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게, 2년 전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났을 땐 ‘빨리 케야키자카의 히라테 유리나로 돌아가고 싶다’, ‘케야키자카의 히라테 유리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내겐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 했었잖아? 그런데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어떻게 보면 그 얘기와 정 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 처럼도 들리거든.
히 : 아, 그렇네요. 뭔가 좀 무서운 걸요. 인간이란 게 이렇게 바뀔 수도 있네요. (웃음)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두 가지 발언이 모두 굉장히 히라테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해.
히 : 저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게 얘기 한 적 있네요. 기억 나요. 그 때만 해도 싱글을 3장 정도밖에 안 냈었을 때잖아요. 그러고 보면 저희 노래중에서 4번째 싱글 이후로 엄청 센 곡들이 많지 않나요? (웃음) 아마 그 영향도 있을 거라 봐요. 그 뿐 아니라 그만큼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의 경험 같은 것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된 거겠죠.
- 그렇게 보면 참 신기해. 2년 전에는 그토록 ‘케야키자카의 히라테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지.
히 : 그렇죠. 당시엔 뭔가 좀 발랄했네요. (웃음) 제가 생각해도 굉장히 생기 넘쳤던 것 같아요.
- 그렇다는 건 그만큼 ‘노래’가 주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겠지. 곡에 대한 ‘해상도’가 높다 해야하나.
히 : 다른 사람들과는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씀인가요?
- 뭐라 해야할까. 웃고 있는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되게 즐겁게 웃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히라테만은 ‘웃고는 있지만 즐거워 보이진 않다’고 이야기 하는 느낌?
히 : 아, 그런 경우는 가끔 있어요. 그런 걸 ‘해상도’라고 하는군요.
- 그런 케이스,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히 : 네. 꽤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는 뭔가 좀 다른 경우. 다른 사람들 말을 듣고 ‘어? 정말?’이라고 놀라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어? 몰랐어?’라고 놀라는 경우도 있고요.
-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누군가와 만나거나 하다 보면, 그 순간 자신의 마음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감정과 자기 자신이 일체화 되는 경우가 있지. 그건 그 순간 순간 다른 감정이기에 매일, 아니다 매 초마다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야 할까.
히 : 말하자면 ‘지금의 심정’ 같은 건가요.
- 흔히들 ‘1분 1초 똑 같은 시간은 없다’고들 하잖아? 그 말이야 말로 아까 말 한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 생각해.
히 : 네. 확실히 ‘같은 시간’은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매일매일이 다르니까요. 애초에 매일매일 하는 일 자체도 다르고요. 그 날 그 날 날씨나, 듣는 음악으로 인해 바뀌기도 하고. 정말 ‘똑 같은 날’은 없네요. (웃음)
- 응. 다시 아까 이야기 하던 주제로 돌아 가 보자. ‘안비바’ 때 그룹으로 돌아 와,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필사적으로 해치워야 하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었잖아? 그 당시는 어땠어?
히 : 그 당시도 사실 눈 앞에 닥친 일들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안비바’는… 아, 그 당시 춤을 추는 게 왠지 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안비바’의 출발점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지요. 레슨과 보이스 트레이닝을 하고 퍼포먼스에 임했습니다. 말 하자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린다는 느낌이었어요.
- 말 하자면 ‘케야키자카46의 히라테 유리나’가 어떻게 해 왔는지를 잊어버렸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히 : 아무래도 환경이 확확 달라졌으니까요. ‘히비키’ 촬영 때도 혼자였기에 그룹 활동을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조금 잊었던 것 같아요.
- 방금 그런 질문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사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케야키자카의 히라테’는 ‘히라테 유리나’라는 인물이 연기하는 ‘내가 아닌 또 다른 자신’이라는 느낌이 강했거든. 물론 너 자신이 원해서 하는 거라곤 생각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케야키자카의 히라테’라는 캐릭터가 ‘히라테 유리나’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으로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히 : 음… 코마스상이 어떤 말씀 하시는 지 알 것 같긴 해요. 두 모습 모두 저 자신이긴 하지만 퍼포먼스를 할 때의 저는 뭔가 좀 다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제가 저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음… 뭔가 어렵네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연기를 한다는 생각은 없는데… 좀 신기한 감각이네요.
