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팀 가부키쵸 좌담회
‘사일런트 메이저리티’
MV를 통해 보는 ‘혁신성’, 그리고 케야키자카46의 ‘가능성’
1. 충격을 안겨 준 MV
- 이번 호에서는 최근 (4월 6일) 발매 된 케야키자카46 데뷔 싱글 ‘사일런트 메이저리티’가 얼마나 충격적인 작품이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센터를 맡은 히라테 유리나의 존재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이 작품의 MV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은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REC씨는 그 MV를 보시고 상당히 흥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컴뱃 REC (이하 ‘컴’) : 처음 본 순간, ‘이거 대단한 걸’ 이라 생각했어요.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소중한 것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정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일런트 메이저리티 (이하 ‘사이마죠’)’의 MV를 보면서 대형 센터, 말 하자면 예전 고토 마키나 마에다 아츠코의 뒤를 이을 재목이 탄생했다고 느꼈지요.
호리코시 히데오 (이하 ‘호’) : 센터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MV였죠.
컴 : 그룹 아이돌 역사상 이 정도로 원톱 체제에 특화 된 MV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정도까지 센터를 부각시켰던 작품이 있었던가요?
- 모닝구 무스메의 ‘LOVE 머신’ 같은 경우에도 파트 배분은 꽤나 균등했었지요. (역주 : 상기한 ‘고토 마키’의 데뷔작이자 센터 데뷔작)
컴 : AKB의 ‘플라잉 겟’ (역주 : 마에다 아츠코가 총선거에서 1위를 한 뒤에 나온 싱글) 때만 해도 센터인 앗쨩을 이 정도까지 밀어주진 않았지요. 하다못해 수퍼 몽키즈 (역주 : 아무로 나미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유닛)조차도 파트 배분이 이보다는 균등했던 것 같네요. 그렇기에 케야키자카 팬분들 중에서 히라테 이외의 멤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이 상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호 : 아마 우리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들으면 100% 마음이 상할걸요.
컴 : MV를 보고 느낀 감상은 솔직히 ‘히라테 유리나와 친구들’ 정도랄까요.
호 : 막말 수준이네요. (웃음)
컴 : 어디까지나 MV에 대한 감상일 뿐이에요. MV 구성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호 : 뭐, 확실히 구성이 그렇긴 하죠.
컴 : 그 중에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 그렇게 히라테쨩을 부각시키는데도 MV가 성립된다는 점이었어요. 생각 해 보면 4분 반 정도 되는 MV인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센터에 중점을 둘 경우,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작품으로 전락 해 버릴 가능성이 높거든요. 센터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할 경우 보고 있는 사람마저 창피해 져 버리곤 하고요. 하지만 히라테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완벽에 가깝게 맡은 바 임무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잖아요.
실제로 히라테 유리나가 어떤 아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MV를 통해서 느낀 점만 이야기 해 보자면 ‘타고난 센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해야 하겠네요. 센터가 갖추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조건 중에 존재감이 있어서 혼자 힘 만으로도 그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MV가 나오고 나서 저희 부브카 편집부도 엄청 난리 났었잖아요?
- 그랬었죠. MV가 공개 된 직후, ‘이거 대체 뭐지!!’ 라며 다들 벙 쪄 있었지요. 케야키자카는 노기자카의 ‘여동생’ 그룹이기에 좀 더 목가적인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컴 : 그런 곡이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라비아를 좋아하다보니 그라비아는 빠짐없이 체크 했었는데, 솔직히 말해 그라비아만 봤을 때,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 대해 전혀 기대가 안 되었거든요. 귀여운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호 : 그 ‘귀여운 아이들’ 중에 히라테쨩도 있었다는 얘긴가요?
컴 : 기억에 남기 쉬운 인상이다 보니 히라테라는 아이가 있다는 것 정도는 기억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카에뽀 (Negicco의 멤버인 Kaede)’랑 닮았네. 라는 정도였지요. (웃음) 편집부쪽은 어땠나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나 기대하고 있었나요?
- 당연히 기대 하고 주목도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곡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기에…
호 : 판단을 하려 해도 판단 할 만한 재료가 없었지요.
