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자카46이라는 ‘희망’
-그녀들의 표현세계가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목소리’-
제 1장 ‘노기자카46라는 건 대체 어떤 그룹인가?’
제 1절. 노기자카46과 AKB48 –유사점과 차이점-
노기자카46는 ‘AKB48의 공식 라이벌 그룹’을 기치로 발족한 그룹으로, AKB48과 그 자매그룹으로 이루어 진 ‘AKB48그룹’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그룹을 칭한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NHK 홍백가합전에 단독출장 하는 등, 현재 (2016년) 인기가 급상승 하고 있는 그룹이며, 전국적인 인지도도 가파르게 오르는 중인 그룹이다. 다만, AKB48의 자매그룹으로 인식되거나, ‘다른 그룹이라고는 해도 실질적으로는 AKB48의 자매그룹이나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 1절에서는 우선 이 문제에 대하여 검토 해 보고자 한다. 노기자카46의 설립경위, 활동 내용 등을 분석, AKB48 그룹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다.
노기자카46는 소니 뮤직 레이블에 속해있다. 그리고 현재는 킹레코드에 소속되어 있는 AKB48 역시 2006년에 나온 데뷔 싱글부터 8번째 싱글까지는 소니 뮤직의 산하 레이블인 데프스타 레코즈 소속으로 활동을 했었다. AKB48은 2008년, 킹레코드로 이적을 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데프스타를 떠나 킹레코드에 새 둥지를 튼 뒤, AKB48은 본격적으로 일대 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에 데프스타측에서는 2010년, AKB48이 데프스타에 재적하던 시기에 나온 싱글들을 집대성한 베스트 앨범 ‘SET LIST ~그레이티스트 송즈~ 완전반’과, 해당 싱글들의 MV 모음집인 ‘놓친 물고기들 ~싱글 비디오 콜렉션’을 동시에 발매한다. MV 모음집의 제목은 데프스타측의 자학적인 유머가 녹아 든 타이틀로 한 때 회자되기도 하였다.
이 베스트 앨범 / MV 모음집 제작 기획기간 중, 소니 뮤직측은 AKB48의 종합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측에게 새로운 기획을 타진하게 되고, 이 결과 이듬해인 2011년 6월, ‘공식 라이벌 그룹’ 결성을 정식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8월에는 최종 오디션이 행해 져, 그 합격자들로 이루어 진 ‘아키모토 야스시가 프로듀스하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 새로운 그룹이 바로 ‘노기자카46’이라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룹의 명칭은 최종 오디션이 열린 ‘SME(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노기자카 빌딩’에서 따 왔으며, ‘AKB의 48보다 작은 수이지만 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46’이라는 번호가 붙게 되었다.
결성 이후 각종 이벤트나 TV 아이치 계열에서 방송 된 칸무리 방송, ‘노기자카가 어디야? (이하 ‘노기도코’) 등의 미디어 활동을 거치며 이듬해인 2012년 2월 22일, 아키모토 야스시가 작사를 맡은 데뷔 싱글 ‘구루구루 커튼’을 통해 메이저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상 결성경위를 보면 알 수 있듯, 노기자카46의 종합 프로듀서는 AKB48와 같은 아키모토 야스시씨이다. 아키모토씨는 그룹이 참가하는 각종 기획에도 기획자, 프로듀서로서 참가하고 있다. 또한 데뷔 싱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곡의 작사를 아키모토씨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나 CD 구입자를 대상으로 악수회 등 팬 대상 이벤트를 연다는 것 역시 AKB48와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노기자카46가 AKB48 그룹의 일부라는 오해를 사는 이유 중 대부분은 이런 공통점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AKB48 그룹의 일부’라고 보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로는 상기한 이유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 노기자카46의 운영모체인 ‘노기자카46 합동회사’는 소니뮤직과 노스리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노스리버’는 주로 영상관련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AKB48의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 노기자카46의 칸무리방송인 ‘노기도코’ (TV 아이치 계열, 2011~2015)의 제작협력사에 AKB48의 운영관리회사인 AKS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전 AKS의 대표이사겸 사장이었던 쿠보타 야스시씨가 수퍼바이저 자리에 있다는 점. ‘노기도코’의 후속방송인 ‘노기자카 공사중(이하 ‘공사중’, TV 아이치 계열. 2015~)’ 역시 마찬가지로 쿠보타씨가 수퍼바이저를 담당하고 있음.
