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카게야마 유카의 '두 번째' 오디션
2015년 11월. 히라가나 케야키의 유일한 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나가하마 네루. 초기에는 한자 케야키멤버와의 사이에 알력도 있었지만, 그녀의 성실하면서도 따뜻한 성격 덕분에 서서히 다른 멤버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케야키자카46는 '사일런트 마조리티'로 화려하게 데뷔하였고, 비슷한 무렵 히라가나 케야키 추가 멤버 오디션 역시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오디션에서는 인터넷 방송 서비스 '쇼룸'을 이용, 최종 후보자들이 개인방송을 한다는 전대미문의 방식이 시도되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딱 30분간 '라디오 방송'을 했던 후보였다. 당시 갓 중 3이 된 소녀, 카게야마 유카였다.
높은 능력 때문에 반감을 사다
2001년 도쿄에서 태어난 카게야마는 어릴 때부터 활발한 소녀로, 6살 때는 동네 축구팀에 들어갈 정도였다. 팀 내에서는 유일한 여자아이였지만, 남자 아이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왕성한 체력을 자랑했다.
한 번은 상대방에 슬라이딩 태클에 넘어져, 손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두 곳의 뼈가 동시에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그 때도 부모님께서는 '다음부터는 좀 조심하렴'이라 주의를 듣는 정도로 그쳤다. 결국 부상이 나은 뒤에는 자연스레 팀으로 돌아 가, 6학년때까지 축구를 계속했다.
그 뿐 아니었다. 유치원때부터 학원을 다니거나 영어 회화교실을 다니며 성적도 발군이었다. 학교 수업중에는 선생님의 질문이 있을 땐 항상 손을 들었고, 학급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타입이었기에 자연스레 반장에도 선출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능력치가 높은 사람은 반감을 사기도 쉬운 법.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명문중학교 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반 아이들 중 일부가 '나댄다'고 험담을 하기 시작 한 것이다. 그 뒤로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할 때는 누군가 필통을 훔쳐가기도 했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있었다.
다름아닌 AKB였다.
화려한 아이돌 세계에 마음을 빼앗긴 그녀는 자연스레 가족들 앞에서 AKB나 노기자카의 곡을 노래 하거나 춤 추어보이고는 했다.
힘들었던 중학교 입시가 끝나고 그녀는 일본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 1 끝무렵에 그녀에게 큰 전환기가 찾아왔다.
TV를 보고 있으려니 AKB48의 오디션 광고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광고에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의외로 그녀의 부친이었다.
"유카, 이 오디션 받아보지 그러니?"
이 때만 해도 그녀는 물론 그녀의 부모님조차 학업과 아이돌 활동의 양립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그녀의 부친은 단순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자신의 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한 말이었던 것이다.
사실 카게야마 본인은 자신이 아이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정작 아버지가 추천을 한 뒤로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켠에는 이런 마음도 숨겨져 있었다.
'보란듯이 아이돌이 되어서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어. 나한테 사인 해 달라고 조를 정도로 유명 해 지자.'
그런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그녀는 인생 첫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해당 오디션의 명칭은 '제 2회 AKB48 그룹 드래프트 회의' 였다.
'3열 맨 구석자리'에 세워진 후보자
이 '드래프트 회의'란 AKB48그룹의 현역 멤버들이 후보자 중에서 자신의 팀원을 지명하는 유니크한 형식의 오디션이었다.
3차심사를 통과한 최종후보자들은 공식 홈페이지에 얼굴 사진과 프로필이 소개되었으며, 5박 6일에 걸친 혹독한 레슨 합숙 모습 역시 TV 카메라가 녹화, 방영되었다.
그리고 그 '최종 후보자' 둥에는 카게야마의 모습도 있었다.
2015년 5월 10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오디션 최종심사에 해당되는 '드래프트 회의'가 열렸다.
수천명의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케이블TV가 생중계 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 이벤트였다.
최종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47명, 이 47명의 최종 후보자들은 합숙때 열심히 연습한 곡들을 스테이지 위에서 선보였다.
