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30 the 하쿠라이요세 (舶来奇世)후기
원래대로라면 5월 31일에 고령사과 악수회에 가서, 오랫만에 아이들과 만나고… 들뜬 마음으로 6월 1일 랜덤샤메회에 가서 그 내용에 일희일비하며 자신의 박복함을 탓하고 있었어야 할 타이밍입니다… 만… 우메타 사토시라는 희대의 빌어먹을 잡놈 탓에 이벤트가 올 스톱되어버려, 그 돈을 써가며 굳이 오사카까지 가야 하는 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에 사로잡혔습니다.
사실 5월 29일 낮까지만해도 ‘비행기표와 호텔은 버리게 되겠지만, 적어도 가서 돈 쓰는 건 줄어드니까’라는 이유로 오사카행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사실 일요일에 다른 약속도 있었고. 하지만 같이 가기로 한 일행분들께서 결국 한국에서 원정을 강행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습니다.
간사이공항에 도착 한 뒤, 라피트를 이용하여 남바에 가 일행들과 합류 한 뒤, 점심을 먹기 위하여 ‘멤버들이 자주 찾는’ 모 츠케멘 집으로. 각자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언제나처럼 남바샵에 들러 랜덤 생사진을 산 뒤, 역시나 언제나처럼 AKB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에서 생사진을 주고받은 뒤, 간단히 디저트를 즐긴 뒤, 각자 체크인을 위해 잠시 개별 행동을 취하고, 본 공연이 시작하기 1시간 전인 17시 30분경, 공연장인 남바 그랜드 카게츠 앞에서 다시 집합하였습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악수회는 못 갈 지언정 (+ 공연 신청은 전부 떨어졌을지언정) 애들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키모이(…)한 일념으로 신청한 the 하쿠라이요세. 늦게 도착한 저를 위해 미리 표를 사신 일행분이 ‘서커스’라고 표현을 하셨었기에, 당연히 서커스이리라 생각하고 들어갔었습니다.
사실상 홍보 영상(?)도 그렇고, 이름 자체도 '하쿠라이 = 해외에서 온', '요세 = 키세 = 동류를 찾아보기 힘든 것' 이기에 뭐라하지… 제가 어릴 적에 (옛날이라는 말) 가끔 돌던 서커스에서 쓸 법한 동원 문구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그랜드 카게츠는 남바 갈 때마다 지나치던 곳이고, 일 관계로도 근처에 갔던 적이 있어서 (그랜드 카게츠 현판에 제가 일하는 곳 특산품인 ‘오시마쓰무기 명주제품’이 쓰였었기에 그거 관계로) 낯은 익었지만, 들어 가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내심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주말 낮에 요시모토 신희극을 녹화방송 해 주는 터라, 그랜드 카게츠가 굉장히 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부는 좁았습니다. 지인분 말씀에 따르면 제 자리는 ‘저글링이 잘 보이지 않는’ 구석자리라 했는데, 구석은 맞았지만 의외로 앞좌석인지라 (E 좌석이었으니… 앞에서 5번째 줄) 꽤나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지요.
하쿠라이요세는 1/2부 구성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 1부는 요시모토 소속 게닌 ‘등’이 (이 ‘등’ 중요) 자신의 특기를 선보이거나, 간단한 신희극 (새로이 NGK의 좌장이 된 스치 히로마사, 통칭 ‘슷치’가 주인공인 ‘스치코’가 등장하는 짧은 콩트)을 선보이는 ‘요시모토’의 부였습니다. 이어지는 2부는 제목에 나온 ‘하쿠라이(배를 타고 도래 한, 쉽게 말해 해외에서 온)’라는 말대로 해외에서 온 예능인들의 곡예(?)가 이어지는 형식이었습니다.