컴 : 하지만 실제로 ‘사이마죠’의 MV를 본 순간, 이전까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목가적이고 꽃밭이 펼쳐 져 있는 평화로운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 버렸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히라테의 ‘눈’이었어요. 섬네일에서 히라테의 눈빛을 보고 뭔가 감이 딱 와서 MV를 보게 되었는데, 내용 역시 섬네일을 통해 기대했던 그대로의 내용이더군요. 처음 MV를 틀어 본 뒤 연속해서 5번은 봤었던 것 같아요. 잠시 동안은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 하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호 : 그런 체험은 쉬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컴 : 그렇죠. 미지의 아이돌을 처음 알게 된 순간, 이토록 고양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완벽한 것은 지금껏 본 적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지요.
- REC상 같은 경우, 원체 ‘영상’에 깐깐하시니까 더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컴 : 이 MV의 장점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결단은 이 작품을 ‘히라테 원톱’으로 만든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정도로 깔끔하게 결정 해 버리는 건 쉽지 않지요.
컴 :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해요. 다시 말 해 운영측에 ‘천재’가 있는 거죠. 그 정도 결단을 내릴 정도면 운영측에서도 꽤나 높은 위치에 있다는 얘길텐데,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런 시도는 통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 결단 말고도 음악, 의상, 그 외 모든 것이 완벽했지요. 애초에 이렇게 시리어스한 곡을 들고 나올 것이라 생각 한 사람도 없었을 거고요. 진짜 이 긴장감은 어마어마 한 것이죠.
아코가레시쇼 (이하 ‘아’) : 곡 기저에 플라멩코 같은 리듬이 깔려 있지요. 그런 점이 또 곡에 독특한 긴장감을 부여 해 주고요.
- 의상도 군복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고요.
코 : 안무 역시 군대의 제식을 연상시키는 포메이션이지요. 특히 전원이 양 쪽으로 도열한 가운데를 히라테가 걸어 나오는 장면이라던가. 그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 그 전개, 대단했죠.
2. 히라테 유리나의 재능
컴 : 개인적으로 ‘압도적인 센터’를 좋아하거든요. 센터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것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렇기에 이렇게 불의의 일격을 맞은 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호 : 실제로 그런 ‘압도적인 센터’를 보기는 쉽지 않지요.
컴 : 신일본 프로레스의 예를 들자면 안토니오 이노키상이 은퇴하신 뒤에 삼총사 (역주 : 쵸노, 하시모토, 무토) 체제로 바뀌었지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기에는 버거웠으니까요. 하지만 원톱 체제라는 것에 엄청난 매력이 있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라 생각해요.
이 자리에 모인 저희 같은 경우에는 직업 관계상 항상 엔터테인먼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해 대지만, 내심 원하는 건 ‘파격적인 적을 보고 싶다’는 것이고요.
호 : 확실히 ‘엄청난 재능을 지닌 루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컴 : 엔터테인먼트 업계란 게 결국 그런 거잖아요.
호 : 그렇죠. 물론 시행착오와 계산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순수하게 ‘거대한 재능’을 지닌 사람을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요.
- 그렇게 생각하면 다들 무릎을 끓고 있는 와중에 홀로 일어 선다던가, 의도적으로 히라테를 부각시키는 연출이 많았던 것 같아요.
호 : 안무만 봐도 그렇죠. 지금까지 여타 아이돌 그룹들의 그것과는 명확히 다른 분위기거든요. 백 보 양보한다 해도 최소한 다른 아이돌들처럼 ‘멤버를 귀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안무는 아니지요.
컴 : 솔직히 얘기해서 아무 실적도 없는 생 초짜 신인들을 무리해서 푸시하면 반감이 들기 마련이죠. 예를 들자면 ‘뜨거운 물을 붓는 소녀’ (역주 : 80년대 일본 인스턴트 라면 CM)로 유명해 진 쿠도 유키상 이라던가. 아무리 예쁘고 재능이 있어도 그런 것 보다는 ‘데뷔 시키기 위해 30억엔을 썼다’는 것만 화제가 되곤 하니까요.
