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하다'는 말도 싫어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치사하다'고 이야기 하게 되는 지는 잘 알지만, '이런 내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요.
예를 들어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일을 남이 하게 되었을 때, '왜 내가 아니고 쟤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보다는 저 사람이 더 잘 하겠지'라 생각합니다. 매사에 '나는 부족하니까'라 생각해요.
질투라는 감정, '치사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결국 '내가 부족하다'는 뜻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하자, 나는 내 방식으로 착실히 노력하자'고 생각하는 편이 자신을 더욱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거라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런 감정을 조금만 변화시키면 바로 '질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해 주는 '라이벌심'이나 '저 사람과 나란히 서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경쟁심으로도 변할 거고요.
제게 있어 라이벌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미루키였습니다.
미루키가 갖고 있던 것들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전부 제가 갖지 못한 재능들뿐이었기에 초기에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부러웠습니다. 제게 있어 아이돌이란 '귀여운' 존재였고, 바로 제 곀에 그런 '귀여움'의 상징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저의 콤플렉스에 불을 붙임과 동시에 경쟁심에도 불을 붙였습니다.
그런 미루키와 나란히 서게 되면서 많은 분들께서 저희를 '정반대'라고 말씀 해 주시고, 한 편으로는 '사야네는 미루키에 비해 이런 면이 좋아'라는 말씀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몰랐었던 저 자신의 장점을 알 수 있게 되었지요.
물론 때로는 저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어른'들이 그런 식으로 저희의 관계성을 만들고, 연출하고, 경쟁을 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의지로 비교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남들이 멋대로 비교하고, 그 차이를 억지로 들이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지요. 그렇기에 저희 둘 역시 점점 솔직해지지 않게 되고, 상대방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안게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마지막즈음에는 자연스레 서로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인정하는 관계성을 회복 할 수 있었습니다. 미루키가 졸업을 발표하면서 제게 '뭔가 함께 하고싶다'고 말을 걸어줬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 바로 '내가 미루키의 기대에 부응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고, 그 결과 내린 결론이 '곡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지금이라면 이라는 듀엣곡이었습니다. 가사는 아키모토 선생님께서 써 주셨습니다만, 곡 자체에 미루키에 대한 저의 마음을 담아 만든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