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MV 제작 다큐멘트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 특별한 존재이니까.'
"얘 눈빛이 엄청 강렬하구만. 이런 사람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걸. 이런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면 그 앞에선 거짓말도 못 하겠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카메라맨'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조용히 읊조렸다.
'내 직업이 MV카메라맨이 아니었다면 당장 시선을 피했을 것 같은, 마치 내 마음 깊숙한 곳 까지 전부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다. 아니, 아니야… 차마 시선을 피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지금껏 수 많은 배우, 아티스트를 카메라에 담아 온 베테랑 카메라맨에게 조차 특별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람.
바로 '히라테 유리나'라는 소녀가 그 사람이었다.
'사일런트 마조리티' 당시에 히라테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얘는 대체 뭐지?' 라는것이었다. 아이돌이 된 지 겨우 반년밖에 안 된 14살짜리 소녀가 어떻게 데뷔 싱글에서 이토록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이토록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끄는 것일까. 아무리계산을 해 봐도 단순히 노력이나 경험 같은 뻔한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조금이라도 설명이 되는 것은 바로 '타고 난 재능'이라는 것 뿐. 그렇기에 '히라테 유리나는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단순한 의문은 언제까지고 내 머릿 속을 가득 메운 채 사라지지 않았다.
그 날로부터 1년여가 지나, 나는 다시 '아직도 중학생인' 히라테를 만나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도 농도 짙은 중 3 시절을 보낸 그녀는 지난 1년간 얼마나 성장했을까. 어쩌면 처음 만났던 그 날 내가 느꼈던 충격은 어디까지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본 데에서 온 착시일 뿐, '사일런트 마조리티'에서 느꼈던 충격은 다시 느끼기 힘든 그런 아이로 성장했을 가능성도 0은 아니다. 뭐가 어쨋건간에 원맨 라이브와 홍백 가합전 등 수 많은 무대에서 한가운데를 장식한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될 날이 온 것이다.
물론 진가를 묻게 될 것은 비단 히라테뿐만이 아니다.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위치를 생각한다면 데뷔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사일런트 마조리티'를 뛰어넘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것은 멤버 전원에게 있어 의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성장한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는 안이한 생각은 용납되지 않는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생겨난 그 순간부터 짊어 진 멍에이자, 숙명이었기에.
3월 8일. 새벽이 밝았다.
요코하마에 위치한 야마시타 부두에 21명의 소녀들이 모여들었다.
소녀들의 기나 긴 하루가 시작 된 것이다.
'사이마조의 신념'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 곡
4번째 싱글 '불협화음'의 MV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전작 '둘의 계절' 감독이기도 했던 신구 료헤이감독. 그룹의 데뷔 1주년을 장식하는 중요한 작품 역시 그의 수완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커플링곡인 '이야기한다면 미래를…' 까지 포함하면 그의 손을 거친 케야키자카의 MV는 벌써 3작품째였다.
그런 그에게는 케야키자카의 영상작가로서 고집하는 부분이 있었다.
신구 "케야키자카의 MV를 연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아이돌의 문법'을 얼마나 멋드러지게 깨부수는가 라는 기본 개념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고 댄스표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담아내느냐라고 생각해요. 이번 MV연출의 출발점 역시 그 점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알고싶은 것은 MV의 '테마'. 이에 대해 질문을 해 보니 신구 감독이 내놓은 대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신구 "사실 이번 촬영의 테마는 '지켜낸다'라는 점이었어요. '사이마조'는 사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드러낸 '의사표명'이 테마인 곡이라 생각하거든요. 말하자면 그룹을 시작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곡이죠. 그에 반해 이번 '불협화음'은 '우리는 YES라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이마조' 보다도 한 발 더 전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거든요. '사이마조'를 통해 신념을 굳히고, 더더욱 전진한다는 인상이라 할까요."
생각 해 보면 분명 '사이마조'의 가사에 담긴 사상, 그리고 곡을 대하는 멤버들의 자세를 한 층 더 진화시킨 것이 바로 '불협화음'의 가사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가사에 호응하듯 MV에도 더욱 더 힘차게 전진하는 안무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진하는 것'과 '지켜내는 것' 사이에 대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오히려 상반되는 뜻을 지닌 두 단어가 아니던가.