□ 노기자카의 칸무리 방송인 ‘NOGIBINGO!’ (니혼 테레비, 2013, 2014, 2015)는 애초에 ‘노기자카46 X HKT48 칸무리방송 배틀!’ 때 썼던 기획이었으며, 방송 타이틀 역시 AKB48의 칸무리방송인 ‘AKBINGO!’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해당 방송 역시 기획 협력자로 쿠보타 야스시씨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점. (단, NOGIBINGO! 5에서는 쿠보타씨의 이름이 삭제됨)
□ 노기자카46의 첫 드라마 출연은 AKB48 멤버인 와타나베 마유가 주연을 맡은 ‘사바돌’ (TV 도쿄, 2012)였다.
□ 노기자카46의 데뷔곡인 ‘구루구루 커튼’은 노기자카46의 라이브나 이벤트가 아닌 AKB48의 이벤트 ‘리퀘스트아워 2012’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는 점
□ ‘구루구루 커튼’의 커플링곡인 ‘만나고 싶었을 지도 몰라’는 단순히 AKB48의 대표곡인 ‘만나고 싶었어’를 마이너 어레인지 한 것 뿐이며, MV 역시 ‘만나고 싶었어’를 의도적으로 카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MV에 당시 AKB48의 에이스인 마에다 아츠코가 카메오 출연하기도 하였다.
□ 두 번째 싱글인 ‘오이데 샴푸’ MV에 당시 AKB48의 인기 멤버였던 사시하라 리노가 카메오 출연하였다.
□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교환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이코마 리나가 노기자카/AKB48을, 마츠이 레나가 SKE48/노기자카 겸임을 했던 것. (이코마 리나는 겸임기간 중, AKB48 팀 B 극장 공연에도 참가하였으며, AKB48의 싱글인 ‘마음의 플래카드’, ‘희망적 리플레인’, ‘Green Flash’의 선발 멤버로서도 활동하였다. 해당 기간중에 열린 총선거 및 가위바위보 대회에도 참가.)
□ 2014년에는 AKB48의 인기멤버 코지마 하루나와 노기자카46 멤버 15명 (이코마 리나, 이토 쥰나, 카와고 히나, 카와무라 마히로, 사이토 유리, 사가라 이오리, 사사키 코토코, 스즈키 아야네, 테라다 란데, 나카다 카나, 나가시마 세이라, 노죠 아미, 야마자키 레나, 와타나베 미리아, 와다 마아야)이 ‘코지자카46’라는 유닛을 결성, AKB48의 38번째 싱글 ‘희망적 리플레인’ 커플링곡인 ‘바람의 나섬’과 노기자카46의 첫 앨범 ‘투명한 색’의 수록곡인 ‘경사지다’를 부른 바 있다. 또한, 2015년에 열린 노기자카46의 라이브 ‘3rd Year Birthday Live’ 때에도 코지마 하루나가 게스트로 참가, ‘코지자카’의 ‘경사지다’를 피로 한 바 있다.
□ 2013년, AKB48의 이벤트인 ‘AKB48 홍백대항가합전’에서 와타나베 마유가 노기자카46의 곡인 ‘너의 이름은 희망’을 피로하였으며, 이 때 피아노 반주를 한 것은 노기자카46의 이쿠타 에리카였다. 2014년에는 같은 이벤트에서 HKT48의 사시하라 리노와 노기자카46 멤버 7명 (아키모토 마나츠, 에토 미사, 사이토 아스카, 사가라 이오리, 사사키 코토코, 후카가와 마이, 호리 미오나)이 ‘사시자카46’ 명의로 노기자카의 곡인 ‘몇 번째 보는 푸른 하늘인가?’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상 다양한 ‘공통점’들을 감안하면 노기자카46과 AKB48그룹간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노기자카46과 AKB48간의 차이점은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
노기자카46과 AKB48의 차이점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룹 이미지’의 차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노기자카의 이미지를 표현 할 때 빼 놓지 않고 거론 되는 것이 바로 ‘사립 여학교 분위기’라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AKB48의 이미지를 ‘공립학교’로 비교하면서 사용되기도 하는 예시이지만, 본디 의미는 어디까지나 ‘활발하고 밝은 이미지’를 가진 AKB를 체육계열 부활동에 비유하였을 때, 노기자카에는 ‘청초함’이나 ‘기품’등의 단어가 잘 맞는 ‘아가씨’ 이미지, 혹은 ‘문화계열 부활동’에 걸맞은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말하자면 그룹 운영면에서도 그만큼 명확한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AKB48과는 달리 사진집 이외의 매체에서는 노출도가 높은 수영복 그라비아를 찍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런 이미지의 차별화를 의도 한 이미지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곡에서도 이런 차별화를 찾아 볼 수 있는데, 노기자카의 곡 중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돌 노래’ 특유의 캐치하고 활발한 이미지의 곡들 뿐 아니라, 2015년 홍백가합전에서 선보인 바 있는 ‘너의 이름은 희망’으로 대표되는 피아노, 현악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곡조의 곡들이나 자칫 잘못하면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을 정도로 메시지성이 강한 가사의 곡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런 ‘메시지성이 강한 가사’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자신이 없고 소극적인 성격이고, 삶이나 사랑에 대해 겁을 내는 화자’를 그린 것이라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이런 인물상은 물론 AKB48의 곡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것으로 이는 작사가인 아키모토 야스시가 ‘아이돌’의 주 소비층인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작사를 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으나, 노기자카46의 가사는 특히나 그런 메시지성이 한 층 세련된 문학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통 아이돌의 노래에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노래들이 많기 마련이나, 노기자카의 ‘연애 노래’는 사랑이 시작되어 설레는 마음을 그린 곡들보다는, 사랑에 따르는 애절함, 덧없음, 아픔 등의 어두운 면을 표현한 작품이 더 많다는 것 역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깨닫고 보니 짝사랑’에서는 지나간 사랑에 상처를 받은 여성이 새롭게 싹터가는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려하는 심경을 그린 곡이며, ‘그 날 나는 갑작스레 거짓말을 했다’나 ‘너와 나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몰라’에서는 연애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을 그린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에 있는 이유’ 에서는 사랑하는 대상에 집착을 그리고 있으며, 소녀의 연애감정을 노래한 ‘헤어질 때 더욱 더 좋아져’나 ‘질투의 권리’에서조차 사랑의 풋풋한 뿐 아니라, 사랑에 빠진 소녀의 순수함으로 인한 ‘무거움’을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다.
