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다시 되돌려 볼게요. 지난 투어는 여러모로 힘들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스케줄면에서도 그렇고, 히라테상 본인의 감정도 아까 말씀하신대로 ‘앨범 제작 모드’셨었고요. 하지만 그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그것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최고의 연출이 가미된 투어를 성공리에 성사시킨 이번 경험은 히라테상 본인에게 있어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투어가 끝난 지금, 지난 투어를 되돌아 보았을 때 본인의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히 : 제게 있어 이번 투어는 ‘자신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 지를 알아가는 날들’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쳤지만요.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히라테상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데 정작 본인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 지 모르고 계시다는 거군요. (웃음) 하긴,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윤곽’은 어림짐작 가능 하지만 때때로 굉장히 애매하게 느껴지는 존재이긴 하지요.
히 : 그렇지요. 다만 저는 그런 격차가 좀 심한 편인 것 같아요.
- 이번에 새로 나온 신곡, ‘바람에 휘날려도’는 바로 그런 투어의 뒤를 잇는 곡입니다만, 이 곡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케야키자카가 불러 온 곡들과는 이질적인 분위기지요. 그럼 히라테상 본인은 이 곡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계신가요?
히 : 신구 감독님이 매번 곡에 대해서 ‘이건 이런 거고 저건 저렇게 하면 돼’라고 설명을 해 주셨는데요, 그 말씀을 들으며 ‘아, 정말이다!’라고 납득이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이 곡에 대하여 ‘인생이란 거, 어차피 그런 거야.’, ‘지금까지 어른들이 싫다고 이야기 해 왔었지?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어른들이 알아주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잖니. 뭐, 그렇다면 그냥 즐겁게 사는 편이 낫지 않겠어?’라고 말씀 해 주신 적이 있는데요, 그 말씀을 듣고 ‘아, 저 말씀이 정답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납득을 한 덕분에 이 곡의 모드에 돌입, 노래 할 수 있었지요. 그렇기에 뭐라 할까요…. 이 곡은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지금껏 해 온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기에 표현하는 게 힘들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주인공이 ‘남자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아이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이 아니라면 뭔가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떨쳐 낸 직후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어느 쪽이건간에 ‘뭔가 큰 일을 겪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가능하다면 그 아이를 만나보고 싶기도 하네요.
- 지금까지 해 온 곡들. 다시 말 해 ‘익센트릭’이나 ‘불협화음’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는 얘기군요.
히 : 사실 이 곡, 굉장히 힘든 곡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곡의 세계관에 저 자신을 투영 해 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 곡의 화자처럼 가볍게 웃어 넘기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말이죠. 하지만 동시에 이 곡을 부를 땐 최선을 다 해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기왕 하는 거 즐기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아이돌 활동 뿐 아니라 고교 생활도 마찬가지. 고등학생 시절이라는 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니까요. 매사 ‘즐기는 게 이기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히라테상,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뀌셨네요.
히 : 이렇게 가볍고 밝은 곡도 부를 수 있게 된 ‘히라테 유리나’를 칭찬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래 불러보니 어떻니? 기분이 좀 편해졌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솔직하게 ‘아뇨. 아직도 어른들은 싫어요’라고 말 했더니 웃으시면서 ‘그거야 그렇겠다만’이라 하시더군요. (웃음) 신구 감독님, 제 마음을 정말 잘 알아주시거든요. 감독님 본인께서도 ‘나도 어른들 싫어.’라던지 ‘히라테는 그런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해 주시기도 하고요. (웃음)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렇다고는 해도 네 인생, 즐기면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조언을 해 주시곤 해요. 그 조언을 듣고 멤버들이랑도 좀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요. 멤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멤버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즐겁고요. 지금까지는 저도 몰랐던 새로운 저 자신이 된 기분이에요.
- 새로운 자신이 된 기분은 어때요?
히 : 아무래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웃음) 익숙해 지지도 않고, 이런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상태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려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라… 결국 지금까지는 ‘즐기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못 했던,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고, 그렇게 말 해선 안 되고, 나는 그렇게 살아가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가두어 왔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익숙해지지가 않는 거고.
히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는 ‘반항해야해’ 라던가 ‘모든 것이 싫어’라는 감정이 주를 이루었으니까요.
- 이번 곡은 어떻게 보자면 매우 ‘포지티브’한 메시지를 발산하는 곡이잖아요. 하지만 그 어떤 ‘포지티브’한 메시지라 해도 그 안에는 결국 그 메시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역정이 담겨 있는 법이지요. 그렇게 보면 히라테상이 이 곡을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히라테상 본인이 그런 인생역정을 겪고, 극복 해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히 : 사실 투어가 끝나고 받은 곡이 이 곡이라 다행이라 생각해요. 투어 기간이 끝나고 그래도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을 때, 그리고 멤버들과의 사이에서 ‘유대감’이라 불러야 하나요… 함께 난관을 극복 해 냈다는 실감이 든 타이밍에 이 곡을 받았기에 모두 함께 즐기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물론 한 편으로는 ‘노래에 메시지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어찌 할 줄 몰라하는’ 마음도 있기는 해요. 당장 전작이었던 불협화음에서 카메라를 직시하며 ‘싫다’고 스트레이트하게 이야기 하며 ‘더욱 더 반항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 곡을 통해서는 대체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그럴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 곡에 대해 일종의 감동마저 느꼈어요. 케야키자카가 지금껏 해 오지 않았던 ‘포지티브’한 곡이라는 점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히라테상 본인도 지금까지 부르지 못 했던, 아니 부르려고 하지 않았던 종류의 곡들을 부를 수 있게 되셨고요.
히 : 그렇죠.
