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이 발매 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에, 이젠 Rainbow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 자신이 만든 6곡에 대해서 지금까지 너무 깊이 의미를 부여 해 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보자면 '너무 어둡다'는 점입니다.
제 마음이 담긴 곡이고, 소중한 곡들이기에 '다시 만들고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만, 다음번에 곡을 만들 기회가 있다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만들어야겠다는 반성을 하였지요. 뭐랄까요. 좀 더 활기찬 곡 말이에요.
앨범을 만들면서 오랜만에 예전에 만든… 네, 중학생때 만들었던 옛 곡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하나같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밝고 긍정적인 가사들이었습니다.
물론 '중학생'이라는 때가 그런 것도 있겠지요. 조금 신랄하게 말하자면 중학생 때는 시야가 좁다고나 할까요, 그렇기에 오히려 매사를 너무 무겁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매사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아래 깔린 의도를 알아 내려고 하고는 합니다.
물론 지금 제가 23살이라는 나이이기에 쓸 수 있는 곡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12살 때의 제 마음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장한다'고 하는 개념 안에는 '예전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제가 처음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 한 중학생 때는 곡을 만들기보다는 우선 가사를 쓰곤 했습니다. 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 마음에 쌓여 있던 것들을 다 털어 놓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가사를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곡을 완성 한 뒤에 그 곡에 맞추어 가사를 쓰는 스타일입니다만, 언젠간 예전처럼 먼저 가사를 쓰고 곡을 맞추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방식으로도 가사를 쓰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잘 써야지'라던가 구성면을 생각하는 등 잡념이 생겨 생각처럼 가사를 잘 쓰지 못하지만 말이지요… 그 뿐 아니라 곡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맞추어 나가다 보면 곡조에 맞추어 가사 음절 수나 분위기에 맞게 단어를 골라 쓰게 되기에 아쉽게도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그렇기에 언젠간 우선 자신의 감정을 담아 먼저 가사를 쓰고, 거기에 맞추어 곡을 써 보고 싶어요.
2017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둔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사람에게는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기에 다른 사람의 일로 화를 내거나 기뻐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만, 저 스스로에게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겠다고나 할까요. 다른 이들에게 제 감정을 전하고 싶어도 잘 전달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그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 지를 적어 내려가는 것이지요. 말 하자면 '있었던 일'이 메인이 아니라 '그 때 느낀 감정'이 중심이 되는 일기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표현 트레이닝도 되고, 나중에 다시 읽어 보다 보면 작곡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가사를 쓸 때, 저 스스로의 감정이 흔들렸던 것을 출발점으로 가사를 쓰지 않으면 가사가 잘 써지지 않거든요.
그렇기에 앞으로는 좀 더 저 스스로의 감정을 뒤흔들어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가급적 다른 사람들과의 접점을 갖지 않으려 해 왔지만, 2016년 여러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나와는 다른 사람, 다른 사고방식을 접함으로 해서 저 스스로의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했었거든요. 곡을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덕분에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으로 인해 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