- 예전 같은 경우에는 ‘케야키자카의 히라테’로서 무대에 서면 자신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해방시킨달까? 무대 위에서만 보여주는 모습이 있었거든. 그런 히라테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 보였고. 그런 모습이 지금은 약간 달라 보인다고 해야 할까.
히 : ‘후타리 세종’ 때 까지는 엄청 반짝반짝거렸다라는 말씀은 실제로도 많이 들어요.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지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사고방식이 변한 점 일까요.
- 아까도 노래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노래가 변했기에 히라테가 변했다기 보다는 히라테가 변했기에 그에 맞추어 노래도 변했다고 생각하거든. 말하자면 ‘안비바’라는 곡을 받았기에 ‘안비바’의 히라테가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안비바’에 어울리는 히라테가 있기에 ‘안비바’라는 곡이 나오는 거라는 얘기지.
히 : 에?! 정말요? 그럼 제가 없었다면 ‘안비바’라는 곡도 없었다는 얘기네요!
- 내가 보기에는 그래. ‘안비바’라는 곡이 다음 싱글로 결정되었을 때, 너 자신도 ‘이 곡을 부르고 싶다’, ‘이 곡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 했을 거 아냐? 그건 다시 말 해서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의 내면에 이미 ‘안비바’라는 곡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지.
히 : 아, 그건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없었다면 부르지 못 했을 거예요. 아마도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부른 것이라 보고요.
- 단순히 ‘곡이 좋으니까 부르고 싶어’ 라기 보다는 ‘이 곡은 내가 해야만 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아?
히 : (웃음) 네. 그렇죠.
- ‘안비바’ 라는 곡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 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운 게 아닐까 싶어.
히 : 정말이지 ‘가사’에 공감하지 못 하면 그 곡에 몰입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 그렇게 ‘안비바’로 활동을 재개하고 여름에는 ‘케야키공화국’이 있었지. 물론 굉장히 훌륭한 라이브였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어땠어?
히 : 음… ‘공화국’ 역시 사실 제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이상적인 라이브와는 거리가 있었어요. 역시 마음 한 구석에는 ‘좀 더 좋은 공연을 해야 해’ 라던가 ‘좀 더 이렇게 하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남아 있었지요.
- 그렇구나. 그럼 본인에게 있어 최고의 라이브란 어떤 것일까?
히 : 음… 뭐라 해야 하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따졌을 때 어느 것 하나도 포기 할 수가 없어서요… 물론 스태프분들, 팬 여러분, 그리고 멤버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출이나 테마가 허술한 것은 싫고, 동시에 공연을 통해 보시는 분들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고르기가 힘드네요. 전부 중요하니까. 그 뿐 아니라 저 개인에 대한 기대도 있으실 거고…
- 그럼 공연 영상 같은 거 가끔씩 보곤 해?
히 : 네. 봐요. 연출이 어땠는지, 무대에서 떨어져서 보면 어떻게 보이는 지 같은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몇 번이고 보죠.
- 그럼 ‘라이브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 해야 한다면, 일단 본인의 시선에서 보는 게 아니라 자신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보는 경우가 많겠네?
히 : 네. 그렇기 때문에 ‘공화국’으로 예를 들자면 ‘깃발을 세웠으면 좋겠다’라던가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색 배치를 이렇게 하면 좋겠다던가 하는 단계에서부터 라이브에 참여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런 제반 상황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으면 저 역시도 퍼포먼스에 몰입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 그럼 ‘공화국’과 그 뒤에 이어진 전국투어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 같은 게 있는걸까?
히 : 음… 어쩌면 전국투어는 공화국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콘셉트는 완전히 다르지만 하고 싶었던 것도, 그럼에도 다 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 면에서도 이어져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은 계속 ‘나 자신이 납득이 가지 않는 스테이지에 계속 이렇게 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갈등하기도 했습니다. 매 공연마다 스태프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 공연에 나갈 지 말 지를 정했지요.
- 하지만 계속 무대에 섰지.
히 : 네. 계속 무대에 섰어요. 어찌저찌.
- 이 정도로 괜찮은 걸까? 라고 고민하면서 말이지.
