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처음으로 '동료'가 된 날
케야키자카46의 오디션 최종심사 당일, 나가사키에서 도쿄로 상경 해 온 모친의 손에 이끌려 나가사키로 되돌아 가며 아이돌이 되는 것을 한 번은 단념했던 나가하마 네루.
하지만 노기자카46의 라이브를 본 그녀의 부모님은 생각을 바꾸어 딸의 꿈을 응원하기로 마음먹는다.
최종심사를 받지 않은 나가하마는 새롭게 결성되는 그룹, '히라가나 케야키'의 유일한 멤버로서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케야키자카의 칸무리방송 '케야카케' 녹화 현장에서 처음으로 한자 케야키 멤버들을 대면하였을 때, 그녀는 한 멤버로부터 자신에 대한 확실한 '거부의사'를 목도하게 된다.
어릴 때 알게 된 '여자들, 무섭구나'
한자 케야키의 멤버 요네타니 나나미가 오디션을 받은 것은 고 1때의 일이었다. 오사카부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 진학교에 다니던 그녀는 학교 사정으로 심사에 늦기도 하고, 정식으로 가입하기 전부터 학업과 활동을 병행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의 부모님들 역시 아이돌이 되는 데 대해 맹반대를 하였지만, 그녀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가며 적극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여 겨우겨우 케야키자카의 멤버로 합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 앞에 갑작스레 '나가하마 네루'라는 새 멤버가 나타났던 것이다. VTR에선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오디션 최종심사를 포기하고 울기만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특별하게 가입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과연 얘를 인정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 요네타니는 거짓말을 못 하는 자신의 성격대로 두 번째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나가하마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정말 미안한데, 난 너랑 친해지지 못 할 것 같다.'
나가하마는 당연히 이 선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곧이어 다음 녹화가 시작 되었지만, 녹화 내내 눈물을 참느라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나가하마가 이렇게 '뒤늦게 혼자 들어 와, 기존 멤버들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3살 때부터 나가사키현 고토열도에서 살며 '섬 주민은 모두 한 가족'이라는 환경 안에서 자라 왔던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나가사키시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리고 전학 직후,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주변 여학생들이 섬에서 자라온 붙임성 좋은 이 전학생을 '귀여운 척 한다'며 따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겪으며 나가하마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관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여자들, 무섭구나. 조금이라도 눈에 띄면 바로 따돌림 당하는 거구나.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며 살아야겠다.'
이런 성격은 케야키자카의 멤버가 된 뒤로도 이어져, 나가하마는 다른 멤버들 안색을 살폈다.
아무리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멤버라 해도 반드시 '~상'을 붙여 불렀고, 화장을 할 때도 제일 나중에 했다. 어딜 들어 갈 때도 가장 먼저 가서 문을 열고, 다른 멤버들이 다 들어 갈 때 까지 문을 잡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들어 왔으니까 후배야'
라고 생각했던 나가하마는 그게 당연한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서로 끌어안았던 무대 구석
녹화일로부터 1개월 반이 지난 12월 후반, 케야키자카의 멤버들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2016년 1월에 개최 된 '신춘! 오모테나시회'라는 이벤트를 위하여 레슨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직 오리지널 곡을 한 곡도 갖고 있지 않았던 케야키자카는 이 이벤트에서는 여러 '부'로 나뉘어 각자 준비한 것을 팬들에게 선보일 예정이었다.
이 때 '연극부'에 소속되었던 멤버는 총 7명. 그리고 그 안에는 나가하마와 요네타니의 모습도 있었다.
나가하마는 요네타니의 그 '선언' 뒤로 요네타니와는 이야기를 하지 못 했다. 물론 다른 멤버들에게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 했다. '친한 척 군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을 제외한 5명의 멤버들이 편의점에 가는 바람에 레슨장에는 나가하마와 요네타니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자연스레 레슨장 안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 해 보자 나가하마는 윗몸일으키기와 스쿼트를 시작했다.
'그럼 전 운동 할 테니까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라는 의사표현이었다.
한편 요네타니는 말을 걸어야 할 타이밍을 놓쳐 초조해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당시에 썼던 블로그를 보면
'(나가하마가 가입한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땐 혼란스럽고 불안했어요. 지금도 조금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젠 같은 케야키의 멤버니까요! 조금씩 조금씩 threh는 느릴 지 모르지만, 사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모든 것을 떨쳐 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같은 그룹의 멤버로서 서로간의 거리를 가까이 하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적은 블로그였다.
그 뿐 아니라 요네타니는 매니저에게도 나가하마와의 관계에 대해 상담을 하혼 했다. '어떻게 하면 그 때 자신이 내뱉어 버린 차가운 말을 사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 한 것은 '오모테나시회' 당일의 일이었다.
나가하마의 가입이 발표되기 전 이미 '오모테나시회'를 경험한 바 있었던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이번 이벤트가 첫 이벤트였던 나가하마. 대기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부터 이미 불안함에 눈물이 흘렀다. 무대 구석에서 스테이지를 보고 있으려니 다리의 힘이 탁 풀리는 것만 같았다.
불안을 가슴에 안은 채 나가하마가 무대로 올라가려는 찰나, 누군가 나가하마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을 건넸다.
"힘 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요네타니가 서 있었다.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요네타니의 격려에 격앙된 나가하마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요네타니 역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스테이지에 나가기 직전, 겨우 10여초에 불과한 일이었지만 이 일이야 말로 지금까지의 두 사람의 관계성을 완전히 역전시켜 서로를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동료'로 인식하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서로 거리를 좁힌 나가하마와 요네타니는 이후 함께 공부를 할 정도로 절친해졌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요네타니가 나가하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예전에 '너랑은 친해지지 못 할 것 같다'고 한 데 대한 사과였다.