신구 "그 당시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말이죠, 충격적인 데뷔로부터 1년이 지나면서 솔직히 멤버들의 상황은 이미 기진맥진, 너덜너덜한 상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에 그런 '사실'을 MV의 스토리로 풀어 내 표현 해 보고 싶었어요. 이미 너덜너덜해 진 멤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하면 다름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보듬어주는 것',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동료들을 서로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본인들도 지금은 깨닫지 못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이 MV를 돌려 본다면 '아 그러고 보니 우리들, 그 당시에는 정말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며 살아남았구나'라고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신구 감독은 촬영중에도 멤버들을 모아 놓고 '단순히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 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나아간다는 점을 염두에 둬 주었으면 해요. 물론 여러분은 딱히 의식하지 않고도 평소에도 자연스레 그렇게 활동 해 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동료를 지키며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식을 잊지 말아요. 춤을 출 때에도 항상 그 점을 의식 해 주면 좋겠네요.'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껏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빠른 속도로 1년을 보낸 멤버들은 사실상 더 이상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도달 해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신인 아이돌이라면 겪지 않을 정도로 격렬한 공기저항을, 마찰을 겪으며 심신 모두 피폐 해 져 있었다는 점 역시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협화음'의 MV 도입부가 '땅에 누워있는 히라테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데에는 그런 그녀들의 상황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MV의 테마가 정해진 뒤, 그에 맞추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안무를 담당한 TAKAHIRO씨였다. 그가 만들어 내는 독창적인 안무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아이덴티티로 정착 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MV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테마, '서로를 지키며 전진한다'는 주제를 멋드러지게 안무로 승화시켰다.
신구 "서로서로 떨어지지 않게 팔짱을 끼고 전진하다가 마치 주변을 견제하기라도 하듯 좌우로 퍼지며 동료가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는 것만 같은 안무였지요. 소녀들이 차가운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안무로 표현 해 준 것입니다. TAKAHIRO상이 안무를 짜신 것을 처음 보고는 개인적으로 이번 MV의 핵심 주제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표현 되어 있어서 내심 깜짝 놀랐어요."
특훈을 받은 하부, 그리고 사이토와의 미팅
MV의 테마가 정해지고, 거기에 맞추어 안무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안무는 한 눈에 보기에도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하마 네루 "다이내믹한 부분도 그렇지만, 멤버들과 움직임을 세세하게 맞추어야 하는 부분도 엄청 힘들었어요."
모리야 아카네 "조금이라도 빨리 안무를 외우려고 밥 먹을 때도 손을 쉬지 않고 안무 연습을 했어요. (웃음)"
스가이 유카 "동작 하나하나가 빠르기도 하지만 포메이션 변화도 많아서 누구 하나라도 삐끗하면 안무 자체가 이상해지지요. 그런 면에서 봐도 지금까지 안무 중 가장 어려웠어요."
이마이즈미 유이 "TAKAHIRO선생님께서 '이번 안무는 모 아니면 도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멤버 전원이 딱딱 맞춰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함께 늘어서서 보폭을 맞추어 걸으면서 갑자기 쭈그려 앉거나 동작을 취하거나 하는 장면이 많기에 누구 하나라도 타이밍을 놓치거나 동작의 강약조절에 실패한다면 안무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는 안무.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인 안무와의 싸움에 임하게 된 멤버들은 카메라가 돌지 않는 때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춤에는 자신이 있는 스즈모토 미유가 프론트에 서게 된 나가사와 나나코에게 딱 붙어서 춤을 가르치는 모습은 그녀들이 있는 곳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열의를 보이는 멤버가 있었다. 녹초가 된 멤버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버스로 들어갔을 때, 홀로 TAKAHIRO를 찾은 멤버. 바로 하부 미즈호였다.
물론 본지가 지난 MV촬영을 밀착취재 하였을 때 역시 하부가 전력을 다해 연습을 하는 모습은 몇 번이고 목격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날, 그녀는 그것을 넘어 스스로 지원해서 맨투맨 레슨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하부 "불협화음의 퍼포먼스는 멤버 전원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멋지게 보이지 않거든요. 그렇기에 안무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같은 세세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이런 조언은 개인적으로 여쭙는 편이 좋겠다 싶었지요. 물론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해 주고 계시기는 하지만, 결국 주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건 결국 저희들이라 생각하기에, 조언을 받으러 갔어요."
자신이 홀로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가 보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이렇게 이야기하는 하부의 표정은 어딘지 부끄러워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3열멤버라 해도 그녀처럼 의욕적으로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점이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의 대단한 부분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하부가 개인적으로 어드바이스를 구하고, 연습에 몰두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느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잠깐 확인 좀 할 게 있으니까 다들 좀 모여봐!'라는 목소리가 회장을 가득 메운다. 사이토 후유카의 목소리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1/3정도의 멤버가 모여들었다. 어째서 1/3일까?