호 : 그렇죠. 마이너스죠.
컴 : 운영측이 무리해서 프로모션을 하면 팬들조차도 거부감을 느끼곤 하고요 하지만 케야키자카의 데뷔는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었지요.
-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딱히 안티라고 부를만한 세력도 눈에 띄지 않고요.
호 : 딱히 안티가 생길 이유가 없다고 보고 싶네요.
컴 : 개인적으로는 (센터에 집중된 고리오시에 대한 거부감을) 히라테 본인이 불식시킨 것이라 생각해요. 히라테의 그 ‘시선’으로.
- MV 마지막도 히라테의 눈을 비추어주며 끝이 나지요.
컴 : 그게 바로 히라테의 눈이 가진 힘이지요.
호 : 말하자면 바로 그것을 봐 달라고 운영측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이걸 봐!’ 랄까.
아 : 그 마지막 부분의 ‘표정’이 정말 좋죠.
호 : 다른 데에선 보기 힘든 특별한 인상을 받으셨나요?
아 : 그 마지막 장면 하나로 MV 전편에 흐르는 긴장감을 한 방에 날려 버렸지요. 사실 지금까지는 이 ‘긴장감’이 곡 분위기 때문인지, 격렬한 안무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MV를 찍은 장소 배경 때문인지, 혹은 센터의 존재감 때문인지, 잘 알 수 없었는데, 방금 전 REC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의문이 풀린 것 같아요.
컴 : 방금 말씀하신 여러 요소들이 전부 중요한 구성요소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묶어 성립시키는 것이 바로 히라테 유리나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MV는, 히라테가 센터에 서지 않았다면 미묘한 작품이 되었을 거예요. 아니, 히라테이기에 해 낼 수 있었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데뷔 곡에서 처음으로 센터에 섰다는 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게 참…
호 : 이 정도로 대단한 인재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컴 : 타고 난 ‘여왕’ 인 셈이죠.
호 : 이제 겨우 중 3인데 말이죠. 사실 학교와 잘 맞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오디션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컴 : 믿을 수가 없죠.
아 : 14살짜리가 그런 눈빛을 보여 주었으니 말이죠. 와타나베 마유도 MV를 보고 ‘이 아이는 지금껏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라고 트위터에 썼을 정도였으니까요.
- 마유유가 후배 아이돌을 그 정도로 칭찬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까 말이죠. 마유유 뿐 아니라 최근에는 아이돌들을 취재 해 보면 대부분이 히라테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컴 : 어떻게 보자면 히라테가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지를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오히려 ‘스테이지에 서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요. 마유유 같은 톱 아이돌마저도 그 정도로 절찬을 했을 정도니까 팬들이 히라테의 센터에 대해 납득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지 모르고요. ‘고리오시’ 라는 말 자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
- 케야키자카의 다른 멤버들 입장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컴 : 멤버들도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아까 잠깐 촬영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애초에 MV 기획부터가 대단했지요. ‘찰나의 빛’을 즐기는 ‘아이돌’이라는 엔터테인먼트의 MV 장소로,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 외에는 볼 수 없는’ 시부야의 공사 현장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 그렇네요. MV에서 멤버들이 춤을 추던 바로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니까요.
컴 : 변화의 상징으로서 ‘시부야역’ 앞의 재개발 공사 현장을 골랐다는 게 진짜…
호 : 결국 그 얘긴 ‘케야키자카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룹이랄까.
컴 : 매일같이 공사 현장의 풍경이 바뀌어 가듯이, 케야키자카 역시 두 번 다시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얘기겠지요. 자켓 역시도 대단해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러브 & 팝’을 오마쥬 했거든요. 말 그대로 케야키의 운영측이 ‘아이돌’이라는 것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노기자카의 MV는 영화 형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케야키자카는 선배 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았지요. ‘영화’ 형식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아이돌’ 그 자체에 드라마가 깃들어 있다는 의지를 느끼게 하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노기자카와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노기자카의 ‘카운터 파트’는 케야키자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호 : 아키모토상 본인도 케야키자카의 스태프들에게 ‘노기자카와는 다른 것을 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 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결과물이 이 정도이리라곤… 그것도 단 한 방에 이런 좋은 답변을 해 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컴 : 가사 역시도 젊은 층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편, 데모 등에 주체적으로 참가하는 특정 젊은 층에 대한 공감 역시 담겨 있지요. 아키모토상, 가끔씩 정치적인 가사를 쓰시기도 하고요.