- 지금까지 히라테상은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포지티브한 곡을 부를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 해 왔던 것 같거든요. 말 하자면 ‘애매한 상태로 so cool’ 같은 가사를 부르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사를 사람들 앞에서 부를 수 있게 되신 것이죠. 그런 변화는 다시 말 해 지금까지, 특히 요 1년간 히라테상 본인이 경험 해 오신 괴로움, 아픔 같은 감정들과 더불어 그것들을 극복 해 냈다는 실감이 히라테상의 인생에 일종의 ‘저금’같은 게 된 덕분이라 생각해요. 지금 히라테상이 이렇게 미소를 지으며 밝고 포지티브한 곡을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히라테상의 마음이 좀 가벼워 진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그 ‘포지티브함’ 뒤에 숨겨 진 부분까지 전부 받아들이고,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히 : 음…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 저답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멤버들과 아이컨택을 해 가며, 웃으며 퍼포먼스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이 곡을 하면서 ‘내 목숨을 깎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목숨을 깎아먹어 가며’ 최선을 다 해 온 덕분에, 그 결과 부를 수 있게 된 곡인 거죠.
히 : 아, 확실한 게 한 가지 더 있네요. 바로 이 곡을 부를 수 있게 된 데 멤버들의 존재가 엄청 컸다는 거예요. 멤버들에게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직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숨김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도 했고. 가장 정확하게 말하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고 해야 하려나요.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이번 투어기간동안 멤버들이 더 편하게 말을 걸어주게 되었어요. 저 스스로도 멤버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던 것 같고요… 지금까지 저 자신이 멤버들을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도 ‘불협화음’과 ‘게츠스카’ 두 곡이 연달아 주어지고, 그 기간동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그 활동기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던 게 컸겠지요. 지금은 멤버들과 함께 있는 게 정말 즐거워요.
-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히 :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요, 언제 다시 ‘불협화음’ 같은 곡이 주어 질 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멤버들도 ‘불협화음’ 당시의 제 모습을 알고 있기에, 다시 그런 곡을 받더라도 저를 이해 해 줄 거라 생각하거든요. 알아 주었으면 하고요.
처음으로 멤버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말 했어요. ‘난 이거 표현 못 해’라고. ‘그러니까 나를 도와줘’라고 말이죠. 그 말 하기까지 엄청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멤버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도와주었어요. 이번 투어는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게 된 계기였습니다. 멤버들이 몇 번이나 대기실 제 자리로 찾아와서 ‘히라테랑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을 걸어주었고, 흉금을 터 놓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이 이상은 못 하겠다’고. 이번 투어기간 내내 멤버들이 저를 지탱 해 주었어요. 정말로.
- 지금까지 이야기 해 주셨듯이 이번 한 해 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잖아요. 이번 인터뷰를 시작 할 때도 여쭈어 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았을 때, 2017년이란 해는 어떤 해였던 것 같나요?
히 : 저 자신을 직시하려 노력한 1년이었어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 난 한 해라 한 마디로 표현 할 수는 없지만, 이 한 해를 통해 저라는 인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요.
- 이것도 처음에 여쭈어 보았던 질문입니다만, 다시 한 번 여쭤볼게요. 지난 한 해 동안 히라테상을 달리게 해 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히 : ‘싫어하는 것들과 싸우려 한 덕분’ 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 혹은 포기 할 수 없다는 마음?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히 : ‘한 방 먹여주겠어!’라는 마음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 (웃음)
- 하하하하!! 그런 마음으로 버텨 낸 거였군요.
히 : 버텨 냈다고 해야 하나요. 앞으로는 더욱 더 대단한 것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케야키자카다운 모습이라 해야 하나요… 앞으로도 팬 분들의 기대를 멋지게 뛰어 넘고 싶어요.
- 그렇군요.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 였네요.
히 : 저 이제 정말 강해졌어요. 물론 아직 마음 한 켠에는 약한 자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 켠에 ‘강한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기죽지 않고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엄청 라이브 하고 싶어요 지금. 단순히 라이브 제작에 참가하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의상에도 이래저래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 그 쪽에도 참가 해 보고 싶긴 해요. 지금 엄청 기운이 넘치거든요!!
- 히라테상을 보다보면 ‘지금은 좀 힘을 빼고 쉬었다 가자’는 식의 완급조절이 없는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 초반에 ‘항상 하던대로라고 할 만한 게 없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런 모습이야말로 히라테상이라 생각합니다.
히 : 매사에 반항적이라 해야 하나요. 누가 ‘이거 당장 해 놔’라고 하면 ‘안돼요 지금은 저거 하고 있거든요’라고 얘기 해 버리곤 하죠. (웃음) 평범하게 살려 하면 ‘제대로’ 살지 못 할 지도 모르겠네요.
- 히라테상은 이미 충분히 ‘제대로 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요. 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제대로’ 된 것 같기도 할 정도로.
히 : 에? 저 정말로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그 말씀이 사실이신지 아닌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난 투어기간동안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나고야 공연을 쉬게 되었을 때, 엄청 그 당시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아마 투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한 건 오늘이 처음일지도 모르지만요.
- 이전에 인터뷰를 하고 제가 느낀 것들을 ‘가사를 쓰는 것도, 곡을 쓰는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필연적으로 그런 것들과 관계가 그다지 없다. 가사가 되었건 곡이 되었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그런 곡을, 가사를 쓰게 만드는, 창작 의욕을 불러내는 ‘히라테’라는 인간의 삶이야말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라고 쓴 적이 있는데요.
히 : 세카오와(SEKAI NO OWARI)의 Fukase상께서도 그 기사를 읽어 주셨어요. 그리고 그 덕분에 Fukase상과의 대담도 하게 되었고요. 그 때, ‘나도 그 말이 정답이라 생각해’라고 말씀 해 주셨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 ‘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기뻤어요.
- 그렇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히 :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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