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저는 집 안에서는 시끄럽고 활기찬 아이였습니다만, 집 밖에만 나가면 정 반대로 얌전해지곤 했습니다. 금세 어머니의 뒤에 숨어버리곤 했지요. 음악스쿨에 다니기 시작 한
뒤로 자기표현이 조금씩이나마 늘어서 친구들도 늘어나게 되었지요. 아,
낯가림은 여전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저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교토에 있는
학교로 진학을 했기 때문인지 중학교 친구중에 같은 고등학교에 온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환경으로 간다는 것이 이전의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어머니께서
대학 진학과 연예계 활동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시고 '이 학교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 해 주셨을 때 별다른 생각 없이 그 학교로 진학하기로 한 저의 결정이 후회 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중학교까진 남녀공학이었지만, 가게 된 고교는 여고…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180도 다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아, 앞으로
이 학교에서 혼자 버틸 수 있을까'라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제게 자주 하는 말 중에 '말 걸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감을 내뿜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그저 단순히 낯가림이 심한
것 뿐이지요. 고등학교 입학식 때도 그런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 스스로도 그런 점은 자각을 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사이가 좋은
고교 시절 친구들은 그런 제게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재단 내 중학교에서 에스컬레이터
진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그 학교에서 보기 드문 '전학생'이었기에
말을 걸었다는 듯 싶습니다만.
저처럼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이라 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게 싫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기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 힘들 뿐이지요. NMB48에 들어 온 뒤로도 저에게 먼저 다가 와 제 마음을 열어젖쳐 주신 선배님들이
제게 있어 큰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입학식 때
예기치 못하게 친구가 생기며 시작 된 저의 고교생활은 너무나도 신선한 경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여고'였던 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자아이들이란 남자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기에 중학교 땐 그런 모습을 보며 '와, 여자들 무섭다'라고
생각하곤 했었거든요. 하지만 여고에선 그렇게 신경을 써야할 존재들이 없었기에 '여자들끼리' 있음에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태어 나 처음으로 학교 부활동도 시작했지요. 경음악부였습니다.
친한 친구
중에 시험만 보면 항상 전교 1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보며 자극을 받아 열심히 공부 한 결과 최고 전교 2등까지 한 적이 있는데, 등수 자체보다는 그 친구와 경쟁을 한다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친구인 동시에 라이벌'이라는 관계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 간 직후 밴드 활동이 거의 끝나버렸기에, 한 때는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어'라며 반쯤 자포자기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장래에 대해 흥미 자체가 없어져버렸지요. 하지만 공부는 하면
할 수록 시험 점수가 오르고, 선생님들도 칭찬을 해 주셨지요. 물론
공부라는 것은 '끝'이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때로 힘든 일이 있거나 자기 자신의 존재 의의를 잃을 것 같을 땐 공부처럼 확실히 하나 하나 쌓아 올라 갈
수 있는 것에 집중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렇게 쌓아올린 것들이 다음 무대로
비약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