- AKB의 ‘우리들은 싸우지 않아’ 라던가?
컴 : 이번에도 뉘앙스는 비슷하지요.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가사이면서도 복장의 모티프는 군복이라는 게 좀 재미있긴 하지만. (웃음)
호 : 아마도 노래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일어나고파도 일어 날 줄 모르는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컴 : ‘동조 압력 (역주 : 자신에게 동조하라고 유/무형으로 강요하는 것)에 굴하지 말고 싸워라’ 라는 메시지지요. 혁명을 일으켜라. 랄까요. 어쩌면 그것은 지금까지 히라테라는 개인이 살아 온 인생에 대한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겠고, 자신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못 하고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을 거예요. 뭐라 할까, 정말 오랜만에 ‘작사가’ 아키모토 야스시의 본 실력을 본 것 같아요. 아키모토상은 이 곡이 어떻게 완성 될 지 전부 계산 한 채로 이 가사를 썼을 것 같네요.
호 : 아키모토상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미지를 만들기 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컴 : 우선 히라테를 원톱으로 세운 결정은 정답이었죠. 그리고 수록곡들도 정답. 가사도 정답, 로케 장소, 의상, 안무, 기획도 다 정답… 어쩌면 모든 것이 ‘정답’ 이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 정도로 모든 것이 ‘정답’에 가까운, 만점짜리 MV가 나온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 다르게 말하자면 그 모든 것들에 관여한 크리에이터들이 히라테를 보고 각자 대단히 영감을 받았다고도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컴 : 히라테 정도로 ‘센터’라는 말이 어울리는 센터를 본 게 얼마만이죠?
- 최근에는 본 기억이 없네요.
컴 : 최근 20년을 통틀어 보아도 손에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자면 진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서프라이즈’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요? 정말이지 ‘대단한 인재’를 찾아 내서, ‘엄청난 것’을 하게 되면 그것은 엄청나게 ‘강한 것’이 된다는 엔터테인먼트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기본 원칙을 새삼 재확인하게 된 것 같아요.
- 그것도 일부러 꾸민 게 아니라니!!
3. 앞으로의 기대.
컴 : 하지만 문제가 없진 않아요. MV 공개 다음날, 라이브가 있었는데, 그 라이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 예상 보다 그렇게 대단할 게 없는데?’ 랄까. 히라테에게 포크송 같은 노래를 부르게 한다던지, 평범하게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 얘는 웃는 순간 전투력이 확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케야키자카 전체적으로 보아도 그래요. ‘사이마죠’이외의 곡을 다른 아이돌들과 다름 없이 선보일 때, 다시 말 해 ‘히라테의 원톱 아래 무릎 끓고 있지 않을’ 땐, 그룹 자체가 가진 매력이 확 꺾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 그건 아직 그룹의 색깔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런 곡들을 할 땐 ‘아, 역시 노기자카의 여동생 그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요.
컴 : 하지만 마지막에 다시 선 보인 ‘사이마죠’는 정말 엄청났어요. 그 때 다시 한 번 느꼈지요. 유일하면서도 완벽한 해답을 전부 쏟아 부어 그 MV를 만들어 낸 것이구나. 라고. 라이브에서도 MV에서 느낀 ‘대단함’이 느껴졌고요.
- 역시 그 곡은 안무부터 시작해서 포메이션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완벽’ 했지요.
컴 : 모든 것이 한 곳을 향하고 있는 거예요. 곡, 가사, 포메이션, 그리고 히라테의 시선조차도 전부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사이마죠’ MV에서 너무나도 빠르게 ‘정답’을 찾아 내 버렸다는 점. 앞으로 이 ‘정답’을 어떤 식으로 보여 줄 것인지가 문제겠지요.