히 : 네. 아까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이번 라이브들은 연출면에서나 스토리면에서나 중심 축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게 아니었거든요. 뿐만 아니라 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나 상상해 왔던 것들과도 완전히 달랐고요.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 서면서도 항상 ‘왜 난 이 무대에 서야 하는 거지?’라고 고민을 했어요. 사실 보러 와 주신 분들께도 죄송한 일이잖아요. ‘이런 공연을 보러 온 게 아닌데’라고 생각 하시는 분도 계셨을 지 모르고.
- 그럼 그렇게 고민 하면서도 어떻게 자신을 독려해서 움직였던 거야?
히 : 음… 뭐였을까요. 지금 생각 해 보면 공연에 안 나갈 때는 또 안 나간 것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서 괴로웠던 것 같아요. 물론 공연에 나가면 또 그것 나름대로 괴로웠지만, 안 나가면 더 후회 할 것 같았다고 할까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매 공연 100%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저 자신도 그렇지는 못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매 공연마다 멤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 그럼 마지막 공연은 기억 해? 마지막 공연은 정말 공연 시작 직후부터 히라테의 퍼포먼스가 엄청났지.
히 : 어, 정말요?
- 정말로. ‘아, 완전히 모든 것을 이 무대에 쏟아 부을 생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작 본인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네.
히 : 네. 기억이 안 나요. 정작 그 때 찍은 동영상은 봤는데도요.
- 그럼 동영상을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어?
히 : ‘아 저건 춤도 아니다’… 라고 생각했어요. 춤도 춤 같지 않았고, 함께 보던 사람들에게 ‘저건 그냥 괴물 같아’라고 이야기 했죠. 하하하하. 정말 무서웠어요. 정말이지 괴물 같았으니까.
- 하지만 바로 그런 ‘괴물 같은 자신’이 지금 히라테상 안에 숨어 있다는 거잖아.
히 : 그렇네요. 무섭네요. 인간이란 거.
- 그 나이대의 사람 외에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자신? 인건가?
히 : 그런 거 아니에요. 이 나이대라고 해서 매일 저런 식이면 무섭잖아요. (웃음)
- 하지만 그런 괴물의 ‘씨앗’은 언제나 히라테상 자신 안에 품고 있는 거잖아.
히 : 씨앗이라… 네. 그렇죠. (웃음)
- 하지만 이렇게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난 대체 뭐지?’ 이런 생각이 들려나?
히 : 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매번… 특히 그 당시의 기억이 없을 땐 더더욱. 아, 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 거, 사실 ‘해 보라’고 지시를 받아도 하지 못 하는 거잖아요. 솔직히 제가 뭐 무대에서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졌겠어요?
- 무대에서 떨어졌을 때의 일, 전혀 기억 안 나?
히 : 전혀 기억 안 나요. 한시라도 빠르게 복귀하고 싶어서 병원에서 억지로 일어나려 했던 것 같은데, 그걸 보신 의사 선생님이 ‘병원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혼 내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순간 정신이 확 들었어요. 그 뒤로부터는 기억하고 있고요. W(케야키자카의 노래) 때의 기억은 있어요.
- ‘W’ 때의 기억은 있구나. 그럼 그 때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어?
히 : 정확히 어떻게 생각 했더라? 음… 아마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곡에 참가해서 그 공연을 잘 마무리 짓고 싶었어요. 멤버들에게도 무대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지요. 몇 번이나.
- 어째서 그렇게 ‘무대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조금 자세히 들려줄래?
히 : 음… 딱히 ‘저는 무사하니 안심 해 주세요’라는 어필을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아마도 ‘이 멤버로 하는 마지막 투어를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 생각 외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은 자신이 ‘케야키자카의 히라테’가 되어 참가해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공연을 끝낼 수 없다고 생각 한 거구나?
히 : 네. 끝낼 수 없었어요.
- 그럼 공연 자체가 꽤나 감개가 깊었겠네?
히 : 아뇨.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만 생각한 걸요.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보다는 ‘좀 더 이렇게 하면 좋았을걸’ 이라던가 ‘그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같은 생각만 들었어요. 무엇보다 ‘역시 난 다른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구나’ 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 '난 평범하게 공연을 끝맺는 때가 없구나…' 싶었나봐?