그 뒤, 그 모습을 본 현역 멤버들이 후보자 지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카게야마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불리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이 오디션에 임하면서 모친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만약 오디션에 떨어진다면 평범한 생활로 돌아 간다'고.
아이돌이 되지 않더라도 학교로 돌아 가 평범한 중학생활을 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어머니의 바람이 담긴 약속이었다.
카게야마 역시 모친의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 드래프트 회의가 끝난 뒤에는 이전의 생활도 돌아 갔다.
하지만 사실 오디션을 거치면서 그녀 가슴 속에 새로운 꿈이 싹 터 있었다.
'사실 난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에게 맞는 오디션은 이 오디션이 아니라 따로 있을 지 몰라'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스테이지에서 부를 곡의 포지션이 발표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47명 중 3열 구석에 세워진 카게야마는 '벌써부터 이 자리면 데뷔 한다해도 아이돌로 활약하긴 힘들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덕분일까, 그녀는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그리 상처를 크게 받지는 않았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을 생중계한 영상을 보아도 다른 탈락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그녀만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가 드래프트에서 떨어 진 직후인 2015년 6월, 노기자카46의 후속 그룹이자 '사카미치 시리즈'의 제 2탄 그룹의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8월 21일에는 최종심사에 합격한 멤버들이 새 그룹 '케야키자카46'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이미 오디션 단계부터 이 새 그룹을 주목하고 있었다.
'노기자카는 아마 올 해는 반드시 홍백에 출전 할 거야. 사이토 아스카상을 비롯한 어린 멤버들도 버티고 있다는 점을 보면 분명 앞으로도 인기를 얻겠지. 그 여동생 그룹인 케야키자카도 노기자카의 기세를 타고 히트 칠 게 분명해'
사실 매사를 분석하곤 하는 것은 그녀의 버릇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축구'.
그녀가 어떤 클럽을 응원 할 때는 단순히 팀의 전술 등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의 유스부터 대표에 이르기까지 클럽의 구조 전체를 분석해 보곤 하는 것이다.
10월이 되어 케야키자카46의 칸무리방송, '케야카케'가 시작된 뒤, 그녀는 완전히 케야키자카46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11월, 나가하마 네루의 가입과 동시에 히라가나 케야키의 추가멤버 오디션 개최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카게야마의 직감이 이렇게 외쳤다.
'어쩌면 이번이야 말로 그 순간일지도 몰라. 내가 다시 한 번 오디션을 받는다면 이 그룹밖에 없어' 라고
카게야마가 아이돌이 된다는 꿈을 아직 포기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모친 역시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게야마가 '한 번만 더 오디션을 받겠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녀의 모친은 흔쾌히 딸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이렇게 카게야마 유카는 인생 두 번째 오디션에 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3차심사까지 통과하였다.
일생을 관통하는 '페어 정신'
3차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은 1주일간 쇼룸 방송을 하게 되었다.
요즘이야 노기자카, AKB그룹의 멤버들의 오디션에서도 같은 방식의 심사가 도입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일반인'인 후보자들에게 개인 방송을 시킨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시도였다.
그 뿐 아니라 당시는 노기자카의 멤버나 케야키자카 멤버들조차도 아직 개인 쇼룸방송을 하기 전이었기에 더더욱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아 줄 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시작하고 보니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 넘는 수천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그녀들의 방송을 보러 와 주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단시간동안만 방송을 하던 후보자들도 2일째, 3일째가 되어 어느 정도 익숙해 진 뒤로는 방송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멤버에 따라서는 노래나 춤을 선보이면서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 카게야마 유카는 소위 말하는 '라디오 방송' 형식으로 목소리만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였다.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겨우 30분만을 방송하는 그녀의 방송에 대해 유저들 사이에선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 '아이돌부터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풍부하다'며 호평가가 줄을 이었다.
사실 얼굴을 공개한다면 할 수 있는 것들도 폭이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 줄 것이다.
실제로 그녀처럼 처음에는 라디오 방송을 하다 서서히 얼굴을 공개한 후보자들도 있었다.
방송을 어떻게 진행 할 지는 개인의 자유, 카게야마는 그 자유를 이용하여 끝까지 '라디오 방송'을 관철 해 냈다.