또한 노기자카46의 노래 중에는 ‘삶’이나 ‘생명’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 곡들이 많다. 퍼스트 앨범을 대표하는 곡인 ‘내가 있는 곳’에서는 자신이 죽은 뒤, 홀로 남게 될 상대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리고 있으며 ‘생명은 아름다워’에서는 영원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표현한 곡이다. 이런 테마는 일반적인 아이돌 노래에서는 그다지 다루지 않는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곡을 통하여 ‘시리어스’함과 ‘나이브’함을 아낌없이 표현 해 내는 것이야말로 노기자카46의 ‘표현세계’의 고유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며, 여타 아이돌 그룹과의 차별성을 부여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사가는 AKB48와 마찬가지로 아키모토 야스시씨이지만, 이토록 명확하게 ‘세계관을 구분’함으로 하여 두 그룹간에 차별성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러한 노기자카46의 ‘곡’의 특징은 팬 뿐 아니라 당사자인 멤버들 역시 자각하고 있으며,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사이토 아스카는 ‘생명은 아름다워’ 릴리스 당시 출연했던 TV방송에서 ‘이 곡은 일반적인 아이돌 노래답지 않게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테마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이런 무거운 테마를 가진 곡을 아이돌이 부른다면 아무래도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갭이 생기겠지요. 그렇기에 다른 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노기자카에는 의외로 어두운 부분을 가진 멤버들이 많기에, 그런 아이들이 이런 무거운 곡을 부른다면 노래를 듣는 10대 여러분께도 그 의미가 더 전달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5년 4월 1일, NHK ETV ‘R의 법칙’ 중에서)
사이토의 말에 따르면 노기자카46 멤버 중 대다수가 소위 말하는 ‘아이돌 답지 않은’ 어두운 부분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런 심각한 테마의 곡을 잘 표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기자카46의 멤버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노기자카46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슬픔을 잊는 법’ 극중에서 캡틴, 사쿠라이 레이카의 언급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부정적이고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고, 외로움을 타는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의외로 똑 부러지는 면들도 갖추고 있기에, 자신들이 가진 약한 점이나 부정적인 면을 바꾸기 위해 평소 부단하게 노력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그룹 이미지의 차이’는 이런 멤버 개개인의 성격에서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금껏 극히 단순하게 설명 한 바와 같이, 노기자카46은 그룹 이미지, 곡, 멤버의 성격 면에서 AKB48를 비롯한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런 점은 어떻게 보자면 ‘선행 그룹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의도한 운영’의 일환이며,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의도적인 차별화’의 결과 생겨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점은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기에 생겨 난 것으로, 단순히 운영이 의도한다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 역시 앞서 이야기 한 ‘새로운 것’에 대해 규명 해 보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분석은 제 2장 이후에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그럼 운영시스템이나 활동내용 면에서는 두 그룹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알아보자. 우선 가장 알기 쉬운 차이점이라면 AKB48의 그룹 운영 시스템을 일약 센세이셔널하게 만든 일대 이벤트, ‘싱글 선발 총선거’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싱글 선발 총선거’란, 그 이름대로 AKB48의 싱글을 부를 선발 멤버 및 퍼포먼스 포지션을 ‘투표’로 정한다는 것으로, 실제 투표와는 달리 투표권이 1인당 1표로 제한 된 것이 아니기에 열성적인 팬들이 투표권리를 얻기 위하여 CD를 대량구매하여 미디어에 사회문제로 다루어지기도 한 이벤트이다. 최근 들어서는 결과발표 이벤트를 지상파 방송국이 골든타임에 생중계를 하는 등, AKB48을 상징하는 일대 이벤트요, 운영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AKB48은 물론이고 SKE48, NMB48, HKT48 등 자매그룹의 멤버들 역시 ‘총선거’ 입후보 자격이 있으나, 노기자카46의 멤버들은 이 이벤트에 대한 입후보 자격이 없다.