히 : 분명히 그렇죠. 평범하게 공연을 마무리 해 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정말 ‘나란 애는 안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대로 공연을 끝낼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준 것들에 대하여 보은도 해야 한다 생각했고, 봐 주신 분들께도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 그만큼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게 있는 거구나.
히 : 네. 있어요.
- 아까 전에도 ‘안비바’ 때 그룹으로 돌아 왔을 때 그런 인식이 강하졌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어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히 : 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특히나 영화 촬영을 하며 그런 생각이 강해졌어요.
- 다시 말하자면 혼자서 영화 현장에 가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면서 ‘역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구나’ 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는 걸까?
히 : …네. 물론 영화를 찍기 전에도 그룹 활동을 혼자 만들어 간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만요. 멤버들, 스태프분, 감독님, TAKAHIRO선생님이 안 계시면 만들어 낼 수 없잖아요. 그런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만, 영화 촬영을 하며 더 강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부채의식은 제가 그 모든 것들에 제대로 보은 할 때 까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요. ‘검은 양’ 제작기간 동안에도 감독님께 비슷한 얘기를 계속 했거든요. 그렇기에 MV촬영 당시 감독님도 저를 독려하기 위해 ‘케야키자카를 위해 열심히 해야지’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 어폐가 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말 하자면 ‘케야키자카에 보은해야한다’ 하는 생각이 든 순간, 마음이 좀 편해졌달까? 노력 해야 할 이유가 보였다고 할 수 있겠구나.
히 : 당시 마음이 편해졌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 말씀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 했던 것 같기도 해요. 후련해 졌달까요. 노력 해야 할 이유라… 네. 그런 것 같아요.
- 케야키자카에 어떻게 해서든 보은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이 있어도 노력 해야 한다… 그런 건가.
히 : 네. 아마 그런 느낌이랑 가장 가까울 거예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는 대체 어떤 생각을 했었던 걸까가 궁금해요. 물론 좋은 곡을 듣는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으니, 이전에는 그런 생각만으로 활동을 했던 걸까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최근에도 목적이라 해야 하나요? 제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또 늘어 났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그것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
히 : 네. 그렇죠. 저 자신의 생각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 지금껏 자신을 위해 노력 해 온 사람이 무언가 다른 것을 위해 노력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이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
히 : 음… 하지만 분명 저 스스로가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리고 예전부터 ‘해 내야만 한다’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었어요. 아니 어쩌면 ‘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 왔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해 내지 않으면 끝 맺을 수 없다’고 매번 생각하는걸요.
- 그럼 그런 마음가짐이 자신을 움직이는 최후의 주문 같은 거네 ‘어떻게든 해 내야 한다’는 게.
히 : 아, 그렇게 말 할 수도 있겠네요. 매번 ‘해야만 한다’ 고 생각하는 걸요. 영화를 찍을 때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너는 일단 시작하고 나면 괜찮은데 시작하기 까지가 힘든 타입이야. 너무 깊이 생각하거든’ 이라고. 그 말을 듣고 ‘아, 그런 부분이 문제였구나. 시간을 너무 낭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생각만 하고 있거든요. MV 촬영 같은 때에도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아무렇지 않거든요. ‘시작 된 거, 어떻게든 해 내야 한’'고, ‘해 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는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거예요. 새삼스럽지만 그 부분이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그런 부분이 ‘히라테 유리나’ 다운걸. (웃음)
히 : 이런 버릇 안 고쳐지려나요… 고쳐졌음 좋겠는데.
-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매사에 설렁설렁 ‘뭐, 일단 그럼 해 보긴 할까요? 같은 타입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히 : 인생이 엄청 편했을 것 같은데요. 투어도 그렇고 되게 편했을 것 같아요. 아니, 투어 뿐 아니라 모든 일이 쉽게 넘어 갔을 것 같긴 하네요.
- 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있어?
히 : 전혀요. 애초에 매사에 확실히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니까요.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돼요.