그녀가 이렇게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드래프트 회의 때 내 사진이나 영상이 많이 퍼졌으니 여기서 얼굴을 공개하면 그 당시 후보자였던 걸 금새 알 수 있을 거야. 물론 '얘 또 오디션 보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별로 신경 안 쓰지만 내가 드래프트 후보생이었다는 게 화제가 되어 다른 후보들보다 주목을 받게 되면 나 혼자만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건 절대로 싫어. 나는 내 힘만으로 승부 해 보고 싶어.'
이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접해오며 그녀에게 뿌리박힌 '페어 정신'이었다.
그렇게 '라디오 방송'을 하기로 한 그녀는 이왕 하는 거, '진짜 라디오 방송'처럼 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다른 후보자들의 방송을 전부 보고 그 특징을 메모한 뒤, 다른 후보생들과 겹치지 않도록 화제를 고르고 자신만의 어필 포인트를 생각해 가미하였다.
이렇게 '라디오 방송'의 구성을 궁리한 결과, 매일매일 그 날에 대한 화제를 꺼내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라이브로 노래를 두 곡 부른 뒤 유저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을 갖고, 마지막으로 히라가나 케야키에 대한 자신의 각오나 다음 방송에서 다룰 이야기에 대한 예고를 하는 방식으로 틀을 잡았다.
토크 능력 뿐 아니라 가창력 등도 주목을 받으며 그녀의 방송은 매 회 매 회 거듭 될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후보자들 역시 쇼룸 심사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이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방송을 하였다. 그 결과 마지막 방송날에는 많은 멤버들이 '정말 즐거웠다', '계속 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는 예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떻게 흘러 갈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쇼룸 개인방송'은 불과 1주일만에
각 후보자들의 매력을 이끌어내었고, 그 결과 그녀들은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부터 '팬덤'이 형성 되게 되었던 것이다.
기대와 불안, 두 가지 감정을 느끼며
5월 8일, 도쿄 도내 모처에서 히라가나 케야키 추가 멤버 오디션 최종심사가 열렸다. 최종후보자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쇼룸 심사에서 포인트 랭킹 1위에 오른 사이토 쿄코는 개인방송을 통해 익혀 놓은 타 후보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모두 함께 쇼룸을 한 동료'라고 생각했다.
한편 당시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상태였던 우시오 사리나는 '그렇게 얼굴 팔려놓고 떨어지기라도 하면 학교 가서 친구 안 생긴다'며 부모님이 맹반대 하신 결과 쇼룸 방송을 하지 못 한 상태였다.
그녀는 그저 다른 후보자들의 방송을 보기만 했었기에, 자신 주변에 모여있는 다른 후보자들의 얼굴을 보며 '다들 연예인같아.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그 날 심사에서는 후보자들의 자기소개와 가창력심사가 진행 된 뒤,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졌다. 그 날 심사위원들이 자주 물은 질문 중에는 쇼룸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카게야마 유카는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서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카게야마 유카, 중학교 3학년입니다. 오늘, 5월 8일은 제 15번째 생일입니다."
물론 최종심사일이 생일이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지만 그런 우연 역시 어쩌면 그녀가 히라가나 케야키의 오디션 광고를 보고 느꼈던 '이 오디션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카게야마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팬이 된 모리타카 치사토의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를 불러 자신의 인생에 있어 두 번째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리고 이 날의 심사를 통하여 '멤버가 단 한 명인 아이돌 그룹'의 유일한 멤버로 그룹을 짊어져 온 나가하마 네루와 함께 할 히라가나 케야키 추가멤버 11명이 결정되었다.
심사가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가하마는 합격자 발표 직후 무대 위로 올라 와, 심사위원과 미디어, 그리고 새로운 멤버들의 앞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드디어 여러분과 함께 활동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지금은 기대로 두근거리는 마음이 큽니다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어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만, 여러분과 함께 성장 해 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케야키자카46이라는 그룹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케야키자카46와는
다른,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이라는 미묘한 포지션이 주어
진 그녀들은 합격 직후로부터 다양한 벽들에 맞닫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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