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눈을 견뎌내고 꽃피운 매화는 아름다우니.
그 셋이 있었기에 나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 갑작스럽긴 한데, 이거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耐雪梅花麗'라는 한자가 적힌 쪽지를 건네며)
에토 (이하 '에') : 음… '눈('유키')'이라는 글자는 다르게 읽으면 어떻게 읽히더라… '설'이라고 하던가요? 음… 아니 애초에 저한테 한자 문제를 내시는 게 이상한데요. (웃음)
- 미안하네요. (웃음) 이건 중국의 옛 한시의 한 구절인데요, '한 겨울 눈을 견뎌내고 꽃피운 매화꽃은 아름답도다'라는 구절이에요. 풀어보자면 '매화꽃은 한 겨울의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뜻이지요. 다시말해 '대성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언더에서 2년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그룹의 중심멤버로 성장한 에토상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어서요.
에 : 별 말씀을요. 부끄러운데요.
- 오늘 인터뷰는 '耐雪梅花麗'를 완벽히 실현해 내신 에토상과 함께 지금까지의 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자합니다. 우선 언더에 계실 때의 얘기부터 이야기 해 볼까요. 그 때 겪으신 갈등, 그리고 그 때 쌓아오신 노력들이 현재의 에토 미사라는 사람을 이루는 원점이라 봐도 될까요?
에 : 그러고보니 최근 팬이 되신 분들중에는 제 언더시절을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네요.
- 에토상은 7번째 싱글인 '바렛타' 때 처음으로 선발에 드셨었죠. 그 이전까지 2년 가까이를 언더 멤버로서 활동 해 오셨는데요. '아이돌' 입장에서 보자면 그 2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언제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 당시에 '한계'를 느끼신 적은 없나요?
에 : 당연히 '어떻게든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솔직히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자신에게 '왜 그래? 여기서 포기할거야?'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다잡곤 했어요.
- 인내하고 참는 데 대한 내성은 어릴적부터 있었나요?
에 : 학교 클럽 활동도 그렇지만, 항상 힘든 환경에서 어떻게든 이겨내며 살아 왔거든요. 어떻게 보자면 그게 저에게 더 잘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쉽게 성취 해 낸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쉽사리 잊게 되고, 금세 자만 해 버리는 인간'이라 생각하기에 신께서 제가 그러지 않도록 시련을 주시는 거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2년이라는 시간 내내 의욕에 불타있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와도 같은 시기였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간 기회가 올테니 그것을 기다리자' 며…. 괴로웠지요.
-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참아내지 못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으리라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에 : 역시 '걸즈 룰' 때네요. 그 싱글때 선발에 들지 못했던 건 다른 때랑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죠. 때마침 제 악수회에 와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했는데요, 많은 팬분들께서 '6번째 싱글때는 미사미사도 꼭 선발일거야'라고 응원 해 주셨기에 저 역시도 '이번에는 나도 선발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은근히 기대도 했었기에, 순식간에 차가운 현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기에 선발에 들지 못했던 순간, '아, 나는 선발에 필요 없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을 블로그에 쓰기도 했었지요.
- '걸즈 룰' 선발땐 소위 '고산케' 멤버들이 처음으로 프론트에 서게 되기도 했지요. 그 세 분 모두 공교롭게도 에토상과 같은 나이인데요.
에 : 네. 그렇지요. 스태프분들과 멤버가 일치단결하여 '노기자카46'라는 '색'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중요한 때였어요.
- 하지만 그런 중요한 시기에 선발에 뽑히지 못했다, 그것도 동갑내기 멤버들은 프론트에 서게 되었는데 자신만 홀로 언더멤버… 정말 가혹한 상황이었네요.
에 : 사실 처음에는 '우연히 나이가 같을 뿐'이라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점 '에토도 고산케에게 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위로 해 주시는 분이 늘어나셔서… '아, 팬분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뒤로부터 저 역시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 해 보면 딱히 그렇게 힘들어 할 일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 선발멤버가 못 나올 때, 그 '언더'로서 무대에 서기도 하셨는데요, 그럴 때에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시진 않았나요?
에 :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역시 난 어디까지나 서브멤버일뿐인가…'라고 생각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스태프분께서 '언더 멤버가 무대에 서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라고 말씀 해 주셨기에 그런 마음을 떨쳐 낼 수 있었지요.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않아 '언더'로서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는데, 그 때 스태프분께서 '어떤 곡 가능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전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와 얘기지만 솔직히 좀 못하는 곡도 있긴 했는데, '여기서 내가 빼면 이 기회는 다른 멤버에게 돌아 가 버리'는 것이라고도 생각했고, 일부러 다른 멤버가 아닌 제게 제의를 해 주셨던 것이니,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 선발 멤버의 '언더'로서 무대에 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군요.
