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만, 올 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셨지요? 고교 생활 중에 가장 즐거운 것은 어떤 것인가요?
히라테 (이하 ‘히) : 아직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아닌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가 생겼거든요. 그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일에 대해서는 잊을 수 있어요. ‘아, 나도 평범한 고등학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요.
- 자신 있게 ‘친구’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평소에 그 친구랑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히 :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정말 평범한 얘기만 해요. ‘나 쟤 좀 신경 쓰이는데 네가 보기엔 어때?’ 라는 식으로 연애 상담 하기도 하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상담 해 달라는 사람이 많거든요. (웃음)
- 상대가 히라테상이기에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지요. ‘쟤라면 좋은 답을 가르쳐 줄 것 같다’고 기대하는 거 아닐까요.
히 :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조언을 해 주지는 못 하는걸요. ‘생각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니까’라던가 ‘괜찮을 것 같은데?’ 정도의 답변밖에 못 해 줘요.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면 질문 한 친구가 곤란해 할 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중학생도 아니고 하니 자기 자신의 일은 스스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으니 그 정도로도 괜찮을 거야…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케야키자카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기 보다는 ‘일’하는 모드라고 할까요… 스위치가 들어간다고 해야 할까요?
히 : 음… 뭐라 해야 할까요. 뭐, 분명 너무 깊게 생각하게 되기는 해요. 멤버들이나 스태프 분들이 말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 저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요. 현장에서는 좀 더 민감해 지는 것 같기도 해요.
-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 할 것 같은데요, 그런 여유를 갖곤 하나요?
히 :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촬영 도중에 시간이 나면 그 부근을 휘적휘적 걷곤 해요.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가끔은 매니저분과 함께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함께 산책을 하면서 수다 떠는 게 좋아요. ‘히라테,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되고 싶니?’ 라는 질문에 ‘민들레요’라고 대답한다던지.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수다를 떨곤 해요. (웃음) 가장 마음을 쉬일 수 있는 시간이 그런 때인 것 같아요.
‘네깟게 나에 대해 뭘 알아?’
- 올 해는 전국 아리나 투어를 감행하셨지요. 그 뿐 아니라 여러 페스나 이벤트에도 출연 하셨는데요, 케야키자카의 라이브는 매번 멋드러진 연출이 눈에 띄더군요. 그만큼 멤버들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부담이 크셨으리라 생각이 되는데요
히 : 그런 말씀을 자주 듣는데요, 사실 연출면에서는 별달리 저항이 없어요. 오히려 저희가 하고 싶다고 한 것들인걸요. 물론 체력적으로 따라주지 않는 경우는 있지만요. ‘록 인 재팬 2017’ (8월 12일) 때는 불현듯 ‘물 한 번 뒤집어 써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스태프분께 부탁 드려서 실제로 물을 뒤집어 쓰기도 했어요. 더웠다던가, 기합을 넣기 위해 물을 뿌린 것은 아니라… 그냥 불현듯 ‘뒤집어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뿐이에요. (웃음)
- 아리나 투어 마지막 공연 때는 솔로곡인 ‘자신의 관’을 선보이셨지요. 넘실대는 불꽃 속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히라테상의 모습은 정말이지 ‘박력’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히 : 사실 그것 말고 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하지만 그 연출을 써 버리면 그 회장을 쓰지 못 할 레벨의 연출이었거든요. (웃음) 제가 진짜 관 속으로 들어 가, 관째로 전부 불 태우는 연출도 생각했었어요. (웃음) 관이 불 타서 재로 변하는 사이에 재빠르게 ‘불협화음’ 의상으로 갈아 입고 다시 걸어 나오는 연출을 생각했었어요. 물론 그냥 화려하게만 하려던 것은 아니고, 이 곡을 살리려면 어떤 연출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를 궁리 한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지요. 기타 역시 제가 직접 치는 게 가장 잘 전해질 것 같았기에 직접 쳤고요.
- 엄청 강렬하고 선명한 이미지인데요, 그런 이미지를 어떻게 스태프분께 전달하시나요
히 : 곡을 듣고 있자니 머릿 속에 ‘불꽃 속에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인터넷을 뒤져서 그 이미지랑 가장 비슷한 사진이나 그림을 찾아 스태프분께 보내드렸지요. 딱히 맥락이 없이 떠오르는 게 있을 때 마다 갑작스레 사진이나 그림을 보내 드리기에, 때로는 ‘이거 무슨 뜻이야?’라고 연락이 오기도 하죠. (웃음)
- 라이브 연출도 그렇지만, 앨범인 ‘새하얀 것은 더럽히고 싶어져’ 제작은 어떠셨나요?
히 : 올 해를 겪으며 들으시는 분들께 곡을 제대로 전달 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의 비주얼은 물론이고 디자인 면에서 곡의 순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이 이상적이어야만 좀 더 효과적으로 곡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테이지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드려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의식하고 있는 바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앨범 마지막 부분에 손글씨로 쓴 ‘게츠스카’ 가사가 들어 있는데, 제가 꼭 넣고 싶다고 해서 넣은 거예요.
- 다른 곡도 많은데 그 곡의 가사를 넣은 이유가 뭔가요?
