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라테상도 벌써 19살(성인)이구나.
히 : 네. 전혀 실감은 안 되지만요.
- 19살이 되어 '이것이 바뀌었다' 싶은 부분은 있어?
히 : 전혀요. (웃음) 바뀐 게 있는 지 모르겠는걸요. 애초에 마음이 예전 그대로 멈춰있는데다가, 같이 일하는 분들께선 '5살 아이'같다고 이야기 하시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제가 19살이 되었다는 실감이 전혀 안 나는데다가 딱히 와 닿지도 않아요. 뭔가 변했다는 생각도 안 들고…
결국 나이는 별 상관 없구나. 싶더라고요. 저 자신의 나이도 그렇지만 사실 주변 사람들의 나이도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 할 때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 할 때도 있는것 같아요.
- 히라테상을 처음으로 인터뷰 했던 게 15살때였던 것 같은데, 그 때 히라테상은 '지금의 자신은 지금 이 순간에만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니 지금의 저를 봐 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16살, 17살, 18살이 되어버리면 '15살의 히라테 유리나'를 표현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라고 말 했었어.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심 '엄청난 소리를 하는 아이구나'라고 생각했거든.
그럼 지금, 19살이 된 히라테상은 자신의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히 :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오히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을 정도. (웃음)
- 그럼 같은 얘기를 '19살이 된 히라테 유리나'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히 : 에… (웃음) 19살은 이번 1년밖에 없으니… 아, 그건 그렇고 진짜 대단하네요. 겨우 15살밖에 안 된 애가 '봐 주세요'라니… 자기자신에게 엄청 팬들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네요? 건방지게. (웃음)
- 하지만 내용 자체는 히라테상이 하고싶었던 바로 그 내용 아니야?
히 : 아하하하하. 지금은 과연 제가 '봐 주세요'라고 이야기 할만한 상대가 있긴 한건지 모르겠는걸요. 그러니까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진 못 할 것 같은데요. (웃음)
- 아마 그 때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강했던 거겠지. 그건 그렇고, 지금은 저런 말을 못 할 것 같다는 얘기지?
히 : 음… 네.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이 때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음… 솔직히 자신이 있어서 저런 말을 한 건지, 거꾸로 자신이 없어서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 사실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될 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거든요. 앞으로 엄청 일을 할 지 아닐 지도 알 수 없고요. 음… 그러니까 '믿고 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은 못 할 것 같아요.
- 뭐 이래저래 해 보다 안 되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겠고 말이야.
히 : 하하하하하.
- 이젠 자유로워졌잖아.
히 : 아, 그러고보니 19살이니 이제 운전면허도 딸 수 있겠네요. 하지만 다들 저보고 면허 따지 말라고 해요 '뭔가 무섭다'면서.
- 히라테상 본인은 면허 따고싶어?
히 : 따고싶어요. 드라이브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차 안은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이잖아요.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어딘가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 이런 말 하면 주변 사람들이 면허따는 걸 더 말리겠네요. (웃음) 음… 19살이 되어 변한 것을 굳이 말 해 보자면 그거겠네요. '차만 있다면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점? 물론 차가 없어도 떠나려면 떠날 수야 있겠지만요. (웃음)
- 슬슬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으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
예전, 그룹에 소속되어 있을 땐 굉장히 많은 것을 떠안고 있었던 것 같거든? '그룹 전체가 하나되어 좋은 표현을 하고 싶다'라던지 '사람들이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에 기대하는 것에 부응해야만 해'라던지. 그래서일까, 인터뷰 때마다 항상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게 은혜를 갚고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
히 : 그랬죠.
- 굉장히 민감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룹에 은혜를 갚고 싶다는 그 마음은 아직도 히라테상 안에 남아 있어? 이미 졸업했으니 그런 생각도 없어졌을 수도 있다 생각하는데.
히 :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스태프 분들께서도 종종 '케야키를 나와서 마음의 짐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어?', '홀로서기 한 뒤로 조금은 편해졌지?' 라는 말씀들을 하세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처음에는 '그룹에서 나왔으니 짊어진 것들도 조금은 줄어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왠걸요. 오히려 역효과만 난 것 같아요.
- 역효과?
히 : 아까 나왔던 표현을 빌리자면 '짊어진 짐을 덜어내지 못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짊어지고 있고.
- 덜어내지 못 하고 오히려 지금도 짊어지고 있다?
히 : 네. '짐이 조금은 줄었겠네', '지금까지 부담이 많았지?', '힘 내' 라고 말씀 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얘기를 들으면 사실 '음…'이라고 복잡한 마음이 돼요. 솔직히 그런 말에 '그러게요', '그 땐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 많이 편해졌어요' 라는 식으로 공감 할 수가 없거든요.
