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계시는 선배님들, ‘좋아요’와 댓글, 감사합니다.
‘리리퐁’, 스토 리리카입니다.
철학서 발매 기획 삼아, 제 멋대로
지금까지 리리퐁이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는
‘선배님과의 조우’ 시리즈.
를 시작하였습니다.
잠시동안이지만 어울려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우 중요한 첫 회의 ‘손님’을 누구로 할 지 엄청 고민했습니다.
‘역시 첫 회는 태어나서 누구보다도 먼저 ‘조우’한 부모님으로 해야겠다’
고도 생각 했습니다만,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조부모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선배님과의 조우 : 할머니, 할아버지편】
‘리리쨩, 얌전하게 집 잘 보고 있으렴.’
‘미안하구나. 그럼 다녀오마’
라며 슬픈 표정으로 집을 나서는 부모님.
그리고 펑펑 울면서 그런 부모님의 뒤를 필사적으로 쫓아가는 저.
제가 3살때쯤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래, 그래. 리리쨩은 잘 봐 줄 테니 일 열심히 하려무나’
라고 부모님께 말씀 하시는 분은 제 할머니십니다.
일명 ‘긴쨩’이라고 불리는 분이시지요.
할머니 본인은 제가 ‘그랜마더’라고 불러 주길 바라셨다는 것 같습니다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꽤 센스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랜마더’를 가르쳐도 저는 그렇게 부르지 못 하고, 결국 ‘그랜마더’를 줄여서(?) ‘긴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란 놈은 참 적당적당한 녀석이었군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던 데다가,
두 분 모두 성실한 비즈니스맨들이셨기에 해외로 출장을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으셨기에
어릴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을 눈물로 보낸 뒤,
할머니 댁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눈물을 멈추는 어린 저.
‘이렇게 떼를 쓰면 함께 있을 수 있을까, 한번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헤어질 때엔 울며 매달리지만, 그것이 ‘무리’라는 것을 아는 순간, 깔끔하게 포기 할 줄 아는 로리퐁.
그리고 그런 점은 현재의 제 성격에도 이어지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댁 문을 들어서서 제일 처음 하는 것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항례 행사이자, 당연히 결정 된 사항이었습니다.
할머니 역시 익숙한 손놀림으로 비디오를 틀어주시곤 했지요.
하이디를 얼추 감상 한 뒤엔 톰과 제리를 보는 것이 일종의 ‘코스’ 였지요.
톰과 제리까지 보고 난 뒤에는
냉동 블루베리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참을 수 없이 좋았어요.
오랜 시간 혹사시킨 눈에 안토시아닌 파워를 주는 것.
정말 좋아했습니다.
얼마나 좋아했느냐 하면,
할머니 집에 가 있을 땐 항상 응O가 보라색이었을 정도.
누가 봐도 과식 한 것이었지요.
말하자면 ‘보라색 위험신호’
그 정도로 좋아했어요.
기본적으로 할머니 댁 그 자체, 그리고 그 곳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좋았어요.
애초에 집 자체가 크고 예쁘며 멋진 집이었기에.
정원에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커다란 개가 두 마리 뛰놀고 있었으며
돌로 만든 멋진 연못에는 아름다운 잉어가 20마리 정도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먹이를 주곤 했기에, 사이는 좋았습니다.)
집 1층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었기에, 자주 가게를 보곤 했어요.
가게 계산대 옆에는 조개 껍질이 잔뜩 놓여 있었는데, 그 껍질에 귀를 가져다 대면 바닷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할머니가 알려 주셨지요.)
세탁소이긴 했지만, 동시에 센스 넘치는 잡화들을 파는 가게이기도 했는데,
상품 중에는 파워프로군 (코나미의 야구게임 ‘실황 파워플야구’의 주인공)도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보리차 대신 마시곤 했던 ‘루이보스티’.
뭐, 어린 애 입맛이었으니 별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렇게 멋진 것으로 가득 찬 집 안에서도
특히 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줄지어 세워 져 있던 성서였습니다.
제가 그 ‘성서’를 읽는 모습을 보신 긴쨩은 엄청나게 기뻐 해 주었지요.
이쯤되면 여러분도 눈치 채셨겠지만,
이 가족, 크리스천이었던 것입니다.
-계속-
전국에 계신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리리퐁’, 스토 리리카입니다.
멋대로 시작 한 혼잣말임에도 많은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조금 불안했어요.
이 기획은 완전히 즉흥적으로 시작 한 것입니다만, ‘인생을 위험에 내던져라!’를 더욱 더 즐겁게 읽으실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와, 저, 스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기획입니다.
거창한 내용은 딱히 없으므로, 심심하실 때 시간 때우기 겸사겸사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난 회에서 하다 못 한 이야기를 이어 해 보겠습니다.
