.
히 : 그렇죠. 사실 좀 불안하기도 해요. (웃음)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아니 이번 작품은 그 ‘전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활동할까 싶을 정도예요.
- 기대가 되네. 지난 인터뷰로부터 1년 이상 시간이 지났기도 하잖아. 2018년 1년 동안 이래저래 일들이 많기도 했고. 이번 인터뷰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의 1년간을 활자로 옮겨 보고자 해. 네가 지난 1년을 살아 온 증거랄까?
히 : 네. (웃음) 저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일일이 전부 기억도 못 할 정도예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지’라는 말을 들으면 ‘아,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떠올릴 정도.
-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길 때 마다 하나 하나 전부 해결 해야 했잖아. 느끼는 것도 다 달랐을텐데… 그래서 힘들었을거고.
히 : 네. 그건 그렇죠.
- 어떤 감정이었는지, 이미 지나 버린 일이라 생각 안 나려나?
히 : 정말로 기억이 안 나요. 감정 뿐 아니라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조차.
-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그런걸까?
히 : 아뇨. 오히려 저는 작년 한 해가 엄청 길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도 ‘히비키’ 이전 전반부가 너무 다사다난해서, 5, 6월쯤에 벌써 ‘아 아직도 반년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했는 걸요.
- 그렇구나. 아무래도 작년 연말이 힘들었을 테니. 그 때 느낀 괴로움은 지금까지 느껴 본 것들이랑은 달랐을거고.
히 : 네. 전혀 달랐어요. 말로는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죠.
-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할 수 없고, 몸도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으니… 마음과 육체 사이에 갭이 있었지.
히 : 그것도 그랬지요. 작년 연초에는 ‘유리를 깨라!’ 시기였잖아요. 그 때는 유이쨩즈, 코바야시 유이쨩이랑 이마이즈미 유이쨩 두 명이 더블 센터에 서 주었고요. 작년 전반기는 정말 그 둘이 그룹을 이끌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말에는 이마이즈미도 졸업 해 버려서… 이대로 코바야시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마음 한 구석에 있었지만… 뭐랄까 엄청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 조금 듣기 힘든 말일지도 모르는데, 사실 자신이 없는 사이에도 달려 나가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 하거든? 그런 모습을 보고 ‘저기에 내가 들어가서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히 : 음.. 뭐라 해야 하죠… 하지만 제가 부상으로 이탈 한 뒤, 개인적으로 ‘코바야시가 센터를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사실 그렇게 되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 그렇구나. 2018년 한 해 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본인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히 :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사실 좋은 일은 거의 없었네요. (웃음) 아, 물론 좋았던 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전체적으로 좀 이건 아니다 싶달까요. 그게 제 선택 문제인지, 사고 방식 문제인지, 아니면 뭔가를 하는 방식 문제인지는 몰라도.
- 히라테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 뿐 아니라 그룹 내에서 졸업을 결의하는 멤버가 나왔다는 점이나 스태프들,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주변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히 : 아… 분명히 그런 면은 있네요. 전체적으로 그룹의 중심 축이 흔들렸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이미지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2018년을 상징하는 곡이 ‘엠비벌런트’(양가감정) 아닐까 싶어요. 그럴듯하죠?
- 오, 센스 있는걸?!
히 : 정말로 ‘안비바’야 말로 2018년을 묘사 한 곡인 것 같아요.
- 급박하면서도 거대한 흐름 안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
히 : 그런 것 같아요. 일단 ‘가라스’ 활동 도중부터 활동에서 빠지고, 그 뒤에 ‘히비키’ 기간이 있었고… 그룹 활동으로 돌아 온 것이 바로 ‘안비바’였죠. 그룹 활동에 복귀 할 때도 ‘뭔가 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바뀌면 좋겠다’거나 ‘이렇게 되면 좋겠다’라는 것들이 있기에, 그룹으로 돌아 온 뒤 이래저래 생각 할 거리가 많았지요. 물론 안 좋은 의미 뿐 아니라 좋은 의미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멤버가 졸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슬펐어요. 물론 졸업을 결정 한 것은 그 멤버 개인의 선택이므로 진심으로 축하 해 주고 싶었지만… 졸업하는 멤버 전원으로부터 ‘사실 나는 이런 목표가 있어서 졸업하는 거야’ 라던가 ‘사실 이런 꿈이 있어 졸업하는 거야’라고 들은 것도 아니니까요… 그게 정말로… 네, 정말 슬펐어요.