- 히라테상 본인은 자신이 그룹에서 나간 뒤에도 그런 짐을 계속 짊어지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히 : 그런걸까요… 뭐 사실 그런 얘기를 해 봤자 이해 해 줄 사람은 얼마 없을테고, 부담이나 힘듦이라는 부분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기도 하고요. 물론 그런 얘기를 들으며 '딱히 내려놓은 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했지만요.
- 이렇게 말하면 오해를 살 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 히라테상이 '짐을 짊어진 것'은 딱히 케야키에 들어갔기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해. 아까도 얘기했지만 애초에 '살아가는 데 서툴기' 때문이랄까. 지난 번에 진행한 2만자 인터뷰 때도 '저에겐 원래 아무 것도 없었어요'라고 이야기 했었잖아. 아무 것도 없었기에 케야키라는 그룹에 들어왔다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그룹에서 나왔다 해도 '그룹과 관계 없이 애초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내려 갈 리가 없는 거지.
히 : 아. 그렇게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말 그대로 '짊어진 짐의 무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잖아. 뭐랄까. '내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케야키라는 그룹의 무게가 아니었구나. 어슴푸레 깨닫고는 있었지만 결국 이건 나라는 사람 자체의 무게구나' 라고 해야하나? 내 생각엔 히라테상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말이야.
히 : 음… 케야키 때는 또 케야키 나름대로 짊어진달까요. 정확히는 생각해야만 할 거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코야나기상이 말씀 해 주신대로 결국은 이미 예전부터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 있었고, 그것이 점점 커졌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어쩌면 커지지도 않고 그대로일지도 모르지만.
- 그렇지. 그것에 대한 히라테상의 자세가 '변화'일지 '포기'일지, '받아들임' 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종류의 새로운 감각이 히라테상 안에서 새롭게 싹텄다고 생각해. 앞으로 내가 몇 번이나 더 히라테상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때는 그 때 대로 새로운 '정답'을 찾아 갈 것이라 생각하고.
히 : 음… 어렵네요.
- 아, 그러고보니 9월 4일에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잖아? 이 작품은 '케야키자카46의 히라테 유리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
히 : 아, 그렇죠. 사실 다큐에 대해는 '언젠가 인터뷰 할 기회가 있다면 그에 대한 내 심정을 말해보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게 바로 이 ROCK'IN JAPAN이 되어서 죄송하긴 한데… 이야기 해도 될까요?
- 물론.
히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이 작품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물론 저 역시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의 일원이었기에 그룹 활동의 일환으로 노래하거나, 이야기 하거나, 행동하는 모습이 나오긴 합니다만 말이죠.
그런 제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로 의견이 갈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를 위해 필사적으로 서포트 해 주시는 매니저분들이나 아키모토상, 코디분들을 비롯하여 제가 신뢰하는 스태프분들은 많이 계시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분들을 비난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이 비난 받으시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상처가 됩니다.
음... 그러니까 말이죠. 그 영화에 실린 것, 실린 말들이 전부이고,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물론 다큐멘터리 한 편에 지난 5년간 있었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거기 담긴 것이 전부라고 하기엔... 거기 담기지 않은 것들도 굉장히 많고...
얼마 전에 매니저님이랑 다큐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언젠가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 그러게 말이야.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히라테상은 언젠가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해. 지금은 자세히 얘기 할 수 없겠지만.
히 :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을거야’라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사실 ‘다큐멘터리’라 하면 어떤 작품이건간에 결국 ‘미화’되기 마련이라 생각하거든요. 아, 그리고 영화 제목에 ‘거짓과 진실’이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 이 영화 제목을 지은 게 아키모토상이 아니다보니 아키모토상 본인도 이 제목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도 지금까지 제가 해 온 ‘표현’들이 거짓이고 이 영화에 실린것만이 진실이라 받아들여진다면 슬플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그런 말을 할 거면 입다물고 있지 말고 이야기 하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러기엔 타이밍도 애매했고, 저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그렇기에 ‘이야기 하’라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한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에 나온 것만이 진실이라 받아들이지는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잘 알겠어. 어느 사이엔가 벌써 3시간이나 지났네.
히 : 솔직히 말하자면 저를 다시 불러주실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요.
- 그게 무슨 말이야. (웃음)
히 : 아니 저는 이제 더 이상 CD를 내지도 않고, 지금 뭔가를 릴리스한 타이밍도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인터뷰 오퍼가 왔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늘 긴장도 엄청 했지만, 음… 뭐랄까요. 음악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이야기하다보면 진짜 별 얘기를 다 할 것도 같은데요. (웃음) 사실 그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거든요.
- 자, 그럼 1년 후에 다시 볼까? (웃음)
히 : 음… 뭐랄까…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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