- 기본적으로는 그 세계관을 이어 나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컴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라이브에서 선보인 커플링곡들 처럼 사람을 졸리게 만드는 노선은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 아예 까놓고 ‘우린 이런 그룹이다’라는 걸 전면적으로 내세워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컴 : 그렇죠. ‘이 곡은 이런 곡입니다’가 아니라 ‘우린 이런 그룹입니다’라고 고정시켜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방향성을 고정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거든요. 아이돌 그룹의 운영이란 사람들은 이래저래 실험 해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이 그룹은 이런 그룹’이라는 방향성은 갖고 있는 게 나아요.
- 그 특유의 ‘긴장감’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아 : 그 ‘긴장감’을 유지 한 채로 달려나간다면 지금껏 본 적 없는 대단한 그룹이 될 것 같아요.
컴 : 엄청난 그룹이 되겟죠.
호 그렇게 ‘전설’이 되면 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도 전설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저 꾸역꾸역 활동만 길게 하기 보다는 전설을 남기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 선배 그룹인 노기자카가 성공리에 활동을 하는 가운데, 그 흉내를 내서 비슷하게 활동 해 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죠.
컴 : 노기자카는 ‘평화’롭다면 케야키자카는 ‘전투적/호전적’ 이라던지.
- 히라테도 아직 14살 밖에 안 되었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더 ‘대단’ 해 질까요.
컴 : 이번에 히라테의 모습을 보며 ‘역시 센터는 처음부터 센터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나가시마나 키요하라 (역주 : 둘 다 일본 야구의 전설)만 해도 1학년때부터 4번 타자였죠. 쿠와타 (역주 : 쿠와타 마스미, 일본 투수계의 전설) 역시 처음부터 에이스 투수였죠. 4번 타자, 에이스 투수와 마찬가지로 센터 역시 처음부터 그 장소에서 그에 걸맞게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말하자면 18번 (역주 : 일본 프로야구에서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을 등에 달고 있는 자?
컴 : 그리고 14살 밖에 안 된 아이가 그 기대에 벌써부터 부응하고 있다는 데에서 느껴지는 ‘에이스감’ 이랄까요.
아 : 이런 노선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인재가 될 거예요.
- 보는 쪽도 가슴을 졸이며 보게 되겠지요.
컴 :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디션장에서 히라테의 재능을 꿰뚫어 보고 골라 낸 뒤, 이런 표현을 하도록 인도 해 낸 운영측이나 아키모토상도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 생각 해 보면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찍은 집합 사진에서도 히라테가 센터였네요.
컴 : 그 시점에 이미 간파 했던 거죠.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라비아만 봤을 땐 히라테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 했거든요. 뭐, 이건 웃는 표정밖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런 걸 생각하면 역시 ‘프로’는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진짜 오랜만에 아이돌 운영진을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했어요. 평소라면 항상 운영측을 비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죠.
호 : 지금까지 해 온 좌담회가 뭐가 되나요 (웃음)
컴 : 이번만은 운영측에게 완패한 느낌이네요.
호 : 이런 결론, 처음 아니던가요?
컴 : 뭐라고 반박할 거리가 없는걸요. 그냥 울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느낌? (웃음) 고토 마키 같은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도 결국 ‘고토 마키’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히라테는 지금 같은 방식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각광받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말하자면 처음부터 단 하나뿐인 정답을 알아 채고, 그것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모든 파트가 설계 된 MV를 만든 거잖아요. 정말로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2016년에 일어난 ‘대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그것을 지금 이 순간, 보아 두는 것이 중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컴 : 이 한 곡에서 그 가능성이 끝나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대 사건’들이 이어질 지, 아니면 한 번으로 끝이 나 버릴 지… 다음 곡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참가자 소개
컴뱃 REC : 비디오 고고학자 야구와 대중문화에 조예가 깊다. 문화 평론가로서도 다방면에 걸쳐 활약중.
아코가레시쇼 : 음악 저널리스트. TBS 라디오 ‘제인 수 생활은 춤춘다’의 선곡담당.
호리코시 히데오 : SKE48의 광팬, 아이돌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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