사이토 "멤버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춤을 추는 파트가 있는데요, 제가 속한 건 가운데 그룹이었어요. 그리고 가운데 그룹은 양 옆 그룹들이 촬영을 한 뒤에 찍는 순서였거든요. 다른 그룹이 촬영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 멋지게 잘 하더라고요. 반면 저희 그룹은 아직 타이밍이 엇나가는 경우가 많아 보여서 저희 그룹 멤버들을 모아 이야기를 좀 해 볼까 싶었어요."
자주적으로 연습에 몰두하는 하부의 모습이 취재진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듯이 사이토가 멤버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언제나 보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무의 성격상 아무래도 멤버들간의 의견교환 역시 평소보다 훨씬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빈번했던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촬영이 중단 되었을 때, 멤버들이 모니터에 몰려들어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확인 해 보는 횟수'였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멤버들은 바로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모니터를 체크했던 멤버는 다름아닌 히라테. 그 중에서도 '전체신'을 찍었던 낮즈음에 히라테의 모니터 체크 횟수는 정점에 달했다. 이에 히라테에게 '모니터를 왜 그리 자주 체크하냐'고 물어보니, 돌아 온 것은 의외의 답변이었다.
히라테 "전체 댄스신 촬영 타이밍이 마침 점심시간 직전이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 때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메이션이 신경 쓰여서 확인을 하게 되더라고요."
센터에 선 히라테는 다른 멤버들보다 앞에 서서 춤을 추기에 다른 사람의 춤을 보고 따라 할 수도 없고, 센터의 특징상 다른 멤버들과는 다른 동작을 취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녀가 빈번하게 모니터를 체크하는 이유가 그런 센터의 특징 때문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다른 멤버들의 컨디션, 정신적인 측면, 시간대까지 고려하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멤버들 외엔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마저 꼼꼼히 챙기면서도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지는' 지까지 의식한다는 것이 이 그룹의 어린 센터가 보여주는 엄청난 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신구 감독이 다른 신보다도 더욱 더 열정을 담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신이 있었다. 히라테가 멜로디에 맞추어 주먹을 내지르고, 멤버들이 그런 히라테 주위로 몰려들어 인상적인 포메이션을 만드는 장면… 바로 인트로 신이었다.
신구 "'세종'때도 마지막 신에서 멤버들의 손을 겹치는 표현을 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손'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연출을 좋아하거든요. '손'이라는 신체기관은 다른 사람들을 만지거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굳게 꽉 쥔 주먹은 특히나 '강렬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지요. 히라테가 꽉 쥔 주먹을 내지르고, 그 주먹에 다른 멤버들이 모여든다는 건 다시 말 해 이 그룹이 얼마나 강한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안무라 생각해요."
주먹을 내지르는 히라테에게 몇 번이고 열의를 담아 조언을 해 주는 신구감독. '좀 더 팔을 굽혀볼래?' '조금만 더 허리를 숙여 봐' 라는 식으로 아주 미묘한 부분까지 조정을 하였다.
내 뻗은 히라테의 주먹 근처에 모여 든 멤버들은 신구 감독의 '자!'라는 구령에 맞추어 '야!!!'라고 힘껏 소리를 지르고는 히라테를 '지켜 주듯' 포즈를 취했다.
신구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히라테에 대한 멤버들의 '방어'가 완벽하게 갖춰 진 뒤에 곡이 시작되는 게 베스트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그림이 또 괜찮더라구요. 인트로 부분에 그렇게나 집착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여기서 완벽하게 합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 뒤로 이어지는 행진 시퀀스가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안무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TAKAHIRO상이 만들어 주신 안무가 살아나기도 하고요."
인트로가 끝나면 이어지는 것은 예의 '행진'신. 앞서 말한 바 있는 MV의 '테마'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 해 내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가며 전진하는' 모습을 그려내야만 하는 신이었다. 그렇기에 신구감독은 그렇게나 인트로에 집착하였던 것이다.
케야키자카만의 비밀병기 '8배 슬로우'를 사용한 이유
이번 밀착취재에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며 취재진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번 MV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혹은 주목 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멤버들의 대답이었다.
이시모리 니지카 "히라테가 주먹을 뻗고, 그에 따라 멤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부분을 좋아해요."
사토 시오리 "마지막 장면이요. 멤버들이 케야키자카를 상징하는 삼각형을 만드는 부분이 이번 MV의 포인트라 생각해요."
코바야시 유이 "멤버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포메이션을 바꿔 가는 부분을 주목 해서 봐 주셨으면 해요."
요네타니 나나미 "후렴구의 점프장면이요. 점프 하면서 기분도 좋았고, 보시는 분들도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예로 든 것은 몇 명에 지나지 않지만, 멤버들의 대답이 서로 같지 않고 각자 다르다는 게 참으로 흥미있는 점이었다. 다시 말 해 MV의 모든 장면이 주목 해 봐야 할 장면이고, 어느 장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이다.