더 이상 그 일을 신경쓰지 않았던 나가하마는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며 벙 쪄 있었다.
요네타니는 이렇듯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요네타니처럼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나가하마의 뒤늦은 가입을 탐탁치 않게 보며 인정해 주지 않았던 멤버들은 많았다.
하지만 나가하마의 일견 도가 지나친 듯 보이는 '겸손' 안에 숨겨진 특유의 붙임성 덕분에 그런 멤버들도 서서히 나가하마를 케야키자카46의 멤버로 받아들여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2월, 케야키자카의 데뷔곡 '사일런트 마조리티'의 MV 촬영이 시작되었다. 히라가나 케야키의 멤버인 나가하마 네루는 이 곡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자주적으로 레슨에는 전부 참가하였고, MV촬영에도 참가하여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살이 에이도록 추운 한밤의 시부야역에서 익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안무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는 멤버들.
태어 나 처음으로 경험 해 보는 MV촬영은 누구에게나 가혹한 것이었다.
하지만 추워하는 다른 멤버들을 위하여 촬영이 중지 될 때 마다 멤버들에게 따뜻한 스프를 퍼 주고, 손난로를 흔들어 가져다 주는 멤버가 있었다. 다름아닌 나가하마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따뜻함'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다른 멤버들도 하나 둘 그녀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케야키자카46'에 나는 없어
3월이 되어 '사이마조'의 MV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소위 '사이마조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얻게 되었다.
'너에겐 너답게 살아 갈 자유가 있어 어른들에게 지배당하지 마'
라는 메시지가 담긴 가사가 공감을 얻어, '사이마조'는 청소년 대상 잡지가 실시한 '좋아하는 곡' 앙케이트에서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여름에 실시된 음악 특방의 아케이트에서도 AKB48, 노기자카46의 대표곡들을 누르고 1위에 뽑히는 등 데뷔곡만으로 아이돌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릴 듯한 기세를 뽐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히라가나 케야키'의 유일한 멤버, 나가하마 네루의 모습은 없었다. MV촬영때와 동일하게 자켓 사진 촬영때도 함께 하긴 하였지만, 나가하마 혼자만은 카메라맨과 같은 곳에 서서 멤버들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본 자신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사진이 시부야의 패션 빌딩 벽면을 수 놓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신기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에 내 자리는 없구나.'
2016년 4월 6일에 릴리스 된 데뷔 싱글 '사일런트 마조리티'에 수록 된 총 6곡 중에 그녀가 참가한 곡은 단 한곡. '놓친 버스'라는 곡이다.
이 곡은 '히라가나 케야키의 나가하마 네루가 센터에 선 곡'으로 만들어 진 곡이며, 그룹에 '늦게 올라 탄' 그녀의 심경을 가사로 표현한 곡이다.
'미안해 나 혼자 늦어버린 것 같아. 내가 가 보니 아무도 없었어.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어. 꿈으로 향하는 편도 티켓을 손에 쥔 채 언덕길 가운데서 어쩔 줄 몰라했지.'
나가하마는 이 가사를 처음 보았을 때 '신이 쓴 가사인가'라고 생각 했다고 한다.
특히 '언덕길 가운데서 어쩔 줄 몰라했다'는 부분은 오디션 최종심사날, 모친의 손에 이끌려 언덕길(나가사키는 언덕이 많음)을 오르던 자신의 모습을 하늘 위에서 신께서 보고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금세 그런 그녀에게도 '동료'가 생겼다.
전대미문의 오디션
전년 11월, 나가하마 네루의 가입발표와 함께 발표되었던 '히라가나 케야키 추가 멤버 오디션'은 케야키자카46가 '사이마조'로 데뷔하였을 때 즈음 마무리가 되었다.
4월 하순 시점에서 3차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는 총 18명. 그리고 이 18명의 후보자들은 지금껏 누구도 경험 해 보지 못 한 독특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인터넷 동영상 방송 서비스 '쇼룸'을 통하여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가상 라이브공간'을 표방한 '쇼룸'은 개개인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영상을 방송하는 서비스이다.
이후 한자 케야키 멤버들도 때때로 개인 방송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쇼룸'을 이용 한 것은 이 오디션이 처음이었다.
노기자카나 AKB그룹을 포함해도 '쇼룸'을 '오디션'에 활용한 것은 이 케이스가 처음이었다.
주어진 기간은 딱 1주일. 오디션을 위해 마련된 특설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이벤트 기간중에 방송을 한 내용, 획득한 포인트, 순위 등을 오디션 심사 과정에 참고하겠습니다. 다만 이 내용들이 직접적으로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쇼룸은 방송 중에 팬들이 보내 준 코멘트의 숫자나 소위 '선물'이라 불리는 아이템을 받은 개수 등을 포인트로 합산하는 시스템이다. 비록 '직접적으로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순위가 매겨지는 이상 아예 관계가 없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심사하는 측도 남들 몰래 방송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후보자들이 이 '쇼룸'을 엄연한 심사 과정의 하나라 생각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 이외에도 수천명의 유저들이 자신들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사이토 쿄코의 경우 '1등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1주일 내내 자신이 방송을 하지 않을 때는 다른 후보자들의 방송을 보는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 목표로 했던 1위를 획득 해 냈다. 사이토는 이 때의 일을 '거의 '일'이라 생각하며 했다'고 술회했다.
한편 이구치 마오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아이돌 지망생'의 방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방송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구치의 방송에선 유저들이 자신의 아이콘을 바꾸면 받을 수 있는 아바타, '달마(일본 장난감/장식품)'를 활용, 시청자들이 합심하여 달마 아바타를 착용하기도 하는 등 데뷔하기도 전부터 굳건한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특이한 후보자도 있었다.
당시 갓 중 3이
된 소녀, 카게야마 유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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