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테 유리나
19세, 지금 느끼는 것들
19살이 된 뒤 처음으로 임한 3시간에 걸친 롱 인터뷰
‘연기한다’는 것, 음악에 대한 생각, ‘표현’, 혼자가 된 지금 그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이젠 말할 수 있는 이야기까지…
2019년 4월 30일, 헤이세이 시대 마지막 날에 발표 된 본지의 표지를 장식한 지 약 1년 4개월만에 그녀와 마주했다. 지난 1년 개월간 히라테는 5년간 몸담아 온 케야키자카46에서 탈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노도와도 같았던 1년간의 ‘18세’ 시기를 끝내고 지난 6월 25일, 19살이 되었다.
본지가 지금까지 그녀를 인터뷰 한 빈도를 생각 해 보면 거의 1년에 한 번 꼴이었다. 아마도 본지와 그녀의 페이스가 그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인터뷰 할 때는 언제나 우리(나, 스태프, 그리고 히라테 본인)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선 지금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그녀의 머릿속을 바삐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은 정리가 되지 않아도 다른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정리가 되는 어떤 ‘생각의 씨앗’ 같은 것은 없는가,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없는가, 혹은 나이를 먹고 새로이 1년을 보내며 그녀 안에서 생긴 ‘변화’는 없는가 등등… 수 많은 이야기의 파편들을 모으고 흐름에 맞추어 배열하고 공유하며 ‘언제 어디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내용을 글로 옮겨야 할 지’, ‘어떤 타이밍에 잡지에 실어야 할 지’ 등을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인터뷰는 히라테가 ‘19살이 된 뒤 처음으로 임하는 인터뷰’라는 테마로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제의가 왔을 때, 나 역시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히라테라는 사람 안에서 한 사이클이 끝나고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지금, 그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 인터뷰는 19살이 된 히라테에게 있어 ‘표현’이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 ‘음악’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되어 히라테 본인이 ‘로킨 재팬’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들어 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삼각창 밖은 밤’, ‘더 페이블’ 등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은 물론이고 이 인터뷰가 발매되었을 때엔 이미 방송이 되었을 ‘FNS가요제’에서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Mrs. GREEN APPLE의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멋진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지금까지 겪어 온 일들을 이야기하는 히라테의 말투는 너무나도 밝고 즐거워 보여서 지금까지 얼마나 충실한 매일매일을 보내 왔는지 실감이 될 정도였다.
언제나처럼 3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히라테는 마치 자문자답 하듯이 한 마디 한 마디 차근차근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아 주었다.
이 인터뷰가 ‘언제나 매 순간 순간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히라테 유리나라는 한 사람의 리얼한 마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다.
- 오랜만이네요.
히라테 (이하 ‘히’) : 오랜만이에요.
- 작년 4월 표지 모델이 되었을 때 인터뷰를 하고 1년 4개월만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되었네. 이번에는 특정한 테마에 맞추어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지난 1년 4개월 동안 히라테상이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으니, 지금 심경은 어떤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 왔는지 같은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 볼까 해. 굳이 테마를 정하자면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표현이란 무엇인가’ 정도라고 할까?
히 : 요즘은 영화 ‘더 페이블’ 촬영이 한창이에요. 내일이면 크랭크업이네요. 촬영 자체는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시작했는데 코로나 사태때 잠시 쉬었거든요. 얼마 전에 촬영을 재개 했습니다. 그렇기에 촬영 기간 자체가 굉장히 긴데다가 감사하게도 제 분량이 많아 많은 스태프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기회도 많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항상 그렇긴 합니다만- 긴장도 많이 되고 불안했어요. 한 번 중단되었다가 촬영이 재개 될 때도 다시금 불안했지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스태프 여러분께서 그런 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여러 모로 신경을 써 주셔서 정말 따뜻한 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솔직히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촬영이 끝나지 않으면 영화가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웃음) 좋은 작품으로 완성 되면 좋겠네요.
- 방금 전에 ‘처음에는 불안했다’고 이야기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런 ‘불안’을 안고 일 해 왔을 거라 생각하거든? 그런 ‘불안’은 어떤 종류의 불안일까?
히 : 음… 영화라면 ‘내가 이 역할을 정말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 걸까?’라던지 ‘나는 과연 이 작품을 더욱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내가 이 영화에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같은 불안함이 있네요.
- 예전에 느끼던 ‘불안’이랑은 다른 종류의 불안이라 할 수 있을까?
히 : 음… 전혀요. 지금도 불안하고, 촬영이 끝나면 그 나름대로 또 불안할 것 같고요, 시사회 때나 영화가 공개가 되었을 때에도 불안할 거고요. 그런 ‘불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것 역시 변하지 않을거고요. 감독님은 물론이고 다른 출연진 분들, 스태프 여러분, 그리고 기대하며 기다려주시는 여러분의 기대를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 지 어떨지… 그런 점이 좀…
- 그런 불안은 케야키에 있을 때에도 느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사실 ‘내게 주어진 책임을 얼마나 짊어져야 할 것인가’, ‘나는 케야키를 위해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같은 ‘자신에 대한’ 불안이 컸던 것 같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있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불안감이 큰 것 같은데 말이지.
히 : 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요. 저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리허설이나 준비기간 동안에는 여러가지를 정하지 못 하는 면도 있어요. 어느 쪽이냐면 실제로 촬영이 시작되었을 때 현장의 분위기나 뉘앙스에 맞추어 이래저래 결정하는 편이 더 재미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영화의 세계에 뛰어 든 뒤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라고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알게 된 것 같아요.
- 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갖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일까?