- 그렇지? 자, 그럼 주제를 바꿔보자. ‘검은 양’ 얘기도 돌아 가 볼게. 히라테상은 이 작품에 임하면서 ‘케야키자카에 보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
히 : 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어느 시점인가부터 그런 생각을 못 하게 되었어요. 그런 생각 하고 있을 여유조차 없어져서… 물론 좋은 작품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이 곡이 좋다는 생각 역시 변함 없지만요…
- 그래도 결국 ‘보은하고 싶다’는 마음은 담겨 있는 거잖아?
히 : 네. 그런 마음은 담겨 있어요. 결과적으로 보은 하지는 못 했지만.
- 그럼 그런 ‘보은하고 싶다’는 마음이랑 ‘검은 양’이라는 곡이 갖고 있는 메시지 사이에 연결고리 같은 것은 있을까?
히 : 아뇨. 딱히 별다른 연관관계는 없는 것 같아요. 어째서일까요… 저 자신은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룹에 보은하고 싶기는 한데… 하지만…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이대로 아무런 보은도 못 하고 끝나버리는 걸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죠.
- 하지만 ‘어떻게든 해 내야 하’는 거잖아.
히 : 네. 어떻게든 해 내야죠.
- 내가 보기에 그런 ‘어떻게든 해 내야 한다’는 거, 사실 굉장히 히라테다운 이유라고 생각하거든.
히 : 네?! 정말요?
- 뭐라 하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걸요’ 라는 말 보다 ‘해야만 하니까 하는 거예요’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리얼하거든.
히 : 물론 저 역시 ‘하고 싶어서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해야만 하니까 하는’ 측면이 좀 더 커요. 그걸 책임감이라 해야 하나요? 케야키자카의 멤버로 있는 한 져야만 하는 책임. 이 곡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완성 시키고, 많은 분들께 전해 드리는 것이 바로 멤버로서의 책임. 이겠지요.
- 그렇군. 역시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무대에 서는 것이나 케야키자카의 멤버로 활동한다는 건 100% 즐거운 일 만은 아니라는 거지. 책임감도 느낄 것이고, 자신이 해야만 하니까 자기 자신을 북돋아 가며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
히 : 예를 들어 ‘안비바’ 때도 그랬지만, 보통 싱글을 제작 할 때 MV를 가장 처음 찍고, 그 뒤에 녹음을 한 뒤에 프로모션을 하는 순서로 진행이 되거든요. 보통 MV를 만들 땐, 함께 노력 해 주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만들어 나가는 실감이 나는데, 레코딩이 끝나고 프로모션 때는 거의 혼자거든요. 제가 가장 크게 주저않게 되는 포인트가 그 부분이라는 것을 최근 들어 실감하게 되었어요. 혼자이기에 저 자신이 스스로를 북돋으며 노력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되니까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가장 고전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라는 점을 최근에 깨달았으니까요.
- 그렇게 보자면 2018년 한 해는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극복 해 온 1년이라 해도 되겠네.
히 : 그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럼 2018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 지 정리 해 볼까?
히 : 어떤 한 해였느냐… 음… 말하자면 뭔가에 쫓기듯 살아 온 1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게 책임감인지 시간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일 수도 있겠고요. 여러 가지에 쫓기며 살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다른 해에는 쫓기듯 살지 않았냐 하면 그런 건 아니지만 작년이 특히 쫓기며 살아 온 느낌이 있어요.
- 사실 지금도 그럴 것 같은데.
히 : 지금은 제작이 일단락 되어서 제작 일정에 쫓기고 그런 건 없어요. 그리고 프로모션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이라 TV 출연 같은 스케줄도 없어서 지금은 마음이 좀 편한 시기네요. 하지만 TV 출연 직전이 되거나 시작되거나 하면 또 다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겠죠.
-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투어 마지막 날에 ‘역시 나는 모두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했잖아? 그거 혹시 자책했던 거야?
히 : 네. 엄청 자책했던 것 같아요. 나란 인간은 이런 인간이다, 저런 인간이다 라며 계속 혼자서 깊이 생각 하거나 중얼거리거나 해요. 사실 예전에 ‘히라테는 요즘 아이들의 상징 같은 존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 이란 저 같은 느낌일까요? 어린 아이들, 예를 들어 중, 고등학생이라 하면 왠지 발랄하고 기운차며 친구들도 많고 잘 놀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 중엔 저와 비슷한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 얘기를 들은 걸까 싶어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 그렇구나. 모두들 마음 깊은 곳에는 다들 ‘검은 양’이 한 마리씩 있을 거라 생각해.