에 : 네. 그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고산케' 멤버 셋이 '연장자 멤버들이 활약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기에 제 악수회에 찾아 와 주시는 여성팬분들도 늘어났고, 멤버 프로필을 보다가 '어? 얘도 고산케 멤버들이랑 동갑이네'라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어요. 그렇기에 그 셋의 존재는 제게 있어 절대로 '마이너스'가 아니라, 오히려 제 앞을 달리며 제게 자극을 주고 힘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세 사람의 존재가 에토상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군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견뎌 낸 뒤, 처음으로 선발에 뽑히게 되며 다시 태어났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에: 아니요. 오히려 제게 크게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8번째 싱글 '깨닫고 보니 짝사랑' 때 언더로 돌아갔던 일이예요.
- 에?! 선발에 들었다가 다시 언더로 돌아갔던 그 때 말인가요?
에 : 네. 한 번도 선발을 경험하지 못 했던 때의 저와 일단 한 번이나마 선발을 경험한 뒤의 저는 조금 달랐거든요.
- 어디가 어떻게 달랐다는 거죠?
에 : 구체적으로 크게 변했다던가 한 건 아닌데요, 역시 선발 멤버로서 TV의 음악방송에 나가거나 하면서 '다시 이 무대에 서고싶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하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팬 여러분께서도 제가 언더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다시 선발에 들었으면 좋겠다'며 저를 응원 해 주셨고요. 어쩌면 처음 선발에 들었을 때 보다도 그 당시가 팬분들께서 더 뜨거우셨던 것 같아요. 뭐랄까요… '열기'가 엄청났다고나 할까요.
- 그랬군요. 그렇게 보면 8번째 싱글에서 언더로 내려갔던 것은 다르게 보자면 '크게 도약하기 위하여 무릎을 굽힌' 시기라고 봐도 되겠네요.
에 :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뿐 아니라 당시 언더 멤버중에는 아스카나 마리카, 사유냥처럼 '위로 올라가겠다'는 의식이 강한 아이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요. 멤버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오히려 투지에 불이 붙은 시기였어요. 이젠 만에 하나 다음 싱글에서 선발에 뽑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럼 언더 센터를 노려야지'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 처음으로 선발에 뽑혔을 때 보다도 언더로 돌아갔을 때가 자신에게 있어 의미가 더 컸다고 말씀하시는 게 에토상 답다면 에토상 다운 부분이네요.
에 : 악바리에 지기 싫어하는지라… (웃음)
노기자카46를 더 크게, 더 오래
- 9번째 싱글에서 다시금 선발에 복귀 하신 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 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특히나 최근에 에토상을 보면 다른 멤버들보다도 '그룹을 위해서' 활동하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에 : 물론 에토 미사라는 개인이 어떻게 하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발에 뽑힌 이상, 내가 이 그룹의 입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노기자카46이라는 간판을 짊어지고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난 뒤로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 그런 'For The Team'정신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에 : 단순해요. '노기자카46'와 함께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는 것.
- '노기자카46도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만족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에 : 전혀요. 오히려 '노기자카46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긴장하게 돼요. 그런 말을 듣는 때가 절정일 때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그런 말을 듣는 데 대해 의식적으로 위기감을 가지려 해요. 아이돌계는 매일매일 새롭고 어린 아이들이 등장하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더 좋은 그룹'뿐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노기자카46이 바로 그런 '좋은 그룹'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깝잖아요.
- 에토상 뿐 아니라 노기자카의 멤버 전원이 그런 의식을 공유하고 계시지요.
에 : 네. 그 마음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식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잡지나 방송에도 나올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잃는 순간 바로 추락해 버릴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최근들어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홍백에도 나갔고 음악 방송에도 자주 불리게 되었는데, 이젠 무엇이 목표냐'고 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따지기전에 지금 이 상황을 더 크게 만들고,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 어떻게 보자면 '홍백 출장'보다도 더 어려운 목표일지도 모르겠네요. 완벽하게 스스로와의 싸움이니까요.
에 : 저도 가끔씩 '아, 오늘 내 태도는 영 아니었어'라고 자책하게 될 때가 있어요. 저도 인간이다보니. 매일매일이 그런 후회와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매일을 반복하며 이어 나가는 거죠.
- 때로는 그런 날도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하지만 에토상은 카메라 앞이나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언제나 '노기자카46의 에토 미사'로서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팬분들과 정면으로 마주보며 함께 한다는 것도 잘 알겠고.
에 : 엄마가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다른 멤버들에게 지지않는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라 하면 저는 아마 '팬분들과의 유대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 했었지만 저를 불타오르게 해 주신 것도 팬분들이시고, 제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팬분들 덕분이니까요.
- 이전에 '센터에 서고싶은 이유'를 여쭸을 때, '아이돌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게 본업이고, 제가 어떤 포지션에서 춤 추고 노래 할 때 팬분들이 가장 기뻐 해 주시느냐를 생각했을 때, 그 자리가 센터니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그 때 그 대답을 듣고 '정말 심플하면서도 이상적인 사고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에 : 팬분들이 보시기에 가장 찾기 쉬운 자리가 센터니까요! '다음 싱글은 센터를 노리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만약 센터에 설 찬스가 생긴다면 '하겠다'는 대답 말고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요. 그러지 않는다면 '매일매일 아이돌 활동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 지도 모르겠고요. 언더는 싫고 선발에는 들고 싶어, 하지만 센터도 싫어. 가능하다면 2열이나 구석쪽이 마음이 편해… 라는 식으로 도망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기에 '할 수만 있다면 센터에 서고 싶어!'라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어요.