【선배님과의 조우 : 할머니, 할아버지편】
긴쨩은 항상 저를 칭찬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칭찬을 받는 것이 기뻐서 항상 성서를 펼쳐놓고 읽곤 했지요.
그냥 펼쳐놓고 바라보는 것 뿐이었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어린 제가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리도 없었지요.
그런 모습을 본 긴쨩이 두꺼운 책을 잔뜩 가져 와 주었어요.
그 책은 데즈카 오사무(아톰 원작자, 일본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만화가)선배님의 ‘구약성서이야기’라는 만화였습니다.
만화이니 읽기도 편하고 의미도 알 수 있었기에, 뭔가에 홀린 듯 책장을 넘겼습니다.
엄청 빠져들었지요. 그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잔혹한 묘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 그렇구나!’ 라고 납득 할 수 있는 것들 이었습니다.
특히 ‘바벨탑’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 이외의 등장인물이 전원 사망 플래그를 막 띄워댔기에, 언제 죽을 지 몰라 가슴 졸이며 읽었습니다.
주일학교에도 다녔습니다.
교회에 나가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는 아이가 없어 외톨이가 되어 있으려니, 젊고 예쁜 언니들이 맛있는 과자를 가져 와 주었습니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라 생각했지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고, 성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비록 성가 가사도, 멜로디도 몰랐지만 주변 아이들을 흉내내어 적당적당히, 하지만 신나게 불렀습니다.
주일학교 때 말고, 큰 교회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딱 한번뿐이었지만.
하지만 그 날은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였거든요.
언제나 저를 어깨에 태워 주시던, 정말로 똑똑하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게이오 대학에 다녔단다’라고 말씀하셨었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정말 좋았지만,
동시에 언제나 할아버지 앞에서는 긴장을 했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자연스레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
‘조부님’이라 딱딱하게 부르면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 질 정도로 온화하시고 좋은 분이셨지만,
동시에 할아버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장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분이셨다.
물론 제가 가진 이미지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지만,
‘이 사람에게만은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입니다.
절대로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은 사람 넘버 원.
그리고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함께 지낸 기간은 정말로 짧았지만 정말로 제 인생에 크나 큰 영향을 주신 분이시고요.
그 이유 중 하나로 이 에피소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얘기, 라디오에서도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어느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입니다.
가족들끼리 큰 교회에 갔습니다.
주변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지요.
물론 여기저기에 세탁소 손님들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단상 위에 올라 온 사람이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그 연설을 듣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긴쨩이 할아버지 사진을 들고 단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였듯, 긴쨩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긴쨩은 울고 있었습니다.
긴쨩의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사람들도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신기한 듯 보고 있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할머니 댁으로 돌아 가 보니, 키우던 잉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되지 않아 벽에 부딪혀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어째선지
(왜 그렇게 이상하게 날아다닌 거야!!)
라며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잉꼬가 부딪혀 죽어 생긴, 벽의 얼룩을 바라보며
생명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실감하며 가슴이 옭죄어 드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하고
눈물이 흘러 넘쳤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가족끼리 모여 쿠키를 구웠습니다.
저는 그 쿠키 중에서 초승달 모양 쿠키를 하나 슬쩍해서
아무도 쓰지 않는 빈 다다미방에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방에 놓인 할아버지의 사진 앞에 그 쿠키를 공양했습니다.
다음날,
‘쿠키를 계속 거기에 두면 썩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걱정이 되어,
어제 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제가 본 것은,
누군가 먹은 자국이 있는 ‘초승달 쿠키’ 였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드신거야! 하늘 위에서 지켜 봐 주고 계시는구나!)
라 생각했습니다.
비록 ‘신앙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성서나 종교를 접하였습니다만,
저는 크리스트교를 통해 만난 분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비록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 할 지라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만,
할아버지를 실망시키는 방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긴쨩은 지금도 때때로 제게 편지를 써 줍니다. (초서체 붓글씨로 써 준답니다. 달필이지요.)
아, 블루베리아이 (영양제)도 보내주시지요.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니체’ 선배님을 존경하게 되었고,
‘인생을 위험에 내던져라!’ 라는 철학서를 내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 하실까 기대가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 기뻐 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끝-
저는 친척들 중에서도 가장 긴쨩이랑 닮았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소녀’같은, 순수하고 멋진 할머니이십니다.
오랜만에 만나뵙고 싶네요.
참고로 저희 엄마는 불교 신자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지요.
크리스찬과 불교도의 혼혈로 태어난 제가
(무신론자인) 니체 선배님을 존경한다니
개그네요.
다음 회 예고!!
【선배님과의 조우 : 스토가(家), 극빈편】
가난이 들이닥쳤다!!
위기야!!!
어떻게 흘러가는 건가, 마이 패밀리는!!!
기대 해 주세요!!
리리퐁이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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