히 : 에? 정말요?
- 하지만 그런 부분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 방법을 알고 있거나, ‘알고는 있지만 별 수 없지’라고 체념 한 경우도 있을 거야. 말하자면 사실 모두가 검은 양이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끝까지 겉으로 보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 한 사람도 있다는 얘기지. 하지만 히라테는 자신이 검은 양이라는 것을 숨길 수 있어도 딱히 숨기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거고.
히 : 그렇군요!
- ‘이렇게 하면 싫은 기억을 잊을 수 있어’ 라는 방법이 있어도 잊는다 해서 그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히 : 아,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곤 해요.
- 그래서 ‘검은 양’의 MV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아 붙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드는 동시에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으면 이만한 감동은 얻을 수 없겠지’라는 생각도 들거든.
히 : 에~ 그런가요.
- MV를 찍을 땐 어떤 생각을 하며 찍었어?
히 : 음.. 애초에 곡의 테마가 ‘절망’을 그린 곡이었거든요. 모두의 ‘절망’을 MV에 담아야 했기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고요. 특히 1, 2절 때는 엄청 힘들었네요. 제 역할은 다른 사람들의 ‘절망을 공유’하는 역할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 사람들을 안아 주는데, 제 포옹을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1절 때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제 포옹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어찌저찌 버틸 수 있었지만, 2절에 들어가면 제 포옹을 받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정말 괴로웠어요. MV에 나오는 피안화가 ‘저’를 상징하는 꽃이었는데 2절 도입부에서는 저 스스로조차 그 피안화를 버리고 시작하잖아요. 진짜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찍는 순간까지 계속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마 한 번에 OK를 받지 못 하고 여러 번 찍은 것 같긴 한데… 사실 2절 찍을 때의 기억도 거의 없거든요. 거기서는 ‘제’가, 그리고 곡의 주인공이 정말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거부 당하기에…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MV를 볼 때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 같아요.
아, MV에선 소도구들도 많이 사용했고, 의상도 여러 버전이 있었던 데다가, 사실 나오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부 캐릭터가 있거든요. 하지만 TV 버전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부 보여 드릴 수도 없기에 조금 다른 시도를 해 보았어요. MV와는 다른 안무도 짰고, 좀 더 이러 저러한 것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퍼포먼스를 완성 했기에 MV에서 보신 것과는 다른 느낌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아까 전에 곡이 먼저 변하느냐 히라테 본인이 먼저 변하느냐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는데, 이번 곡이야 말로 정말 그런 느낌이었구나. 말 하자면 지난 1년간 느꼈던 ‘해야만 하니까 하는 거다’, ‘돌아 가야 하는 곳이니 돌아간다’는 히라테 본인의 각오가 이 곡을 불러들였달까, 태어나게 했달까 하는 생각이 드네.
히 : 그렇군요!
- 이렇게 말 하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는데, 히라테상은 이 곡을 처음 접하고 뭔가 기뻤을 것 같아. ‘아 내 지난 1년이 이렇게 인정 받는구나’ 라고.
히 : 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게 이 곡이 주어져서 저 역시 제가 이 곳에 있어야 할 의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구원받았다’ 고 하면 좀 거창한 것 같지만요. 아, 내가 이런 감정도 표현 할 수 있구나. 이게 지금까지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날 고민하게 만든 감정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MV 촬영 때는 부담감, 책임감 등 수 많은 감정들이 섞여 있었거든요. 물론 그런 감정들이 작품에 반영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지 모르지만…
하지만 지금은 MV때랑 다른 감정으로 이 곡을 대하고 있어요. 네. 그렇네요. 앞으로도 이 곡을 할
때마다 저 자신을 조금씩 ‘긍정’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곡에 대해 반감이나 의문이 없는 이유는 제가 긍정받는
곡이기 때문일지도요. 솔직히 앞으로 TV에서 선보이게
될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그리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해 온 곡들은
퍼포먼스를 앞 두고 조금 거슬리는 부분 등이 있었는데 말이죠. 아… 그런 이유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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