히 : 그렇죠. 정말로. 그런 것을 제 눈으로, 그리고 제 피부로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그런 가운데 자신에 대한 부담이나 책임감을 느낀다거나, 자문자답 해 보거나 하는 시간도 있어?
히 : 네. 있어요. 엄청 있어요. 매일매일 있는걸요. (웃음) 얼마 뒤에 영화가 크랭크업 하는데, 촬영이 막바지에 달하니 ‘아, 대본 여기까지 끝났구나’라고 실감하게 되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재촬영을 못 하니까 ‘문제 없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을 번갈아가며 하곤 해요. 하지만 저 혼자 생각하다보면 결국 생각이 치우치게 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매니저님께 ‘어떻게 생각하는 지’ 여쭤보곤 해요. 이건 예전부터 하는 버릇이긴 하지만.
- 그건 아마도 한 작품에 여러 사람들이 관여가 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히라테상에게 기대를 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이라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종류의 불안 말이야. 그렇다면 불안에서 벗어나긴 힘들겠지.
히 : 그런 것 같아요. 최근 매니저님과 이야기 하는 것도 바로 그런 내용이고요. 이야기 하다 스스로 ‘뭐, 벗어나지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성격면으로 봐도.
- 내가 느끼기엔 말이지, 예전엔 히라테상이 마음 한 구석으로 ‘언젠간 이런 불안을 벗어나는 날이 올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거든? 단적으로 말하자면 ‘해 보다 안되면 다 그만둬 버리면 된다’고 할까? 그런 어딘가 아슬아슬해 보이는 점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불안이나 부담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 같아. 물론 지금도 자신을 엄하게 채찍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하여튼, 내가 보기엔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히 : 사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제 성격상 아마도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죠. 여러 사람들에게 ‘불안하다’거나 ‘긴장된다’고 이야기 하기에 주변 사람들이 지겨워 할 것 같지만 결국 그런 게 ‘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물론 뭔가 작품을 하고 있을 땐 그런 불안이 더 심해지고 말이죠. 작품이 끝나면 그래도 조금은 부담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작품을 할 때 불안해 지는 거야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데, 히라테상은 뭐랄까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의 연속이라는 느낌마저 든단 말이지.
히 : 아… (웃음) 후후후.
-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달까,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지 못 한 채로 걷고 있다는 느낌? 그런 불안함이랄까, 어긋남이랄까 그런 것이 히라테상에게서는 느껴져. 작품을 할 때고 아닐 때고.
히 : 분명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이 있건 없건 언제나 항상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요즘은 ‘아무 것도 없는 때’가 거의 없거든요. 뭔가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나날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 이번호가 발매 될 때엔 이미 방송이 끝난 뒤일테지만, 모리야마 나오타로상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어. 이건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
히 : 네. 누가 뭐라 해도 저는 음악을 좋아하기에, 제게서 ‘음악’이라는 색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번에 부르실 노래는 물론이고 모리야마상 본인의 메시지나 방송국 분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그 순간 ‘아, 이 곡은 지금 내가 표현해야 할 곡이구나’라고 직감했어요. 말 그대로 ‘이건 해야만 해, 전해드려야 해’라 생각했지요.
- ‘이 곡은 내가 표현해야 할 곡’이라고 느끼게 된 이유는 뭐야?
히 : 음… 요즘은 말 그대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잖아요. 뭐라 해야하지… 2020년이 된 뒤로 사실 그다지 좋은 뉴스가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 가운데 이 곡은… 타이틀이나 가사만 보면 일견 굉장히 무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제가 전달하고자 한 건 그런 ‘무거운’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저 여러가지 표현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살아라’, ‘힘 내’, ‘함께 극복 해 내자’ 같은 메시지를 전해봤자 ‘정말로 그렇게 받아들여 줄까’라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렇기에 받아들이는 거야 보시는 분 각각에게 맡기기로 하고 저는 보시는 분들에게 다가서는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보시는 분들께서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러고 보면 히라테상은 예전부터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하여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고민한다는 게 느껴져. 단순히 ‘나는 나야’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히 : 그렇네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장르가 있고 장르마다 해야 하는 것이 각각 조금씩 다른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음악이라던가 생방송 퍼포먼스처럼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일을 할 때라면 그 때, 그 시대에 무엇이 요구되는지,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 지 같은 것을 엄청 생각하곤 해요.
- 그건 다시 말 해 ‘그 시대에 결여되어 있는 것을 채우고 싶다’는 감각이라 해야 할까?
히 : 음… 어떨까요. 제 모습이 어떤 분들께 용기를 드리거나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드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긴 해요.
- 그런 마음은 변하지 않는구나?
히 : 네. 쭉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계속 이야기 해 오고있는 것 같네요.
- 그렇구나. 이젠 혼자서 ‘표현’을 해야 하잖아? 그렇게 상황이 변했으니 히라테상의 심경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히 : 아니에요. 기본적인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어요.
- 지금 이 시대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했잖아. 생각 해 보면 케야키자카에 있을 땐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 한 적은 없었던 것 같거든. 하지만 그 때도 이렇게 이야기를 못 했을 뿐, 생각하는 건 같았던 것 아닐까?
히 : 그런 것 같아요. 비슷한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 히라테 유리나라는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숨겨 왔던 것 같거든.
히 :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올 해 들어… 코로나 사태가 있었잖아요. 그 사태를 겪으며 여러 부분이 변해 버렸기에 더더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에 결여 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 세상 뭔가 이상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그러면서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별 수 없지’라고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고. 하지만 히라테상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
히 : 음… 그런가요? ‘포기하지 않는다’고 할까, 이런 시대가 되어버렸기에 더더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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