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비디오’라는 것은 본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곡’에 영상을 씌우는 식으로 제작하는 영상작품을
뜻한다. 보통 CD 판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제작되기 때문에 PV (프로모션 비디오)라 불리는 경우도 흔한 편. MV는 TV의 보급과 궤를 맞추어 새로이 등장한 표현 매체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1960년대 비틀즈가 근원이라 알려
져 있다. 너무나도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비틀즈였기에, 모든
방송에 직접 나갈 수 없었고, 그럴 때 자신들이 출연하는 대신, 연주하는
모습이나 이미지를 영상화, 곡에 덧씌워 방송국측에 넘겨주었던 것이 그 시초라는 것이다. 그 뒤 1980년대 미국에서는
MV를 전문으로 틀어주는 케이블 방송국, ‘MTV’가 등장하여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런 일대 붐을 통하여 MV라는 표현매체는 더더욱
음악업계 및 대중문화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역시 팝 문화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 중반 즈음하여 MV 제작을 채택하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신곡 PR의
일환으로 MV를 제작하는 것은 말 그대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당시에는 일부 음악방송을 제외하고는 풀사이즈 MV를 틀어주는 경우가 적었으며, 끽해봐야 TV 선전에 MV의 일부를 활용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요즘 들어서는 상술한 바 있는 ‘CD 특전으로서의 DVD’에 수록되거나, 케이블 방송국의 음악 전문 채널,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의 공식/비공식 업로드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MV를 시청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MV는 ‘판매 촉진’에
있어 유효한 표현매체로서, 혹은 아티스트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 해 내는 창구로서 작용하며 음악
제작자와 소비자 쌍방에게 있어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더욱 더 다양한 표현 방식이 MV에 요구되게 되었으며, 아티스트
중에서는 MV제작에 거액을 들여 최신 기술을 도입한다거나 대작 영화 규모의 MV를 만드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하지만 ‘표현 형식’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제 대작 MV라 해도 결국 그것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퍼포먼스’, ‘이미지’, ‘스토리’ 이다.
우선 ‘퍼포먼스’라 함은 곡의 연주, 가창, 안무 등 ‘아티스트’의
행위 일체를 시각적으로 표현 해 내는 요소이며, ‘이미지’라
함은 예를 들어 배경, 소품, 그래픽 영상 등 ‘퍼포먼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곡의 테마, 혹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V에 포함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메이킹 영상 등도 이 ‘이미지’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라는 것은 광의적으로 보았을 때, ‘이미지’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협의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일련의 영상을 통하여 시청자에게 명확한 이야기’를 전하는 요소이다. 이런 스토리를 통하여 시청자는 마치 TV 드라마나 극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런 스토리 요소가 강한 MV는
말하자면 ‘단편 극영화’나 ‘숏 드라마’에 가까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MV 영상이라는 것은 결국 이상 3대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구성하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MV에 있어 가장 보편적인 것은 ‘퍼포먼스’와 ‘이미지’를 강조 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스토리’ 요소를 강조하는 MV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며 하나의 ‘장르’로서 정착되어가는 추세이다.
앞서 제 1절에서 이야기 한 바 있듯이 아이돌에게 있어 ‘매력’이라는 것은 비단 ‘곡’뿐만이
아니라 외모, 댄스 퍼포먼스 등에도 크게 좌우되는 것이기에, 아이돌의 MV에서는 ‘퍼포먼스’ 요소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그룹 전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운 ‘히키(카메라를 뒤로 뺌, 원거리
촬영)’ 샷과 멤버 개개인의 움직임과 표정 등을 파악하기 쉬운 ‘요리 (클로즈 업)’ 샷을 적절히 섞어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 인원 그룹의 경우에는 멤버 개개인을 ‘요리’샷으로 잡은 뒤, 그 ‘요리’샷을 ‘히키’샷 사이사이에
삽입하는 방식을 자주 취하는 편이다.