제가 관람한 5월 30일 공연의 경우, MC가 야노 효도 (이 중 야노상은 마나부군에도 자주 나오는 ‘빠이센’)에, 1부 참가자는 KAMIYAMA (요시모토 소속 게닌. 판토마임), 신희극 (위에서 말한 ‘스치코’ 시리즈), 특별게스트로 NMB48의 야마다 나나, 요시다 아카리, 죠니시 케이, 야부시타 슈가 출연하여 트램폴린 기술을 배우는 코너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사실 이 ‘특별게스트’를 노리고 들어 간 것)
수 많은 요시모토 소속 게닌들이 오디션을 보아, 상위권 랭커들만이 이번 하쿠라이요세에 ‘퍼포머’로 참가 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2위로 뽑혀 무대에 오르게 된 카미야마상의 판토마임은 상당히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뭐… 초보자가 잘난 듯이 평가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만, 판토마임과 오와라이, 마술이 적절하게 섞여 웃음을 자아내는 무대였습니다.
이후 이어진 신희극은 제가 갖고 있던 편견 (약간 올드패션 개그)을 뒤집어 엎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희극은 앞서 말한 지방 방송국의 주말 ‘낮’ 시간대 방송밖에 본 적이 없었으므로, 옛날 공연들밖에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슬랩스틱이 주를 이루는 ‘낡은’ (방식 얘기. 재미는 있습니다.) 개그들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본 신희극은 꽤나 세련된 (개그의 호흡, 타이밍, 음악과 슬랩스틱, 스탠딩 개그의 조화) 개그였습니다. 괜히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 게 아니고, 괜히 슷치가 새로운 좌장이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사이사이에 앞서 설명한 ‘요시모토 게닌 대상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카와카미 준이 나와 특기인 복화술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일본의 복화술이라 하면 ‘아티스트’로 분류되는 잇코쿠도가 워낙에 유명하기에, 그런 스타일을 생각했었으나, 역시 게닌이라 그런지 개그 센스가 대단하더군요. 복화술만 갖고 보기에는 (당연히) 잇코쿠도보다는 아래 레벨로 보였지만, 적절한 소품 활용, 개그센스까지 가미되니 매우 재미있더군요.
이후, 이번 원정(?)의 목적인 NMB 멤버들이 등장, 트램폴린을 배워보는 순서가 되었습니다. 요시모토의 트램폴린게닌, 하야부사 포린씨의 지도 하에 멤버들과 요시모토 게닌 (앞서 언급한 야노상, 신희극에도 나왔던 요시다 유타카, 아… 한 명 생각이 안 난다;;;) 들이 간단한 트램폴린을 배워본다는 컨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코너에서 함께 온 지인분들의 고강한 덕력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멤버들 중 둘이, 제 뒤편에 앉아계시는 지인 두 분을 보고, 무대 위에서 아는 척 하며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보고 그러는건가 했는데, 얘들이 계속 이 쪽 보면서 손 흔드는게, 빼박 저 두 분께 흔드는 거였… 역시 덕질은 깊고 꾸준하게 파야하는…
아카링은 아카링 오시 ㄹ님께 연신 아이컨택 + 손 흔들기… 나나는 나나 오시 ㅈ님을 보더니 ‘왔니?’ 라는 듯 한 번 웃어주고 도도하게 손 흔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제 오시는 나오지도 않았고, 나왔더라도 기억 못 해 줄 게 뻔한지라 (윳삐는 일덕들도 ‘덕후 얼굴 기억 못 한다’고 유명…. 한지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또 막상 저 분들께 애들이 저러는 것 보니 부럽기도 하고, 괜히 아쉽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쳇.
여튼, 시간이 잔뜩 밀린 가운데 (스탭분이 계속 손으로 빨리 넘어가라고 쫑코줌) 아이들의 트램폴린 도전(?)은 성공리에 끝나고, 동시에 1부도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2부 (사실 같이 가신 아카링오시 ㄹ님은 1부 봤으니까 됐다고. 나가자고 하시던 걸-_- 뜯어말려서 2부도 봄)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보통 이렇게 해외 (특히 아시아쪽)로 공연 도는 기예인 중에는 소위 말 하는 ‘한 물 간’ 사람들이 많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레벨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관객 참여 유도도 좋았고, 기본기도 훌륭했습니다. 1부의 NMB코너 목적으로 갔지만, 2부 본 공연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올 해 하쿠라이요세는 이미 끝이 났습니다만, 내년에도 개최 된다면, 그리고 그 기간 중에 오사카에 갈 일이 있다면 한 번 정도 또 보고 싶어지는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