총선거 뿐 아니라 48그룹의 멤버들이 센터 포지션, 혹은 솔로 데뷔 기회를 두고 겨루는 이벤트인 ‘가위바위보 대회’에 있어서도 노기자카 멤버들의 참가 자격은 인정되지 않다는 것만 보아도 ‘노기자카46이 AKB48의 자매그룹이 아니다’라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재적 멤버가 100명이 넘는 AKB48에 비해 2016년 2월 기준 멤버가 37명밖에 되지 않는 노기자카46에서도 싱글 발매때는 멤버들을 ‘선발’과 ‘언더’로 나누며, 그런 ‘선발’ 중에서도 일부만이 AKB48의 ‘카미7’에 해당하는 ‘복신’에 뽑히게 된다. 하지만 노기자카46의 경우, 이 선발 과정에 팬이 개입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선발은 전적으로 운영측이 정하게 된다.
물론 이런 운영 시스템까지 갈 것 없이,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 하자면 ‘전용 극장’의 유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TV를 틀기만 하면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AKB48그룹의 멤버를 보게 된다고 할 정도로 TV 노출이 많은 AKB48 역시 그 ‘참신함’의 근원은 다름 아닌 운영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아이돌들이 ‘TV’를 메인 스테이지로 하여 활동 해 왔다면, AKB48는 그와는 달리 ‘TV 없이도 성립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AKB48은 본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키하바라 (AKihaBara)에 위치한 ‘AKB48 전용극장 (AKB48 시어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룹으로, ‘국민적 아이돌’이 되어 TV 출연이 끊이지 않는 지금까지도 그 ‘원점’인 극장 공연은 여전히 매일같이 행하고 있다.
TV를 메인 스테이지로 하여 활동 해 오던 기존 아이돌 업계에선 데뷔 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인기를 본격적으로 얻기 전인 아이돌은 시청자들에 대한 노출이 쉽지 않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아이돌은 말 그대로 ‘구름 위의 존재’가 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업계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 바로 AKB48의 메인 컨셉인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전략이었다.
AKB48의 팬은 극장 스테이지에서 가까운 곳에 앉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직접 바라 볼 수 있고, 아이돌로서 성장 해 가는 멤버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응원 할 수 있다. 또한 공연에서는 멤버들이 자신에게 성원을 보내주는 팬에게 반응을 보여주거나 (레스폰스), 악수회 등의 이벤트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마저 가능하게 함으로 하여 ‘친근한 존재로서의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말 그대로 ‘발명’ 해 냈다.
이는 팬 뿐 아니라 아이돌 본인에게도 득이 되는 시스템으로, TV 등의 미디어가 찾아주지 않는 비인기멤버라 해도 지속적으로 활동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 할 수 있으며, 관객 앞에서 자주 공연을 하며 스스로의 퍼포먼스 능력을 단련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통하여 기존의 ‘권위적인 미디어’에게서 일정부분 독립 된 위치를 차지함으로 하여 AKB48라는 그룹은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고, 성장 및 확대의 길을 걸어 왔던 것이다.