노기자카46 역시 예외는 아니며, 삼대 요소 중 ‘퍼포먼스’ 요소가 부각된다는 것 역시 여타 아이돌 그룹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노기자카46의 MV가 여타 아이돌 그룹의 그것과 다른 점은 ‘퍼포먼스’ 요소가 다른 요소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노기자카46 MV의 특성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스토리’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기자카46이 발표 한 57작품 (2016년 2월 기준) 중, 29작품이
일련의 ‘이야기성’을 중시 한, 다시 말 해 ‘스토리’ 요소를
강조한 작품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런 특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
붙은 작품들은 ‘곡’이 흐르지 않는, 영상만으로 구성 된 부분이 들어가는 등 ‘곡’ 자체의 길이보다 MV의 길이가 길다거나, 스토리와 깊이 관계가 있는 음성이 ‘대사’로 들어가는 등 특수한 구성을 택하고 있는 등, 상기한 ‘단편 극영화’ 혹은 ‘숏
드라마’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노기자카46의 MV 중, 스토리성이
강한 29작품은 이하와 같다.
‘만나고 싶었을 지도 몰라’ (쿠보 시게아키 감독)★
‘물방울 무늬’ (마루야마 켄지 감독) ★
‘오이데 샴푸’ (다카하시 에이키 감독) ★
‘늑대에게
휘파람을’ (후쿠이 히데아키 감독) ★
‘눈물이 아직
슬픔이던 시절’ (세키 카즈아키 감독)
‘샤키이즘’ (야나기사와 쇼 감독) ★
‘걸즈 룰’ (야나기사와 쇼 감독) ★
‘바렛타’ (에코 코지 감독) ★
‘달의 크기’ (오오쿠보 타쿠로 감독)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루야마 켄지 감독) ★
‘첫 사랑
그 사람을 지금도’ (타도코로 타카시 감독)
‘깨닫고 보니
짝사랑’ (야나기사와 쇼 감독) ★
‘로맨스의 시작’ (마루야마 켄지 감독) ★
‘고독형제’ (이케다 카즈마 감독)
‘과묵한 사자’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 ★
‘몇 번째
보는 푸른 하늘인가?’ (우치다 켄지 감독) ★
‘쓰러진 종을
울려라!’ (마루야마 켄지 감독) ★
‘나, 일어나’ (야나기사와 쇼 감독) ★
‘그 날, 나는 갑자기 거짓말을 했다’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 ★
‘기운 차리는
중’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 ★
‘미안해, 항상…’ (야마토 유우키 감독) ★
‘너는 나와
만나지 않는 편이 나았으려나’ (야마다 아츠히로 감독) ★
‘태양 노크’ (미츠이시 나오카즈 감독) ★
‘물고기들의
LOVE SONG’ (나카무라 타이코 감독)
‘무표정’ (츠키타 시게루, 야마모토 아츠히코, 시바타니 마이 감독)
‘헤어질 때
더욱 좋아져’ (야마기시 산타 감독) ★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하리와라 켄타로 감독) ★
‘질투의 권리’ (이노우에 츠요시 감독) ★
‘어른이 되는
지름길’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 ★
노기자카46의 ‘스토리’ 요소가
강한 MV 중에는 마루야마 켄지 감독, 야나기사와 쇼 감독, 유아사 히로아키 감독의 작품이 각각 4작품씩 들어 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야나기사와 감독, 유아사 감독은 MV에 반드시 ‘스토리’ 요소를
강하게 넣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식으로 노기자카의 MV에는
감독 본인의 지향성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돌아가며
감독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과반 이상이 ‘스토리성이 강한 MV’로
분류 된다는 것은 다시 말 해 ‘노기자카46’라는 그룹의
표현 방식에 있어 ‘스토리성 MV’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
한 대로 ‘노기자카46라는 그룹의 표현’에 있어 ‘스토리’ 지향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확실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요소는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MV제작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표현 경향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경향성은 결국 ‘노기자카46가 갖고 있는 작가성’의 발현이라고 보아도 무리 없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작가성’에 주목함으로 하여 ‘노기자카의 표현 세계’의 ‘핵심’을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 장에서는
‘노기자카46의 스토리
MV’를 분석, 그 표현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