- 그럼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 개인적으로는 어떤 감정이 컸어?
히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 우리 그룹 이런 그룹이었나?’라는 느낌이 컸어요. 저 스스로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상이 너무 커서 기준이 너무 올라 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물론 제가 모르는 곳에서 다들 엄청나게 고생 했을거라 생각하기에 제가 멋대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요.
- 그룹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이 변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
히 : 저 자신이요? 아, 물론 혼자서는 해 낼 수 없는 일들도 많기 때문에 ‘멤버들 없이는 전할 수 없는 메시지도 있고, 멤버들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것도 많다’는 점을 엄청 느꼈어요. ‘안비바’ 때부터 멤버들과 엮이는 안무가 많아지기도 했고요. 이전까지는 저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지만, ‘안비바’ 때는 멤버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많아져서 더더욱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 그 말을 들으니 누구보다도 히라테상 본인이 그 동안 엄청 변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히 : 하지만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안비바’에는 들어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일단 그룹을 떠나 있었던 것이 제게 있어 엄청 나게 의미가 있었고, 그런 시간을 가지길 잘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시간을 갖지 않고 계속 변함 없이 케야키자카에 있었더라면 ‘안비바’는 나오지 못 했을거라 생각해요.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히 : 제가 영화 ‘히비키’에 출연 하기로, 영화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를 생각 해 보면 역시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애초에 저라는 존재는 케야키자카의 일원이기에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요. 케야키자카에 돌아 온 것 역시 그렇기 때문입니다. 물론 ‘돌아가야만 한다’는 마음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하지만 좀…’이라는 망설임도 있었지만요.
- 그렇군. 그러면 그룹을 떨어 져 있던 몇 달 동안 계속 ‘그룹에 보은해야 해’, ‘돌아가야만 해’ 라는 마음으로 보냈다는 얘기네. 그럼 그 동안은 힘들었어? 아니면 그런 마음이 난관을 이겨 나가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을까?
히 : 아무래도 ‘버팀목’이라 하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엄청 고민하기도 했고.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이대로는 아무 것도 안 돼’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마음 먹고 결단을 내린 결과가 케야키로 돌아간다는 결론이었지요.
- 하지만 한 편으로는 위화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히 : 음… 그건 그렇네요. 지금이야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 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당시에는 정말이지 케야키로 돌아 간다는 것, 그리고 눈 앞에 닥친 영화 제작에 쫓겨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지금처럼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 그저 필사적으로 주어진 것들을 해 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해야겠네.
히 :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 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항상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 했고요.
- 바로 그 ‘어떻게 하지?’라는 기분은 ‘내게 요구되는 것은 어떤 행동인가?’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나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일까?
히 : 아, 그렇게 생각 해 본 적은 없어요. 제가 케야키자카의 일원이라 생각하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계속 센터에 서 오긴 했지만, 제가 정녕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곳에 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작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기에 굳이 말한다면 ‘작품을 위해서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 아, 그렇게 생각 해 왔기에 복귀 하겠다고 결정한 때, 혹은 복귀를 했던 시점에는 이미 그런 다짐이 다 되어 있었던 거구나.
히 : 네. 전부 결정이 되어 있었던 거죠. 아마 ‘히비키’ 촬영 후반쯤 부터는 마음이 정해 져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크랭크 업 날짜도 정해져 있었기에 하루하루 타임 리밋이 다가 오는 셈이잖아요. 그게 의외로 꽤나 힘들었어요. 가급적이면 다른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 했는데 ‘히비키’ 촬영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케야키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그 밸런스를 잡는 게 힘들었어요.
- 그럼 ‘히비키’ 촬영이 끝나고 ‘안비바’ 제작에 들어 갈 땐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다는 얘기네?
히 : 네.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참여하지 못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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