본체인 AKB48 이외에도 자매그룹인 SKE48, NMB48, HKT48, JKT48, SNH48 역시 각각 그룹의 연고지 (나고야시 사카에 SaKaE, 오사카시 남바 NaMBa, 후쿠오카시 하카타 HaKaTa, 단, 극장이 있는 곳은 하카타구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aKarTa, 중국 상하이 ShaNgHai)에 전용 극장을 갖추고 있다. 2015년에 결성 된 NGT48 역시 2016년 1월, 니이가타시 (NiGaTa)에 전용극장 시설을 갖추었다.
이에 비해 노기자카46은 전용극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룹의 이름인 ‘노기자카’은 특별히 전용극장이 그 곳에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단순히 운영주체인 소니뮤직의 본사 빌딩이 있는 곳의 이름을 딴 것 뿐이다. 이런 차이점은 AKB48 그룹과 노기자카46의 활동 내용이나 표현 방식에도 영향을 주며, 노기자카46의 독자성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점을 토양으로 하여 싹 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이돌’이란 관객들의 눈에 많이 띄면 띌수록 좋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AKB48그룹처럼 전용 극장을 가진 특별 케이스가 아닌 한, 데뷔 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그룹이 갖는 최대의 문제라 하면 다름 아닌 ‘사람들 눈에 띌 기회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노기자카46의 경우에는 다른 신인 아이돌 그룹에 비해 매우 유리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다름 아닌 ‘AKB48’의 존재였다. 노기자카는 ‘AKB48의 공식 라이벌 그룹’이라는 독특한 위치로 인하여 데뷔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고, 결성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칸무리 방송이라는 큰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생각하면 결성 직후, 노기자카46이 ‘AKB48가 닦아 온 길’을 걸어 온 것도, AKB48의 덕을 본 것 역시 틀림 없는 사실이라 해야 하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AKB48과의 차별성’을 요구받고, 그룹 이미지 구축, 표현 방식 개척 등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이 때 노기자카가 선택한 ‘표현방식’이 있었다. 전용극장도 갖고 있지 않은, 칸무리 방송 이외에는 미디어 출연도 거의 없는 노기자카가 선택한 차별화 전략, 그것은 다름 아닌 ‘뮤직 비디오를 중심으로 한 영상 작품에 힘을 쏟는다’는 선택지였다.
아이돌은 ‘노래’ 뿐 아니라 외모, 퍼포먼스 등 시각적 요소에 크게 좌우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DVD플레이어가 보편화 된 2000년대 이후로는 아이돌의 CD에는 특전DVD가 붙는 것은 거의 일반 상식화 되었다. 그룹에 따라, 혹은 싱글 수록곡 분위기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으나 기본적인 틀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경우 DVD의 내용물은 MV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노기자카 역시 MV를 수록한다는 점에서는 여타 그룹들과 다름 없으나,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노기자카의 고유성’을 살린 것이 바로 노기자카 고유의 콘텐츠, ‘개인 PV’였다. (11, 12번째 싱글에선 멤버 두 명당 하나씩 ‘페어 PV’를 수록) 이는 멤버 개개인과 크리에이터, 감독을 매칭하여 다양한 단편 영상작품을 만드는 기획이었다. 이런 ‘개인 PV’는 멤버들의 미디어 출연이 적었을 때에도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발휘, 전파하는 효과를 냈으며, 멤버들의 지명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에도 멤버 개개인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끌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노기자카의 MV는 특전 DVD 수록이나 음악 방송 등에서의 노출 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공식적으로 업로드 됨으로 하여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이렇게 노기자카46는 단순히 곡 뿐 아니라 MV, 개인 PV 등 수십 종류의 영상작품을 매 싱글마다 릴리즈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상작품의 제작에 있어서도 주목 받는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등용, 만드는 내용에 있어서도 자유도를 부여함으로 하여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극장이 없는’ 아이돌 그룹인 노기자카46에게 있어 ‘영상 작품’이란 미디어 노출, 라이브, 이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출 기회’인 동시에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세계관과 멤버 개개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필요 불가결한 중요 요소라는 점은 이미 명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MV는 본디 매체가 갖는 특성 (곡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선전매체)상, 소비자들에게 ‘노기자카46’라는 아이돌 그룹의 표현세계를 알리는 접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MV에는 그룹의 표현 세계를 상징하는 ‘핵’이 응축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이 책의 2장 이후에서는 MV의 표현양식에 대하여 분석을 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노기자카46의 표현세계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핵심’에는 어떤 테마가 응축되어 있는 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런 고찰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 2절에서는 MV라는 표현매체에 대하여, 그리고 노기자카46의 MV가 갖는 특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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