신구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보니, 신구감독은 '아 그거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라고 운을 떼고는 말을 이었다.
신구 "C멜로디 첫 부분을 들어야 할 것 같네요. 전진하면서 앞을 막는 장해물들에 좌절하는 듯한 모십, 그리고 높게 솟아있는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TAKAHIRO상께서 훌륭하게 안무로 승화 시켜 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들과 싸우거나 친한 사람들을 잃는 등,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 수 많은 경험들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전부 내포한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세종'때처럼 그 장면에 새가 날아가는 장면을 넣었던 거예요. 하늘을 나는 새를 이용해서 '비록 이렇게 벽을 만나 좌절하지만,그럼에도 미래를 향해 비상한다'는 상징을 넣고 싶었어요. 새가 날아가는 장면을 굳이 히라테가 일어나는 장면이랑 합성 한 이유도 그것이고요.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가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장면과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새의 영상을 겹치는 것이 가장 상징적이고 감정적인 연출이라고도 생각했고요. 사실 이 장면에 있어 지금까지 조금 아쉬운 게 있는데, 바로 '여기에다가 비 내리는 신을 넣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쉬운 점도 있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구감독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을 이어갔다.
신구 "이 안무는 사실 보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곤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말 재미있는 안무라고 생각해요. 히라테가 가운데에서 전원을 고무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이고, 다르게 보면 멤버들이 히라테를 응원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이지요. 동시에 히라테가 다른 멤버들을 제어하고 있는 것 처럼도, 혹은 다른 멤버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 처럼도 보입니다. 딱히 '어른들이 싫어'라는 이미지에 천착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이 안무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어린 친구들이 너무 스탠스를 일찍부터 정할 필요도 없다 생각해요. 뭘 이야기하건, 뭘 하건 자유로운 거죠. 다만, 그런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 타인의 존재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적확하게 표현 해 내고 있는 안무가 바로 이 안무라 생각해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도 그렇고 '젊은이'들도 그렇고 한 가지 감정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에 따라 다양한 감정, 자신의 주장이 어지러이 변화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건 '틀린' 것이 아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도 정답인 이 안무는 젊은 사람들의 감정, 행동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영상을 보아가며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신구 감독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신구 "아, 그리고 느낀 게 있는데 멤버들이 하나같이 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거예요. 이번 촬영 때 가장 크게 느껴진 게 바로 그거였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야기 한다면 미래를…' 때는 멤버들의 댄스실력을 커버하기 위해 촬영 방식을 여러 모로 궁리했었던 면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번 MV에 담긴 것은 정말이지 '리얼'한 그녀들의 댄스입니다. 멤버 전원의 템포도 잘 맞았고요.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나게 노력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은 지난 1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무대에 서고,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상황 하에서 퍼포먼스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얻은 경험들을 흡수하며 급속도로 성장 해 왔던 것이다.
이시모리 "사이마조 때는 사실 이전까지 춤을 배우지 않았던 멤버들조차도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찍힐까'를 생각 할 여유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고, 동작 자체도 기초가 다져져 있지 않다면 소화 해 내기 힘든 동작이 많았어요."
'사이마조'때에서 성장 해 왔다는 것을 증명 해 내 보이지 않는다면 그룹의 기세도 꺾여버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렇기에 TAKAHIRO가 멤버들에게 요구하는 안무 소화 능력 역시 큰 폭으로 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본 사람이 바로 신구 감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역할은 그런 그녀들의 성장을 가장 멋진 방식으로 영상에 담아 내는 것이었다.
신구 "개인적으로 노멀 스피드로 담담하게 흘러가는 MV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아닌 말로 그런 걸 보고 싶다면 그냥 라이브나 음악방송을 보면 되잖아요. MV란 건 결국 얼마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내느냐가 문제니까요. 그러기 위해 댄스 신은 전부 8배속으로 찍어 일부러 슬로우 효과를 넣어 편집했습니다. 뭐, 이건 사실 '세종'때도 마찬가지였지만요.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8배속 촬영자체를 잘 안 해요. 한다 해도 보통 2배속에서 4배속 정도지. 8배속으로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조명도 많이 필요하고 고생도 많이 하게 됩니다만, 그만큼 결과물이 '와!'하고 놀랄 정도로 멋지게 나오곤 해요. MV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빅 비주얼'이니까요. 그런 의미로 봐도 후반부 댄스신에서 멤버들이 일제히 점프하는 장면이라던가 여러 장면에 강렬한 슬로우 효과를 넣어 편집한 건 잘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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