히 : 그 당시 제 기분을 적어서 넣는 것도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건 사실 앨범이랑은 관계가 없잖아요. 그 곡이 이 앨범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라고 생각 했기에 그 작품의 주인공의 ‘외침’, 다시 말 해 ‘네깟게 나에 대해 뭘 알아? (あんたは私の何を知る?)’라는 가사를 적은 거예요.
- 히라테상,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지 명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히 : 그런가요? 음… 라이브를 예로 들자면, 적어도 라이브 1~2개월 전에 라이브의 흐름이나 최종적으로 전하고 싶은 테마를 공유하고, 곡 순서를 정해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정말 큰 의미를 갖는 존재가 다카히로 선생님이시죠. MV라던가 앨범 비주얼도 항상 같은 감독님, 같은 카메라맨 분과 함께 하고 있는데, 그런 것도 클 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축복받은 환경이네요.
- 케야키자카나 히라테상의 표현의 ‘축’을 해설 할 때, 자주 ‘어른들은 못 믿겠다’는 발언이 인용되곤 하는데요. 말씀하시는 것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여요.
히 : 제가 말 한 ‘어른들을 못 믿겠다’는 것은… 뭐라 해야 할까요… 사무적이라 해야 하나, 그냥 작업적으로 ‘일단 하고는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게 싫다는 뜻이거든요. 다카히로 선생님이라던가 함께 하는 스태프분들께선 그런 타입이 아니라 정말 뜨거운 열의를 갖고 살아가시는 분들이라, 그런 분들을 지칭하는 게 아니에요…
- 그런 뜻이었군요. ‘어른’이라는 관념적인 개념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 냈던 것 뿐… 이라는 얘기군요.
히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었을 때, 레코딩 디렉터 분께 엄청 폐를 끼쳤거든요. 앨범 제작이 한창이었기에 다들 디렉터분께 ‘빨리 녹음 해야지’라고 재촉을 하셨기에. 하지만 정작 본인께서는 항상 ‘아직 괜찮아’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로 노래를 하게 배려 해 주시기도 했고, 레코딩 할 때 최소 필요인원만 남기고 녹음 하게 해 주시기도 했고요. 밥을 함께 먹으러 간 적도 있었어요. ‘게츠스카’의 ‘네깟.게 나에 대해 뭘 알아?’라는 대사를 어떻게 표현 할 지 함께 고민 해 주시기도 했고요. 스태프 분들께서 제 생각을 정말 잘 알아 주시는데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으면 기탄없이 반박 해 주시기도 하시고요. 각자 가진 생각을 갖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나누는 건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하지요.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 ‘변하고 싶어’라는 일념으로 오디션을 받으신 것으로 압니다. 본인이 이토록 적극적인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 해 본 적 있나요?
히 :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웃음) 역시 곡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 하거든요. 연출이라던가 의상, 카메라 배분 등등… 역시 케야키자카의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다 보면 ‘이대로라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 그렇게까지 혼자 전부 짊어지면 고독 할 것 같은데요.
히 : 멤버들에게 그런 면에 대해 잘 상담하지 않는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고독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고독해지긴 하지만… 그건 제가 16살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좀 더 성장한다면 생각하는 방식도 변할 거고.
- 그렇다면 결국 지금은 일부러 고독을 받아들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히 : 저 스스로가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면, ‘고독함을 느끼고 있는 10대 청취자’들에게 메시지가 잘 전달 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무리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슬퍼하는 아이들이 알아 주었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저와 똑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마음이 든든해요.
- 그런 마음은 동년배들 뿐 아니라 ‘한 때는 아이였던’ 어른들의 마음에도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사이엔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감정,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무엇인가가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히 : 그렇지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다들 잠시 잊고 있는 것 뿐이예요! 모두들 마음 한 구석에 그런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케야키자카라는 그룹 활동을 하는 건 딱히 ‘멋지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던가 ‘귀엽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가급적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이라던가,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든 그런 감정들을 표현 해 보고 싶어요.
- 잘 알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히라테상의 퍼포먼스가 여러 모로 진지하게 반향을 불러일으기고 있는 것 같네요.
히 : 그런 ‘솔직한 감정’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어요. 딱히 그 방식이 촌스러워도 상관 없어요 아니, 오히려 촌스럽다던가 기분 나쁜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르지요.
- 꾸미지 않은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으신 거군요.
히 : 꾸미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뭔가를 숨기는 사람이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싫어요. 그런 감정들을 숨김없이 표현 한 것이 바로 이번 투어 마지막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분들께서 그 공연을 보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 개인적으로 이번에 이렇게 대담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앞으로도 좀 더 다이렉트하게 표현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도가 넘은 참견일지도 모르지만요.
히 : 후후후 (웃음) 사실 매일매일 떠오르는 것들을 노트에 적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에 제가 가사를 쓰게 되더라도 한동안은 비밀로 하고 싶네요. 이래저래 말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 히라테상이 쓴 노래, 엄청 듣고 싶네요.
히 : 살며시 발매 한 뒤에 시간이 많이 지난 뒤, ‘사실 그거 쓴 거
저예요’라고 발표 한다던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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