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나가게
된 계기는 친구들이 '한 번 해 보지 그래? 엄청 잘 할
것 같아'라고 부추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친구들이
불합리한 교칙이라던가, '이런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주 들어왔기에 저 역시 '내가 회장이 된다면 저런 부분들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초등학생때나
중학생때에도 반장이나 부반장을 한 경우가 많았지만, 고등학교 학생회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초, 중학교때는 단순히 우리 반 아이들이 단합이 안 되거나 룰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싫어 '내가 아이들을 잘 규합해야겠다. 뭐, 여차하면 내가 잘 정해서 애들을 이끌어 주면 되고'라는 일방적인
생각에 입후보를 하고, 활동을 해 왔었지만, 고등학교 학생회장은
주변의 의견을 들으며 활동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
얘기지만 고등학교 땐 꽤 인기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아, 물론
여자 아이들에게 말입니다만… 공학이었던 초, 중학교 땐 인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기본적으로 학생 땐 싹싹하면서 애교가 있는 여자아이들이 인기를 끌기 마련인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오히려 괄괄하고
귀염성이 없는 아이였지요. 하지만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데다가 학생회장,
남자다운 부분도 있다는 점은 여학교에선 인기만점 요소들이 한 데 모여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지요.
그 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좋은 아이들 뿐이었던데다가, 공부도 즐거웠고, 처음
해 보는 부활동도 즐거웠고, 학생회 활동도 보람 있었기에 매일매일이 즐거웠습니다. 그 결과 '학교'가 정말
좋아 져, 당시 제게 있어 인생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교가 있었지요.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처음엔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주는 엄한 선생님이라는 이미지였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학생들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여름때였던가, 처음으로 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을 때, 선생님께선 제게 '야마모토상,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보기에 야마모토상은
지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사람 같아'라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제 성적은 중간 정도였지만, 그 말씀을 계기로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담임 선생님
말고 세계사 선생님도 좋은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 과목도 좋아하게 되는 법이지요.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은 재미있는 세계사 이야기를 해
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아, 이런 얘기는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아. 이 선생님 덕분에 배울 수 있는 거야'라던지 '나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한 때는 '나도
세계사나 일본사 선생님이 되어야지'라며 선생님이 되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지요.
실제로 2학년 때 여름에 있었던 진로 지망조사 땐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지요. 지망 대학, 학과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선생님과도 상담을 하며 추천장을
받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었지요. 만약 그 지망서가 잘 통과되어 지망했던 대학에 갔었더라면
저는 지금쯤 어딘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때때로 예전에 다니던 음악스쿨에 나가 보기도 하고, 어쩌다 눈에 띄는 오디션이 있으면 응모 해 보곤
하기도 하는 나날을 보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고등학교때 친구들은 이미 그 당시부터 장래의 계획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같은 재단에 대학교도 있었기에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재단 대학교에 진학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할 지에 대해 항상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제 주변에 있어주었기에 저 역시 그런 친구들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저
자신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