다른 이들을 미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를 다시보게 만들고 싶다.
- 그럼 화제를 좀 바꿔보죠.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하마다 쇼고상의 'MONEY' 같은 곡들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에 : 아하하하하! 요 전에 새해때도 불렀어요. (웃음)
- 아, 그랬나요. (웃음) 왜 그 곡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에 : 엄마 영향이라 해야 할 것 같아요. 유치원 때부터 좋아했어요. 가사가 마음을 울리거든요~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은 비참했지만 언젠간 한 방 먹여준다라니… 가슴에 확 와 닿지 않나요?
- 그건 그렇네요. 하마다상이 이 곡에서 노래하는 '반골정신'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기도 하고요.
에 :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날 다시 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연했을 때, 더 멋져져서 그 사람을 후회하게 만든다던가. 그런 마음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니시노상, 시라이시상, 하시모토상, 이코마상… 그 외에도 노기자카 멤버 전원이 그런 마음을 가슴에 품고 지금껏 활동 해 왔기에 지금 이 정도로 활약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에 : 다들 그런 마음은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연예계를 목표로 오이타를 떠나 도쿄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거든요. '쟤, 자기가 귀엽다고 생각하나봐' 라며 (웃음)
- 그랬었군요.
에 : 네. 그랬어요. 다들 엄청 고깝게 봤었다니까요. (웃음)
- 하하하!!
에 :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나중에 내가 성공했을 때 '미사 대단해'라며 접근해도 그 땐 늦어'라고 생각하며 상경했어요. 언더에 있을 때도 '언젠가 날 다시보게 만들겠어'라는 마음이 있었고요. 나중에 선발에 들었을 때 '미사라면 좀 더 빨리 선발이 되었어야 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활약해야겠다 생각했지요.
-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이젠 완벽하게 '아이돌 에토 미사'라는 존재가 그 사람들에게도 각인 되었겠네요!
에 : 어휴 아직이에요. (웃음) 그리고 악수회 때 한 번은 '넌 주인공은 못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물론 그 말을 한 본인은 나름 저를 생각해서 해 준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제 생각하면 좋은 기폭제였지만요.
- 에토상은 다른 사람들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의욕을 불태울 줄 아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에 : 그런 면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엄마가 '언제라도 힘들면 오이타로 돌아오렴'이라 말 해 주시곤 하거든요. '그렇게 너덜너덜해져서 재기도 못 할 정도로까지 할 필요는 없다' 면서.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오기가 생겨요. 물론 엄마도 제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그렇게 말 해 주는 거겠지만요. 어떻게 얘기를 해야 제가 더 열심히 할 지 잘 알고 있거든요.
- 정말 멋진 어머님이시네요.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에토상 특유의 '역경과 싸워가며,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내는 인생'이 어디서 온 것인가를 생각 해 봤거든요. 결국 그 원천은 어릴 적에 다리에 종양이 생겨 휠체어 신세를 졌었던 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 초등학교 2학년때 쯤부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고,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땐 운동회 릴레이 선수로 뽑혔던 그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면 그 때부터 에토상은 우리가 아는 지금의 에토상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생각 되거든요.
에 : …와, 지금 그 얘기 듣다가 소름 돋았어요. 그 얘기를 듣고보니 저 역시 지금껏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근원이 그 때에 있었던 것 같네요. 어릴 때 병에 걸려, 이 종양이 뇌까지 전이된다면 목숨조차 장담 할 수 없었던 그 때, 사실 저희 엄마는 저랑 같이 산속에 들어 가 둘이 죽어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나았지요. 그 뒤로 한동안은 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지만, 그 때도 엄마는 항상 '미사쨩은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득을 본 거니까 너무 작은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 주셨어요. 저 역시 중학생이 된 뒤, 제가 어릴적에 걸렸던 병이 그토록 심각한 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때때로 축 쳐지는 때는 있을지언정 '이런 고민도 그 때 죽었더라면 할 수 없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게 아직 다리가 붙어있고, 이렇게 춤을 출 수 있고, 스테이지 위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라는 걸 생각하면 고민은 있어도 다시금 힘 내어 노력 할 수 있거든요.
- 에토상에게는 생사를 넘나들어 본 사람 외에는 낼 수 없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에 : 그런 면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전 제가 그렇게 특별히 엄청 노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제게 주어 진 환경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 것 뿐이니까요. 벽에 부딪혔을 때, 피하는 사람, 부숴버리는 사람, 빙 돌아가는 사람 등등 각자 그 벽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 다리에 병을 앓았을 때의 경험이 있기에 다른 이들보다는 좀 더 능숙하게 그 벽을 넘어 설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구원을 받은 목숨이기에' 라는 사고방식이 어떻게 보자면 궁극의 기폭제로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역시 에토상은 '耐雪梅花麗' 라는 구절이 잘 어울리는 분이세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신했습니다.
에 : 감사합니다. 하지만 창피하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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